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49)
방역교육은 성공적이었다.
사실 축산국 직원이 목장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어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미 교육용 영상을 통해 직원들은 숙지한 상태였다. 그러나, 왕실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바로 홍보.
잘못된 위생 관념을 전환하기 위해서 엘라로투스 제국은 최고 치료사인 볼프 탑주를 내세웠다. 같은 맥락으로 아크리스 왕국에서는 나름 추앙받고 있는 나를 내세울 뿐이다.
그리고 기자들이 알아서 잘 포장해 줄 것이다.
그 선봉에 벤도르 기자가 있었다. 에른이 벤도르 기자가 쓴 기사를 읽으면서 한마디 툭 내뱉었다.
“이 벤도르 기자가 쓴 기사,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데요? 지난번 대장께서 이곳 아크리스 왕국에서 발생한 유행병 사건을 종식한 기사도 대단했었는데 말입니다.”
“아, 그 기사. 나도 굉장히 흥미롭게 봤습니다. 그 기사에서 처음으로 대장 이름을 접했죠. 그나저나, 이 기사를 읽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포션이라도 사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원 찝찝해서.”
발로우가 인상을 쓰며 오른팔로 왼팔을 쓸어내렸다.
그 심정 나도 안답니다. 발로드 마법사님.
이 정도 기사로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데, 현미경으로 촬영한 기생충 사진이 신문에 올라온다면…….
아직 배율이 낮긴 하지만, 엄청난 반향이 일어날 거다.
아버지께 연락해서 구충 포션 생산을 늘리라고 말씀드려야겠군.
“그런데 대장님. 이럴 땐 무슨 포션을 먹어야 하는 겁니까?”
발로드는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당히 찝찝한 모양이다.
“세이건. 드려.”
“아, 맞다. 잠시만요.”
세이건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곤 손에 포션 몇 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거 우리 상단에서 출시한 구충 포션입니다.”
“구충이라면. 혹시 벤도르 기자가 쓴 기사에 언급된 기생충을 없애는 포션입니까?”
“맞습니다. 우리 제국민들은 대부분 복용했을 거로 생각해 깜빡했습니다.”
“허어, 이런 게 있었군요. 그래서 다들 포션 하면 율리시즈 포션이라고 하는군요.”
어느새 율리시즈 상단은 포션 명가로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공자님, 대단하죠?”
“허어. 혹시 이것도 대장이 만든 겁니까?”
“운이 좋았습니다.”
만달 광산 주변에서 아테미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구충제 생산에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어쩌면, 만들 생각을 아직도 못 했을지도 모르고.
“운이라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대장처럼 뛰어난 사람은 못 본 것 같군요.”
“드시지요. 그리고 일주일 후에 한 병 더 마시세요.”
“고맙습니다. 대장 덕분에 불안한 마음이 좀 가시는 것 같습니다.”
그때, 거실로 이 저택의 집사가 들어오는 바람에 대화는 중단됐다.
집사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거실에 온 이유를 말했다.
“벤도르 기자님이 오셔서 접객실로 모셨습니다.”
“아, 그래요?”
우리는 지금 아크리스 왕실에서 마련해 준 저택에 머무는 중이다. 앞으로 내가 소화해야 할 교육이 세 번. 그 동안 벤도르는 나를 따라다니며 연속 기사를 써낼 예정이다.
“세이건, 가방에 구충 포션 몇 개나 있지?”
“백 병? 그 정도 있어요.”
그 정도면 일단 이번 참석자들에게 나눠 줄 수 있겠네. 나머지는 다시 공수해 오면 되니까.
“그거 몇 병만 좀 챙겨서 와.”
“예, 알았습니다.”
나는 세이건이 챙겨 온 포션을 들고 접객실로 갔다.
“벤도르 기자님. 기사 잘 봤습니다.”
“하하하, 이번에도 고문님 덕분에 일간사에서 고개를 들 수 있었습니다.”
“별말씀을요. 다 벤도르 기자님이 기사를 잘 써 준 덕분이지요.”
“아닙니다. 고문님께서 늘 좋은 기삿거리를 주신 덕분입니다. 그런데 그건 뭡니까?”
“이거 기자님이 흥미를 보일 만한 겁니다.”
나는 벤도르 기자에게 씩 웃어 보인 후, 입을 열었다.
“기자님이 쓴 기사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었지요. 엘라로투스 제국에는 이러한 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포션이 등장했다는데, 우리 왕국에서도 빨리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그랬죠. 그렇다면 이게 바로…….”
