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82)
* * *
“가테지 마법사님, 마차가 식당으로 들어가는데요?”
“서행하면서 기다릴 장소를 찾아봐.”
“알았습니다. 어이, 이 근처에서 잠시 정차할 거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봐.”
로이컴은 가테지의 명령을 마부석에 있는 부하에게 전달했다. 잠시 후, 들리는 소리.
“엄폐물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식당을 지나쳐서 있습니다.”
부하의 말에 가테지가 창밖으로 고개를 빼고 지형을 살폈다.
“이 근처에 정차했다간 의심만 시겠어.”
마차는 엄폐물을 항해 나아갔다. 막 식당을 지나치던 때였다.
갑자기 마차가 기우뚱거렸다.
영문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쿵 소리가 나면서 마차 앞부분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무슨 일이냐?”
마차 안에서 빠져나온 가테지가 물었다.
“샤프트가 부러졌습니다.”
샤프트는 말과 마차를 연결해 주는 장비를 말한다. 대부분은 나무 재질로 사용하고, 귀족이나 부유 계층은 철로 제작하기도 한다.
가테지가 타고 있는 마차는 나무 샤프트였다.
“점검도 하지 않고 마차를 인수한 것이냐?”
가테지 일행은 마커스 일행을 따라붙기 시작한 후,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마차를 자주 바꿨다.
“점검했는데…… 죄송합니다.”
“이 자식들이 외지인이라고 싸구려를 줬나 봅니다.”
로이컴이 화를 버럭 내며 마차를 살폈다.
“이거 반으로 똑 부러졌는데요? 바꾸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할 수 없군. 저 식당에 가서 물어봐. 마차를 수리하는지. 그리고 놈들이 뭘 하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
잠시 후, 로이컴이 식당 주인을 데리고 나타났다.
식당 주인은 마차를 보더니, 인상을 와락 구겼다.
“아이고, 어쩌다 이런 일이.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우린 괜찮소. 이 마차만 고쳐 줄 수 있으면 좋겠소.”
“정말 다행입니다. 당장 고쳐 드려야죠. 그런데 샤프트를 갈아 끼우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아무래도 축이 흔들렸을 거니, 전체적인 점검을 해 봐야 하거든요.”
그거야 마차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
주인장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좋소, 최대한 빨리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식당에 가서 쉬고 계십시오.”
“알겠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가테지는 식당에 들어가는 게 옳은 일인지, 잠시 생각했다.
생각하는 그의 앞에 펼쳐진 도로는 콘스턴 왕국으로 향하는 도로였다.
‘마밸리 연회장에서 뿜어져 나오던 그 빛이 생각나는군, 예사롭지 않았어. 마법사는 그런 빛을 만들어 낼 순 없다.’
그 빛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가테지는 식당으로 걸어갔다. 수하들도 그를 따랐다.
* * *
“샤프트가 똑 부러졌던데요?”
망원 마도구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세이건이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군요. 한 번 본 마법을 바로 응용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대장.”
발로우가 술잔을 높이 들며 크게 외쳤다.
그때였다. 끼익 소리가 나더니, 가테지 일행이 식당 안에 들어왔다. 우리는 아주 잠시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발로우는 고개를 잠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뭔가 생각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리곤 탕, 소리가 나게 술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모든 게 미리 준비한 행동이었다.
“아이고 이런, 가테지 마법사님 아닙니까?”
그 사이에 가테지 일행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발로우가 반갑게 인사하며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
어느 순간 발로우는 가테지와 한 테이블에서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았는데, 저것도 능력이다 싶었다.
우리는 일행이 아는 사람을 만난 것에 관한 관심 정도면 나타낸 후, 관심을 껐다.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나는 가테지와 발로우의 대화에 신경 썼다.
“요즘 원로원이 상당히 어수선한 모양입니다. 가테지 마법사님 뜻대로 되어 가고 있는 거죠.”
“내 뜻?”
“아, 저 제피크 마탑에서 나왔습니다.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요.”
“들었네.”
그렇게 가테지와 친근하게 근황을 이야기하던 발로우는 우리와 가테지 일행을 한 테이블에 모으는 능력을 발휘했다.
“밀렵꾼들 잡느라 고생이 많겠습니다.”
“이참에 뿌리를 뽑으려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다들 어디에 그렇게 잘도 숨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손닿는 데까지는 도와주겠습니다.”
말하는 가테지의 표정에 적의가 드러났다.
중화마기를 만드는 작업을 경멸해서 원로원을 뛰쳐나왔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젊은 사람이 참 대단하군요. 치료사만 하기에도 벅찰 텐데, 데빌몬스터 토벌도 해야 하고 밀렵꾼도 잡고 힘들겠습니다.”
“아닙니다. 요즘은 데빌몬스터가 씨가 말랐는지, 출동할 일이 없었어요. 별로 바쁘지 않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내가 궁금했던 사실이 가테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예? 그럼 가테지 마법사님은 최근 데빌몬스터를 본 적이 있습니까?”
가테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을 들고 쭉 들이켠 후, 술잔을 탕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은 뒤 나를 바라봤다.
가테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동안 가테지는 많은 생각을 머릿속으로 굴렸다.
그는 고민하고 있었다. 나를 믿을 수 있을지 없을지.
‘마커스 율리시즈. 이자에게 그때 그 빛에 관해 물어본다면 사실대로 털어놓을까? 그렇다면 믿을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면 믿게 만들어야지.
“내가 말입니다. 얼마 전, 마밸리에 갈 일이 있었지요.”
“전시회에 참석하셨나 보네요. 우리도 거기 있었는데.”
