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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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랜드 공국의 서쪽 국경은 카발라 제국과, 동쪽 국경은 엘라로투스 제국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맞닿아 있진 않지만, 북쪽으로 사막을 가운데 두고 롤린스 제국이 있다.
사막 이름은 가르다 사막. 넓이가 바이랜드 공국 두 배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세간에 가르다 사막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든 장소이니 갈 필요도, 알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동토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곳은 마신이 봉인돼 있을 수도 있다는 소문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러한 스토리조차 없는 가르다 사막은 그야말로 대륙인들에게 잊혀진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마물의 본거지가 있었다. 그것도 지하 공간에.
마물의 본부 본관에 발자국 소리가 크게 났다.
뚜벅, 뚜벅, 뚜벅.
또각, 또각, 또각.
두 개의 소리가 조화롭게 울리는 복도 천장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가 열을 맞춰 반짝였다.
검붉은 머리칼과 같은 색깔의 눈동자, 단 한 번도 햇빛을 본 적이 없었을 것 같은 창백한 흰 피부를 가진 미형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카펫을 까는 게 좋겠군.”
“난 이게 좋아요.”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과 눈동자, 역시 옆의 사내와 같이 순백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봤다면 세기의 미인이라 칭송할 이가 붉은색 입술을 움직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소리가 너무 크잖아.”
“바닥에 크리스털을 깔아서 그렇죠.”
“그러니까, 누가 바닥에 크리스털을 깔아? 여기도 지부처럼 그냥 깔끔하게 카펫을 깔자.”
“어두운 거 싫다니까요.”
둘이 지나가는 복도는 지나치게 화려했다.
복도를 밝히고 있는 샹들리에는 카이가 가리켰던 크루아 황궁 샹들리에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했다. 바닥은 대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강화 크리스털을 깔았다.
샹들리에가 바닥에 깔린 크리스털을 더욱더 반짝이게 만들었다.
둘이 지나가는 복도엔 간격을 두고 경비병이 서 있었고, 그들은 둘이 지나갈 때까지 예를 표했다.
경비병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두 사람은 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문지기가 육중한 문을 열면서 그들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룬데릭 님과 루엘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문지기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회의 탁자에 둘러앉아 있던 이들이 일어나 고개를 숙여 둘을 맞이했다.
룬데릭과 루엘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커다란 원탁에 둘러앉아 있어서 상석이 없어 보였지만, 엄연히 상석이 존재했다.
룬데릭과 루엘을 포함해서 총 여덟 명, 아니 여덟 마물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코블렌트 협곡 이야기부터 해 볼까? 아, 요즘은 오베르 협곡이라고 한다던가?”
룬데릭의 음성이 회의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모두의 시선이 창가 쪽에 앉아 있는 이로 향했다.
그 역시 룬데릭과 루엘과 마찬가지로 미형이었지만, 구릿빛 피부의 소유자였다.
원탁에 둘러앉은 마물들 중에 그보다 더 검은 피부를 가진 마물은 없었다.
“좀처럼 없던 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 동식물들이 고사했습니다. 레드애쉬가 나타났다는 신호였습니다.”
구리빛 마물이 상황을 설명했다. 지진부터 두 번째 동물이 죽은 상황까지.
그러나 그의 이야기에는 라테온과 갈라스의 전투 상황. 그때, 순식간에 동식물이 고사하고 복구했다는 내용 등은 빠져 있었다.
“그런데 알피, 레드애쉬가 그리 쉽게 사라지는 마물은 아니지 않아?”
“그렇긴 합니다.”
“죽더라도 마기는 남겼어야 하는 놈이잖아. 생각을 해봐. 그놈 저장통이 얼마나 큰지.”
물어보는 룬데릭도, 나머지 마물들도 그게 제일 궁금했다.
“요즘 상황을 보면 인간 중에서 우리와 대적할 만한 놈들이 나온 것 같단 말이죠. 다들 아실 거예요. 최근 들어 제법 많은 마물들이 사라졌다는 것을요. 잠적하지 않았다면 죽었겠죠.”
루엘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루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래서 레드애쉬가 죽은 것까진 이해가 간단 말이죠. 고위 마물을 해치운 인간들인데, 하등 마물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겠죠.”
“나도 거기까진 이해가 가. 그런데 그 많은 마기는 어디로 사라졌냐고!”
룬데릭은 작금의 상황이 아주 불편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맞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기는커녕 신성력과 마나만 가득했습니다.”
