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1)
마차를 타고 가면서 쿠키 가게 주인이 이곳 상황을 이야기했다.
“후우, 공자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우리 아투벡 주민들 대부분이 목축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다수가 소를 키우고 있다지?”
“예, 목장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러다 굶어 죽는 거 아니냐면서요.”
수업시간에 북부지역에서 90%가 넘는 농가들이 소를 사육하고 있다고 배웠다.
한마디로 소들이 이들 북부 영지민들의 생명줄인 것이다.
“주인장, 설사병이라는 거 올해만 그런 거 아니지?”
“예, 매년 이때면 슬슬 돌기 시작하는데, 유독 올해가 더 기승을 부리는 거 같습니다.”
“쯧.”
그랬을 거다. 들판에 웅크리고 있는 소들을 바라봤다.
세이건과 나는 가게 주인의 마차를 타고 목장에 가는 중이다.
목장들이 한데 모여 있는지, 지금까지 지나친 목장이 세 군데였다.
분명, 저 목장들은 굉장히 좋은 목장이다.
공기 좋고, 물 깨끗하고, 목초지도 넓고.
그러나 그건 지난 가을까지였지, 지금은 아니다.
쿠키 가게 주인의 목장 이름은 폴스 목장이었다. 쿠키 이름과 같았다.
폴스 목장은 산기슭에 있었다.
마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세게 불었다.
“에에취! 으으 춥다.”
마차에서 내린 세이건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우시죠? 여기가 산기슭이라 바람이 좀 센 편입니다. 누추하지만 집으로 가셔서 몸을 좀 녹이는 게…….”
“소들은 어딨나? 상태가 어떤지 보고 싶다.”
“……예, 알겠습니다.”
목장을 둘러보는데, 소들이 기침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소들이 기침을 많이 하는 거 같은데?”
“후우, 그러지 않아도 걱정입니다. 저러다가 곧바로 설사가 시작되던데, 어제오늘, 기침하는 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유량도 많이 줄었겠군.”
“예, 그렇……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요즘은 치료탑에서 그런 것도 가르쳐 준답니까?”
“흠흠, 우리 공자님을 어떻게 보고. 소문 못 들었어? 율리시즈 삼공자님이 천재라고.”
세이건이 턱을 잔뜩 치켜들며 끼어들었다.
“당연히 알지요. 공자님, 제가 실언했습니다. 여기 아투벡에서 율리시즈가의 소식을 모르는 사람…….”
“됐다. 소들이 식욕도 많이 줄었겠네?”
“아, 예.”
“겨울에 얼어 죽은 송아지도 꽤 나오겠네?”
폴스 목장주가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네가 여기서 밤새 있어 봐라. 그러면 이유를 알 거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소들의 설사병과 송아지 사망의 주원인은 ‘추위’였다.
물론 소문대로 세균성 설사나, 다른 전염병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건 기본이니까.
목장을 둘러본 후, 우리는 목장주 집으로 가서 따뜻한 차를 대접받았다.
“공자님처럼 귀한 분 입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달리 먹을 게 없어서 이렇게 대충 마십니다.”
목장주 부인이 내놓은 차는 홍차에 우유와 꿀을 넣은 밀크티였다.
“우왓! 이거 너무 맛있는데요?”
세이건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거 오랜만이네.”
“에엣? 드셔보셨어요?”
“예전에.”
언제 왔는지, 꼬마가 다가와서 접시를 내밀었다. 보니까, 목장주 부인이 꼬마에게 시킨 거 같았다.
“율리시즈 공자님! 이거!”
접시에 담긴 건 쿠키였다.
“고맙다. 너도 먹어.”
쿠키를 하나 집어주니 꼬마가 활짝 웃었다. 한 10살쯤 됐을까?
“헤헤헤, 감사합니다.”
나는 차를 마시면서 폴스 목장주에게 말했다.
“축산국에서 포션을 보내주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소들을 좀 따뜻하게 해 줘 봐. 특히 송아지들은 더욱더.”
“예?”
“게다가 탈수가 심해 보이니, 물을 좀 먹여. 그렇다고 그냥 물 말고 소금을 좀 섞어서.”
“소금요?”
“그래, 아 얼마나 넣어야 하냐면…….”
