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29)
올보그 황제가 내게 고개를 돌렸다.
“브리치 비서님. 폐하께 보여 드리세요.”
“예, 알겠습니다.”
에른이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제피크 3인방이 만든 돌과 드워프 영감님들이 만든 돌이 들어 있었다.
“이것들도 한번 보시죠.”
다들 뭔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돌을 집어서 조금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했다.
다들 눈이 점점 커졌다.
“흠, 이게 훨씬 기운이 강력하군. 몇 배나 강해.”
“여기 이 돌을 보십시오.”
나는 상자 제일 밑에 넣어둔 보라색 돌을 꺼내 보였다.
“오, 이건! 혹시 보라색 마정석이 들어 있는 겁니까?”
올보그 황제가 대번에 알아차렸다.
“예, 폐하.”
“대단하군요. 이것도 굉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아니 도대체 이건 뭡니까?”
“만든 겁니다.”
“만들었다고요?”
올보그 황제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칼레이가 만들었겠군요.”
가테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예. 칼레이 마법사가 만들었습니다.”
“이건 누가 만들었습니까? 칼레이는 이건 못 만들었을 것 같은데.”
가테지가 신성력이 들어 있는 돌을 가리켰다.
어차피 영지에 가면 알게 될 거니까.
“드워프 장인들이 만들었습니다.”
“역시.”
“아, 그래서 조금 전에 대장이 자신 있게 말을 했군요. 그들이라면 슈커럴 검을 하루에 수십 자루는 거뜬히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이 정도면 마물과 충분히 싸워 볼 만하겠습니다. 폐하.”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슈커럴 검, 누벨로, 거기에 이 기운 저장돌까지. 이길 수밖에 없지!”
방안에 승리의 기운이 감돌았다, 이런 편안한 기분이 얼마 만인지.
황제는 조만간 관계자들을 다시 소집할 거라고 말하며 자리를 파했다.
일행들은 저택으로 갔고, 나는 황궁에 남았다. 사람들은 내가 황궁 치료소나 로이홀을 보러 황녀궁에 간다고 생각했겠지만.
“오랜만이야.”
“아직 안 죽었군.”
월트셔는 갑자기 나타난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덕분에. 이거 먹어.”
“독살하려는 거냐?”
내 손에 들린 포션을 본 월트셔가 도끼눈을 하며 나를 노려봤다.
“에이 설마. 그럴 생각이었다면 진즉 죽였겠지. 그렇지 않겠어? 이거 정신을 맑게 하는 포션이야.”
월트셔가 눈매를 누그러뜨렸다.
“두통이 심해 보이는데, 마셔.”
“너 혹시 내 밥에 이상한 거 탔냐? 내가 머리 아픈 거 어떻게 알았지?”
“내가 누구냐! 치료사다. 너도 내가 얼마나 유명한 치료사인지 알잖아.”
“뭐…….”
월트셔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생각해서 골드라인을 챙겨 왔는데. 우리 상단 골드라인이 얼마나 귀한 건지 모르진 않겠지? 뭐, 그래도 싫으면 먹지 말든지.”
탁, 월트셔가 포션을 낚아채듯 빠르게 가져갔다. 그리곤 곧바로 포션을 까서 입에 털어넣었다.
그때, 월트셔에게 마기를 조금 제거해 줬다.
범죄자에게 자비를 베푼 내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순 있지만, 그건 결코 아니다.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월트셔를 찾았을 뿐이다. 월트셔가 나를 믿게 만들기 위한 밑밥인 셈이다.
“뭐, 조금 괜찮네.”
월트셔는 두통이 가셨는지, 내게 미약하게나마 호의를 가진 채 말했다.
“원로원에 마물이 몇이나 되냐?”
순간 월트셔의 눈빛이 흉흉해졌다.
“그게 무슨 말이냐!”
“아, 에반 스카너, 아노아 지배인이자 원로원의 숨은 지도자가 마물이라는 건 알고 있어.”
“너, 너, 너……!”
이번에는 너무 놀랐는지, 월트셔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그렇게 눈뜨다 재수 없으면 눈 튀어나와. 그만 진정해.”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 앙?”
지금까지 의자에 앉아 있던 월트셔가 벌떡 일어나더니, 감옥 안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몇 놈이냐?”
