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56)
쏴아아아아!
후우웅!
흰색, 보라색, 붉은색, 초록색 등 갖가지 마나가 루나에게 흩뿌려졌다.
카이, 팅거, 벨라까지 힘을 합친 것.
그렇게 10초 정도 지나자 죽은 듯이 온몸이 축 처진 루나의 몸이 꿈틀거렸다.
[어엇! 루나가 깨어났다!] [살았다!] [흐힛.]녀석들의 말대로 루나가 깨어났다.
끼…….
루나가 눈을 뜨며 끙끙거리자, 발로우가 감격한 목소리로 루나를 불렀다.
“루, 루나야!”
끼이잉!
발로우의 떨리는 손이 루나의 털끝만 살짝 스쳤다. 만졌다가 잘못될까 봐 주저하는 손길이었다.
루나를 바라보는 발로우의 눈빛엔 여러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발로우에게 나직이 말했다.
“저 마법사, 아직 살아 있어요.”
그러자 발로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마법사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사정없이 마법사를 발로 찼다.
퍽!
“윽.”
“죽어라, 샤울바, 이 자식아!”
저 마법사가 샤울바였군.
발로우가 손을 하늘로 뻗었다. 갑자기 밤하늘에 떠 있던 별이 사라졌다. 먹구름이 몰려온 것.
발로우는 번개를 부를 생각인 거다.
“안 돼요!”
나는 소리치면서 발로우를 잡았고, 그런 나를 발로우는 흉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왜 잡으십니까?”
나는 발로우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뼛속 골수까지 빼먹어야 하니까, 아직 목숨은 붙여놔 주죠.”
발로우의 눈매가 더욱 짙어졌다.
* * *
나는 발로우의 실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순식간에 샤울바의 이성이 제어되고 있었다.
“최면마법에 걸렸습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발로우는 내가 지시하는 내용을 샤울바에게 질문했다.
“누가 네놈을 이리로 보냈지? 아니 그 전에 여긴 어떻게 알고 왔나?”
“월…… 크윽.”
샤울바는 입을 열다 말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 자식, 진짜 독하군.”
발로우가 샤울바에게 손을 뻗자, 샤울바의 몸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곤 샤울바의 머리카락이 올올이 하늘로 치솟으며 샤울바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으아아아악!”
[흠, 저렇게도 사용할 수 있군. 기억해 둬야겠어.]몸을 숨긴 채 들어와 있는 카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게 뭔데?
[번개를 쪼개서 쓰는 건데?]-번개를 쪼개?
[응.]“온몸이 타는 느낌일 거다. 말하지 않으면 네놈의 몸속을 싹 다 태워 주지. 그런데 알지? 한 번 더 공격받으면 죽을 때까지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거.”
“크으윽, 주, 죽여라, 차라리 날 죽여라.”
“그렇겐 못 하지. 그런 자비는 내게 기대하지 마라.”
발로우가 그렇게 말을 하곤 다시금 손을 올리는데.
“마, 말하겠다. 뭐든지 물어봐라.”
“훗, 그걸 누가 믿냐?”
발로우는 조금 전과 같은 행동을 다시금 했고, 결국 샤울바는 기절했다.
그 후로는 아주 쉽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원로원과 호헨이라는 집단과 손을 잡는다니, 도대체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나는 기절한 샤울바에게 회복포션을 뿌리고 있는 발로우에게 물었다.
“발로우 마법사님은 호헨이라는 단체를 압니까?”
“마신의 힘을 좇는 자들이라는 것, 그리고 두 단체가 사이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한 무리는 마신을 추종하고, 다른 무리는 마신을 도구로 삼으려 하고. 그들 두 집단이 뭉쳤다.
호헨이라는 단체도 그렇겠지만, 손해 볼 짓을 절대로 하지 않을 놈들이 원로원이다. 그런 그들이 다른 집단과 협업을 한다고?
그때 지금까지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던 샤울바가 신음을 토해 냈다.
“으, 으으으.”
“이런, 다시 시작해야겠군.”
발로우가 나를 보며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물어볼 게 또 있습니까?”
“음, 더는 없는 것 같…… 아, 혹시 기회가 되면 저자만 할 수 있는 마법을 좀 물어봐 주세요.”
이건 카이의 요구였다. 비, 바람, 우박으로 우리를 공격해 온 게 재미있었다며 샤울바만이 할 수 있는 자연계 마법은 없는지 궁금해했다.
