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76)
“그런데 가테지 님.”
“말하게.”
“아직도 율리시즈 그자가 성물을 수집하고 다닌다고 생각하십니까?”
“음.”
가테지가 입을 꾹 닫고 건물 아래에 지나가는 마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자들이 다스티에서 뭘 하고 다녔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다스티에 약초를 사기 위해 들렀을 뿐입니다.”
다스티는 포션의 베이스가 되는 기본 약초들이 자생하는 지역으로, 포션 상단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마커스 일행이 다스티에 방문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물론 머레이도 익숙한 장소였다.
“제가 그들이 방문한 상점에 가서 슬쩍 물어봤더니. 마호니아 풀, 오페칼렌, 쿠커머 등을 구입했다고 하더군요. 모두 염증 완화에 쓰는 재료들입니다. 아, 블랙월넛과 아테미사도 사 갔답니다.”
“아테미사? 그거 잡초 아닌가?”
마커스 일행을 말하는 머레이의 표정엔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그건 가테지도 마찬가지였는데, 레가시의 완벽한 일 처리 능력 덕분이었다.
“그랬죠. 그런데 지금은 금값만큼 비싸졌습니다.”
“왜? 누가 그거로 포션이라도 만들었나?”
“율리시즈요. 마커스 율리시즈가 한 방 제대로 터뜨렸죠. 아마 지금쯤 율리시즈 상단, 돈방석을 깔고 앉았을 겁니다.”
“돈방석? 아, 혹시 그 구충 포션인가 뭔가 하는 건가?”
율리시즈 상단에서 구충 포션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한때 연일 일간지 일면을 차지했던 기사였다.
“예, 그런데 그들이 아주 영리하게 머리를 썼죠. 포션 제작 과정을 공개를 해버렸습니다. 딱 하나만 빼고 말입니다. 마커스 율리시즈, 그자는 단 하나 그 원료에만 특허를 걸어놨죠.”
“굉장히 영리한 자로군.”
가테지는 감탄했다.
하루아침에 전 대륙민에게 꾸준하게 먹어야 할 포션으로 알려진 구충 포션.
구충 포션이 팔리는 한, 율리시즈 상단으로 돈이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다.
“허…… 원로원 놈들, 속이 쓰리겠군. 목적은 전 대륙에 공포를 심어 주고 싶었을 텐데.”
“그런 셈이죠. 결국은 율리시즈 상단에 좋은 일만 해 준 격이 됐으니 말이에요. 하여간에 대단한 자이긴 합니다. 순수하게 사람만 봐서는 제가 데려다 키우고 싶을 정돕니다.”“자네 입에서 누군가를 칭찬하는 소리는 오랜만이군, 아니 처음이던가?”
“하하하, 그랬던가요? 하여간에 대단한 자임은 틀림없습니다. 우리 편이 아니라 그렇지. 아.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그들 눈엔 이미 익숙한 마차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마커스가 탄 마차였다.
“흠,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지?”
“예, 그놈들이 마커스 율리시즈를 죽이게 놔둘 순 없죠.”
“그렇지. 지금 없애기에는 너무 아깝지.”
“역시 믿고 계시는군요. 저자가 정보를 갖고 있다고요.”
“의심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
가테지가 엄지와 중지를 부딪쳤다.
딱 소리와 함께 허공에 푸른빛이 피어올랐다.
그때, 연회장 안 몇몇이 자신의 손등을 문질렀다. 손등에 새겨진 불꽃 문신이 살짝 열이 났기 때문이다.
“율리시즈 백작가 공자님이 드십니다!”
문지기의 외침에 연회장의 시선이 일순간 입구로 향했다.
마커스 정도의 유명 인사를 모르는 사람이 연회장 안에 아무도 없었다.
직간접적으로 마커스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
“오오, 드디어 실물을 볼 수 있다니.”
“이참에 눈도장을 찍어야겠습니다.”
“허허, 저리 젊고 잘생긴 사람이 대륙의 별들에게 사랑을 받는다지?”
마커스의 등장에 호감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고, 반대의 시선도 많았다.
“생각보다 너무 어리네요. 소문이 과장됐나 보죠.”
“율리시즈 백작이 자신들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쇼를 한다지요.”
“아, 나도 그런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엘라로투스 황제가 일부러 그런 소문을 퍼뜨렸다지요?”
