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3)
아투벡과 치료탑이 있는 도시, 앨버부르크를 다슈타 산, 할로 산, 제로힐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 산줄기들이 한데로 모이는 곳이 있는데 바로 레니어쿡 산이다. 여기가 바로 몬스터들의 터전이다.
산새가 깊은 만큼 먹잇감도 넘쳐, 몬스터들이 레니어쿡산을 벗어날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겨울이 되고 먹을 것이 변변치 않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굶주린 몬스터들이 먹이를 찾아 남하하기 시작하는데, 당연히 목적지는 아투벡. 목장이 도처에 있어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었다.
레니어쿡 산에 기거하던 몬스터들이 남하하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움직임을 감지한 국경수비대의 연락을 받은 아투벡은 성문 폐쇄를 결정했다.
왜에에에엥!?
아투벡 전역에 싸이렌이 울렸다. 몬스터 공습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다.
“성문을 닫아라.”
그그그그.
명령과 동시에 쇠로 만든 두꺼운 성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하나가 닫치자, 그 뒤로 두 개의 성문이 차례로 닫혔다.
3중 성벽을 쌓아 코먼호크처럼 날카로운 뿔이 들이받더라도 견디기 위함이었다.
“성벽을 올려라!”
쿠구구구궁.
평소에도 5층 건물 높이였던 성벽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트로링거라는 몬스터는 가공할 만한 점프력을 지녔다. 한번 점프하면 3, 4층 높이는 가뿐하게 뛰어오르는 놈이다.
그 정도 점프력이라면 5층 정도 높이면 막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앞발.
상체가 침팬지를 닮은 트로링거는 앞발을 사람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벽 타기까지 하는 놈이다.
“병사들은 제자리로!”
“궁수들은 자리를 사수하라!”
“다들 귀가하라!”
“덧문을 내려라.”
경비대, 기사, 영지민 할 거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앨버부르크 치료탑 상황도 아투벡과 다르지 않았다.
몬스터 습격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치료전투과 학생들이 투입된다.
졸업과 동시에 최소 3급 전투사 품위를 받는 이들은 이미 프로페셔널 전투사였다. 현장에 투입되면 국경수비대와 함께 몬스터 퇴치에 나서게 된다.
그다음 치료사들이 배치된다.
전투사와 수비대 소속 코호드, 때로는 영지민들이 다쳤을 때 응급처치를 해 주기 위해서 그들은 전후방으로 흩어진다.
후방에 긴급치료실을 설치해 치료소를 대신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바로바로 치료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수행하려면 치료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몬스터 토벌 작전에 지원할 학생들은 시계탑 앞으로 오도록!”
조교 틸렌이 외치자, 학생들이 본관 앞에 커다란 시계탑으로 모였다.
“가서 놈들을 때려잡아야지.”
“내 힐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한 주먹 하는 마커스는 몬스터를 때려잡을 생각으로, 디컴은 현장에서 자신의 힐이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며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월트가 그들을 뒤따랐다.
겁이 나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걷는 월트를 보며 디컴이 한마디 했다.
“월트, 겁나면 굳이 따라나서지 않아도 돼. 여기서 후송되는 환자와 환축을 돌보면 되잖아.”
“아, 아니야. 이런 걸 경, 경험해 봐야 참된 전투사가 된대.”
말을 더듬는 월트를 바라보는 마커스의 눈이 날카로웠다.
* * *
저 눈빛, 절대로 겁에 질린 눈이 아니다.
월트의 표정은 초원에서 먹잇감을 포착한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저놈, 일 칠 거 같은데?
월트 놈이 좀 불안해 보였지만, 틸렌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바람에 관심을 돌렸다.
“우리의 목적지는 다슈타 산이다. 여러분이 가 봤던 곳이다.”
아는 곳이라는 소리에 학생들이 안심하는 표정이다.
“착각하지 마라. 여러분들이 가 봤던 그곳은 어디까지나 수업의 일환이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 거다. 여러분들이 겪었던 안전했던 산은 이제 없다.”
틸렌이 하던 말을 끊고 우리를 둘러봤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른다. 다치고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겁나면 포기해라. 그러니 토벌에 참여할 학생들은 30분 이내로 다시 집합하도록!”
학생들이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제각각 흩어졌다. 나 또한 기숙사로 들어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12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세이건, 스피카, 팅거, 벨라, 호크. 창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로이칸까지.
성격 급한 팅거는 이미 로이칸 머리 위에 타고 있었다.
“다슈타로 가요? 아니면 레니어쿡으로 가요?”
“다슈타 산. 입구에 선발대가 있대. 먼저 가.”
