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4)
“하하하핫, 설마. 몬스터 놈을 노린 화살이었겠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마커스를 바라보는 월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코먼호크에게 화살이 소용없다는 것도 모르다니. 이놈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거야?’
월트는 직전에 마커스가 맨손으로 코먼호크를 때려잡는 장면을 목격했다. 검으로도, 활로도 죽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놈을 마커스는 주먹 몇 대로 죽여 버렸다.
마커스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쉽진 않겠어.’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놈들을 기습하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의 외침에 놈이 화살을 피했던 점. 이것으로 놈은 자신에게 호의적일 것이다.
놈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월트는 자신에게 등을 내보인 채 쭈그려 앉은 마커스에게 다가가면서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단검을 말아 쥐었다.
잘 버려진 단검이 손에 착 감겼다.
월트가 단검을 품에서 빼려고 하는 순간 마커스가 고개를 돌렸다.
“……헉!”
“어……?”
마커스와 월트,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마커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낭패다. 눈치를 챘구나. 상관없다. 여기서 끝낸다.’
윌트가 단검을 마커스 쪽으로 내밀려고 하는 찰나.
“잘됐다. 그거로 이것 좀 잘라봐.”
“……응?”
‘눈치를 챈 게 아닌가…….’
혼란스러워 하는 웥트였다.
* * *
“이 녀석 뿔 좀 잘라봐. 그냥은 안 뽑히네.”
신부전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뿔은 꼭 챙겨가야 했다.
“어, 응.”
월트 녀석이 뿔 앞에 쭈그려 앉아서 칼질하는 걸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쯧쯧, 그러게 왜 살기를 드러내서 고생이냐.
나 같으면 끝까지 숨기겠다. 그런 후, 기회를 봐서 쓱 해치울 텐데.
이놈은 내가 등을 보일 때, 살기를 드러냈다. 그걸 느낄 수 있었던 건 마나 덕분인 듯했다.
몸에 마나가 쌓여 가니, 오감이 같이 발달된 것.
지금도 월트 놈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젠장, 자기가 죽인 놈의 전리품 수집에 환장하는 미친놈들이 있다더니, 저놈일 줄이야.”
나 그런 이상한 변태 아니거든?
“그런데 이놈은 왜 이렇게 질긴 거야? 후우, 진짜 미치겠네.”
더 미치게 해 주지. 네놈이 나를 죽이는 게 빠른지, 네놈이 미치는 게 빠른지 두고 보자고.
저놈이 가진 단검이 보통 칼은 아닐 텐데, 저 고생을 하는 걸 보니 코먼호크 가죽은 일반 칼로 자르는 건 무리라는 결론이 지어졌다.
그럼 할 수 없지.
“월트 안 되겠다.”
“응?”
“자르는 거 포기해야겠다.”
“그렇지? 이런 걸 왜 욕심을 내서. 가자.”
“그래.”
나는 코먼호크 사체를 등에 짊어졌다.
“아, 아니 그걸 왜?”
월트 녀석의 눈이 커졌다. 게다가 동공이 흔들리기까지.
“나중에 선배들과 합류하면 한 번 더 잘라보게. 아무래도 검 하나 보다는 여러 개로 자르는 게 낫겠지.”
사실은 로이칸에게 부탁할 생각이지만. 다이아몬드도 두부 자르듯 쓱 자르는 날카로운 부리라면 이놈의 뿔을 자르는 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리고 또 하나.
이러고 가면 네놈이 내 등에 칼을 못 꽂을 테니까.
“그으, 무겁잖아.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산을 타려고.”
“괜찮아. 가자.”
등에 멘 코먼호크를 방패 삼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패 외에 유용한 게 또 있었다.
“이얍!”
끼에엑!
“홋! 명중이네.”
코먼호크 사체를 투포환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월트 놈은 굉장한 놈이군.
아무리 등에 멘 놈이 무거워 속력이 줄었다고는 해도, 나를 따라올 정도라면 보통이 아니다.