아직도 이러한 험담을 하는 귀족도 많았다. 어쨌든 두 무리 모두 마커스를 알고 있었다.
* * *
와,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콘스턴 왕국에서 손에 꼽는 행사라고 하더니, 그런 말을 할 만하네.
작지만, 강한 나라가 바로 콘스턴 왕국이다.
마정석을 이용한 생활 마도구부터, 국방에 필요한 마도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직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지 않았다.
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연회가 시작되기 전, 이때가 인물 관계를 파악하기 좋지.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대충 인사를 나눈 후, 적당한 장소에 서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별별 대화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마도구 이야기에 꽃을 피우는 사람들도 있었고, 뒷담화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뒷담화에 내 이야기도 들어갔다.
[저 사람들, 네 욕한다.]내 어깨 위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던 카이가 카르르 거렸다.
나는 손을 얹어서 카이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알아.
[죽일까?]-아니, 그냥 둬. 불쌍한 사람들이야. 만약 잘난 사람들이라면 다른 사람을 욕하지 않을 거니까.
[그렇군. 난 널 욕하지 않는데.]-넌 잘 났으니까.
[맞다, 난 잘났다.]조금 전 크르르거렸던 카이가 이번엔 골골송을 불러댔다.
“어머어머, 세상에 저 호캣 너무 귀엽지 않아요?”
“그러니까요, 너무 귀여워. 어떡해!”
귀부인들이 카이를 보며 꺅꺅거렸다.
-카이 너 인기 많은데?
[난 원래 인기가 많다. 그런데 너도 인기가 좀 있다.]-나야 뭐.
처음에야 어색했지만, 이제는 허구한 날 듣는 이야기라 무덤덤해졌다.
그래도 인기가 있다니, 은근 기분이 좋아졌다.
[저기도, 저기도, 음 저기도 다 너를 지켜보고 있는데?]카이가 꼬리로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두니, 죄다 남자였다.
아, 음 이런 건 좀…… 가만, 저 사람들 어디서 본 사람들 같은데, 어디서 봤지?
“음, 내게 물어볼 게 있나?”
그러다 문득, 이번에 팅거, 벨라가 촬영해 온 다스티 지방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지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는 확인된 것만 16개, 8명이다.
그런데 여덟 명 중 다섯 명이 수정구에서 봤던 얼굴이다.
누구지? 호헨들인가? 아니면 오리젠트? 그것도 아니면 원로원?
어쨌든 저들은 날 노리고 왔을 텐데,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왜지?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주벨로와 샤렌이 걸어오고 있었다.
“공자님, 여기 계셨군요.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에요, 공자님. 어머, 네가 카이구나. 주벨로 마법사님이 어찌나 카이 자랑을 하시는지 궁금했는데, 그럴 만하네요. 너무 귀엽다.”
샤렌이 카이를 보며 귀엽다고 호감을 내비쳤다. 자신을 칭찬하는 샤렌이 카이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 사람. 좋은 사람이다.]역시 첫 만남이 매끄러워지는데 칭찬만큼 좋은 건 없지.
“아, 맞다. 공자님, 이거 받으세요.”
샤렌이 내게 작은 꾸러미를 하나 내밀었다.
“풀어 보세요. 위치 추적 마법을 걸어 놓은 목걸이에요.”
“목걸이라니요?”
“아, 몇 달 전에 일라일라가 사라졌지 뭡니까? 그때 우리 연구소 직원들이 죄다 뛰쳐나가서 일라일라를 찾으러 다니며 한바탕 소란이 있었습니다.”
주벨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라일라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샤렌 마법사가 만든 겁니다. 위치 추적하는 마도구를 변형한 거죠.”
“아, 옵틱마도구 같은 거군요.”
“음 그거와는 조금 달라요. 일라일라도 위치 추적 마도구를 목에 걸고 있었어요. 지금 카이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처럼요. 그래서 안심했었고요.”
“웬만한 마법사들은 눈치를 못 챌 겁니다. 마나 간섭 마법이 적용된 거니까요.”
“그거 괜찮겠는데요? 옵틱마도구 같은 건 마법사들이 다 아는 것이니, 발견 즉시 바로 떼버릴 텐데 말입니다.”
“바로 그거예요. 그래서 일라일라 걸 만들면서 공자님네 애들 것도 만들었죠.”
