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14)
한 명은 건장한 기사, 다른 한 명은 상단주와 닮은 미형의 사내, 또 한 명은 창백한 안색을 가진 비리비리하게 생긴 사내.
그냥 딱 봐도 누가 환자인지 알 것 같군. 그렇다면 나머지 둘 중에 한 놈이 마물일 터.
나는 옆에 작동시켜 놓은 마벨렌을 바라보며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이 자리가 야외였다면 세 사람을 멀찌감치 떼에 놓고 훈장의 반응을 지켜보면 간단하다.
그러나 방 안에서, 그것도 저렇게 바짝 붙어 있으니.
문진하면서 속마음을 읽어봐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진료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비리비리하게 생긴 저놈이 마물이다.]이번에도 용사님이 마물을 가르쳐 주셨다.
그때였다. 상단주가 입을 열었다.
“제딘, 인사해라. 우리 상단원들 건강검진을 해 주러 오신 분이시다. 너도 알고 있는 분이시지.”
“안녕하십니까? 율리시즈 대장님을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미형의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상단주 아들, 제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용사님과 의사소통을 이어 나갔다.
-테페론의 훈장이 없었다면 마물을 찾아내는 게 굉장히 힘들었겠어요. 마기를 싹 다 숨겨 버리네요.
차라리 제딘이 희미하게나마 마기를 풍겼다. 넥스라 같은 중화마기를 흡입하기라도 하는지.
[그렇지. 그래서 마물에게 당한 사람들이 아주 많았지. 더군다나 저놈처럼 사람들 틈바구니에 숨어들면 훈장 없인 절대 못 찾지.]지금은 마물을 검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 잘 활용해야지.
“제딘, 나도 조금 전에 검사를 받았는데, 내가 혈압이라는 게 좀 높지만, 다른 건 다 정상이란다.”
“지금이라도 병을 찾아서 다행이네요. 아버지.”
제딘이 상단주의 말을 받았는데, 정신 질환자로 보이지 않았다. 제딘이 나를 보더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조금 전에도 했었는데.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가끔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팠거든요.”
요즘 귀족들과 부호들 사이에 건강검진 받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제딘은 건강검진에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이게 말로만 들었던 투시 마도구라는 거군요.”
“예.”
제딘은 관심을 내보이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이 두 사람도 검진을 받게 해 주십시오.”
“그럼, 당연하지. 네 사람들인데.”
“우선 피를 조금 뽑을 겁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언급한 혈압이라는 걸 잴 거고요.”
나는 검사를 처음 받는 사람이 당황하지 않게 절차를 설명하며 검사를 해 나갔다.
“혈압도 정상이고, 심장 박동도 정상이네요. 그리고 보셨다시피 심장 크기도 정상이고요.”
“이런 검사법이 새로 생겼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몸속이 들여다보이니까, 너무 신기합니다.”
마벨렌으로 봤을 땐 제딘은 머리도 정상이었다.
“두통은 이걸 마시면 괜찮아질 겁니다.”
검사 중 제딘 몸에 마기가 감지되었다. 미량이라 금단 현상을 일으키진 않겠지만, 좋지는 않을 거다. 하여 나는 곧바로 마기를 제거하며 포션을 하나 건넸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다든지, 머리가 맑아지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아, 이게 두통약인가요?”
“자양강장 포션입니다. 몸이 피곤해서 생긴 일시적인 두통일 겁니다.”
금색의 율리시즈 로고가 박힌 포션을 본 제딘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이게 그 유명한 율리시즈 금딱지 포션이군요.”
“금딱지요?”
금딱지 포션이라니, 내가 눈을 껌뻑이자.
“하하하, 이 금색 포션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시중에 나도는 말입니다.”
그러게 말을 하곤 제딘은 단숨에 포션을 마셨다. 저렇게 보면 화통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데.
“이야, 확실히 구하기 힘들만 합니다. 그냥 마시자마자 바로 머리가 맑아지는군요.”
“정말이냐?”
“예, 아버지. 율리시즈 치료사님 최곤데요?”