“뭐?”
“원로원에 마물이 몇 놈이나 있냐고?”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저런 눈빛일 거다. 월트셔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러다 진짜 눈 튀어나온다. 혈압도 올라가고. 네가 그렇게 감싸고 있는 조직이 너를 생각하고 있기나 할까?”
나는 피식 웃으면서 월트셔를 도발했다.
“그렇잖아. 지금 네가 여기 얼마나 오래 있었어? 그런데도 네가 아직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두 가지지. 원로원이 너를 버렸거나, 원로원이 힘이 없거나. 뭐 둘 다 네겐 불리한 상황이지.”
쾅! 월트셔가 의자를 발로 차며 소리 질렀다.
“아무튼, 그렇다고. 한 가지 더 이야기해 줄 게 있는데, 네 아버지는 네가 우리 제국에 잡힌 걸 알고 계셨지. 그렇다면 에반 스카너도 알고 있지 않을까?”
월트셔가 눈을 껌뻑거렸다.
“내가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 말이야. 에반 스카너가 마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 그렇다는 건 네가 원로원 비밀을 많이 안다는 뜻이겠지.”
나는 월트셔가 생각을 할 수 있게 약간 텀을 주고 나서 씩 웃어 줬다.
“만약, 내가 에반 스카너라면 말이지. 비밀을 알고 있는 조직원은 많이 필요 없을 것 같아. 특히 적에게 잡혀 포로가 된 조직원이라면 특히.”
“뭐? 이 자식이!”
월트셔가 흉포한 얼굴로 내게 덤볐다.
텅.
달려오던 월트셔가 내가 만든 투명 벽에 몸을 부딪치고 쓰러졌다. 윽 소리를 몇 번을 내면서 내게 주먹질을 하던 월트셔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바닥에 나동그라진 의자를 세워 월트셔에게 내밀었다.
“네가 생각하고 있던 걸 내가 말로 꺼내니까 불안하지? 마물이 언제 나타나 널 죽일지.”
월트셔는 여전히 나를 노려봤지만, 눈빛은 이미 공포에 잠식돼 있었다. 저 눈은 마물이 얼마나 강하고 잔인한지 알고 있는 눈빛이다.
“그러니까 말해. 내가 그놈들을 없애는 게 네게 유리하지 않겠어? 만약, 네가 협조해 준다면 그놈들이 너를 찾지 못하게 너를 도와주지.”
어느새 의자에 앉은 월트셔가 내 말에 입을 한일자로 꾹 다문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턱이 툭 튀어나온 걸 보니, 어금니를 꽉 깨문 것 같았다.
“너 팔 이제 가렵지 않지?”
월트셔는 여전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팔에 시선을 고정했다.
“몸도 가렵지 않고, 지금까지 죽지도 않고 살아 있고. 그거 내가 지난번에 준 포션 덕분이라는 거 알고 있지?”
“뭐…….”
“지금 머리도 맑아졌잖아. 난 네게 말한 건 지킨다.”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월트셔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말해. 누가 마물인지. 그리고 그들의 실제 본부는 어디인지.”
한동안 말없이 벽만 응시하던 웥트셔가 입을 열었다.
“마물이 사람들 틈바구니에 사는 건 생존이 걸려서였군.”
“그렇지. 그들은 마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을 이어 나갈 수 있으니까. 불사는 모든 존재의 원초적인 바람 아니겠어?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가지려고 하는 거고.”
“그렇겠지. 초반에는 진짜 살아남으려고 사람들 틈에 끼어 들어가 없는 마기를 끌어모은다고 고생했을 거고, 그다음에 조직을 만든 거로군.”
쉬웠을 거다. 욕심과 야망을 건드려 주면 입안의 혀처럼 복종하는 인간들이 어디 한둘일까.
“마물이 우리에게 명령한 건 간단해. 마기를 대륙 곳곳에 최대한 강하게 뿌려라. 마신과의 교신 수단을 찾아라. 그러면 보상을 주겠다. 그리고 그들은 지켰지. 비록 교신 수단을 찾지는 못했지만, 마기를 모아 주자, 그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능력과 부를 가져다줬다.”
“보상을 위해 너희들은 갖은 방법으로 마기를 끌어모았고?”
