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52)
* * *
-그러니까, 네 친구가 남쪽 지방 협곡에 사는데 갑자기 죽었다고?
[네.]지금까지 벌써 열다섯 마리 째. 모두 남쪽에 사는 친구, 친척들이 죽었단다.
-그건 어떻게 알았는데?
[쟤가 이야기해 줬어요.]유니콘이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봤는데, 거기엔 팅거, 벨라, 그리고 처음 본 새가 앉아 있었다.
[마, 마커스!] [크, 큰일났어, 빨리 가 봐야 해.]팅거와 벨라가 나뭇가지 위에서 발을 동동거렸다.
-왜 뭔데?
[얘가 말하는데, 아무래도 거기 같아.]팅거가 평소 냉정한 표정과는 달리, 아주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레드애쉬가 나왔던 곳 있잖아. 거기에 그때처럼 또 그런 일이 일어났었대.] [응, 그래서 동물들이 많이 죽었대, 나무도 다 타 죽고.]팅거, 벨라 말을 들으니, 머릿속에 ‘아파, 살려 줘’가 떠올랐다. 그때 죽어 가는 동식물들이 내게 구조요청을 한 건가 싶은 게,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당장 가자, 잠깐, 그전에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고.
나는 곧장 티티제에게 연락을 넣었다.
=대장님, 거기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레드애쉬와 마신의 관계를 내게 가르쳐 준 티티제이니, 마물들 분위기가 어떤지 물어보는 거였다.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마물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나는 암바토에서, 데스케이드에서 본 마물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심각하군요. 혹시 제가 도와 드릴 건 없습니까?
티티제 역시 마물의 힘이 약해지기 바라는 인물 중 하나.
“조만간 중앙에서 기사를 차출할 것 같아요. 그때, 괜찮은 인재가 있으면 좀 부탁드립니다.”
상단을 꾸려 나가려면 자체 호위 기사들이 필요하니까 지금 내가 하는 말에는 그리 위화감은 없을 거다. 그러나 나는 레가시와 에른을 통해 알고 있다.
호헨은 따로 기사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랭커스 상단주께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티티제는 입에 기름칠한 것처럼 유연하게 대답했다.
=아, 그때 이후로는 레드애쉬가 출몰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다만, 동물들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 외 다른 건 괜찮아요?”
=네, 숲도 예전보다 훨씬 더 푸르고요. 그땐, 너무 경황이 없어서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차후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건 이미 국왕 전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그리고 랭커스 상단에서 본가로 연락했다고 들었고요.”
크리턴슨 국왕이 연락이 와서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을 했는지 모른다. 본가에 선물을 얼마나 많이 보내 줬는지, 아마 앞으로 1년은 영지민들이 고기와 유제품을 원 없이 먹게 생겼다.
이거 좀 이상한데?
얘들이 저 새 이야기를 옮겨 준 내용과 티티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너무나 달랐다. 저 새, 프라이본이 아니고 다른 곳을 말한 건가?
음, 따로 알아봐야겠네.
만약 우리 쪽이 힘이 강하다면 그냥 나 혼자 다 때려 부수면 좋겠지만.
이렇게 도와준다는 데 도움을 받아야지.
사실 이렇게 대답한 건 내가 호헨이나 오리젠트를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마물들과 상대하기엔 우리 부대들의 인원이 엄청나게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
나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말했고, 티티제는 바쁠 텐데 확인 연락까지 해 줘서 고맙다고 대답했다.
훈훈한 안부 연락으로 끝난 상황.
“흠, 그럼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 거지?”
무엇보다 얘들이 알려 준 대로 사건이 발생했다면 심각한 재난 수준이다. 어떤 루트를 타서라도 내 귀에 들어왔을 터인데.
남부 대륙 소식에 빠삭한 우디올에게 연락하려고 통신구를 드는데, 팅거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마, 마커스, 그런데 감쪽같아졌대.]-무슨 소리야? 어이 귀엽게 생긴 새, 네가 말해 봐라.
정말 귀엽게 생겼다. 겁도 많아 보이고,
덩치는 팅거, 벨라 세 마리는 뭉쳐놔야 할 것 같은 녀석이 저 중에서 제일 귀엽고 어리석게 보이다니.
부리 위부터 이마 등으로 내려오는 곳은 옅은 하늘색, 배는 하얀색에 웃는 표정.
저런 귀엽고 겁이 많아 보이는 녀석이 어떻게 이 멀리까지 날아왔지?
[저, 저, 칭구들 주거써요. 나, 난 살아써요. 나무 새까매졌어요. 초록색 되써요. 칭구 울어써요. 살려달라고 했써요, 사라져써요.]그 후로도 옅은 하늘색 새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결국은 나는 벨라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벨라는 곧바로 통역을 해 줬고, 마지막에 저 새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말해 줬다.
-그러니까, 나를 찾아 여기까지 온 거라고?
끄덕, 하늘색 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알려줬대. 나무, 동물들, 새들이.]-고생했네. 너 이름이 뭐냐?