“아, 그런 건 제가 또 잘 합죠.”
발로우가 손을 뻗었다. 공격하는 자세였다.
“그럼 부탁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 녀석을 탈탈 털어서라도 알아내겠습니다. 아, 그리고 대장님. 여기 준비된 포션, 제가 다 써도 되겠습니까?”
“편하게 쓰세요.”
나는 뒷일을 발로우에게 맡긴 후, 방을 나섰다.
뒤에서 악, 큭, 크아악, 소리가 났지만, 문을 열고 나오자 더는 신음이 들리지 않았다.
“사일런스 마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군.”
* * *
이용가치가 있는 샤울바를 이대로 죽이기에는 아깝다는 판단이 섰지만, 당분간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샤울바를 끌고 다닐 순 없었다. 나는 곧장 올보그 황제에게 연락을 취했다.
여기서 가까이에 있으면서 마법사를 호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우호국 플린트 공국이 협조하기로 했다.
하여 우리는 이곳 드찬테에서 호송마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날아든 희소식.
신수밀렵꾼에게 전쟁을 선포한 세 개의 별이 본보기로 로테르 자작을 사형했다. 그리고 그의 재산은 국고로 몰수, 그중에 가르티제 목장 소유권이 내게로 넘어왔다.
“잘됐군.”
“아주 좋습니다. 대장님. 대장님 재산이 가파르게 늘어나서 기쁩니다.”
“에른, 거기 목장에 쓸모없는 건물들이 제법 많아. 그거 싹 다 밀고 조만간 가게 될 투본산처럼 만들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장님.”
“응?”
“그거 왕궁에서 해 주면 안 될까요? 건물 해체 작업에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에 로테르 자작 재산 몰수액이 상당히 많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동기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으니까요.”
“그래? 그럼 그 건은 네가 알아서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건 하나, 랭커스 상단에서 주관한 저녁 식사에 참석하는 일이었다.
스탠드 연회 형식의 저녁 식사에서 나는 랭커스 상단과 관계된 여러 인물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과 짧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니, 티티제가 다가왔다.
“율리시즈 고문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나도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거 받아 주십시오.”
“뭡니까?”
“영웅전을 좋아하신다는 말에 급하게 구한 책입니다. 고문님 조상님도 등장하는 흥미섭니다. 알려진 내용이 아니라 흥미로우실 겁니다.”
“기억하고 있었군요.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모처럼 대화가 통하는 분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율리시즈 영지에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티티제는 속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런 티티제에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언제든 오십시오, 환영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티티제 베이크라는 이자, 이번으로 만남이 끝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티제가 준 책은 .
“검은 늑대가 마신이란 말이지?”
이 책에선 마신을 검은 늑대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늑대는 프라이본에서 죽었다.
흥미로운 내용에 발코니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자니, 갑자기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렸다.
“어? 눈?”
“공자님, 눈이 와요. 눈.”
“이상합니다. 이런 날씨에 눈이라니.”
세이건과 에른이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상하다는 말을 연신 해 댔다.
당연했다. 지금 이 눈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카이 저놈이 만든 눈이었으니까.
뽀작뽀작뽀작.
카이가 걸어갈 때마다 들리는 소리.
[신기하다.]카이는 자기가 만든 눈을 밟으며 연신 신기하다, 차갑다. 재미있다를 외치며 새하얀 정원에 발자국을 찍었다.
컹컹컹컹!
꾸웩헤헬헬.
스피카와 호크는 카이보다 더 신이 났는지, 아예 정원에 드러누워 온몸을 비비대며 좋아했다. 심지어 입을 벌려 눈을 먹기도 했다.
[주인님. 시원해요.] [클훼훼훼. 맛있다.]두 녀석은 아예 얼음과자을 먹는 것처럼 즐거워했고, 그걸 보고 있던 카이가 녀석들 옆에 드러누워 따라했다.
입을 벌리고 눈을 받아먹던 카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보라색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야, 마커스 이거 뭐냐? 이거 되게 맛있다. 부들부들한데 시원해.] [웅, 몽글몽글한 게 너무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사르륵 녹아. 에헤헤.]벨라까지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을 콕콕 부리로 찍으면서 좋아했다. 그때, 눈앞에 뭔가가 지나갔다.
팍.
아주 조그만 눈뭉치가 카이 몸에 가 닿았다.
[앗! 뭐지?] [이힛, 성공!]팅거 녀석이 던진 거였다.
