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66)
벨라의 말대로 하늘에서 뱀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기를 내뿜는 시커먼 뱀이.
“파이테스 뱀인가 보군.”
나는 떨어지는 뱀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뱀은 그리 크지 않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뱀이었다. 다만,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 어쩌면 수천 마리의 뱀이 나를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음, 입에서 마기를 내뿜고 있네.
“그런데 마기 진짜 엄청난데?”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마기를 발산하다니, 분명 저 뱀을 소환한 마물은 엄청난 놈이 틀림없다.
이래서 다섯 개의 성물을 모두 찾은 다음, 마신을 찾으라는 거였나?
생각하는 사이, 뱀들이 수호방패 위로 떨어졌다.
번쩍, 번쩍.
방패에 부딪힌 뱀들이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리곤 곧 연기처럼 사라졌고.
역시! 대단한 방패라니까.
나는 그저 관람하듯 하늘을 올려다봤다.
지금 아니면 저 뱀을 언제 또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까?
[마커스 그냥 죽이자.]-아직 기다려. 저놈들 중에 한 놈이 죽고 나면 그때 시작하자.
나는 아직 가만히 있기로 했다. 내 존재를 눈치채고 뱀을 소환했을 마물이 상대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면, 조만간 둘 중 한 놈은 죽는다.
-조금만 기다리자. 그러면 우린 한 놈만 해치우면 돼.
[아, 저놈 죽고 나서 시작하자고? 알았어.]카이는 내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그런데 저 뱀들은 색깔별로 마기가 다르네.]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카이가 툭 내뱉었다.
-그래 보인다.
검은색이 짙을수록 마기가 셌다.
-그런데 저 마물은 마기가 머리에서 튀어나가는 것 같은데?
지난번 라테온 놈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뱀 대가리로 변한 건 본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마기 머리카락에서 시커먼 마기가 가닥가닥 뿜어져 나오는 건 처음 봤다.
그만큼 저 마물의 마기가 강력하다는 뜻.
[뭐, 실력이 있어 보이긴 하네.]카이가 별거 아니라는 듯 비웃었다.
나는 두 마물의 전투를 지켜보면서 놈들의 약점을 살폈다.
-역시 마물들은 자기 정수리에 신경 쓰네. 정수리가 약한 건 마물 공통인가보다.
[심장도.]갑자기 한 놈이 엄청난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아!”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간 거다.
드디어 둘 사이에 틈이 벌어진 거다. 지금까진 서로를 견제하며 공격했다면, 이제는 그냥 온 힘을 다해 서로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게 보였다.
-얘들아, 알지? 저놈들 중 한 놈이 죽으면 즉시 마기를 제거하자!
[알았어!]세 녀석이 동시에 대답했다.
방패 2개에 카이와 벨라의 보호막으로 안전한 우리는 놈들의 전투에 집중했다. 둘 중 한 놈이라도 죽으면 즉시 마기를 회수해 제거해야 하니까.
* * *
지금까지 세상 누구라도 자신의 소환마, 파이테스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런데, 저 아래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인간이 파이테스를 막았다.
파이테스를 막을 수 있는 건 테페론 신밖에 없다. 또 하나 있다면 바로 테페론 신의 기운이 담긴 수호방패였다.
그런데 최근 수호방패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흠, 수호방패를 계승 받은 놈이 저놈이었군.’
마커스를 내려다보는 룬데릭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룬데릭은 수호방패로 인해 몇 번이나 인간들에게 패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래서 수호방패의 기능이 어떤지, 얼마나 강한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룬데릭은 곧바로 아래 펼쳐진 수호방패가 어떤 상황인지, 잘 보였다.
‘그런데 저놈, 아직 수호방패를 제대로 쓸 줄은 모르는군.’
룬데릭은 마커스의 허점을 꿰뚫어 봤다.
수호방패나 드래곤 방패는 그것뿐 아니라 사방에 펼칠 수가 있었다. 그걸 마커스가 몰랐을 뿐.
“후, 이제 깔끔하게 정리해 볼까?”
룬데릭은 곧장 레드애쉬를 소환했다. 그리곤 이내 마커스에게 관심을 껐다.
룬데릭은 양손으로 검을 쥐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손에서 강한 마기가 쏟아지듯 터져 나왔다.
