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34)
* * *
[카델라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8천 마나가 차감되었습니다.]이런 건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눈앞에 광경을 바라봤다.
레온 주교를 만나기 위해 와 봤던 스턴 왕국의 국경도시, 카델라는 사람들로 붐볐다.
[저기 재미있을 것 같아. 우리 간다!] [시내를 돌아보고 올게.] [나도 간다.]팅거와 벨라를 따라 카이마저 은신한 채 주변을 둘러본다고 날아갔다.
늘 옆에 있던 카이마저 사라지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카이는 최근 비행에 재미를 붙인 상태. 팅거, 벨라가 처음 은신을 습득한 후, 틈만 나면 은신을 하며 으스댔던 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솔직한 녀석들. 귀엽단 말이야.”
나는 광장 노점에서 파는 음료를 하나 사서 비어있는 벤치에 앉았다.
“레톨리와 가까워서 그런가, 꽤 많네.”
마물들이, 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며 조금 전 황궁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살다 살다 그런 자리에 설 줄이야.
얀톤 황제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대륙 3대 황제가 한자리에 있는 거국적인 자리가 되었을 거다.
아니, 그것보다 더 놀란 건 바로 율리시즈 백작.
백작을 보자마자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앉은 베렌 공작을 보며 상황을 이해했다.
4대 영웅, 애틀리스, 콘스턴, 카이스, 바트롱가. 그들의 후손들이 모인 것.
회의에 나왔던 내용을 복기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용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로 신기한 날이군. 메타오의 후손을 본 날에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장소에 오다니.]-후손이라니요? 용사님의 친구분의 후손이 지나갔어요?
나는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방금 지나쳤던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카알리 왕이 바로 내 친우 메타오의 후손이다.]-네에?
놀랐다. 완전히 놀랐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문득, 베렌 공작가에 방문했을 때, 콘스턴 영웅 기념관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한 벽면을 다 차지하는 영웅들과 용사들이 그려진 그림. 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강한 아우리를 뿜어대는 대작이었다. 거기에 용사님 옆에 서 있던 사람…… 그래, 눈매가 닮았다.
카알리 왕의 치켜 올라간 큰 눈과 닮았다.
-그럼 토비어스 왕께서 용사님의 후손이세요?
[크흐흠, 난 후손이 없다. 토비어스 왕은 콘스턴 영웅의 방계 혈족일 거다. 그리고 난 콘스턴 영웅의 하나뿐인 제자였고.]-아! 그러셨군요.
그런 이유로 콘스턴 왕조는 용사님을 추앙하고 있는 거구나. 영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4대 영웅과 대표 용사들의 후손들이 모인 거네요?
[그렇지.]-그런데 여기는 왜 오신 거예요? 용사님 고향이었어요?
[마물들을 소탕하러 왔었다. 그 당시 여긴 마물들의 소굴이었다. 워낙 수가 많아서 각지에서 용사들이 이리로 모여들었지.]-마물들이 살기 좋은 곳이었나 보죠?
[마기가 짙었지, 암바토에 마석이 있었거든.]-마석이요? 그, 마기가 진동한다는 돌이요? 신성석과 반대되는?
[그래.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여기 마물들은 웬만해선 죽지 않았다.]저 말은 용사들의 희생이 컸다는 뜻일 터. 내 짐작이 맞는지, 용사님은 잠시 말이 없으셨다.
[이곳에서의 전투가 스톤 전투 다음으로 힘든 전투였다. 마물들이 우리 용사들에 비해 너무 많았거든. 그놈의 마물들이 어디서 그렇게 많이 튀어나왔는지, 분명 실력을 보면 형편없는 놈들이었는데, 절대로 죽지 않았거든.]-그래도 결국 이기셨잖아요.
[그래, 나중에 마석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걸 봉인한 후에 우리는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봉인한 자가 바로 메타오, 내 친우였다.]-대단한 분이시네요. 혹시 마법사셨어요?
[그래. 메타오는 위대한 마법사였지. 어떻게 알았느냐?]-카알리 왕께서 마법사시거든요. 그래서 짐작해 본 거였어요.