[어엇, 감히 나를 공격했겠다!]카이 녀석이 오동통한 앞발로 눈을 뭉쳤다. 녀석들의 눈싸움이 시작된 것.
처음에는 그저 부리로, 앞발로 눈을 뭉쳐 던진 게 어느새 마나로 눈을 뭉쳤고, 점점 규모가 커졌다.
쿠웅.
퍼엉.
잘못하다간 건물이 날아가게 생겼다.
-이것들아, 그만해!
나는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녀석들이 내 말을 이렇게 잘 들을 리가 없는데, 뭐지?
그때, 마침 저 멀리서 마차 소리가 났다.
다가닥 다가닥.
기다리던 사람들이 온 거다.
[에이, 한창 재미있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저 사람들 가고 나면 다시 놀자.] [응.]커다란 눈덩이로 서로를 죽일 듯이 공격해 대던 카이와 팅거는 언제 싸웠냐는 듯 나란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곧바로 거실에 놓인 테이블로 가더니 카이는 육포를, 팅거는 쿠키 접시에 코를 박았다.
녀석들, 귀엽긴 하네.
회복 포션을 다 쓴 발로우가 샤울바에게 얻어낸 정보는 상당했다.
“세이건, 가서 발로우 마법사님께 준비하라고 말해.”
“알겠습니다.”
곧이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도착했다. 플린트 공국 카알리 왕이 보낸 자들로 샤울바를 잡아갈 기사들이다.
마법차단 구속구, 마법차단 내실, 지난 며칠 계속 이어진 고문으로 의한 신체 능력 상실로 호송 중에 샤울바가 탈주할 염려는 없어 보였다.
마차가 출발하기 전, 호송 책임자가 다가왔다.
“전하께서 이걸 전해 드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호송 마차가 출발했고, 나는 플린트 공국 인장이 찍혀 있는 봉투를 열었다.
투본산 목장은 모두 정리했으며, 그 자리에 내가 부탁한 건물을 세워놨다는 내용이었다.
저 녀석들이 좋아하겠는데? 특히 별장을 외치며 집타령을 해대던 카이가 많이 좋아할 것 같았다.
플린트 공국에서 온 사람들이 떠난 후, 우리도 마차에 올랐다.
[드니체가 깨끗해.] [프라이본도 그 정도면 괜찮지.] [그래도 드니체. 야. 마커스.]카이와 팅거가 암호 같은 대화를 나누더니, 카이가 나를 불렀다.
-왜?
[넌 어디가 좋냐?]-나? 둘 다 괜찮던데? 음 첨탑이 있으니까 드니체가 나으려나? 그런데 왜?
[둘 중 한 군데 별장을 만들려고.]-별장? 누가 짓는데?
[마커스 네가.]-귀찮아. 가뜩이나 가르티제 목장까지 관리해야 하는 판에, 그냥 거기로 만족해.
[쳇, 여기가 좋다니까. 신성력으로 정화도 한 도신데.] [아직 프라이본은 정화가 덜 됐잖아.] [거기도 조금 기다리면 될 거야.]녀석들의 대화를 듣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라이본이 정화가 덜 됐다니? 거기 유리아 영향권이었잖아?
[그렇긴 한데, 그놈들 자체가 좀 탁해.]-누가?
[있잖아. 네게 친한 척하던 놈.]-티티제?
[그래. 그 외도 몇 놈 있었는데, 그놈들 때문에 좀 탁해. 뭐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그놈이 마기가 있어? 몰랐는데?
[마기라니? 그놈 마기는 없어,]-그럼 뭔데?
[아무튼 그런 게 있어.]그 뒤로 녀석들에게 티티제에 관해 물어봤지만, 카이는 뜻 모를 말들만 늘어놨다.
그것도 잠시, 카이는 졸린 지, 앉은 자세로 졸기 시작했다.
나는 카이를 편안한 자세로 눕혀준 후, 창밖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월트셔 이놈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거지?
샤울바가 털어놓은 정보에 의하면 그 자식은 절대로 살려 두면 안 될 놈이었다.
그놈은 이 대륙에 있는 신수를 싹 다 잡아 죽일 생각인 건지, 아직도 신수를 밀렵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품 안에 있는 통신구가 울렸다.
“음, 누구지?”
통신구를 꺼내 받으니,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님, 알아냈습니다.
흥분한 기색의 우디올의 음성이 통신구를 통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