[마카예요.]저 녀석이 여기까지 날아온 게 대견했다. 나는 녀석을 쓱쓱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카이도 앞발로 녀석을 쓰다듬었다.
[마카, 잘 왔다. 형이 복수해 줄게. 이거 먹고 힘내.]-음, 카이야. 언제 네가 마카 형이 됐냐?
[복수해 주면 형이지.]카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한 후, 마카에게 콩알만 한 누보를 입에 넣어줬다.
[고맙슴니다.]카이와 팅거, 벨라는 마카를 진짜 동생처럼 생각하기로 했는지, 둘러앉아서 마카를 위로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힐끔 쳐다본 후, 생각을 정리했다.
만약, 마카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때, 내가 들었던 고통스러운 비명이 실제 내게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였을 테니까.
게다가 티티제가 평화롭다고 말했던 그곳, 오베르 협곡에서 일어난 일이고.
“수상해. 하필이면 마신이 봉인된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게 뭐람?”
마신이 있는 곳에 다시 가려니까, 남은 유리아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걸 깨우면 능력이 훨씬 좋아질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때가 되면 그나마 지금 숨이 붙어 있는 동물들마저 죽을 거다.
“아, 이러면 되겠네.”
어차피 대륙 곳곳에 신성력을 강화시킬 생각이었잖아. 그러니까 그 생각으로 가면 되겠다. 아직 마신이 깨어날 리는 없을 테니까.
그랬다면 이미 대륙이 발칵 뒤집혔겠지.
-얘들아, 가자.
[마물들 죽이러 가는 거야?]-가서 있으면 죽이고.
[없으면? 복수 해야 하잖아.] [맞아. 복수!] [응응, 복수해야지.]복수를 하겠다고 눈동자를 번들거리는 녀석들에게 나는 내 계획을 말해 줬다.
[그것도 좋네. 마기도 없애고, 신성력도 놓이고.] [히힛, 그렇게 해 두면 마신 놈 엄청 싫겠다.] [그렇지, 나도 누가 자고 있는데, 마기를 들이대면 진짜 괴로울 것 같아.]다행인 건 내가 거길 가 봤다는 거다. 나는 녀석들을 데리고 곧장 오베르 협곡으로 워프했다.
* * *
“진짜 이상하네.”
오베르 협곡 주변 나무, 풀들은 변함없이 푸르렀다. 그런데 협곡 주변에 음산한 마기가 자욱했다. 지난번에 마기를 모조리 다 없앴건만.
카이가 화를 버럭 내면서 다시 마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쓰으읍! 카이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눈에 띄게 마기가 줄어들었다.
확실히 로스터 왕궁의 유리아가 세긴 세구나. 확실히 카이 능력이 좋아졌다는 걸 알겠다.
카이가 주변 마기를 제거하고 있을 때, 나는 마나 증폭기와 신성력 증폭기로 저장돌의 기운을 증폭시켰다.
그 전에 오염된 협곡과 강물을 정화하기 위해 유리아 몇 개를 소환했다.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맑아졌다.
각각 50개씩 만들었을 때 쯤, 카이가 돌아왔다.
[후, 이제 숨을 좀 쉴 수 있겠다. 역시 유리아야. 어? 벌써 이렇게 많이 만들었어?]-응, 오십 개 더 만들고 나서 뿌리려고.
[그럼 나 이거 내가 해 봐도 돼?]카이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래.
[히힛!]카이가 신성석 중폭기를 들고 버튼을 누르는데, 갑자기 기계가 웅웅웅웅 하면서 게이지가 훨씬 더 높이 올라갔다.
내가 했을 땐 두 배 반에서 세 배. 잘하면 세 배 반까지 올라갔는데, 카이가 하니까 최소가 네 배였다. 보통은 일곱 배. 더는 측정 불가로 나왔고.
-카이 너 대단하다. 이거 네가 만들어라.
[흠, 그러지 뭐.]카이는 무심한 듯 말했지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었다.
[이번에도 고맙다. 역시 올 줄 알았다.]-응, 뭐라고?
나는 카이에게 물었다.
그러나 카이는 증폭기에 집중해 있느라 내 말을 듣지도 못 한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카이가 말한 게 아니라는 소린데.
[나 네 옆에 서 있는 나무다.]-나무?
옆으로 돌아보니, 커다란 나무가 가지를 슬쩍 흔들었다.
-아, 그래 잘됐다. 여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마기는 또 왜 그래?
[한 남자가 떨어졌다. 그때, 갑자기 마기가 협곡 전체에 자욱했다.]나무가 그때 상황을 설명해 줬다. 나무가 말했던 떨어졌다는 남자는 마신과 교신을 하게 된 두 번째 주인공이란 소리.
그놈이 그때, 마신과 연락을 주고받은 모양이군.