[그랬군. 그 친구의 피를 이었다면 훌륭한 마법사이겠군.]-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마석이라는 게 지금도 있을까요?
[그걸 없애버리지 못했더라면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지. 메타오는 그걸 소멸시키지 못한 것을 억울하게 생각했었지.]-그건 사람의 능력 밖이잖아요.
마석으로 만들어진 통신석이 드래곤의 힘으로 녹아내리던 걸 생각하면 그건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암바토에는 광산이 제법 많았다.
그중 한 광산을 내가 인수할 즈음, 시장에 나왔던 광산 매물이 갑자기 거둬졌던 케이스가 왕왕 있었다.
인수 불발이 된 광산 중에 이 근처 광산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레가시에게 이 일대 광산을 더 조사해 보라고 해야겠다.
나는 곧장 레가시에게 연락해 이 주변 광산 조사를 의뢰했다.
용사님의 말을 들어서 그런가, 지나가는 마물들이 힘이 세 보이네. 음료를 마시면서 앉은 자리에서 광장을 구경하고 있다가 문득,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리페록스? 어디서 봤더라?”
들어봤는지, 읽었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묘하게 신경을 자극하는 단어였다.
“한번 가 볼까?”
마물이 많이 드나드는 것 같아서 관심이 갔다. 마침 출출하기도 했고.
나는 남은 음료를 마저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걸어갔다.
* * *
광장이 들어서기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페록스는 오래전부터 마물들이 자주 애용하는 장소였다.
물론 그들이 연락하는 방법이 있긴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테지가 통신 두절 가루를 만든 것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런 연락 방법은 어디까지나 위험에 닥쳤을 때, 동족에게 보내는 신호일 뿐.
“루이스가 연락 두절이라면서?”
“데스프레도 마찬가지야.”
“카롯도 사라졌다던데?”
“둘이 얼굴만 맞대면 으르렁거리더니, 결국은 죽어 버렸군.”
“당분간 볼 일 없겠어.”
“그래, 한 100년 뒤쯤이면 다시 나타날 거니까, 그때까진 조용하겠어.”
저게 무슨 말이지? 구석 자리에 앉아 식당 메인 메뉴 중 하나인 미트파이를 먹고 있던 마커스가 귀를 쫑긋했다.
“그거야 마기 손상이 없어야지. 어디서 싸웠대? 신성력이 강한 곳에서 죽었다면 100년도 힘들어.”
“남부 솔버스 영지로 갔다는 소리는 들었어.”
“솔버스라면 괜찮겠네. 지부도 있고. 어쩌면 100년도 안 걸릴 것 같은데? 그런데 루이스는 왜 솔버스에 갔대?”
“아, 그게 통신석을 회수하러 갔다고 들었어.”
“뭐? 통신석? 혹시 이번 경매에 나왔다는 그거?”
“그래.”
“혹시 데스케이드 놈들이 죽인 거 아닐까? 그놈들도 통신석을 찾고 있을 거잖아.”
“그럴지도 모르겠네. 라테온 님이 돌아오시면 장난 아니겠는데? 이러다 고위 마물들끼리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통신석을 손에 넣는 마물이 후계자가 될 거니까.”
마커스가 파이를 먹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이런 정보까지 손에 넣었다니, 운이 좋았군.’
* * *
마물들에게도 파벌이 있단 건, 사실이었다.
크게 레톨리 파, 데스케이드 파로 나뉘고 거기서 또 각 지부로 나뉘는 파벌들.
그런데, 에반 스카너가 데스케이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 높은 자가 아노아에서 왜 그러고 있었지?
사실 내가 제일 놀란 건 바로 마물들의 생사였다. 자신의 고유 마기만 훼손되지 않는다면 다시 살아난다고?
마물이 마기만 있으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다더니, 이런 뜻이었나!
[역시, 그랬었군. 그랬던 것이야.]-용사님도 처음 아신 거예요?
[그래. 몰랐다. 그때, 그놈은 우리 대원들을 죽인 놈이 맞았다.]-알트시에 등장했던 마물 말씀이죠?
[그래, 바로 그놈. 잘했다. 정말 잘 죽였다.]-카이가 한몫했죠. 카이가 그놈 마기를 제거했으니까.