제딘은 기분 좋은 얼굴로 마물을 내 앞으로 데리고 왔다.
“자. 이번엔 이 친구 좀 부탁드립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상냥하면서도 완곡한 거절. 제 2의 카든을 보는 것 같았다.
“허허, 부담가지지 말게나. 자네가 우리 아들을 살려 준 것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상단주가 나서서 마물의 행동을 말렸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은 마물이 내 앞에 앉았다.
자, 마물은 우리 인간과 어떻게 다를까?
살짝 흥분된 마음으로 혈액을 뽑는데, 주사기 끝에 검은색 액체가 맺혔다.
와! 마물은 혈액부터 다르군.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부릅뜨며 주사기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마기가 짙게 감지됐다.
이놈이 날 공격하려 하는 건가?
하나, 이내 마기는 순식간에 거둬졌다.
그리곤 눈앞에 혈액은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마물 놈에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피가 아주 맑네요. 이상적인 색깔입니다.”
* * *
“아, 그렇습니까?”
마물 카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카든이 사람들에게 했던 말처럼 상냥하고 부드러웠다.
‘데빌몬스터를 죽인 놈이라길래, 특출난 줄 알았더니.’
카셀은 마커스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하여 카셀은 이방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인상을 폈다.
느닷없이 불려온 방에 들어서자, 엄습하는 강한 기운이 자신을 옥죄었기 때문이다.
카셀의 나이는 100세.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드래곤과 조우한 적이 없는 카셀이었다.
하여 그는 카이가 내뿜는 기운을 그저 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물 중 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라 생각했다.
소바주 저택 어딜 가든 유물투성이였으니까.
아무튼, 기분이 나쁜 곳이다. 이 집구석은.
카셀은 마음 같아선 죄다 죽이고 싶었다. 간단하게 마기만 좀 날리면 죽을 것들인데.
그런데 그랬다가 검을 못 찾을 수도 있다.
‘후우, 진정하자. 내가 그걸 찾으려고 얼마나 참아왔는데.’
지금까지 저 멍청한 놈을 이용해 검을 찾아왔지만, 아직도 찾지 못했다.
‘도대체 그놈의 검은 어딨는 거야?’
카셀은 자신들의 천적, 영웅의 검을 찾아다녔다. 그게 카셀의 임무였다.
인간은 마물보다 한없이 약하다. 그런데 성물과 마나검을 손에 넣으면 무지막지하게 강해진다.
하여, 마기가 강해진 덕에 힘이 세진 마물들은 그것부터 찾아다녔다. 찾아서 없애든지, 봉인하든지, 어쨌든 영웅의 검이라는 게 인간들 손에 들어가지 않게만 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사실 이게 더 큰 목적인데, 그는 지금 통신 검을 찾고 있다.
마물에게 아주 중요한 통신 검. 그걸 찾는 게 카셀의 가장 큰 숙제다.
제딘에게 접근한 이유는 간단했다. 대륙의 웬만한 유물들은 이놈 집을 거쳐 간단다.
하여 제딘 놈을 세뇌해 여기까지 따라왔건만 문제는 이 맥카시라는 도시는 신성력이 너무 강하다는 거였다.
자신은 2급 마물. 공격이 아닌 자연에서 내뿜는 마나와 신성력엔 내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지, 몇 달 계속 노출되는 건 힘든 일이었다.
‘조금만 더 참자.’
제딘 놈을 닦달해 아직 못 가본 보관소를 둘러보자. 그리고 검이 많이 나온다는 경매장도 따라가 보자.
‘후, 그런데 이 마벨렌 검사라는 게 이렇게 힘든 건가?’
마도구라고 하더니, 강력한 마나가 사용되나 보다.
“콜록, 콜록.”
카셀은 지금까지 참아왔던 기침이 터져 나오는 걸 손으로 막았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자신 앞에 땅딸막한 헤츨링이 서 있다는 것을.
* * *
[마커스, 이 마물 죽일까?]카이의 날 선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직은 아니야.
