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34)
끼요오오오!
뾰로로롱!
짹째째짹!
카이와 팅거, 벨라가 괴성을 내지르며 방안을 휘젓고 다녔다.
카이는 짧은 다리로 토도토톡 방을 뛰어다녔고, 팅거와 벨라는 날개를 팔락거리며 두 발로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오랜만에 산책 가는 개들이 현관 앞에서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며 광분하는 모습과 겹쳐 보여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녀석들, 저렇게 좋나?”
잔뜩 흥분한 녀석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책을 펼쳤다. 헤렌제 왕국에서 구한 이다.
“샤베르크가 투본산이라니.”
드워프 영감님들로부터 들었던 정보.
만약, 그 말을 듣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나는 이 책에 나온 샤베르크를 찾아 대륙을 헤매고 돌아다녔을 거다.
나는 드워프 영감님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책을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읽어나갔다.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났다.
“공자님!”
세이건이 방으로 들어오면서 말을 이었다.
“쟤들은 왜 저렇게 흥분했어요?”
왜긴, 투본산에 가서 누보를 먹는다고 저러는 거지.
“글쎄.”
“오랜만에 고향에 와서 기분이 좋은가 보네요. 가만, 카이는 여기 처음 아니에요? 뭐, 그래도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좋네요.”
세이건은 녀석들이 투다닥 거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세이건은 화들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
“아이고 제가 저 녀석들 보느라 깜빡했네요. 공자님, 백작님이 찾으세요.”
확실히 빠르시군.
“알았다. 집무실에 계시지?”
“예.”
나는 곧바로 책을 덮고 백작을 찾았다.
“찾으셨다고요.”
“오, 그래. 거기 앉거라.”
자리에 앉으니, 백작의 비서관 토드가 얇고 낡은 책 두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네가 부탁했던 거다.”
영지로 돌아오기 전에 백작에게 책들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키워드는 테페론과 헬로타.
‘마물의 신 테페론’의 영향이었다.
만약 테페론이나 헬로타가 언급된 책이 있다면 그 책 속에 신성석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 나름 머리를 굴린 방법이었다.
“이렇게 빨리 구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고맙습니다.”
“토드가 고생 좀 했지.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없더구나. 그리고 정보상을 통해 다른 나라 사정도 알아보긴 했는데, 우리 제국과 별반 다르지 않나 보더군.”
책 위에 놓인 목록을 보니, 애틀리스 황궁 도서관에 세 권, 아크리스 왕국에 한 권, 콘스턴 왕국에 한 권,
그리고 플린트 공국에도 세 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책들은 왜 찾았던 거냐? 고서라 값이 나가는 것 외는 그저 흥미서인 책을.”
이곳 사람들은 소설을 흥밋거리, 즉 흥미서라 부른다.
하긴, 나도 처음 ‘마물의 신 테페론’ 첫 장을 읽곤 그런 생각을 했었지.
“그냥 흥미가 생겨서요.”
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테페론과 헬로타에 관한 내용을 없앤 게 틀림없다.
“영웅전이나 역사서에 빠진 내용이라도 찾고 있느냐?”
“예.”
“하긴 그런 거에 의외로 단서가 나오긴 하지.”
확실히 백작은 머리가 잘 돌아간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니, 백작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정식 책보다는 구전 전설이나 신화, 또는 그걸 이용한 연극 같은 것을 찾아보는 게 낫겠구나. 생각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들도 꽤 많지. 진실을 가려내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그래야겠어요.”
백작은 그런 내게 열쇠를 하나 건넸다.
“기념관 지하 보관실 열쇠다. 선조에 관한 자료가 꽤 많을 거다. 연극 대본도 봤던 기억이 나는군.”
백작이 말한 기념관은 선조 바트롱가를 기리는 건물로, 그의 업적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 조각, 무기, 책 등.
바트롱가가 등장하는 것이라면 뭐든 수집해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로 내가 원했던, 아니 내가 원했던 이상의 정보를 구할 수 있었으니까.
“후, 아무래도 정보가 부족해. 고대 지명을 알아내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니. 아무래도 황궁에 가 봐야겠어.”
고대사, 건국사에 관한 책은 황궁 도서관에 제일 많을 거니까.
“아버지가 말씀하신 자료는 레가시에게 부탁하고 가자.”
아버지와는 다른 루트로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
나는 통신구를 들었다가 생각을 달리했다. 모처럼 얼굴을 보러 가는 것도 괜찮겠지.