[그래. 이제 완전히 사라졌겠군.]용사님은 후련한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또 찾아 주십시오.”
인사를 받으며 식당을 나서는 내 손엔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팅거와 벨라가 날아왔다.
[우와, 맛있는 냄새가 나. 이거 뭐야?]-빵. 저 식당 빵이 맛있더라. 배고프지?
[미트파이잖아!]카이가 꼬리를 빠르게 좌우로 흔들며 관심을 보였다.
[웅, 그래도 재미있었어.] [아, 맞다. 저기 되게 이상한 곳 있던데.]카이가 미트 파이를 먹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이상하다니?
[광산 입구처럼 생긴 곳에 마물들이 드나들고 있던데? 그런데 들어갔다 나온 마물들 표정이 되게 좋아. 마물 휴게소? 거기 같았어.]-마물 휴게소?
[관람차가 있던 곳 기억나? 거기 마물들이 쉬는 곳 있었잖아.] [응, 그 왜 있잖아. 목장에서 동물들이 우르르 둘러앉아서, 유리아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때 봤던 동물들 같았어.]팅거와 벨라가 동시에 대답했다.
[암바토에 갔었군. 저 산 너머까지 갔다 왔어?] [용사님, 거기 가 봤어요?]용사님의 말에 카이가 물었다.
[그래. 그런데 봉인마법이 풀리기라도 한 것이냐? 왜 마물들이 거길 좋아해?]-그러게요. 가 봐야겠는데요?
[마기가 자욱해 보통 사람들이라면 힘들겠지만, 너희들은 괜찮겠지.]-그럼요.
마기를 제거해 주는 아스퍼와 넛콩을 챙겨 먹은 뒤 암바토로 날아간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저게 다 마물이야? 족히 500은 넘어 보이는 숫자.
광산 주변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머리통에 기가 질린 나는 용사님이 한 말이 이해가 갔다.
[이런 일이! 아무래도 친우가 걸어놓은 봉인이 풀린 것 같구나.]-심각한 거 맞죠?
[그래. 마기가 이 정도로 강하다면 저놈들은 웬만한 공격에 죽지 않는다. 너희들이 가진 유리아가 마기를 빠르게 제거해도 무리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위험 구역에서 빠져나왔다.
-카알리 왕께서 용사님의 친우이신 메타오 용사님의 후손이니, 봉인할 수 있겠죠?
[그러리라 믿어야지.]이거 레톨리고 뭐고 간에 즉시 귀환해서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봐 버린 탓에 고민이 되었다.
레톨리에서 바로 애틀리스로 워프하면 오늘 내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벨라가 말했다.
[레톨리, 우리가 갈까? 가서 영상만 잘 찍어오면 되잖아.]-그건 안돼. 저놈들, 마나에 예민할 거야. 너희들은 바로 잡힐지도 몰라.
팅거가 마기그물에 잡혔던 때가 불과 얼마 전 일이었다.
-레톨리에 가서 살짝만 보고 바로 애틀리스로 돌아가자. 벨라, 안내해 줘.
[알았어.]알트 시와 솔버스는 평범한 곳이었는데.
솔버스는 마기가 조금 짙긴 했지만, 바이랜드에 비교하면 마기 없는 클린 시티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마물이 득실거렸던 폐광산에 마기가 지독하리만큼 강했던 걸 생각하면…… 으,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네. 아무리 내가 마기 제거 능력이 있어도 아스포와 넛콩을 먹지 않았더라면 마기에 중독되었을 지도 몰라.
-얘들아, 여기서 내려서 우리 아스퍼와 넛콩 한번 더 먹고 가자.
[응.] [알았어.] [먹지 뭐.]‘왜?’라는 소리는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참으로 신실한 녀석들.
나는 열매를 나눠먹으면서 당부했다.
-위험해 보이면 무조건 내 옆에 딱 붙어 있어.
[알았어.]그렇게 긴장한 채 입성한 레톨리는 내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여기가 마물들의 본거지라고? 어디가?”
레톨리는 마기가 감지되지 않는 깨끗한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