[쳇.]카셀은 혈액 색깔과 소화 기관이 달랐지만, 나를 제외하고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었다.
검은병은 가슴 안쪽 주머니에 들어 있었고.
“폐에 이상이 있을 정도로 아픈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북쪽에 있었다고 하셨으니, 환경이 바뀌어 그럴 겁니다.”
“오, 다행이네요. 전 이 친구가 어디 심하게 아픈 줄 알고 걱정했는데.”
* * *
“그래, 어떻습니까?”
“몸에는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후우, 역시 미쳤군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드님의 생활을 조금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닐 수도 있다는 말에 상단주는 제딘의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아들이 검의 강도를 확인하는 줄 알았답니다.”
그렇게 시작된 상단주의 말에 결론은.
“검이 부서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군요.”
“그런데 그 방법이 너무 기괴해서 정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문제는 며칠 뒤 열릴 경매장에도 간다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입니다.”
상단주는 말을 하다말았다.
“말씀하십시오.”
“그, 그러니까 사람을 재우는 포션이 있다고 하던데, 그 뭡니까? 마커스솔루션이라는 치료법을 행할 때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는…….”
“마취 말씀이군요.”
“하아, 예. 그렇게라도 그놈을 못 가게 해야지, 아니면 우리 가문이 망하는 건 둘째 치고 귀한 유물이 사라질까 걱정입니다.”
상단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는데, 한탄이 섞인 혼잣말이었다.
“후우, 우리 조상님이 어떻게 지켜 온 보물들인데.”
“보물이요?”
“아, 이거 실례를 했군요.”
“아닙니다. 제가 유물에 관심이 좀 많아서 그렇습니다.”
“보물급들은 따로 숨겨 놔서 아직은 무사합니다만 아들이 언제 보물고를 알아낼지 몰라서 걱정이지요. 절 협박해서 알아낼 수도 있고, 보물고 관리인을 협박할 수도 있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멀리 숨겨 놓은 것도 있지만, 경매로 차라리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으면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어쩔 수 없죠. 아들놈이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사실 경매는 그저 수단입니다. 경매로 낙찰된 물건은 곧바로 낙찰받은 가문의 보물고로 귀속되니까요. 그걸 이용하기 위해섭니다.”
대단하다. 그런 수송 시스템이 있다니.
촉이 왔다. 제국의 황제와 거래를 할 정도의 물건이라면 분명 내가 찾는 게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경매가 시작되기 전까지 아드님이 고쳐지지 않으면 잠이라도 재워 달라는 말씀이죠?”
“예, 지금까지도 못 고친 걸 어떻게 고치겠습니까?”
하긴 이 대 부호가 아들을 고치기 위해 뭔들 안 해 봤을까?
“음, 저도 검들을 볼 수 있을까요? 제겐 이런 게 있거든요.”
나는 상단주에게 워프 스크롤을 보여 줬다.
“오, 이거라면.”
상단주가 눈을 크게 떴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율리시즈 가문의 보안도 상당히 견고합니다.”
“알지요. 그걸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상단주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습니다. 가시죠.”
우리는 곧바로 마차에 올라탔고 두 시간 뒤, 평범해 보이는 저택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밖에서 보이는 것만 그럴 뿐, 안은 운동장처럼 넓었다.
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이런 걸 무임승차라고 했던가?
은은한 빛이 저택을 밝히고 있었다.
“이리로 가시죠.”
상단주는 나를 지하로 데려갔다. 넓은 공동 같은 공간. 그곳엔 석상이 서 있었다.
[어? 용사님이다!] [허헛, 참.]카이의 외침에 용사님이 허허거렸는데, 석상은 다름 아닌 마밸리 용사님이었다.
[음, 여기에 어쩌면 영웅님들의 무기가 있을 수도 있겠군.]여긴 웬만한 결계는 다 피로 만드는 건지. 상단주의 피가 건물 앞에 서 있는 석상의 검날에 스며들었다. 몇 번의 결계를 뚫고 들어간 곳에는.
“우와!”
단언컨대 지금까지 봐 왔던 보물창고 중에서 검이 제일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