“율리시즈 연구소에서 출품한 마도구들 봤습니다. 대단한 것들이 많더군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가 말입니다. 전시회 전날 연회 때, 신비로운 걸 봤습니다. 물론 연회엔 참석하지는 못하고 근방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법 화살이 날아다니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 발로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테지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그 화살을 쏘던 놈들을 잡아놓으신 분이 마법사님이셨군요. 마법사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어, 어 그래. 그나저나 연회장 안에 있던 마법사들 실력이 대단하더군. 사실 난 그때, 사고가 크게 날 줄 알았거든. 연회장 안으로 쏘아진 화살이 내가 본 것만 해도 엄청 많았는데, 그걸 다 막아 냈단 말이지. 발로우 마법사도 한몫 단단히 했겠어.”
가테지의 마지막 말에 발로우와 나는 눈빛을 교환했다.
“그건 여기 율리시즈 대장 덕분입니다.”
“오!”
“그게 무슨……?”
가테지는 짐작대로군. 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수하들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마침 좋은 보물을 손에 넣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무슨 보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게, 사실은.”
나는 슬쩍 반지를 매만지면서 수호 방패의 능력을 조금 개방했다.
수호 방패와 전혀 상관없는 반지를 만진 건 반지의 능력으로 믿게 하기 위한 트릭이었다.
우우웅.
손바닥에서 빛이 살짝 뿜어져 나왔다가 사라졌다.
“보물창고에서 얻은 겁니다. 운이 좋았죠.”
“오!”
“우와!”
“역시 그런 거였군. 그런데 이런 걸 보여 줘도 됩니까?”
“오리젠트는 원로원과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가테지와 수하들의 눈이 커졌다.
“대단합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말씀하십시오.”
“데빌몬스터를 뿌리를 뽑고 싶은 거 맞습니까?”
“예, 더 나아가 원로원도 없앨 겁니다.”
“좋습니다. 연구소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그걸 가르쳐 드리지요.”
“제피크 마탑 외로 한 군데는 알고 있습니다.”
“완즈 연구소는 사라졌으니, 하우프만 연구소를 말하고 있군요. 그것 말고도 꽤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연구소가 음, 일곱 개군요.”
가테지는 종이에 연구소를 써 내려갔고, 그중 하나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그놈들이 강력한 마기를 담을 수 있는 장치를 여기서 실험하고 있지요. 아, 성물인 유리아를 다들 알고 있죠? 그들은 유리아 같은 걸 만드는 걸 목적으로 연구하고 있지요. 지금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죠.”
“로운관을 말씀하는 거군요.”
이쪽도 풀 정보가 있다는 걸 알려야 대화의 수준이 높아진다.
“역시, 알고 있었군요. 놈들이 신수를 왜 잡아들이는 줄도 알고 있겠군요.”
“중화마기 생산 때문이 아닙니까? 마나가 풍부하니까.”
“그렇죠. 저런 신수보다 더 좋은 게 뭔지 압니까?”
가테지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카이를 가리켰다.
“바로 우리 마법사들입니다. 우리 마법사들 보다 마나가 풍부한 존재가 어딨겠습니까? 드래곤 정도면 모를까.”
[뭐? 나를 잡아간다고?]크냐오오오혹. 카이가 갑자기 화를 버럭 냈다.
“발로우 마법사. 혹시 패그벤 마법사를 알고 있나?”
“동기였습니다. 마탑을 나가서 개인 연구소로 갔는데, 그 후로 연락이 안…… 혹시?”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발로우에게 가테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플린 의장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감도 좋았고, 분명 토피아에서 좋은 소식이 도착할 거다.
“150이 고비라고 했으니, 그것만 넘기면 오백, 천을 달성하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바인랜드 데메롤에 있는 원로원 회의실은 아침부터 활기찼다.
“길가쉬로 숨통을 끊는 방법은 좋긴 한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단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데빌몬스터를 확 뿌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한데, 그만큼 마기 역시 소모가 심하니. 지금 상황에선 융합마법, 그걸 이용하는 게 제일 좋은데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보스토 연구소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그때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사람이 들어왔다. 회의를 하던 원로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플린의장 역시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뭐라고 하던가?”
“시, 실패했답니다. 로운관이 부서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뭣이라고?”
“죄송합니다.”
비서가 고개를 푹 숙이자, 플린 의장이 실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다. 나가 봐.”
“그리고 보스토 연구소 소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들어오시라고 해.”
잠시 후, 보스토 연구소 소장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들으셨겠지만, 토피아에 심어놓은 로운관, 130에서 부서졌답니다.”
“유감이군요. 보강을 많이 해서 이번엔 성공할 줄 알았습니다. 실험실에선 300도 거뜬히 받아 냈었으니까요. 혹시 그 근방에 교단 행사라도 있었습니까?”
카이가 강한 신성력으로 로운관을 망가뜨렸으니, 소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모르는 이들에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후, 그런 말은 못 들었습니다. 한번 알아보라고 해야겠군요. 어쨌든 지금 상황에선 믿을 건 보스토 연구소밖에 없어 보입니다.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더딥니다. 좀처럼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마나가 풍부한 마법사들을 더 영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스토 연구소 소장이 원로원을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흑마법사가 아닌, 마법사 말이지요?”
“예, 실력이 있는 자들이면 더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빨리 조치하도록 하지요. 아, 내일이 말일이니 최대 출력 시험이 있겠군요.”
“예, 내일 오전 9시에 시작할 계획입니다.”
“알겠습니다. 내일은 감독관으로 내가 참가하지요.”
연구소 소장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도착하시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럼 내일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