시장에 간다고 하니, 팅거와 카이가 화를 버럭 냈다.
[투본산 간다면서?] [투본산 가는 거 아니었어?]-아직은 못 가.
[왜?]-바빠.
[뭐라고? 하루 종일 뒹굴거리기만 했으면서 바쁘긴 뭐가 바빠?] [와! 사람 그러는 거 아니다!] [힝, 요즘 힘도 없어서 누보 먹고 싶은뎅.]두 녀석은 물론이고 벨라까지 원망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갈 거야. 조금 있다가.
[언제?]눈을 세모꼴을 하고 나를 노려보는 카이에게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바비큐 사 올게. 그리고 너희들에겐 과일 음 오렌지와 체리가 있던가?
[뭐, 그렇다면야 좀 참아 볼까?]팅거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크흠, 여기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좀 쉬었다 갈까?] [헤헤헤, 무화과도 있으면 사 와.]-알았다.
나는 녀석들에게 손을 흔들고 레가시를 만나러 갔다.
“준비해 둔 자료가 있습니다.”
레가시는 단 5초도 주저하지 않고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본이었다.
“너, 혹시 내 방에 감시 카메라라도 달았냐?”
신속 정확 그리고 기밀유지에 철저한 자이지만,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놀랐다.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심지어 뻔뻔한 면까지.
“그냥 내 부하해라.”
“아직은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요.”
“말이나 못 하면.”
“그러지 마시고 우디올을 수하로 삼으시죠, 전 그냥 용병으로 족합니다.”
“우디올은 또 어떻게 알았어?”
“유명하잖습니까?”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나머지도 준비해.”
나는 레가시 앞에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든 레가시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역시 공자님은 통이 크시단 말입니다. 제가 열심히 정보를 모을 수밖에 없게 만드신다니까요.”
“나는 한 만큼 보상한다. 더 노력해 봐.”
그렇게 대답하곤 일어서는데.
“메타렌 후작 선대 조상 중에 신화와 전설을 연구한 분이 계십니다. 자료가 많을 겁니다.”
“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어차피 황궁 도서관에 가 볼 생각이었기에, 다음 날 바로 애틀리스로 떠났다.
* * *
다각다각…… 다각.
마차를 타고 메타렌 후작가로 가고 있는데,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거 로이칸을 타고 올 걸 그랬나?”
출퇴근 시간도 아닌데, 교통체증이라니.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밖을 내다봤다. 여전히 앞뒤로 마차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왜 이렇게 막히지?”
세이건마저 한숨을 내쉬었다.
메타렌 후작 집에 너도나도 드나든다는 말을 들었다. 바인랜드 공국에서 돌아온 메타렌 후작이 연일 연회를 열고 있다고 했으니까.
소금 광산 인수 때문이라고 했었다. 여전히 이곳은 소금, 설탕, 후추 같은 게 비싸니까.
그렇지만 이건 좀 과했다. 이렇게 마차로가 막힐 정도라니.
어쨌든 지겹게 기다려서 결국 도착하긴 했다.
“허허, 이거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별말씀을, 이렇게 찾아 줘서 고맙습니다. 헤렌제 왕국에서 어마어마한 활약을 했더군요. 자랑스럽습니다.”
“결국은 우리 제국을 위한 일인걸요. 후작님이라도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아이고 난 그렇게 못합니다. 차라리 전장이 낫지. 세상에 그게 뭡니까?”
메타렌 후작은 몸서리친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수기 구입이 여긴 어려운 게 아니더군요. 주문해도 물건이 없다고 하니.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 이 넓은 저택에 정수기가 한 대뿐이라니.”
나는 그런 메타렌 후작에게 씩 웃어 준 후, 고개를 살짝 틀었다. 마침 이곳 하인들이 커다란 짐을 가지고 들어왔다.
“아버님이 후작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아이고, 그냥 와도 되는데.”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많이는 못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
“맞습니다. 정수깁니다.”
“호오! 이런 귀한 것을. 정말 고맙습니다.”
율리시즈 백작 말에 의하면 요즘 정수기 인기가 엄청나다고 했다.
볼프 탑주의 홍보 효과도 있지만, 헤렌제 왕국 케일런에서 일어난 일이 알려진 것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함께 따라온 세이건과 헤인켈에게 설치를 하라고 지시한 후, 메타렌 후작을 따라 접객실로 들어갔다.