폴스 목장주에게 생리 식염수를 만드는 법을 설명해 줬다.
“이렇게 먹이고, 소들을 무조건 따뜻하게 해 줘라. 헛간이나 창고 같은 게 있으면 소들을 거기로 옮기면 더 좋고.”
“……예.”
우리는 다시 아투벡 상점가에 들러 고기를 사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냥 가기에는 후환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끄어어억! 소고기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 [맛있다. 고기, 맛있다!] [다른 것도 맛있는 거 많아. 주인님 말 잘 들으면 이것보다 몇 배나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지.] [꾸웨엑?] [그래. 그 대신 말을 진짜 잘 들어야지.] [충성! 충성!]스피카와 아투벡 소고기를 뜯으며 대화를 나누던 호크가 고개를 내 쪽으로 홱 돌렸다.
[충성 많이! 고기 많…… 꾸웩?]“으헥!”
호크 근처에 앉아 있던 세이건이 혼비백산하며 도망갔다.
-쓰읍! 호크 너! 그렇게 갑자기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다가 우리 두 동강 난다고!
[쿠훼훼훼. 조심! 조심!]어휴, 저런 놈이 웃으니 오싹하다, 오싹해.
그때, 폴스 쿠키를 먹고 있던 팅거가 말했다.
[야, 호크!] [응.] [너 아직도 강도를 안 낮췄냐?] [뭘?] [뭐긴 뭐야? 네 뿔 말이야.] [아!] [좋게 말할 때 낮춰라.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네 뿔, 구부러뜨릴 거야.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갑자기 호크가 자기 뿔을 짧은 앞발로 감싸며 외쳤다.
하여간에 저 팅거 놈은 협박이 체질이네. 그것도 재주다.
나는 벨라에게 물었다. 어차피 팅거 놈에게 물어봤자. 콧방귀만 뀔 거니까.
-저 호크 놈, 왜 저래?
[있잖아, 저 뿔, 호크 의지에 따라 엄청 단단하게도, 말랑말랑하게 만들 수도 있거든.]그렇단 말이지.
-야! 호크. 네 뿔, 부드럽게 한다. 실시!
[충! 복종!]그건 그렇고 구부러진다는 건 무슨 말이지?
궁금했지만, 팅거와 벨라가 창밖으로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물어볼 기회를 놓쳤다.
다음 날, ‘기호순’ 응급처치 방법을 정리하느라 안면을 튼 그로든 교수를 찾아갔다. 목장 일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그래,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라 어제 우연히 목장에 갔었습니다.”
교수에게 폴스 목장과 주변 목장을 둘러본 이야기를 했다.
“흠, 그러지 않아도 요즘 그거 때문에 골치가 아프던 중이다네.”
“올해가 좀 더 심한가요?”
“그렇지. 그래서 배급한 포션도 동이 난 상태고.”
“교수님께서는 그 증상이 추위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있지. 매년 겨울이면 이 난리가 나니까.”
“그래서 말입니다. 여기 목장의 사양에 대해 생각을 좀 해 봤습니다.”
폴스 목장주에게 했던 말을 교수에게 되풀이했다.
“호오, 일리 있는 거 같군. 자네 그거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해 주겠나?”
“예.”
나는 교수에게 내가 알고 있는 소 겨울철 적리(bovine winter dysentery) 증상과 원인, 처치법과 예방법을 이야기했다.
* * *
며칠 뒤, 치료탑에 제국의 중앙 축산국 관리들이 찾아왔다. 산업 동물, 그러니까 소, 돼지, 말, 양. 닭과 같은 동물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그들을 회의실에서 맞이했다.
중앙 축산국에서 나온 클라우 부국장이 맬컴 교수에게 물었다.
축산국에서 원하는 포션은 바로 이런 거였다. 설사하는 소들에게 한 병만 먹이면 설사병을 확실하게 잠재우는 강력한 포션.
“맬컴 교수님, 고성능 포션 개발은 올겨울 내로 가능하겠습니까?”
“노력해 보지요.”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이거 원, 한두 해도 아니고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목장주들의 원성들이 자자합니다.”
교수들은 클라우 부국장의 시선을 슬그머니 외면했다.
‘후우, 분위기를 보아하니 올해도 틀린 거 같군.’