코먼호크도 벌써 7마리째.
놈의 급소를 정확하게 알고 나니 잡는 데 속력이 붙었다.
퍽! 꾸웨엑!
“월트, 이놈을 묶어.”
퍽! 쿠와악! 퍽! 꿱!
“월트!”
어떤 놈은 한주먹으로, 또 어떤 놈은 두 번 내려쳐서.
전리품이 쌓이기 시작했다.
또한, 황금색 글씨의 향연이 춤을 췄다.
몬스터가 숨을 거둘 때마다 허공에 흘러내리는 황금색 경험치!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초인의 체력 100/500]
오! 드디어 목표치에 도달했다. 자 이제는 500을 향해…….
음? 주먹을 너무 휘둘러서 그런가? 화끈거리네.
거죽이 두꺼운 놈을 두들겨 패서 그런 거보다 하면서 화끈거리는 주먹을 내려다봤다.
그런데 주먹에 환한 빛이 서려 있었다.
허…… 이건 또 무슨 일이지?
그때,
황금색 글씨가 주먹 주변에 떠올랐다.
[주먹으로만 경험치를 단시간에 쌓아올렸습니다] [보너스 보상이 주어집니다] [주먹이 불의 저항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 *
마커스가 감탄하고 있을 때, 월트의 표정을 썩어 들어갔다.
한쪽에 두 마리씩, 코먼호크 4마리를 등에 메고 거의 뛰다시피 걸어가는 마커스를 보며 월트는 중얼거렸다.
“저놈은 미친놈이다.”
월트는 뒤를 돌아봤다. 코먼호크 세 마리가 밧줄에 꿰여 있었다. 그걸 자신이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이놈의 밧줄은 언제 준비한 거야?”
사체가 점점 쌓이자, 마커스가 월트에게 한 마리 던졌다. 그런 후, 두 마리. 무거워서 힘들다고 하자. 배낭에서 밧줄을 꺼내 들더니 이렇게 만들어줬다.
이제는 마커스 놈에게 칼을 꽂기는커녕, 자신이 힘들어 죽을 판이 되었다.
그냥 확 버리고 도망갈까, 생각도 해 봤다. 그러나 놈의 주먹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저 괴물 같은 주먹으로 한 대 맞기라도 하면 머리통이 박살 날 거다.
감히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다니, 반드시 죽이겠다.
월트는 복수의 칼을 갈았다. 지금의 월트에게는 마커스를 죽여야 할 이유가 명령보다 복수심이 앞섰다.
* * *
자식, 아무리 살기를 내뿜어 봐라. 내가 등을 내주나.
그나저나 이 녀석들은 도대체 어딨는 거야? 선배들은 또 어디 있고?
출발할 때 분위기를 봐서는 이리로 직행했을 거 같았는데.
코먼호크가 나타나도 더는 못 챙겨갈 거 같았다. 그렇다고 이 귀한 뿔들을 그냥 두고 가자니, 너무 아깝고. 이제는 로이칸이 필요했다.
귀를 기울여 주변 기척에 집중했다.
분명 녀석들은 시끄러울 거다. 몬스터와 싸우고 있어도 시끄러울 거고, 몬스터를 찾아 헤맬 때도 시끄러울 거니까.
[쿠와와아앙!]키에에캥캥!
음? 이거…… 스피카?
[쿠웩! 죽엇!]끄륵!
이건 호크 녀석일 거고.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순간.
[어? 위험해! 스피카, 네 뒤에 코먼…….] [피할 시간 없어! 우리가 나서야지.] [이야얍!]벨라와 팅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 스피카가 위험하다고?”
나는 등에 메고 있던 사체들을 집어 던지고 뛰어갔다.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 목이 뚫려서 피를 철철 흘리던 코호드가 떠올랐다.
제발, 스피카, 다치지 마라. 아니 적어도 고칠 수 있을 정도로만 다쳐라.