벤도르 기자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맞습니다. 구충 포션입니다.”
“오, 그렇군요.”
벤도르 기자가 눈빛을 반짝였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마시면 됩니다.”
“저 주시는 겁니까?”
“예, 그리고 이건 기자들에게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를 쓰면서도 계속 찝찝했는데.”
나는 벤도르가 포션을 까서 마시는 걸 지켜본 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건 그렇고 어떻던가요?”
“고문님이 말씀하신 대로, 로테르 자작이 목장을 세 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두 개는 얼마 전에 사들인 거고요. 유행병이 돌 때, 망한 목장을 사들인 것 같습니다.”
벤도르가 저렇게 말을 하는 건 확실하다는 뜻이다. 나는 계속 이어서 말을 해 보라는 뜻으로 허리를 응접 소파 깊숙이 묻었다.
“고문님이 말씀하신 대로 로테르 자작의 목장, 확실히 이상합니다.”
“어떤 것이 이상하던가요?”
“우선 규모가 작았습니다. 아, 규모가 작다는 건 크기가 작다는 게 아니라 사육두수가 작다는 말입니다.”
역시 벤도르는 촉이 좋았다.
“그 세 개 목장 중에 어디가 제일 이상하던가요?”
“가르티제라는 영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마차로 반나절 거리에 있는 곳인데, 로테르 자작령이죠. 거기 목장이 제일 수상합니다.”
“대단하군요.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정보를 알아보다니.”
“아닙니다. 고문님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고문님.”
“말씀하세요.”
“로테르 부국장을 조심하십시오. 지난달, 로테르 부국장이 플린트 공국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만난 자가 신수밀렵 단체로 의심받는 자였습니다.”
“아, 그렇군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물어봅시다. 이번에 구조된 동물들 후속 기사, 나오는 거죠?”
“당연한 말씀입니다. 지금쯤 그 기사에 목매고 있는 기자들이 제법 될 겁니다.”
일정을 계획대로 소화하고 나니, 늦은 저녁이었다. 이 시간이 되도록 녀석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녀석들이란, 팅거, 벨라, 카이 그리고 로이칸이다.
나는 보호소로 이송된 동물들이 걱정돼 녀석들에게 가 보라고 말했다.
가서 마나도 쏴 주고, 못 다 준 마정석도 주고.
“공자님. 애들은 아직 안 왔어요? 배고플 건데, 어딜 갔지? 여기 놀 데가 많나?”
세이건이 내가 서 있는 정원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오겠지. 일단 먹을 거나 준비해 둬.”
“예, 그런데 누가 나쁜 짓 한 건 아니겠죠? 예쁘다고 데려가거니, 아니면 구조돼 보호소에 있는 애들처럼 잡아갔다거나.”
“설마.”
그런 놈들을 누가 감히 잡을 수 있겠냐?
세이건이 먹이를 준비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로이칸이 날아왔다.
그리곤 갔다 왔다는 말도 없이 다들 먹이통 앞에 가서 각자 얼굴을 박고 챱챱챱, 콕콕콕, 먹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난 후, 카이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후아, 온종일 일을 했더니, 쉬고 싶다.]-그럼 넌 여기 있어. 나 혼자 후딱 갔다 올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널 어떻게 믿고.] [그건 그렇지. 마커스 예는 신성석이 코앞에 있어도 못 찾을 거야.]팅거가 카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무슨 소리야? 내가 신성력을 얼마나 잘 감지하는데?
[시끄러워. 로이칸, 너도 같이 가자. 마커스에게 안겨 가는 것도 일이야. 네가 편해. 좋아.] [나도 너희들과 함께 가는 거 좋다.]로이칸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보호소에 갔다 와서 피곤할 텐데.
[안 피곤하다.]최근 마차로 이동을 해서 혼자 날아다니는 게 심심했나 보다.
-그래, 가자.
[가자! 로이칸.]팅거가 로이칸 머리에 서서 빨간 날개를 쫙 폈다.
-은신!
[보호막. 헤헤.]벨라 역시 오랜만에 로이칸을 타고 나는 게 좋은 것 같았다.
-그래, 가자.
가면서 팅거와 카이가 보호소 이야기를 해 줬다.
대륙의 별들이 관심을 가지는 초미의 사건. 당연히 구조된 동물들의 처우도 대단했다.