* * *
“우와, 저거 뭐냐?”
엄청나게 큰 칠흑 같은 검날이 생겨나 상대의 몸을 두 쪽으로 갈랐다.
순간 마기가 하늘을 꽉 메우는 마기가 두 쪽으로 갈라진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카이, 바로 지……?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내 발목이 끊어지게 아팠기 때문이다.
“크아아!”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순간 어금니를 악물었지만, 이미 새어나간 비명을 담을 수 없었다.
카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끼에엑!
처음 듣는 카이의 비명.
나는 아픈 와중에 카이가 있는 쪽으로 뒤를 돌았다.
그랬더니, 시뻘건 레드애쉬놈이 카이의 다리를 물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내 다리에도 레드애쉬 한 놈이 붙어 있었고,
“야, 이 미친놈아!”
나는 곧장 레드애쉬에게 마나폭탄을 날렸다. 활을 연사하듯 마나폭탄을 연이어 날리면서 이어 신성력까지 마구 쏟아부었다.
그랬더니, 수백 개의 이빨로 나를 물고 있던 레드애쉬가 나자빠졌고, 급기야 시커먼 연기가 되어버렸다.
[나, 나, 내가 마기를 없앨게.]벨라가 벌벌 떨면서 말했다.
[나, 나는 저걸 없앨…… 마, 마커스 뒤에 나타났어!]팅거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꽥 질렀다.
뾰로로롱! 이라는 소리가 났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두 다리가 모두 물렸다.
“으아아아!”
진짜 아팠다.
“야, 이놈들아, 놔, 놓으라고!”
다리 잘리겠다고. 이 미친놈들아.
악어처럼 생긴 놈들답게 이빨이 너무나 강했다. 그냥 강에서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잡아 죽이는 것과 내가 물리는 건 천지 차이였다.
만약, 내가 정신이 있다면 곧바로 유리아를 소환하면서 놈들을 죽였겠지만, 너무 아픈 나머지 그런 정신이 들지 않았다.
몇 번이나 반복되고 나서, 카이가 소리쳤다.
[카이, 우리 보호막을 사방으로 치자.] [아, 그렇지. 마커스, 그놈 떼자마자 바로 날아올라!]-알았다.
내 다리에 한 마리씩 붙어 있는 레드애쉬를 죽여 떨어뜨린 나는 곧장 비행마법을 일으켜 날아올랐다.
그러자 이내 내 발밑으로 보호막이 펼쳐졌다
나는 즉시 유리아를 소환했다.
적에게 내 모든 걸 다 보여 주면 안 된다는 생각과, 이 정도론 죽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어서 그랬을 거다.
유리아가 소환되고 바닥에서 기운을 뿜어내자, 레드애쉬가 저절로 툭 떨어져 나갔다.
엄청난 마기를 쏟아 내는 레드애쉬의 사체가 도처에 깔려 있었다.
나와 카이, 팅거, 벨라. 우리는 정신없이 그놈들의 마기를 제거했다. 우리가 마기를 없애지 않으면 저 마기는 위에 있는 마물이 흡수해 버릴 거니까.
도대체 저 위에 있는 마물이 얼마나 센 놈인지, 레드애쉬가 끊임없이 나타났다.
“와, 저 레드애쉬 놈은 바로 사라지질 않네.”
루페도스처럼 곧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직접 죽여야 사라졌다. 레드애쉬가 루페도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
그나마 정신을 차린 내가 비행해서 그렇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놈에게 몸을 뜯기고 있을 거다.
[마커스, 괜찮아?]벨라가 걱정스레 물어봤다.
-괜찮아.
뜯긴 다리는 곧바로 아물었다. 당연히 마기에 중독되지도 않았고.
보호막이 사방으로 펼쳐진 걸 보면서 생각했다.
이거 혹시 방패들도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마음속으로 방패의 완전체를 떠올렸다.
그러자. 화아악!
밝은 빛이 발밑으로 펼쳐졌다. 신성한 기운이 보다 강해졌다.
그냥 알 수 있었다. 방패의 큐브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아, 이런.”
이런 걸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흐, 흐흐, 흐흐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저 아래 득실거리는 레드애쉬가 보였지만, 이제는 바닥까진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얘들아 이젠 마음껏 마기를 제거하자. 카이 넌 나랑 저놈을 공격하고.