“그래.”
“그런데 말이야, 왜 아직 마신을 못 찾았지? 대륙에 마기를 그렇게 뿌려대고 있는데?”
“그건 나도 모른다. 마기가 옅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신성 기운에 마기가 흩어졌을 수도 있지.”
마신은 마기가 닿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구나.
월트셔와 내가 동시에 말했다. 비록 나는 속으로 말했지만.
그래서 유리아를 10개 모으면, 마신의 위치를 알려 준다고 했나?
유리아가 마신의 기운을 억누르고 있으니까?
“마물도 그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교신 수단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지. 아직 네놈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니 아직 못 찾은 것 같군.”
예리한 놈.
“라테온을 조심해라.”
“라테온?”
“그래, 5급 마물인데 그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데 능숙한 자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고 하더군. 북극의 빙하처럼 꽁꽁 언 마음도 그 앞에선 형체도 없이 녹아내린다고 들었다.”
“기억하지.”
나와 같은 능력의 소유자라니 기억해야만 한다.
“또 다른 건?”
“어느 단체나 똑같아. 그들도 파벌이 있다.”
마물들도 마신을 먼저 찾아 기득권을 차지하려고 서로를 견제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대화를 마무리했다.
“다음번에 올 땐, 일간지나 가지고 와. 하다못해 쓰레기 내용이 가득한 가십지라도 챙겨 오든지.”
당연히 가지고 오지. 월트셔는 잘 훈련된 놈답게 모든 걸 다 풀어놓지 않아다. 마음속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라테온과 같은 마물을 상대하기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것 같았다.
“생각해 보고.”
나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 주며 감옥을 나왔다.
* * *
“오, 로스터 왕궁을 돌아다니는 노면 마차보다 훨씬 빠르군요.”
가테지가 영지를 돌아다니는 노면마차를 보며 감탄했다.
“주벨로 마법사님이 고생 많이 하셨죠.”
“역시 최고 마도구 마법사답군요.”
가테지는 대가답게 주벨로를 순수하게 칭찬했다.
우리는 곧장 율리시즈 본가로 가 백작을 만났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웨이드 율리시즙니다.”
“프레드릭 가테집니다. 반갑습니다.”
백작과 가테지가 훈훈한 인사말을 나누는 사이에 토드 비서관이 작은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쟁반 위에는 포션 한 병이 올려져 있었는데, 포션 포면에 검은색 그리핀 로고가 박혀 있었다.
“이건! 수리산 붉은 마정석을 갈아 넣어 만든 구하기도 어렵다는 포션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아닙니다. 어찌 귀한 분께 그걸 내놓겠습니까?”
마주 앉은 백작과 내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백작이 싱긋 웃음을 지었다.
“보라색 마정석을 갈아 넣었습니다.”
율리시즈 백작은 단숨에 가테지의 호감을 얻어냈다.
달변가인 백작이 유려한 솜씨로 대화를 이끌어가던 중, 토드 비서관이 다가와 백작에게 속삭였다.
누가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제가 바쁜 분을 모시고 반가운 나머지 말이 길었군요.”
“아닙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율리시즈 백작님.”
“그럼 저녁에 다시 뵙도록 하지요.”
접객실로 나온 우리는 현관으로 나왔다. 그때, 마침 누군가가 현관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이.
상대방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걸어왔다.
“아이고, 율리시즈 대장 아니십니까? 영지에 계셨군요.”
“아, 예. 안녕하십니까?”
상대방은 나를 아는 것 같았는데, 나는 모르는 얼굴이었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닌 나는 적당한 인사말을 한 후, 대기하고 있는 마차로 걸어갔다.
“가테지 마법사님, 어딜 먼저 갈까요?”
“흠, 그런데 저 사람 누굽니까?”
“조금 전 그 사람이요? 모르는 사람인데요?”
“얼마 전에 세뇌자들 때문에 골치 아팠다고 했었죠?”
“예, 그때, 발로우, 벨저, 메리엔 마법사들이 고생 많으셨죠.”
“그랬을 겁니다. 보통이 아니군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들어간 저 사람. 세뇌가 아주 깊게 되어 있더군요. 저런 세뇌는 나도 하기 힘듭니다.”
가테지의 표정이 심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