회의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2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이대로 더 시간이 흘러도 지금과 달라질 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클라우 부국장을 비롯한 중앙 축산국 관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반드시 해결책을 가지고 환궁하라는 황제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들의 심정은 알지만, 딱히 해 줄 말이 없는 교수들은 묵묵히 앉아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적막이 흐르던 회의실에서 맬컴 교수가 입을 열었다.
“잠시 휴식하고 다시 모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럽시다.”
“잠깐만요.”
그로든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듯한 이론이 있긴 합니다. 아직 연구가 진행된 건 아니지만요.”
“그게 뭡니까?”
지금까지 축 처져 있던 회의실의 시선이 그로든 교수에게 집중됐다.
“‘테리요법’이 뭔지 여러분들도 아실 겁니다.”
“알다 뿐이겠습니까? 그 덕분에 우리 축산국이 요즘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지요.”
“그러실 겁니다. 말이란 동물이 좀 비쌉니까? 나라 경제에도 상당히 도움이 됐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도 굉장히 기뻐하고 계십니다.”
이정도로 마커스의 인지도가 높다면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다.
그로든 교수는 마커스를 회의실로 불렀다.
* * *
급하게 회의실로 불려온 나는 며칠 전 그로든 교수에게 했던 말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했다.
“말도 안 됩니다. 고작 그런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맞습니다. 우리 축산국과 치료탑에서 지난 10년간 얼마나 애를 써 왔는데, 학생이 어려서 뭘 잘 모르는 거 같군요.”
“내 생각은 그렇지 않소. 율리시즈 학생의 말이 그럴 듯해 보이는군요. 유난히 추운 겨울에 이 증상들이 더 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3년 전에는 포션이 남아돌았습니다.”
“그때, 날이 따뜻했죠?”
“그렇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율리시즈 학생이 주장한 걸 한번 해 보면 어떨까요?”
“저는 반대입니다. 여기 교수님들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학생 말만 듣고 해 보다니요.”
“저 학생이 보통 학생입니까? 마커스 율리시즙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결과가 있어야 하지요. 그런 것도 없이 시도했다가 축산 농가에게 욕만 먹으면 어떡합니까? 차라리 포션 성능을 높이는 걸 기다리는 게 낫겠습니다.”
잘들 한다. 도대체 공무원들은 어디나 다 똑같냐?
공무원들의 억지 주장을 구경하고 있을 때, 클라우 부국장이라는 사람이 내게 물었다. 내 의견에 동의한 사람이다.
“학생이 주장한 건 우리의 지식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니 도움을 좀 받고 싶습니다.”
나는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맬컴 교수님께서 만든 포션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맬컴 교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예? 그거 무슨 말이지요?”
“약 효과를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교수님의 포션과 제가 말한 것들을 접목하면 확실한 치료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좌중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렇습니다. 바쁘지 않으시면 현장으로 가 보실까요?”
나는 사람들을 데리고 폴스 목장으로 향했다.
* * *
“허어! 공자가 한 말이 사실이었다니.”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고작 따뜻하게 해 주고, 소금물을 먹였을 뿐인데, 하하하.”
폴스 목장주의 이야기에 관리들이 귀를 기울였다.
지금까지 마커스와 드로든 교수가 2시간을 넘게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설명해도 뻣뻣한 태도를 보이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호오, 그래서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
“며칠 만에 소들이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유량도 평소대로, 아니 여름철 최고 유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말인가?”
“예, 송아지들도 활발하고요.”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니, 율리시즈 학생.”
“예.”
“자네 이론을 우리가 써도 되겠나? 아, 공짜로 쓴다는 소리는 아닐세.”
“그러시죠.”
“그러면 자네가 계획서를 써 줄 수 있겠는가?”
“예.”
마커스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 * *
크핫핫핫, 돈이 굴러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이럴 줄 알고 미리 특허를 신청해 놨지.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통신구를 들고 율리시즈 백작에게 연락했다.
=그래 무슨 일이냐?
백작은 다짜고짜 용건을 물어왔다.
“아버지 그거 준비됐어요?”
=그래, 네 녀석이 부탁해서 지시해 놓긴 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바로 보내주세, 아니다 로이칸과 세이건을 보낼게요. 우선 일부만 보내주세요.”
=후우, 도대체 네놈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알았다.
백작은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통신구를 끊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