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43)
* * *
쐐액, 쐑, 쐑.
가공할 만한 속력으로 응축된 마기가 공중에 마구 날아다녔다.
정신없이 마기가 날아다니는 가운데.
“으악!”
마법전투사 하나가 응축된 마기를 맞고 추락했다.
출동한 마법전투사, 불꽃기사 모두 합쳐서 500명이나 되었지만, 마물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할 뿐, 추락한 동료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크억!”
이번에는 불꽃기사가 마기에 맞아 추락했다.
생각보다 강한 마물들. 그들과 대치하는 것만으로도 기사들은 힘이 달렸다.
지로드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물들이 이렇게나 강했단 말인가. 후우, 고대 영웅들과 용사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사람들인가!’
지로드 교수가 대치하고 있는 마물은 케인. 전투형 마물이다.
마물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라테온처럼 정신계에 특화되어 인간들의 마음을 흔들어 수명을 앗아가거나 그들의 목적을 위해 조종하는 마물. 전투사처럼 공격형 마물로 알트 시에서 마커스를 공격했던 마물.
케인은 전투형 마물 중에서도 호전성이 매우 강한 마물이다.
케인이 손가락을 휘저었다.
탕, 탕, 탕.
강한 마기가 응축된 마기 폭탄이 지로드 교수로 향해 날아갔다. 아니 총알이 쏘아지듯 날아갔다.
파앙!
마기가 두 쪽으로 갈리면서 흩어졌다.
케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호오!”
좀 하는데? 케인은 진심으로 놀랐다. 인간 중에서 자신의 마기를 막아 내는 자가 있다니.
상대방이 들고 있는 검으로 향한 케인의 눈이 찌푸려졌다. 검에서 마나는 물론이고 드래곤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그에게 저 정도의 기운은 그리 영향을 못 미치니까.
다만,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얼마나 강할지, 궁금하군.’
케인은 지난 오백 년간 참고 참은 힘을 한꺼번에 터뜨리고 있었다.
쉬지 않고 응축마기를 쏘아대는 케인.
촤악, 촤아악.
지로드 교수는 슈커럴 검으로 날아오는 응축마기를 노련하게 반으로 갈랐다.
한 번이면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연속으로 마기가 흩어졌다.
“흐응,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데? 모처럼 즐겁군.”
케인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리곤 곧장 손을 뻗었다.
콰아아앙!
허공에 수십 개의 응축마기가 떠올랐고 지로드 교수에게 날아갔다.
“허억!”
지로드 교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여태 죽을힘을 다해서 마기를 흘렸건만!
지로드 교수는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실력으론 쏟아지는 마기를 모두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그때였다.
팡, 파팡, 팡팡팡.
갑자기 자신이 놓친 마기가 사라졌다. 언제 다가왔는지, 가테지 마법사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검이.
가테지가 일루전을 발동해 네 개의 신형을 더 만든 것. 예전 같으면 비행 마법과 일루전을 동시에 시전하기엔 마나가 턱없이 부족했을 터다.
“이젠 마나고갈 걱정이 없으니까.”
가테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더는 마나가 부족해 해 보고 싶은 마법을 포기할 필요가 없는 상황.
후우우웅.
가테지의 신형이 두 개가 더 늘었다. 가테지를 포함해 총 일곱. 거기에 지로드 교수까지.
여덟 개의 슈커럴 검이 날아오는 응축마기를 반으로 쪼갰다. 흩날리는 마기를 레온 주교와 불꽃기사들이 최선을 다해 제거했다.
케인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까지는 봐줄 수 있다. 마기를 다시 흡수해 조금 더 센 공격을 하면 되니까.
그러나, 공격의 기본이 되는 마기가 사라진다?
있을 수 없는 상황. 더욱이 마석도 사라졌는데.
“이것들 봐라.”
옅은 주황색을 띠던 케인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변했다. 그리곤 짝! 두 손을 마주쳤다.
쏴아아아!
유성우가 쏟아지듯 마기우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장의 전멸자로 불리는 케인의 능력이 발동된 것.
“……!”
세 사람은 물론이고 대원들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죽는다.’
눈을 부릅뜨며 마기우를 노려보는 대원들, 모든 걸 체념하고 비행 마법도 포기한 채 추락을 결심한 대원들.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마기를 막자고 검을 휘두르는 대원들.
그런데 마기가 날아오지 않았다. 자신들보다 머리 위쪽에서 텅, 텅, 텅, 뭔가가 터지며 반짝이는 장면만 보일 뿐.
“호, 혹시?”
마커스, 그가 온 것일까.
가테지는 짐작했다. 수호 방패와 드래곤 방패가 그들을 보호했다는 것을.
