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30)
섬에서 돌아온 후, 세 녀석이 잠도 안 자고 계속 돌조각을 바라보며 시시덕거리길래, 한마디 했다.
-야, 너희들 안 자냐?
녀석들은 돌아도 보지 않고 대답도 없었다.
그래. 대단한 돌이긴 하지. 시드를 그냥 녹여 없애 버리니까.
나도 역시 잠이 오진 않았다.
녀석들은 돌 쪼가리를 갖게 된 것을 자축하느라 잠이 오지 않는 거고, 나는 내게 닥친 숙제에 잠이 잘 오지 않는 거였다.
하아아.
오랜만에 발생한 퀘스트에 의욕을 불살라도 시원찮을 상황이지만, 나는 긴 한숨만 나왔다.
“석판은 뭐고 테페론은 또 뭐냐?”
그동안 내게 주어졌던 퀘스트를 떠올려 봤다.
“치료탑 입학시험을 통과하라는 게 첫 번째 퀘스트였지, 그때 보상이 얼마였더라? 마나 20이었나?”
으차,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생각을 이어 나갔다.
보상은 20, 400, 1000.
보너스 보상이 있긴 했지만, 당연히 보상이 크면 클수록 난이도가 높아졌었다.
“아 진짜, 데빌몬스터 잡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목숨을 걸고 녀석을 잡고 얻은 보상이 1천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보상이 무려 3천이다. 거기에 신성력도 300을 얹어 주고.
나는 모로 누워 눈을 감았다. 그냥 잠이나 자자.
말똥, 말똥.
휙.
나는 다시 천장을 보며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이 오기는커녕 저놈들의 말소리만 똑똑하게 잘 들려왔다.
[이거 봐라.] [오! 끝내주는데? 다시 한번.] [헤헤헤, 신성력이 확 하고 퍼져 나오는데?] [진짜 재밌다. 이거 조금 더 크면 훨씬 더 강력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겠다. 그치?] [그렇겠지?] [우리 아빠가 말해 줬는데, 신성력이 강력해지면 마물 정도는 그냥 태워 버릴 수 있대.] [마물? 그 마신이 데리고 다니는 마수를 말하는 거지?] [응.]저 카이가 말한 아빠는 분명 드래곤을 말하는 걸 거고, 마물, 마수는 데빌몬스터를 지칭하는 건가?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데빌몬스터도 죽인 후, 신성력으로 제거해 버리니까.
그건 당연한 건데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그러지 않아도 잠이 오지 않는데, 궁금증까지 생기니 더욱더 머리가 맑아졌다. 결국은.
-아, 진짜. 마물이 뭔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
[몰라.]카이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마수지. 데빌몬스터의 대장 격인?]웬일로 팅거가 대답을 해 줬다.
[웅, 그러니까 그리핀 중에 로이칸이 대장이잖아. 그런 비슷한 걸 생각하면 돼.]-오!
벨라의 찰떡같은 비유에 나는 완전히 이해가 됐다. 결국은 데빌 몬스터이긴 한데, 파워가 두 배, 세 배 강한 놈을 마물이라 지칭하는 거군.
-그런데 신성석이라는 게 그렇게 강해?
[그렇다고 들었는데? 신성석에 신성력을 불어넣은 다음, 그거로 마신을 가뒀다고.]-그게 무슨 말이야? 마신을 가두다니? 누가?
[웅,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아빠가 레어를 비운 적이 있대. 그런데 잠시 비운 거라 아무런 결계를 걸어 놓지 않고 잠깐 나갔다 왔는데, 그사이에 마신 놈이 와서 보석을 훔쳐 갔대.]-와!
간도 크다 그놈. 드래곤 족속은 원래 이기적이고 속도 좁다. 무엇보다 자신의 것을 건드리는 걸 참지 못한다.
-그런데 카이. 신성석에 신성력을 불어넣게 되면 신성석의 신성력이 두 배, 세 배도 강해질 수 있다는 거야?
[그럴걸? 한번 해 볼까?] [해 봐. 재밌겠다.]팅거가 부추기자 카이가 신성석을 향해 은은한 빛을 쏘았다. 신성석은 그 빛을 고스란히 빨아들였다.
-와!
[우와와!] [헤헷, 카이 최고다!]우리 셋은 동시에 감탄사를 흘렸다.
어쨌든 대단한 돌조각이라는 건 알겠다. 그런데 석판 조각을 모으라니.
저 조각들은 어디서 찾아내지?
퀘스트를 떠올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성석이 왜 이런 곳에 있지? 여긴 미약하지만, 마기가 감지되는 장소다. 차라리 이런 곳보다 카발라 제국이 저 돌과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선조들이 마신을 쫓아 헬로타까지 진출했다고 했으니까, 그때 용사들이 신성 석판을 이용해 마신을 어딘가 가둔 거 아니야?”
카이의 아빠 드래곤이 그랬던 것처럼.
헬로타 부흥기에는 어떻게 기록해 놨는지, 한번 보자.
나는 수정구를 재생했다.
* * *
폭발 사고로 긴장감이 감돌던 케일런 연구소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작업은 성공인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이오드 소장도 보고하는 부하 마법사도 표정이 굉장히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폭발 사고 제로.
그날 이후 폭발 사고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뜻하는 바는 상당했다.
프로젝트 주제는 인간 병기의 완벽한 통제였다.
블록이 만든 하얀 나비 폭탄처럼,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폭발하게 만드는 거, 그게 그들의 프로젝트였다.
연구소 직원들은 실험체들이 거리에서 폭발하지 않도록 상황을 조절했고, 성공했다.
그 소식을 들은 드로튼 백작은 크게 기뻐했다.
“역시 이오드 소장이군요. 케일런 연구소는 최곱니다.”