“마신이 깨어난 게 틀림없군. 운신을 못할 뿐이고. 그런데 깨고 나니 연락할 방법을 못 찾았는데, 마침 레드애쉬 정도는 움직일 힘이 생긴 거지. 그놈이 마침 근처에 있는 마물을 데리고 마신에게 간 거였고.”
나중에 힘이 더 생기면 마물 전체에게 명령을 내리겠지만, 지금은 부하가 하나, 탱크가 하나.
그 부하 놈이라는 게 연락병 역할을 제대로 할까?
그놈 혼자만 마신을 알고 있으면 좋겠군. 그럼 그놈만 때려잡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텐데.
마물 놈들도 후계자 자리에 민감하다고 했지?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네.
모처럼 대장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할 기횐데, 놓칠 리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카이가 나머지 돌들의 증폭을 완료했다.
-자, 이제 이걸 깊숙이 심어 두자.
잘됐네. 이참에 마신 놈 고생 좀 해 봐라.
[여기 파면 돼?]-그래.
카이가 앞발가락을 까닥거리자 흙이 좌르륵, 하늘로 치솟았다.
와, 와와와.
다들 감탄했다. 심지어 근처 나뭇가지도 마구 떨렸다. 그 녀석들도 신기했던 것.
카이는 당연하다는 듯 반응을 능숙하게 받아들인 후, 마나돌과 신성돌 하나씩을 구멍이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앞발가락을 다시 까닥거렸다. 그러자 하늘 높이 서 있던 흙들이 우수수 떨어져 구멍을 메웠다.
이번에도 역시 박수와 감탄사가 숲을 울렸다.
[고맙다. 마기를 없애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런 귀한 선물을 주다니. 이건 우리가 꼭꼭 숨겨 놓겠다.] [맞아요. 정말 고마워요. 이런 기적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말만 해요. 우리가 알아서 길을 만들어 드릴게요.]대지의 기운이 말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짐작은 사실이었다. 그 후론 우리는 그저 적당한 곳에 돌을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었다. 흙과 모래들이 알아서 돌들을 깊은 곳에 숨겼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빼앗기면 안 돼. 알겠지?]카이는 자신이 일일이 증폭한 돌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애착을 가지며 신신당부를 했다.
[네, 물론입니다.]카이, 벨라, 팅거, 나, 거기에 마카까지 곳곳에 돌아다니며 돌을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었다.
하여 일은 순식간에 끝났고, 오베르 협곡은 좋은 기운이 은은하게 퍼졌다.
-이 정도 기운이라면 마물들이 싫어하겠지?
[두려워할걸?]-카이 너 혹시 돌에 네 기운도 넣었어?
[조금.]-잘했다.
나는 기특해서 카이의 반질반질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카, 일이 생기면 당장 연락하고. 영감님도 연락해 주세요.
마카에 이어 여기 와서 내게 처음 말을 건 나무에게 말을 했다.
-주변에 수상한 이야기가 들리면 그것도 부탁드려요. 지난번처럼 그냥 도와 달라고 살려 달라는 말만 하지 말고, 여기 어디니까, 와라, 이렇게 말해야 해요, 네?
[그, 그걸 들었다고?]-그럼요, 그런데 어딘지 몰라서 못 왔던 거예요. 그때 왔다면 동료들이 덜 죽었을 거 아녜요?
[그, 그렇지. 내 꼭 말하지. 주변에도 말해 놓을 거고.]자, 밑밥을 깔아놨으니, 어떤 소식이 들려올지 궁금하다.
이 정도면 해 두고 빨리 돌아가서 유리아나 깨우러 가자. 다음 장소는 애틀리스, 나는 애틀리스로 워프했다.
* * *
한편, 오베르 협곡 근처 해협 깊은 곳에 자리한 마신은 헉! 숨이 막혀 왔다.
갑자기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성물에서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가 바로 마커스가 소환한 유리아의 기운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초창기에는 이 정도 기운이었다면 모든 걸 부수고 뛰쳐나갈 수 있었겠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이런 자극은 너무나 충격이었다.
마신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간신히 머리를 굴렸다.
‘그놈이 잡힌 건가?’
설마, 그놈이 자신의 자리를 노려 성물을 뿌려댄 건 아닐까. 아주 잠깐이었지만 의심했다.
그러다 고개를 내저었다, 그놈은 그럴 간 큰 놈도 못 되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면 근처에 성직자 놈이 와서 기도라도 하는 건가?
‘그런데 요즘은 성직자 놈들이 드래곤 기운도 쓰나? 참 나. 인간들에게 강하게 보이려고 별 방법을 다 쓰는군. 하여간에 예나 지금이나 허세에 찌든 인간들이라니까.’
마신은 간신히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만약 성직자가 잠시 왔다 가는 이벤트라면 심장 깊은 곳에 있는 마기를 운용하면서 참고 기다리면 된다.
애초에 약한 심지였다면 마신은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을 터.
마신은 마커스가 애틀리스에서 강력한 유리아의 기운을 흡수하는 동안, 탱크가 주입해 준 마기로 실낱보다 더 가는 마기를 불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