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30)
만약, 세뇌된 자가 우리 영지인이 아니고 멀리서 온 손님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나중에 백작에게 귀띔만 하면 되니까.
“루이스 댄빌, 우리 상단 운송부에 소속돼 있습니다.”
이런 젠장. 우리 식구라는 소리잖아?
귀띔은 무슨.
이거 어떻게 하지? 당장 집무실로 올라가볼까?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가테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마차를 탑시다.”
가테지가 먼저 마차에 올랐다. 하긴 지금 저놈이 문제겠어? 어떤 놈이 세뇌했는지 찾는 게 중요하지.
마차에 오른 나는 곧바로 가테지에게 물었다.
“마법사님이 힘들다는 건 사람의 실력이 아니라는 뜻일 건데, 혹시 소바주 공자가 세뇌당했던 것과 비슷한가요?”
“흠, 그보다 더 강한 실력자일 겁니다.”
“최소 3급 마물이라는 소리네요.”
“그럴 겁니다. 그리고 저런 세뇌는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제피크 삼인방을 만나러 가는 것을 잠시 미룬 채 바트롱가 광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많지는 않지만, 몇 사람 보이긴 합니다.”
가테지와 광장 주변 거리에서 세뇌된 자를 발견했다. 중독자들이 득실 거렸던 페리엔드 선술집도 들렀다.
“제법 있군요. 지금 내 눈엔 일고여덟 명 정도 보이는군요.”
“대낮인데 이 정도면 밤엔 훨씬 더 많겠죠?”
“아무래도 그때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가테지 마법사님,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가테지가 영지에 함께 오지 않았더라면 앞으로도 모르고 있을 거 아닌가.
“너 뭐 잘못 먹은 거 있냐? 얼굴이 왜 그따위냐?”
제피크 삼인방이 있는 연구소에 도착하자, 블록이 내 얼굴을 보고는 시비를 걸어왔다.
“내가 어떻게 될까 봐 걱정돼? 걱정하지 마. 내가 어디 가서 죽을 놈이냐?”
“걱정은 무슨.”
“블록이 걱정하는 거예요, 알고 계시죠?”
세니아가 말했다.
“그런데 이분은 처음 뵙는 분이시네요?”
세니아가 가테지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들 정도 실력자들이라면 가테지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읽었을 터.
그러니까 블록이 내게 틱틱 말로 시비만 걸 뿐,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 거다. 내가 자기보다 강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녀석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왜 나는 계속 강해지고 있을까? 불록의 궁금증을 안다고 해도, 대답해 줄 생각은 없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프레드릭 가테지입니다.”
“헉!”
“어머!”
“가, 가테지 마법사님이시라고요?”
세 사람 모두 굳어 버렸다. 그러나 이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쏟아 냈다.
만나서 영광이다. 존경한다 등의 말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가테지를 포함한 네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가테지 마법사님이 안 계신다는 말을 듣고 뛰쳐나올 뻔했다니까요.”
“그랬습니까? 그래도 거기서 그림자 마법을 배웠으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지요.”
세니아가 그녀의 롤모델인 가테지에게 수업을 받기 위해 제피크 마탑에 입학했다는 건 신선했다.
“기회가 되면 마법사님께 가르침을 받고 싶어요.”
세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직각으로 굽혔다.
“하하하. 언젠가 기회가 있겠죠. 그런데 난 좀 지독한 교수인데, 괜찮겠습니까?”
“온종일 연구하라고 하셔도 할 수 있습니다.”
오! 블록이 저런 말도 할 수 있다니.
“저도요.”
“저, 저도 마법사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가테지가 그런 세 사람을 빙그레 바라보더니, 칼레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칼레이 티티제.”
칼레이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예, 마법사님.”
“슈커럴 검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장 대령하겠습니다.”
칼레이가 쏜살같이 달려가 가지고 온 검을 본 가테지가 눈을 빛냈다.
“아주 잘 만들었군요. 이거 대량으로 만들 수 있습니까?”
“만드는 건 재료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만, 그 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드래곤 스케일을 말하는 거겠군요.”
“예. 아시겠지만, 그건 구하고 싶다고 구해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내 말에 삼인방이 나를 쳐다봤다. 그리곤 칼레이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검 한 자루에 드래곤 스케일 하나가 필요합니다. 드래곤 스케일 수만큼 만들어 드리면 되겠습니까?”
“흠, 꽤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우선 100자루?”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블록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말이 되는 소리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아서 해.”
“일주일에 두 자루는 만들 수 있습니다.”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 가테지와 나는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의견을 확인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장인의 혼신의 힘을 갈아 넣어 만든 세기에 둘도 없는 그런 검이 아니다. 양산형, 공장에서 따박따박 찍어내 드래곤 스케일로 코팅한 검, 100자루가 필요하단 말이다.
그러한 우리의 바람은 드워프 캠프에서 이뤄졌다.
“오오오! 이게 도대체 누가 만들었나?”
“수려한 자태를 좀 보게. 빛이 나. 빛이.”
오킬즈 영감님과 롤랑 영감님이 탄성을 자아냈다.
“이거 만드는 데 오래 걸리나 봐요?”
“그렇지. 아주 복잡한 방법을 써서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거기에 100자루를 만들어야 하니 나흘 정도는 잡아야지.”
“예? 100자루를 4일 만에 만드시겠다고요?”
“왜, 너무 늦나?”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드렸다. 무기는 많을수록 유리하지.
“완성된 검을 한번 보고 싶군. 그래야 만들 때 완성도가 높을 것 같아.”