“당연한 말씀을.”
이오드는 드로튼 백작의 칭찬을 가볍게 받아쳤다.
드로튼 백작도 이오드도 한껏 콧대가 높아진 상황. 드로튼 백작이 눈매를 가늘게 뜨며 말했다.
“앞으로 필요한 건 일정표 입수겠군요.”
“이렇게 먹잇감이 떡 하니 차려질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의 원래 계획은 인간 병기를 만들고, 그들을 목표물의 근처에 배치한 후, 적당한 기회를 봐서 폭발시킨다였다.
그런데 마커스 일행이 실험체가 되어 준 지금, 그런 불필요한 과정들은 필요가 없게 됐다.
아니,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그들은 대륙적으로 유명인들. 황제, 왕들 알현도 어렵지 않다.
이제는 보다 큰 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
“준비는 끝났지요?”
“물론입니다.”
“그럼 혹시 모르니, 두 번에 걸쳐 연회를 열어야겠습니다.”
“두 번이나요? 혹시 의심하지는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런 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 번은 전염병 구제로 마을 전체 축제로, 그다음은 영웅들에게 감사의 연회를. 그 정도면 충분히 감염은 시킬 수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고의 놈들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성공가도.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이오드 마법사가 집무실을 나서자, 드로튼 백작은 통신구를 집어 들고 원로원과 연락을 시도했다.
* * *
“후우, 이제 얼추 다 끝난 것 같죠?”
“그러게 말입니다. 시작할 땐 언제 끝이 나나 막막했는데, 그래도 끝이 나긴 하는군요.”
“이게 다 율리시즈 대장 덕분이죠. 만약 저 성물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시작 단계였을 겁니다.”
“그사이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 거고요.”
슈미트 교수와 지로드 교수가 나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신성석 조각은 어느새 성물로 불렸다.
카이는 여전히 목에 성물을 걸고,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고 다녔다. 물론 벨라가 위에서 날아다니며 보호막을 유지 중이고.
“슬슬 복귀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원인도 찾았고, 우리가 여기서 할 일도 끝났으니 돌아가서 대비하는 것만 남았군요.”
“그럼 그렇게 통보하고 오겠습니다.”
“예. 그리고 기억하시죠?”
“물론입니다.”
지로드 교수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방을 나섰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서 올보그 황제에게 연락했다.
=고생 많습니다.
“고생은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요.”
정말이었다. 목숨을 건 전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몬스터 웨이브도 없는 상황.
치료만 하면 되었다. 덤으로 경험치는 엄청나게 올라갔고.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군요. 혹시 감염자들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대단하군요. 어련히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걱정 많이 했습니다.
올보그 황제는 걱정과 뿌듯함을 내비쳤다.
“그런데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뭡니까? 아는 한도 내로는 뭐든지 말해 주겠습니다.
“폐하, 헬로타 라는 곳을 아십니까?”
=헬로타?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그 헬로타 왕국 말입니까?
“예.”
역시 올보그 황제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헬로타에 관한 내용이 담긴 책은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터인데.
“사실은…….”
올보그 황제에게 피니에르 섬에 관해 간단하게 이야기했고, 신성석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헬로타 부흥기 책에 관한 건 섣불리 꺼내면 안 될 거 같아서 말을 아꼈다.
=흐음, 통신구로는 길게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우리 선조들이 마신을 무찌르고 난 후, 신성석에 봉인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기록에 마신과의 최후의 전투가 헬로타 왕국이었다고 쓰여 있었지요. 자세한 건 아마 카발라 제국이나 노아 교단에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 * *
원로에게 보고하던 드로튼 백작은 뜻밖의 명령에 반문했다.
“방역팀을 와해시키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요?”
=주요 인물들을 제거하란 말입니다. 슈미트 교수와 지로드 교수, 그리고 치료법의 주역인 몇몇 치료사들만 사라지면 될 거요. 발표를 조금이라도 늦춰야 하지 않겠소?
마커스 일행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 이곳 케일런의 정황을 발표하는 것을 늦추게 하라는 소리였다.
그 발표 속에는 안충 제거법과 예방법이 포함될 게 뻔했다.
그 치료법이 세간에 알려진다면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율리시즈 대장, 그자가 모든 걸 계획하고 지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자만 죽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드로튼 백작은 자신의 영토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게 마땅찮았다. 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되도록 관심받지 않아야 한다.
하여 이번 일을 크게 키운 원흉, 키드리히 국왕이 못마땅했다. 국왕이 돼서 국정이나 신경 쓸 것이지 이 촌구석 일까지 관심을 가지다니.
그것으로 인해, 방역팀이라는 외부인이 들어와 연구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닌가.
그런데 그런 걸 하라고? 세간의 이목이 쏠릴 게 뻔한 일을?
드로튼 백작은 그럴 바에야 차라리 한 명 정도 사고사를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안 되오, 그자는 그저 들러리일 뿐이오. 올보그 황제가 엘라로투스 제국민이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국민이라는 생각을 온 대륙에 심기 위해 쓰는 패란 말이오.
“율리시즈 대장은 결국 올보그 황제의 꼭두각시란 말씀이군요.”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소? 그가 언제 단독으로 움직였다는 걸 들은 기억이 있소? 그자 주변에는 언제나 걸출한 인물이 있소. 지금처럼.
“그런 자라면 우리 사람으로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아주 유용할 것 같습니다.”
=역시, 드로튼 백작은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가는군요. 그는 이미 우리 그물에 들어온 자요. 잘 구슬려 보시오.
“알겠습니다.”
통신구를 끊은 드로튼 백작은 비서관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초대장을 보내.”
“알겠습니다.”
연회 준비는 이미 끝난 상황. 이제 그들을 맞이하기만 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