간절한 만큼 오감이 더욱 예민해졌다. 뛰어가면서 사방으로 기척을 훑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어가다 보니, 로이칸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다!
“스피카아아!”
“공자님!”
제일 먼저 세이건의 외침이 들렸다. 그리고.
[주인님!] [주인!]스피카와 호크가 해맑은 표정으로 두다다 뛰어왔다.
[주인님, 우리 잘 싸우고 있어요!] [싸운다! 고기 먹는다!]스피카와 호크, 분명 외양은 다른 놈인데, 어떻게 하는 행동이 똑같냐!
-다들 괜찮아? 안 다쳤어?
말을 이렇게 했지만, 현장은 이미 끝나 있었다. 여기저기 몬스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제 막 잡힌 몬스터는 로이칸이 부리로 몸뚱어리를 두 동강을 내고 있었다.
[괜찮아요. 하마터면 다칠 뻔했는데, 팅거가 구해 줬어요.]스피카가 꼬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팅거가? 쟤가 무슨 힘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세상에 공자님.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세이건이 흥분한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이건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지금 이 코먼호크 뿔을 이렇게 만든 게 팅거라고?”
쓰러진 코먼호크 중 두 마리가 뿔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다.
“예.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하마터면 저 뿔에 스피카가 받힐 뻔한 걸 팅거가 살려줬다니까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뭐가요?”
“쟤가 무슨 힘이 있겠냐? 자기 몸도 겨우 건사하는 녀석인데.”
[흥! 내 실력을 무시하다니.]갑자기 팅거가 소리쳤다.
[잘 봐라. 내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팅거가 날아오르자마자 코먼호크가 세 마리가 나타났다.
꾸우꾸웩! 꿱꿱꿰. 킁킁킁.
세 놈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한 놈이면 몰라도 세 놈이라면.
“세이건 너는 뒤로 빠져. 스피카와 호크가 한 놈 맡고, 로이칸, 너는 저 녀석을 책임져. 왼쪽에서 오는 녀석은 내가.”
나는 내 쪽으로 덤벼드는 놈을 여유롭게 기다렸다. 이제는 한주먹이면 끝나니까, 어려울 것도 없었다.
놈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다가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
이때다. 나는 놈의 등에 올라타기 위해 도움닫기를 했다. 그런데.
[어딜!]팅거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꿰에엑!
갑자기 몬스터 놈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면서 쓰러졌다.
“이게 무슨……?”
그들이 어떻게 죽는지 똑똑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녀석들은 자살한 거다. 안면에 붙어 있는 길고도 단단한 뿔이 엿가락처럼 휘더니 흉곽을 찔렀다.
이게 바로 세이건이 격찬했던 팅거의 능력!
-너 도대체 뭔 짓을 한 거냐?
팅거는 대답 대신 크게 웃어 재꼈다.
[크핫핫핫! 어떠냐 나의 실력이!]그럼 그렇지. 네 녀석에게 답을 기대한 내가 바보다. 나는 고개를 틀어 벨라에게 물었다.
-저 팅거 놈이 뭘 어떻게 한 거야?
[웅, 강도를 조절했어.]-강도?
[웅, 지금처럼 단단한 걸 순간적으로 부드럽게 바꿀 수도 있고, 반대로도 할 수 있고.]-허! 저 녀석이?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그저 투덜거리며 시비 거는 이상한 새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능력자였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자.
그렇다면.
-야! 팅거!
[왜? 이제야 내가 위대한 존재라는 걸 눈치채서 미안하냐? 다 이해한다. 이번 일이 끝나면 쿠키를 많이 바쳐라.]-쿠키 먹고 싶구나?
[디저트로 먹을 체리도 함께.]-그걸 맨입으로?
나는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로이칸으로 다가갔다. 로이칸 머리 위에서 거만하게 두 다리를 꼬고 있던 팅거의 눈이 커다래졌다.