알피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성물이라도 발굴이 된 건가? 아니면 숨겨 놓은 유리아가 봉인이 풀리기라도 했어?”
“저도 그게 의심스러워서 현장을 몇 번이나 뒤졌는데, 없었습니다.”
“만약, 유리아가 있었더라면 알피 네가 못 찾았을 리는 없었을 테지.”
이 자리에 모인 마물들 모두가 뛰어난 자들이지만, 알피는 기운 캐치에 누구보다 뛰어나다. 현존 마물 중에 최고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신성력이라든지, 마나를 기가 막히게 알아낸다. 하여 알피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적도 꽤 많았다.
“누가 갑자기 신성력을 강화한 거지? 어느 놈일까? 의심 가는 인간이 있어? 혹시 유리아 봉인을 푼 건가?”
“난 풀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루엘이 룬데릭의 말을 받았다. 루엘이 알피를 보며 씩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 대륙에 기운은 설명할 수가 없지 않겠어요? 알피는 어떻게 생각해요?”
“루엘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신성력과 마나가 최근 몇 달 사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원로원의 마기 조달이 끊겨서 그런 건 아닐까요?”
자리에 앉아 있던 마물이 물었다.
“일부는 그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고작 원로원이 공급하던 마기가 끊겼다고 이런 상황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발언하는 마물에 집중하는 가운데, 룬데릭이 문 쪽에 앉은 마물에게 말을 걸었다.
“오카론, 알아낸 거라도 있나?”
오카론은 카발라 제국의 이름난 기사 가문의 수장이다. 하여 카발라 제국에서 그의 입김이 닿지 않은 기사단은 없다.
불꽃 기사단도 마찬가지로 그의 가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간에 오카론의 아들이라 알려진 루카도 뛰어난 기사로, 지금은 불꽃 기사단에 잠입한 상태다.
“유리아의 봉인에 대해선 아직 뭐라고 말씀드릴 건 없지만, 우리 마물들과 상대한 인간들 목록은 입수했습니다.”
“오!”
모두의 시선이 오카론으로 향하면서 무거웠던 회의실 분위기가 일순간 밝게 변했다.
“마물들이 사라진 장소에 있었던 인간들 이름인데, 중복되는 인간들이 몇 있습니다.”
오카론이 준비해 온 자료를 마물들에게 넘겼다.
“이거 사실이야?”
룬데릭이 제일 위에 있는 이름을 가리켰다.
“예, 불꽃 기사단에서 넘겨받은 거니, 사실일 겁니다.”
“흠, 그렇다면 거짓말은 아니라는 소린데…… 그래도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얘는 고작 스무 살도 안 된 꼬맹이잖아.”
룬데릭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루엘에게 물었다.
“루엘, 그때, 주인께서 납치되었을 때 그때 날뛰던 놈들 나이가 어떻게 됐지? 인간들 나이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지.”
“번쩍이는 검으로 날 위협했던 인간이 그때, 서른다섯인가, 서른여섯인가 그랬을 거예요.”
“그놈 이름이 아마 바트롱가인가 뭔가였지?”
“제가 죽을 뻔했던 인간은 그 당시 마흔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대충 그런 나이였던 것 같아. 기억나는군. 내가 죽을 당시 핏덩이들도 이기지 못한다고 주인께서 한탄하셨지.”
“그래도 당신은 주인께서 피를 나눠 주셔서 200년 만에 살아났잖아요. 전 400년이나 걸렸다고요.”
“그래, 운이 좋았지.”
“좋다마다겠어요? 주인님의 능력까지 이어받아 놓고선.”
루엘의 목소리에 부러움이 묻어 있었다.
둘 다 영웅들에게 죽었다. 그런데 죽을 당시 룬데릭 옆에 마신이 있었다.
마신은 죽어 가는 룬데릭에게 자신의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려 줬다. 그것으로 룬데릭이 마신의 능력을 아주 조금이지만, 이어받았다.
루엘은 그러지 못 했고.
하여 죽기 전엔 같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룬데릭이 루엘보다 뛰어나다.
“그것들도 핏덩이였는데, 이놈은 도대체 뭐야? 열아홉?”
“천재라고 칭송받는 자입니다. 신에게 선택받은 자라는 말도 있고요.”
“흠, 그렇단 말이지?”
“아직 진의는 밝혀내진 못했습니다. 조만간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적당한 놈 하나를 그놈 주변에 붙여 놔.”
“알겠습니다.”