나는 마물을 처치할 생각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그때였다.
강한 마기가 쏘아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한 기운이.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 * *
마커스는 경악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마기가 자신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으니까.
그런 마커스를 내려다보면서 룬데릭은 중얼거렸다.
“화가 될 만한 놈은 미리 죽여 없애야 해.”
자신의 소환마인 파이테스도, 레드애쉬까지 가뿐하게 물리친 놈이었다.
그런 놈이 이제는 수호방패까지 제대로 다룰 줄 알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레드애쉬를 불러들이지 않았을 거다.
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놈이 방패를 잘 쓰게 만들어준 셈이다.
“뭐, 그래도 내가 웨인을 흡수하는 시간은 번 셈인가?”
그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룬데릭의 능력은 다른 마물의 능력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데 있었다.
루엘이 기억만 가져가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능력.
이 능력 역시 마신의 힘을 계승한 덕분이었다.
마신이 강해진 이유가 바로 이 흡수 능력이었으므로.
어쨌든, 룬데릭은 웨인의 힘을 흡수하는 그 순간, 곧바로 레드애쉬를 소환했다.
웨인의 기운이 없었더라면 레드애쉬를 소환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사실 처음 마커스의 발목을 문 건 레드애쉬가 아니고 파이테스였다.
그러나 능력이 생긴 후, 곧장 레드애쉬를 소환했고, 파이테스는 거둬들였다. 어쨌든 작금의 상황은 룬데릭이 강해졌다는 거다.
두 마물이 합체된 기운이 마커스로 향하고 있는 거니, 이젠 아래 있는 놈이 죽는 것만 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드래곤 기운은 왜 이렇게 강한 거야?”
그새 수호방패의 기운에 드래곤 기운이 스며든 건가?
모든 마물들이 싫어하는 기운, 드래곤 기운은 룬데릭 역시 꺼리는 기운이었다.
저놈이 죽는 건 기정사실이다.
과거 숱한 인간들을 상대했지만, 자신을 이겨 낸 인간은 없었다.
그런데 웨인의 기운까지 흡수한 지금.
“이 정도면 나 혼자서도 저걸 파훼할 수 있지.”
과거 수호방패에 피해를 많이 본 룬데릭은 수호방패를 파훼해 본 적도 있었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힘을 합해서. 그래서 룬데릭은 지금 자신의 마기는 수호방패를 찢어버릴 거라고 자신했다.
룬데릭은 있는 힘껏 마기를 때려 부었다.
룬데릭은 흥분했다.
그리고 룬데릭의 생각대로, 강한 마기는 그대로 방패에 가 부딪쳤다.
텅, 터덩, 텅.
마기가 반사되는 소리가 크게 났다.
룬데릭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마기가 반사된다는 건 쏟아지는 수호방패가 마기를 모조리 제거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니까.
“조금만 있으면 끝나겠군.”
룬데릭은 쉬지 않고 마기를 쏘아댔다.
결국, 미세한 틈이 벌어졌다.
제일 바깥쪽에 쳐 있던 수호 방패에 금이 가 버렸다.
“역시, 시시한 인간이군.”
룬데릭은 마지막 한 방이 될 마기를 쏘기 전에 놈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자신과 상대했는지.
그때였다. 룬데릭의 눈이 갑자기 전멸했다.
그러니까 새카맣게 물든 게 아니라 새하얀 백색의 강한 빛이 룬데릭의 눈동자를 뚫어 버린 거였다.
“으아악!”
룬데릭이 타들어 가는 눈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추락했다.
* * *
“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수호방패가 부서지다니, 정말 깜짝 놀랐다.
수호방패와 드래곤 방패는 무적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마기가 수호방패를 뚫는 걸 보면서 진심으로 놀랐다.
하여 반사반응처럼 곧장 마기를 흘렸다.
[마커스, 기운을 조종하는 능력! 끝내줬어.]-네 기운도 대단했어.
카이와 나는 서로를 칭찬했다.
이번에 부여받은 기운 조종 능력이 없었다면 분명히 죽어버렸을 거다.
-자, 이제 저놈을 구워 보자.
[응.]카이와 나는 같은 방향으로 기운을 쏘아 올렸다.
그런데, 팅거와 벨라가 외쳤다.
[마커스, 사라졌어.] [마물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