몬스터들의 습격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세이건과 둘이서 로이칸을 타고 목적지로 가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험치를 쌓기 위해서.
얼마 전 호크를 마구 패고 있을 때였다. 금색 글씨가 눈앞에 홀연히 나타났는데.
“잉?”
[맨손으로 코먼호크에 타격을 가했습니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그렇게 경험치가 계속 쌓이더니 호크가 쪽 뻗자.
[초인의 체력 23/500]이 되는 게 아닌가?그때 알았다. 경험치는 치료뿐 아니라 싸움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왕 얻은 능력을 썩힐 수는 없잖아?”
이참에 체력 수치 500을 노려볼 생각이다. 우선 100을 목표로! 물론, 덤으로 영지민들과 목장을 지켜 낼 거고.
세이건은 무조건 나와 함께 가야 한다며 따라나서는 거고.
그렇게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짜고짜 저 녀석들이 자기들도 갈 거라며 떼를 썼다. 심지어 호크까지 나섰다. 자기만큼 다슈타 산을 잘 아는 몬스터가 어디 있냐면서.
이 많은 인원을 로이칸이 한꺼번에 이동하기에는 무리일 거 같아서 나는 학생들과 함께 이동할 계획이다.
[다슈타 산이라고? 다들 빨리 로이칸 등에 올라타!]목적지를 확인한 팅거가 서둘렀다.
[그래, 빨리 타. 그래야 한 놈이라도 더 죽이지.]로이칸이 몸을 창틀에 붙이며 의지를 불태웠다.
[맞아. 빨리 가서 한 놈이라도 더 물어 죽여야지.]스피카까지 몬스터에 대해 적의를 내보였다.
이놈들이 화를 내는 게 몬스터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서?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할 놈들이 아니다. 이놈들은 그저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 아투벡이 폐쇄돼서 화가 났을 뿐이었다.
[그래? 짜식들. 다 죽었어! 감히 과자를 못 먹게 하다니.]자나 깨나 팅거는 과자 타령을 해댔다.
[그 야들야들한 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니, 용서할 수 없다.]로이칸 마저 이런 말을 내뱉으며 애들을 태우고 날아갔다.
나도 곧 마차로 이동했다.
굼벵이처럼 기어가겠거니, 생각했는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믿기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게 아닌가!
“뭐, 뭐야? 뭐가 이렇게 빨라?”
“바퀴에 가속 마법진이 새겨져 있을 거야. 어? 여기 있네.”
마차 귀퉁이에 손바닥만 한 그림이 새겨져 있었는데, 디컴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림을 가리켰다.
“가속 마법진이라니?”
“아, 율리시즈 가는 그리핀을 타고 다닐 거니, 이런 거를 모를 수도 있겠다.”
디컴이 오해했다. 마차 엄청 타고 다니거든? 아니라고 정정해 줄 시간도 없이 월트가 말을 받았다.
“가속 마법진 종류에 따라 최대 3배까지 속력을 낼 수 있는데, 이건 음…… 1.5배 가속 마법진이군, 아니 그런 거 같아.”
“월트, 너 도대체 책을 얼마나 읽은 거야? 그런 거까지 알고.”
“아니, 그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디컴과 월트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굉장히 놀랐다.
마법진이라는 거 대단하잖아?
만약 저런 마법진을 치료에 적용하면 굉장할 거 같다. 그러지 않아도 사기캐 같은 회복포션 효과가 몇 배로 가속될 거니까.
“야, 디컴. 그 마법진이라는 건 어떻게 배울 수 있냐?”
“마법사가 되어야 해.”
“조건은?”
“마나를 몸에 쌓을 수 있어야 해.”
“힐러도 그렇다면서?”
“그렇긴 한데, 좀 달라. 마나를 마력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해. 나 같은 경우는 손에 마나를 집중시키면 이렇게 되거든.”
디컴이 손을 펼치자 손가락과 손바닥에서 은은한 붉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와!”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법사는 달라. 마나를 모아, 마력으로 바꾸면 불이 나오지.”
그건 나도 할 수 있는데? 치료탑으로 오면서 야영할 때 종종 써먹던 기술이었다.
맨손으로 장작불 지피기.
흐음, 그러니까 나도 저런 신통방통한 마법진을 구사할 수도 있겠네?
즐거운 회로를 돌리는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여기 베이스캠프까지 몬스터들의 괴성이 들렸다. 물론 내 귀가 밝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난번 야외수업일 때는 저런 소리를 못 들었는데.”
그렇다면 몬스터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다. 짐작대로.
“들어라. 지금 몬스터들이 떼를 지어 내려오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그런 이유로 경비대와 코호드들의 부상이 심각하다. 다들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행동을 시작하라.”