치료사들이 치료하고 있지만, 백 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치료하는 건 만만치 않다.
생각 같아선 나도 치료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일정이라는 게 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믿는 구석도 있었고.
[우리가 나타나니까 뭐라고 한 줄 알아?]카이가 거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위대한 신수님, 드래곤 님! 마정석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했겠지.
[바로 그거야. 크헤헤헤, 역시 나는 위대한 드래곤이다.] [크흑, 호캣과 실버폿이 우리를 우러러보는 모습을 마커스 네가 봤어야 했는데.]턱을 치켜든 팅거의 목소리가 아주 거만했다.
-그것 봐. 내가 마정석을 주자고 할 때, 말 듣길 잘했지?
호캣과 실버폿들의 기력을 빨리 회복시키기 위해 녀석들의 마정석을 회수했다.
그런 후, 자기 것을 빼앗아 갔다며 나를 보고 씩씩거리는 녀석들에게 아파 보이는 애들에게 하나씩 물어다 주라고 했다.
나보다 마나감이 좋은 녀석들이니 적절하게 줄 거로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유효했다.
아니 아주 좋은 효과를 보였다.
다 죽어 가던 동물들이 마정석을 먹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보람이 있었겠지만, 구조 동물들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 것. 그거 이상의 보상이 또 어디 있을까?
보호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다.
보통 같으면 벨라가 다 왔다는 소리에 위치를 파악했겠지만, 카이가 먼저 반응했다.
[아주 좋은 곳이다. 좋은 냄새가 나.]-그래?
저 말은 신성석이 있다는 뜻. 나는 로이칸에게 말했다.
-로이칸, 여기 잠시 내렸다 가자.
[여기가 가르티제양.]-그래?
로테르 자작령에서 신성석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그동안 신성석을 발견했던 장소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헤렌제 왕성, 드로튼 백작저, 피니에르 섬, 오플람 영지, 라빈스 동굴, 월트셔 남작가, 그리고 이곳 가르티제.
“마신의 심복들이 신성석의 흔적을 없애려고 어지간히 노력했군.”
어쩌면 지금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가르티제에 도착한 순간, 나는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성석의 존재가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느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 * *
한편, 아크리스 왕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프라이본이라는 곳에선 마커스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었다.
“이번 일로 플린 원로의장이 타격을 좀 받았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런데 그렇게 대놓고 신수들을 밀렵하다니, 도대체 누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원래 원로원들이 하는 일이 그렇지 않습니까? 오히려 잘 된 것 같습니다. 최근 원로들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니는 꼴이 참 눈에 거슬렸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그들이 이번에 행한 일은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군요.”
“섣부른 판단입니다. 조사에 의하면 그자들이 신수를 밀렵한 게 3년도 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전까진 잘 돌아갔다는 거죠. 그런데 3년이 지난 이제야 발각이 됐다는 건…….”
이야기가 잠시 끊겼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이야기가 재개됐다.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겠죠.”
“내부 고발자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하긴, 원래 원로원이 그런 집단이었죠.”
그때, 누군가 불쑥 말을 꺼냈다. 여기서 가장 젊은 티티제 베이크였다.
“호헨님들, 마커스 율리시즈라는 자를 아십니까?”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호헨가르트라는 오래된 모임을 이끌고 나가는 주역들. 그들은 서로를 호헨이라 부르고 있다.
“당연히 알지요. 마커스 백작을 왜 모르겠습니까?”
크리턴슨 왕이 마커스에게 백작위를 내릴 때, 율리시즈 백작이라 불리면 부친과 헷갈릴 수 있다며 마커스 백작으로 지칭해 달라고 마커스가 요청한 바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아크리스 왕국에서는 마커스를 마커스 백작이나 율리시즈 백작. 또는 고문이라고 부른다.
“알지요. 우리 축신국 고문 아닙니까?”
마커스 백작이라는 말에 티티제는 살짝 양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마차 전복사건 현장에 그자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호오, 나도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보아하니, 원로원 측에서 무마하려고 애를 쓴 모양인데, 소용이 없었나 보더군요.”
“예, 조사관의 보고서를 보니, 현장에서 마법을 쓴 흔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자리에서 왜 갑자기 마커스 백작을 언급하는 겁니까?”
“마커스 율리시즈, 그자가 블론과 유리아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그 말, 사실입니까?”
“말도 안 됩니다.”
티티제 베이크의 발언에 좌중이 술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