가테지 얼굴에 안도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케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뭐냐?”
자신의 공격이 막히다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 게다가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분명 기분 나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
케이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신성한 기운과 드래곤 기운이 혼재한다는 것. 그것도 아주 강력한 기운이!
그러나 전투에 특화된 케인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라테온처럼 입만 번지르르한 약한 녀석은 두려워하겠지만.”
자신은 아니다. 힘을 숨긴 마커스와 카이의 힘을 우습게 여긴 케인은 곧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케인은 또다시 마기우를 만들어 냈다. 조금 전보다 더 강한 마기우를.
순식간에 하늘은 마기로 가득했다.
거기에 케인은 힘을 한 번 더 가했다. 갑자기 케인의 자줏빛 머리카락이 검붉게 변했다. 그러더니 머리카락이 넘실거리며 점점 길어지고 굵어졌다. 마침내 두 갈래로 갈라졌다.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딱!
케인이 손가락을 부딪치자, 머리카락에서 검붉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케인의 특화된 능력이다.
“이걸 막아 낼 순 없지.”
* * *
“와, 저놈 저거 뭐냐?”
마기를 우박처럼 쏟아 내서 깜짝 놀랐는데, 이제는 시커먼 연기까지 날아오고 있네.
저건 분명 독마기.
그냥 감이다. 그렇지 않고는 머리카락이 뱀 대가리가 될 리가.
저게 몸에 닿으면 뱀독처럼 즉사하는 거 아니야?
뭐, 그래 봤자. 수호 방패와 드래곤 방패를 뚫을 순 없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럼 일을 먼저 해 볼까?”
저렇게 실력이 뛰어난 놈이 여기 있다는 건 파이테스 방패가 있다는 거다. 없다면 지금쯤 데스케이드에 가 있을 테니까.
먼저 유리아를 소환하고…… 잠깐, 그런데 저놈 왜 여유가 넘쳐 보이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낭패다.’ 그런 표정이었는데.
수상해. 분명 뭐가 있어.
그때였다.
“어헉!”
비명이 들렸다. 분명 지로드 교수의 목소리.
“교수님!”
당장이라도 지로드 교수님에게 가야 한다. 그러나 저놈을 막는 게 급선무다. 나는 이를 악물고 카이를 불렀다.
-카이, 교수님을.
[알았어!]저놈이 방패가 있든 말든, 나는 유리아를 소환했다. 13개의 유리아가 곳곳에 생겨났을 것.
“크허헉!”
“으아악!”
저 아래 비명이 들렸다. 마물들이 유리아의 기운에 노출되었다는 소리.
“이, 이놈이 뭘 던진 거냐?”
갑자기 터져 나오는 우레와 같은 소리. 마물 놈이 화가 난 것 같다.
네 놈이 화를 내 봤자지. 그런데 저놈은 전혀 달라진 게 없군. 케링처럼 방패를 두르고 있는 게 확실하군.
“흥! 그땐 이게 없어서 고전했지만!”
나는 검을 빼 들었다. 바트롱가 검을.
바트롱가 검, 유리아, 드래곤 방패. 이 세 개가 모두 준비되었다.
웅웅웅웅.
유리아의 빛을 받고, 드래곤 방패의 기운을 얻은 검이 진동했다.
파앗!
갑자기 검에서 강한 빛이 발산했다. 이때다.
나는 최대 속력을 내서 놈에게 날아갔다.
텅, 텅, 텅, 공격이 계속 이어졌지만, 드래곤 방패가 있는 내겐 위협이 되지 않았다.
[교수님은 팅거, 벨라가 보고 있어.]카이는 그렇게 말을 하곤 쓰으읍. 검붉은 연기를 빨아들였다.
“이, 이건 또 무슨 일이냐!”
마물 놈이 충격을 받아 당황하고 있었다. 나로선 좋은 일. 놈이 내뿜는 독마기는 족족 카이가 마셨다.
“이,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당황한 마물에게 틈이 생겼다.
나는 그대로 놈에게 바트롱가 검을 찔러 넣었다.
쩍! 소리가 나면서 놈의 몸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연기는 곧 뱀의 형상으로 변했다. 뱀은 두 동강이 나 있었다. 괴로운지 두 동강 난 뱀은 요동쳤다.
쉭, 쉭, 쉬쉬쉭.
두 갈래 혀를 길게 내뿜으며 뱀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두 동강이 난 뱀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뱀 대가리!]카이의 외침과 함께 다가오던 뱀이 멈췄다. 그리곤 스스스스, 형체가 사라졌다. 방패가 사라진 것.
나는 지체하지 않고 그대로 마물에게 날아가 바트롱가 검을 놈의 정수리에 찍어 내렸다.
“크아아악!”