“영감님, 이걸 만든 사람이 있는 게 좋겠죠?”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하지. 어서 데리고 오게나.”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제피크 삼인방은 내게 잡힌 이후, 외부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정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나도, 카이도, 거기에 그들이 우러러보는 가테지까지 있는데, 도망치지 않을 거다.
* * *
마차에 오른 세 사람은 잔뜩 들떴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외출이냐!”
“쓰읍! 공기 끝내주게 좋다.”
마차에 탄 블록과 칼레이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그들 옆에 앉은 세니아 역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여기보다 드워프 캠프에 가면 훨씬 더 좋을 걸세.”
가테지는 삼인방에게 말을 하곤 드워프 캠프를 떠올렸다.
그사이, 캠프에 도착했다.
“이야, 여기 끝내준다. 저 건물들 봐.”
“어머, 세상에 귀여워라!”
언제 다가왔는지, 사슴 한 마리가 다가와 마차를 구경했다.
드워프 캠프를 본 삼인방의 표정은 가테지의 조금 전과 다르지 않았다. 놀람과 탄성.
평소 심각한 표정 일색이었던 블록마저 감탄사를 남발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칼레이만 복잡한 표정을 짓고 드워프 캠프를 바라봤다.
“프라이본과 비슷하죠?”
칼레이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마커스가 자신 옆에 서 있었다.
“아, 네. 그런데 가 봤습니까?”
“예, 운이 좋게 한번 가 봤습니다. 아주 좋은 곳이더군요. 마나도 풍부하고.”
“여기도 좋은데요?”
* * *
칼레이가 한 손에는 슈커럴 검을, 다른 손에 드래곤 스케일을 들고 드워프 장인들과 우리가 둘러싸고 있는 대형 중앙에 섰다.
드래곤 기운의 영향인지 주변이 고요했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동물들도 조용했다.
과연 어떻게 할 건지.
“이걸 그냥 두 동강 내면 됩니다.”
칼레이가 검집에서 검을 빼 드래곤 스케일을 위로 던져 두 동강 냈다. 그러자 드래곤 스케일에 갑자기 붉은 불길이 일어나더니, 불꽃이 너울거렸다.
“어, 저거 타는 거 아니야?”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구경하는 이들 입에서 의문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그럴 만도 한 게, 불꽃이 너무 활활 잘 타는 거다.
신이 난 카이만 불꽃이 일렁이는 바로 아래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마커스, 이거 재밌다. 재밌게 변하고 있어.]그때였다. 갑자기 불꽃이 쪼개졌다. 수십 갈래로, 또 수백 갈래로, 계속 증가하더니 휘익! 옆에 있는 검을 덮쳤다.
어어, 왜 저래? 같은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나 이내 감탄사를 바뀌었다.
검은색 검 표면에 붉은 점이 반짝였다. 붉은색 보석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이 보였다.
“이게 바로 슈커럴 검!”
칼레이가 걸어가더니, 가테지 앞에 섰다.
“받아 주십시오.”
“이걸 내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가테지가 나를 바라보자 오킬즈 영감님이 한마디 했다.
“대장 건 우리가 만들어 드리지요. 롤랑, 어서 일어나. 한번 만들어 보자고.”
이미 재료는 준비된 상태. 두 영감님이 자리를 떠났다.
* * *
한편, 마커스 일행이 영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마물, 데스프레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한 사람만 데리고 왔다고 했나요?”
“네, 데스프레 님.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괜찮네요. 그런데 루이스, 당신이 보기에 어땠습니까? 그 두 사람, 강해 보이던가요?”
“아니요. 그냥 평범한 기사보다 강해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가테지의 페이크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잘됐네. 없애자. 그놈이 강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 그래 봤자 인간일 뿐인데.”
“가트 부대, 카롯, 카셀, 케링이 다 그자가 나타난 곳에서 사라졌어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데스프레가 리노에게 말했다.
“마커스 율리시즈 그자가 통신석을 낙찰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싸우다 죽였을 수도 있지. 어쨌든 좋은 기회야. 두 명밖에 없다잖아. 다른 놈들이 오기 전에 통신석의 행방을 찾자고. 특히 라테온 그놈이 오면 일은 끝나.”
“그러네요. 그전에 우리가 먼저 세뇌를 시켜 털어놓게 만들죠.”
“가자.”
* * *
“우와, 전 이거 만드는 데 이 주일이나 걸렸다고요!”
“흠, 그건 네놈이 손이 서툴러서 그런 거지.”
“그래도 두 시간 만에 만드시다니, 이건 너무 사기 아닌가요? 게다가 이 완성도는 또 어떻고!”
칼레이가 드워프 영감님이 만든 슈커럴 검을 들고 울부짖었다. 막눈인 내가 봐도 훨씬 수려하게 보였다.
“믿을 수가 없어. 내가 이걸 만들려고 몇 년이나 고심했는데.”
칼레이가 탄식하는 사이, 가테지와 나는 하나씩 검을 나눠 가졌다.
“검집에 넣으면 단도처럼 보이고, 빼면 길어지니. 휴대하기 참 좋습니다.”
“영감님들, 부탁해요.”
삼인방을 연구소에 데려다줄 때까지 칼레이의 한탄은 그치지 않았다. 특히 드워프의 속도와 완성도를 부러워했다.
이후 가테지와 나는 세뇌 담당 마물을 찾기 위해 낮에 갔던 페리엔드 선술집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테페론의 훈장이 강하게 진동했다.
슈우웅,
강한 마기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기 폭탄!”
나는 즉시 수호 방패와 드래곤 방패를 펼쳤다. 그러나 공격이 너무 빨랐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속전.
쾅!
히이이잉!
말이 날뛰면서 마차가 우지끈 소리가 나면서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