“하하하, 율리시즈 백작이 통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통이 클 줄은 몰랐습니다.”
“별말씀을요. 후작님 덕분에 만달 광산을 소개받지 않았습니까? 아, 로이튼 남작께서는 잘 계십니까? 부인께서는 어떤지 모르겠군요.”
“두 사람 다 잘 지냅니다. 특히 로이튼 남작은 일이 잘 풀리고 있죠. 아, 아시겠군요. 드로튼 백작 사건 말입니다.”
“아, 그 일은 유감이었습니다.”
“유감이긴요. 그자가 제피크 마탑을 노리고 있었는데, 잘 되었죠. 아마 플린 의장 쪽이 급할 겁니다. 제피크 마탑을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어 원로원을 완전히 장악할 생각을 했을 건데 말입니다.”
메타렌 후작은 나를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예 대놓고 말했다.
나는 접객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굉장히 오래된 서적 같습니다.”
나는 유리 케이스에 전시해 놓은 책을 가리켰다. 역시가 깊다는 걸 자랑하는 것일 테지.
“하하하, 그냥 장식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한번 봐도 될까요?”
나는 말과 함께 일어나, 전시된 책을 향해 걸어갔다.
“고서에 관심이 많습니까?”
“신화나 전설 같은데 관심이 좀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좀처럼 문헌 찾는 일이 힘들어서 많이 보진 못했습니다.”
“허어, 율리시즈처럼 오래된 가문에 저런 책이 별로 없다고요?”
“선조이신 바트롱가에 관한 것 말고는 없거든요.”
나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흠, 그렇군요. 음, 언제 시간이 나면 말해 주십시오. 지하 서고에 율리시즈 대장이 말한 그런 책이 제법 많습니다. 가문 대대로 고서 외부 유출을 금하고 있어서 빌려 주는 건 힘들지만, 서고에서 보는 것 정도는 괜찮으니까요.”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메타렌 후작저의 지하 서고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카이와 팅거, 벨라를 대동하고.
* * *
마커스가 메타렌 후작저에 연이어 이틀이나 드나드는 소식은 곧바로 펠로톤 3황자 귀에 들어갔다.
“뭐? 그 말이 사실이더냐?”
“얘, 어제에 이어 오늘도 메타렌 후작저를 방문했답니다.”
“흐음, 신기한 일이군.”
말을 그렇게 했지만, 펠로톤 3황자는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메타렌 후작, 생각보다 능력이 있어.’
올리프 공작이 제거되고 난 후, 후임자를 자신이 될 거로 확신한 메타렌 후작. 그러나 올보그 황제가 율리시즈 백작을 어여뻐하는 걸 알고는 곧바로 노선을 갈아탔다.
올리프 공작의 부재로 와해되던 귀족파를 그대로 꿰차 버렸다.
그리고 더욱더 결속을 다졌다. 거기엔 중화마기가 뒷받침이 되었지만, 펠로톤 3황자는 그런 속사정까지는 몰랐다.
그저 그에겐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굳건해진 것으로 만족했다.
그랬는데, 황태자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마커스까지 회유했다니.
“아주 좋아.”
이 기회만 잘 이용하면 황태자를 짓밟고 설 수 있다.
펠로톤 3황자가 기뻐하는 사이, 마커스는 올보그 황제를 알현 중이었다.
“방금 무어라 말했습니까? 남부 일대가 물난리가 났다고?”
“예. 기록적인 홍수로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명 피해도 적지 않을 터이니, 구조대 파견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마커스의 발언에 대전에 있던 대신들이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커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고가 올라왔어야 했다.
그러나 마커스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도 새로운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
“허어,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여봐라. 재난대책국 국장을 들라 하라.”
올보그 황제의 명령에 재난대책국 국장이 불려왔다.
“남부 일대 상황은 어떠한가? 홍수로 산사태가 발생할 것 같다던데.”
재난대책국 국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잠시 지은 후, 대답했다.
“폐하, 지금 남부 지방은 장마가 시작되긴 했습니다만, 산사태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매년 오는 장마일 뿐입니다.”
“흠, 그런가?”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올보그 황제가 마커스와 재난국장을 번갈아 보고 있는데, 대전으로 시종 한 명이 급하게 들어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폐하. 이슈타 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서 산 아래에 마을, 브릴렌이 매몰됐다고 합니다.”
“뭣이라고?”
올보그 황제의 크나큰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