응급 구호소 총책임을 맡은 슈미트 교수가 외쳤다.
이곳에 남을 인원과 현장으로 갈 인원을 나눴는데, 학생들 대부분은 전자였다.
여기 있을 생각이 전혀 없는 나는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절 현장으로 보내 주십시오.”
“안 된다. 위험하다.”
“제가 안 가면 누가 갑니까? 들으셨지 않습니까? 코먼호크를 맨손으로 때려잡았습니다. 보내주십시오.”
“음, 그래도 안 돼. 위험해.”
“여기도 안전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렀다.
크와와왕! 크르렁, 끼이이익, 끼엑 등 별별 소리가 다 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의 허락을 기다린다?
그건 아니지.
나는 당장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같이 가!”
디컴도, 월트도 뒤따라왔다.
산을 탄 지 30여 분, 드디어 몬스터를 만났다. 호크놈과 같은 코먼호크였다.
꾸웨엑!
콧김을 내뿜고 있는 놈이 내 쪽을 노려봤다. 당장에라도 저 날카로운 뿔로 내 몸통을 뚫어버릴 기색이다.
놈이 시동을 걸었다. 흙먼지를 가르며 달려왔다. 나 또한 놈을 향해 뛰어갔다.
쿠와왕!
놈이 뿔을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이때다. 훌쩍! 고개 숙인 채 달려드는 놈의 등위에 가볍게 올라탔다.
꾸워어어억!
호크를 통해 알게 된 놈들의 특성. 이놈들은 한 번에 두 가지를 절대로 하지 못 한다.
놈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신경 쓴다. 지금 이놈처럼.
놈이 등에 올라탄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놈의 목적은 나를 떨어뜨리는 거. 다른 것은 관심이 없다.
놈의 약점은 두 눈. 오른쪽 눈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퍼억!
크워어어어어!
놈이 괴성을 터뜨렸다. 제대로 들어갔군. 그렇다면.
퍽! 퍽! 퍽! 퍽퍽퍼퍽!
오른쪽, 왼쪽 눈 할 거 없이 연달아 주먹을 꽂았다.
꾸워억, 꾸으으으으!
놈의 비명이 잦아들더니.
쿠웅!
놈이 쓰러졌다. 쓰러진 놈의 머리 위로 황금색 글씨가 주르륵 떠올랐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초인의 체력 41/500]
후, 괜찮군. 한두 마리만 더 패면 100은 쉽게 도달하겠는데?
나는 자랑스러운 내 주먹을 내려다봤다.
그때 하나가 더 떠올랐다.
[최초로 몬스터를 잡았습니다] [보너스 보상이 주어집니다] [반경 1km 내로 몬스터의 기척을 포착합니다]이거 개꿀인데?
여기까지도 엄청난 보상인데, 세상에 하나가 더 떠올랐다.
[획득보상이 주어집니다] [코먼호크의 뿔: 콩팥 기능 개선]어……?
황금색 글씨가 흩어져 사라질 때까지 멍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세, 세상에 이럴 수가…….”
신부전을 치료할 수 있게 됐어!
“와하하하하!”
너무 기쁜 나머지 그야말로 속 시원하게 웃어 재꼈다. 그때였다.
“마커스! 엎드려!”
반사적으로 바닥에 납죽 엎드렸다.
휘익! 터엉!
화살 하나가 나무에 박혔다.
“후우욱! 다행이다.”
달려왔는지, 월트가 숨을 몰아쉬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괜찮아?”
“응.”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런데 어느 놈이 쐈지?”
인상을 쓰며 말하는 월트는 평소와 달리 등이 곧았다.
* * *
화살을 살펴보는 월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 화살…… 분명 이번에 상단에서 황실로 납품한 물건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황태자가 보냈을까? 아니면 펠로톤 3황자일까?’
월트는 얼마 전에 치료탑에 왔던 황태자, 그리고 마커스에게 접근했던 펠로톤 3황자의 부하를 떠올렸다.
‘뭐, 누구든 상관없지. 죽이기만 하면.’
이런 생각하는 월트가 왜 마커스에게 소리쳐서 엎드리게 했을까.
그건 실패할 화살이었기 때문이었다.
‘활을 그따위로 쏴?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내 부하였다면 네놈의 손모가지는 잘렸을 것이다.’
만약에 마커스가 맞고 즉사할 화살이었다면 그냥 내버려 뒀을 거다. 그런데 빗나가는 화살이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틈을 보기 더욱 힘들어질 터.
월트는 이것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너를 노리는 자가 있는 거 같아.”
월트는 심각하고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마커스에게 나직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