[뭐, 뭐야?]-거래는 공평해야지. 안 그래?
[로, 로이칸. 쟤 왜 저래? 저거 좀 말려 줘.] [친구들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로이칸이 고개를 돌렸다.
[베, 벨라. 너라도 좀 어떻게 해 봐. 저 녀석 이리로 못 오게 방어막을 좀 쳐 줘. 응?]-호오, 벨라까지. 너희들, 여태 그런 능력을 숨기고 있었단 말이지? 내놔!
[뭘?] [뭐를?]팅거와 벨라, 두 녀석이 시치미를 뚝 뗐다.
-마나 개방, 주먹이 세진 거. 피부에 저항력이 생긴 거. 이거 다 얘들 덕분인 거 알아, 몰라?
[그 정도면 됐지, 또 뭘 바래?]팅거가 나를 째려봤다.
-어허! 앞으로 맛있는 거 먹고 싶으면 내놔!
[쳇, 치사하기는.]팅거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면서 날개를 파닥거렸다. 기분이 매우 나쁠 때 하는 짓이다.
얘들에게 양아치 짓들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더욱 더 강해지고 싶으니까. 그리고 강해질 거니까.
이 녀석들의 능력을 받으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날아오는 칼날, 화살을 휘게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무서울 게 없을 거 같다.
게다가 벨라의 능력은 또 어떻고.
-벨라 너도 내놔. 어차피 내게 능력을 전수해 준다고 해도, 너희들의 능력이 줄어들지 않잖아.
[쳇, 그런 건 또 어떻게 알아서.]팅거가 신경질적으로 날갯짓을 하더니, 내 머리 위로 날아왔다.
[눈 감아!]팅거가 시키는 대로 했다. 분명 눈을 감았는데, 황금색 글씨가 허공에 새겨지는 게 보였다.
[신조의 가호가 깃듭니다] [스킬 목록이 추가되었습니다!] [사물의 속성 변환 능력을 계승합니다]*고체를 액체로 2초간 변환 가능
-어……?
놀라고 궁금할 시간도 없이 새로운 글씨가 공간에 새겨지고 있었다. 눈을 따라가면서 읽었다.
[신조의 가호가 깃듭니다] [마력 사용 능력을 계승합니다]*마나를 마력으로 치환 가능.
…[스킬 목록이 추가되었습니다] [가호를 내린 신조가 이능을 하사합니다]
*신조의 사물의 속성 변환 능력을 계승합니다.
고체를 액체로 2초간 변환
*신조의 마력 사용 능력을 계승합니다.
마나를 마력으로 치환 가능.
-허……!
무슨 이런 사기캐가?
능력도 능력이지만, 팅거, 벨라가 신조라는 것에 더욱 놀랐다.
앵무새와 참새를 섞어 놓은 듯한 이 녀석들이 신조라고?
신수, 반인반수, 몬스터 대백과에 신조는 신수의 한 단계 위의 존재로, 세상 모든 존재 중 가장 위대한 생명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신조였어?
[흥! 이제 알았냐?] [헤헤헤, 웅.]팅거는 거만하게, 벨라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랑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이렇게 능력이 뛰어난 놈들이 여태 뭘 하고 다닌 거야? 응?
나는 녀석들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팅거 너는 이 좋은 능력을 내게 빨리 가르쳐 줬어야지. 내가 이놈들을 때려잡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리고 벨라.
[으, 웅.]벨라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어막이니, 마력이니 하는 걸 보니, 이 녀석은 분명 마법사다.
-나 마법 좀 가르쳐 주라.
[웅?] [뭐라는 거야, 이 녀석!]벨라와 팅거가 동시에 말했다. 그때, 부스럭 소리가 났다.
월트가 왔군. 잘됐다. 이참에 월트 녀석 길을 들여놔야겠다.
-로이칸!
[응?]-부탁이 있다.
[친구의 부탁은 들어준다.]나는 월트의 기척을 들으면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