“그럼 그건 어떻게 됐어? 갑자기 인간들이 기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아, 그리고 마석은 어떻게 된 거지?”
“그게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두 지부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레드애쉬가 가져갔을 거라고 합의를 본 것 같은데, 정작 레드애쉬를 찾을 수가 없으니…….”
“제 생각을 잠시 말씀드려도 될까요?”
회의실에 차분한 음성이 울려 펴졌다. 가장 조용하게 있는 둥 없는 둥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마물이었다.
“오, 그래. 말해 봐.”
“어떤 이유로 주인을 옥죄던 봉인이 풀렸을 겁니다. 그 사이로 마기가 스며들게 된 거죠. 그걸 기반으로 힘을 키우고 계실 겁니다. 조만간 주인께서 연락을 주실 것 같습니다.”
“그럼 네 생각엔 주인께서 코블렌트 협곡에 계실 거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왜 레드애쉬가 거기 나타났겠습니까? 예상대로 동토에 계신다면 그놈이 거기 나타났겠죠.”
“그건 너무 단편적이지 않나요?”
결론이 나지 않은 대화가 이어졌다. 그렇게 몇 시간 회의가 이어진 후, 룬데릭이 말했다.
“결론은 인간들이 우리를 없애기 위해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로군. 그렇다면 우리도 작전을 바꿔야지. 다들 마물들을 소집해서 훈련에 들어가.”
“소극적인 방법은 이제 지나갔다고 생각해요. 마밸리 전투, 다들 생각나시죠? 그때의 설움을 갚아야 하지 않겠어요? 난 꼭 할 거예요.”
루엘의 눈이 번들거렸다.
“주인님의 행방을 찾는 일, 성물을 없애는 일, 인간을 없애는 일. 우리는 이 일을 동시에 해 나가야 한다. 많은 부침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번엔 반드시 승리하자.”
마물이 승리를 외치고 있을 때, 회의실에서 언급됐던 루카는 곧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고 있었다.
* * *
기사들 체력이 곧 전력이고, 기초 운동이 모든 것의 기본이다.
용사님의 지시로 기사들에게 뒷산에 뛰어 올라갔다 내려오는 걸 시켰더니, 몇 번 하지도 못한 채 널브러진 기사들을 보며 용사님이 혀를 찼다.
[쯧, 저리도 힘이 없어서 되겠나?]-그러게 말이에요.
[애틀리스에서 내 훈련을 받았던 기사들을 제외하면 죄다 낙제야. 낙제.]-에이, 그 정도는 아닌데요. 게다가 오늘이 훈련 이틀째잖아요. 어제보다 훨씬 더 힘들 거예요.
용사님의 기준이 너무 높긴 하다, 그래도 불꽃 기사들은 지로드 교수님 휘하에 있는 마법기사들과 비교하며 굉장히 약했다.
특히 최근에 훈련에 참여했다는 기사들은 실력이 더욱더 떨어졌다.
“그런데 저 마물 놈들은 진짜로 힘든 건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연기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힘들어 보이는데요?”
“마물들이 얼마나 강한 놈들인지, 봤던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 보입니다.”
레온 주교가 흙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마물 셋을 노려봤다.
힘든 건 분명해 보였다. 마물들의 대화가 들렸으니까. 그리고 처음 듣는 내용도 들려왔다.
뭐? 최고위 마물이 있다고? 고위 마물 집단이 레톨리와 데스케이드 외에 또 있다니. 그런데 그놈들이 마신을 찾으러 오벨로 협곡으로 간다고?
그것만으로도 놀라 눈이 커질 판에, 뒤이어 들리는 말에 나는 정말로 눈이 켜졌다.
성물 파괴.
마물의 행동 지침 세 가지 중 중 하나에 성물 파괴가 포함되어 있다.
난리 났군.
마신도 찾아야 하고, 연락병인 마물 놈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능력치를 올려야 하고.
이 모든 것이 다 중요한 상황. 그때였다. 교단 사제가 나를 찾아왔다.
“대주교님께서 대장님을 찾으십니다.”
그래, 마침 잘됐네. 놈을 잡든, 마신을 잡든, 능력이 있어야 잡지.
“가시죠.”
레온 주교의 말에는 신전에 있는 유리아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건 다섯 개, 그러나 실제론 일곱 개란다.
일곱 개를 한꺼번에 봉인을 풀 수 있을까?
나는 손끝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두려워서가 아닌, 기대에 찬 흥분 때문에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