마물이 추락하면서 괴성을 내질렀는데, 놈은 이미 시커멓게 몸이 변하고 있었다.
* * *
올보그 황제가 황궁 치료소 3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엔 얼마 전 레톨리 전투에서 부상당한 대원들이 입원해 있는 곳이었다.
3층 맨 끝 방에 들어가니, 환자 침대에 지로드 교수가 누워 있었다.
올보그 황제는 지로드 교수를 내려다봤다. 얕게 숨만 쉬고 있을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황제가 담당 치료사에게 물었다.
“깨어날 기미는?”
“송구하옵니다.”
“흠. 할 수 있는 최대한 치료를 하도록.”
치료사에게 할 말이라고는 격려밖에 없었다. 올보그 황제는 평소 지로드 교수에게 했던 것처럼 톡톡 어깨를 두드린 후,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후…… 부디 알아내면 좋겠군.”
한편, 황궁의 비밀 장소에 황제의 바람을 실천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서 가테지가 마물을 심문 중이었다.
“독마기 해독 방법이 뭐지?”
본능이었다. 저자와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그걸 안 마물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웅얼거렸다.
“크윽, 케, 케인님의 마기는 해독할 수 없다.”
“호오, 그래?”
가테지는 입꼬리를 올린 채 마물을 비웃었다.
“아주 교육을 잘 받았어, 그렇지 않나?”
가테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물의 고개가 들렸다. 마물은 가테지와 눈이 마주쳤다. 눈빛이 섬뜩했다. 인간의 눈이 이렇다니.
마물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돌아가지 않았다.
차라리 눈을 감자. 저놈과는 절대로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그러나 실패했다. 눈이 감겨 지지도, 그렇다고 고개가 돌아가지도 않았다.
그런 마물의 눈을 가테지가 빤히 바라봤다. 그때였다. 갑자기 마물이 부르르 떨었다. 손발이 속절없이 떨렸다.
은신한 카이와 마커스가 마물 뒤에서 드래곤의 힘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던 것.
가테지는 그 힘을 받아 마물을 더욱 압박했다.
“케, 케인 님의 심장을 먹으면 된다.”
콰직! 가테지는 마물이 앉아 있는 의자를 발로 차서 뒤로 넘겨 버렸다. 마커스가 가테지에게 속삭였기 때문이다.
‘저건 거짓말이에요. 심장을 먹으면 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독이 몸에 새겨진대요.’
그 말은 지로드 교수가 평생 깨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가테지가 영창을 외웠다. 마물에게 더욱 강력한 세뇌 마법을 걸었다.
가테지가 나직이 물었다.
“다시 묻는다. 해독 방법이 뭐지?”
“거, 검은색 마정석이다. 그걸 갈아 먹으면 된다.”
이번에는 마물의 대답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나 검은색 마정석이라는 말에 가테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본 적이 없는 마정석. 차라리 성물이나 유리아라고 했다면 나았을 텐데.
그때였다. 가테지의 귓가에 속삭임이 들렸다.
‘그거 있어요.’
그때였다. 카이가 마커스에게 말했다.
[죽여도 돼?]-그래.
마커스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마물이 고꾸라졌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은 것.
시커먼 마기가 살짝 피어올랐지만, 이내 신성석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후, 시원하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애틀리스의 내 저택으로 갔다.
-호크, 할 일이 있다.
[나, 일한다. 주인 좋다.]-그래, 그래.
다슈타 산에서 백금목을 찾은 호크는 드디어 자신도 도움이 됐다면서 고무돼 있었다. 그런 호크의 등을 쓱쓱 쓰다듬어 줬다. 딱딱하고 거칠었다.
-이거 가루로 만들어.
주머니에서 검은색 마정석을 꺼냈다.
호크가 마정석을 가루로 만드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대장님!”
“어, 에른.”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아크리스 왕국에 남부 지방에 불길한 일이 생겼답니다.”
“불길한 일?”
“예, 프라이본 영지에 흐르는 강 주변의 나무와 풀들이 고사했답니다.”
“뭐? 자세하게 말해 봐.”
“항공 수송팀들이 보고한 내용인데요.”
에른이 지목한 곳은 바로 아크리스 왕국의 최남단 지역이었다. 그곳의 어느 강 주변이 헐벗었다는 것.
“겨울이라 그런 거 아니야?”
“그건 아닐 겁니다. 그랬다면 이상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거니까요. 강가나 강에 동물들의 사체도 많았답니다. 수송 담당자들 눈에 띌 정도니까 많다는 뜻이겠죠.”
그때였다. 통신구가 울렸다.
“마커스 율리시즙니다.”
=오랜만입니다. 율리시즈 대장.
티티제 베이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