“우리 애들은 괜찮을 것 같은데요?”
감히 그 녀석들을 건드릴 사람이 누가 있겠냐? 아, 먹이로 유인하면 잡혀가고도 남겠군.
그때, 입구에 여러 사람이 우르르 들어왔다. 내가 기다리던 사람들이었다.
“앨버부르크 치료탑의 치료사님들께서 입장하십니다.”
슈미트 교수와 함께 몇몇 교수들이 앞장서 걸어 들어왔다.
“맬컴 교수님도 오셨네. 아, 저 교수님은 포션학 교수님이십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포션 용기 보러 오신 모양이네요.”
“그거 만든 마법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보존 능력이 기존 것보다 세 배 이상 좋답니다.”
“관심이 갈 만하군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치료사들이 계속 입장했고 맨 뒤에 디컴, 줄리, 월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다.”
“그래, 다들 마커스 솔루션은 숙지했지?”
“뭐, 학생들 사이에선 나름 괜찮은 편이지.”
“무슨 소리야. 마커스 얘 월트 말이야. 요즘 계속 수술실에 살아. 교수님들이 서로 데려가겠다고 난리라니까.”
디컴이 월트의 말을 반박했다.
“맞아. 슈미트 교수님도 월트에게 종종 메스를 맡긴다니까.”
“오, 그 정도야?”
“널 따라가려면 멀었지. 그냥 흉내 내는 정도지 뭐.”
역시 칼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줄리 넌 바빠서 못 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이번에 출시되는 보존 포션병이 궁금해서 말이야. 어떻길래 포션이 3년이 넘도록 유지된다는 건지.”
“나도 그 이야긴 들었어.”
그래서 율리시즈 영지에서도 사람이 온 거였고.
“지금 포션계가 그거 때문에 발칵 뒤집혔잖아. 그게 사실이라면 손실이 엄청 줄어들 거니까. 그러지 않아도 우리 아버지는 너희 알약 포션을 너무 부러워했거든. 보관도 쉽고, 유통 기간도 길다면서.”
지금 대부분 포션은 액체여서 유통 기간도 그리 길지 못 했다. 6개월에서 일 년 정도가 최고였는데, 3년으로 늘어난다면 엄청난 거다.
갑자기 연회장 안이 술렁이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도착한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지기가 크게 외쳤다.
“콘스턴 왕국민들의 빛이자 등불이신 토비어스 국왕 전하 납십니다.”
연회장 모두의 시선이 한꺼번에 입구로 향했다. 나 역시 당연히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토비어스 왕과 옆에 퓨셀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퓨셀이 긴 꼬리를 흔들었다.
토비어스 왕도 나를 봤는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나 역시 토비어스 왕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살기가 느껴졌다.
음? 어디지? 감각을 올리고 있는데, 카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놈들, 너를 노려보고 있는데?]* * *
“율리시즈 저자가 일국의 왕들과 친하다더니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 아주 잘됐어. 이렇게 간단한 일을 크리스 그놈은 왜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나 몰라.”
월트셔의 형, 반스 플린은 말만 그렇게 했을 뿐,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늘 잘난 동생 덕분에 한발 물러서 있기만 했는데, 마신이 자신을 도왔는지 아주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저놈이 원로원을 뒤흔들어 놓은 원흉이긴 하지만, 반스 자신에겐 은인이기도 했다.
이번 일만 잘 끝내면 월트셔가 차지한 사업들이 반스 그의 손에 떨어질 테니까.
그렇게 되면 원로원 의장이 되는 건 일도 아니다.
“이사님. 국왕이 야외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음, 놈도 함께 따라가는군. 이제 폭발물을 그리로 이동시켜.”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부하는 자신 상관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둘렀다.
‘율리시즈와 슈미트, 저 두 사람만으로도 충분한데, 보조 폭탄까지 준비시키다니.’
부하는 그 두 사람만으로도 연회장을 날리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상관의 지시대로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연회장 구석에 서 있던 세 사람이 조용히 야외 축하 무대로 걸어 나갔다.
“목표물이 움직이기 시작했군.”
그들이 연회장에 들어올 때부터 지켜보던 가테지의 심복, 로이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로이컴은 왼쪽 손목에 새겨진 불꽃 문신을 톡톡 오른손가락으로 두어 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