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67)
-아니, 추락하던 놈이 어딜 간 거야?
[떨어지면서 그냥 소멸한 건 아닐까?]벨라가 소심하게 물어왔다.
[그런가? 카이 너 엄청 강해졌구나.] [우와, 그런 거였어? 카이 너 대단해.]팅거 말에 벨리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기뻐했다.
[어, 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 마기 빨아들인 적도, 흩날린 적도 없는데?] [정말이야? 그럼 그놈은 어디 갔어?] [글쎄.] [웅, 이상한데? 우리 한번 찾아볼까? 저기 멀리 떨어졌을 수도 있잖아.] [설마, 만약 그랬다면 흔적이라도 남았겠지.]-그래도 모르니까, 벨라 말대로 한번 찾아보자. 저기 호수에 떨어졌을 수도 있으니까.
[호수는 내가 들어가 볼게.] [호수를 카이가 맡으면 나는 저 숲으로 간다.] [나는 그럼 반대 숲으로 갈게.]-난 주변을 훑어볼게.
우리는 각각 구역을 정한 후, 마물을 찾았다.
나는 주변 나무들에게까지 물어보며 돌아다녔지만, 결국 못 찾았다.
팅거, 벨라, 카이도 나와 같았다.
[마커스 말대로, 그 마물도 순간 이동 능력이 있나 봐.] [마물 주제에 그런 능력까지 있다니.]카이는 기분이 나쁜지, 툴툴거렸다.
-그냥 그놈은 잊자.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고, 여기 남은 마기나 없애자.
놈이 사라지자마자 레드애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마 그놈이 불러들인 마물이어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다행이군. 그나저나 레드애쉬는 유리아가 기운을 뿜어내는데도 바로 타죽지 않았단 말이지.
나는 일말의 걱정이 생겼다.
만약, 레드애쉬보다 강한 마물이 소환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놈이 날아다니기라도 한다면?
“아, 그런 건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
나는 레드애쉬가 내 발을 물었을 때를 떠올리며 어깨를 잘게 떨었다.
그렇게 강한 놈을 상대했던 영웅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했던 것일까?
-용사님, 진짜 강했죠?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은 뭐냐?]-방금 상대했던 마물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서요. 보셨을 거 아니에요? 마물 놈이 수호방패를 박살 낸 거를요.
[봤지. 내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느냐?]지금까지 용사님이 내게 방패가 만능은 아니니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다.
게다가 조금 전엔 이번 마물은 강한 놈이니까 조심하라고 일러줬다. 카이와 벨라의 보호막도 치면 좋겠다는 말까지 하시면서.
-그런데 조금 전 마물, 아세요?
[……그놈을 세 번 만났다.]용사님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놈은 정말 빨랐지. 두 번의 전투에서 그놈을 놓쳤다.]-마물이 져서 도망친 거네요?
[그래.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지.]용사님은 이야기를 잠시 멈추었다. 이대로 멈춘다고 해도 물어보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카이의 음성이 들렸다.
[그런데 용사님, 그 마물이 오늘 그놈과 같은지 어떻게 아세요? 도망쳤다면 멀리 있다가 달아났을 건데. 그놈, 오늘처럼 상공에 떠 있었을 거잖아요.] [그래, 카이 네 말대로 만약 그렇게 두 번만 만났다면 나는 오늘 그놈을 기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란 말이야, 자신을 죽인 놈은 잊지 못하는 법이란다.]아, 역시. 그랬군.
[감히 용사님을 죽이다니, 용사님 제가 복수해 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맞아요. 우리가 반드시 놈을 잡을 거요.
말을 하면서 뭔가 빠뜨린 게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아, 그러고 보니, 그놈 마기는 어떻게 된 거지? 그 처음부터 있던 마물 말이야. 팅거, 벨라 너희들이 제거했냐?
[아닌데?] [나도 아니야.]-흠, 그놈이 마기를 죄다 흡수한 모양이네. 어쩐지 강하더라니.
[마기를 놓치다니. 다음엔 공격하면서 동시에 마기를 제거하는 능력을 키워야겠군.]카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마기를 뿜어내는 놈이 사라졌으니, 환자는 더는 생기지 않겠지. 정리하고 돌아가자.
우리는 휘덴을 온종일 돌아다녀 마기를 제거했다. 치유 성물도 발동돼 휘덴 곳곳이 정화됐다.
[으으, 배고파. 힘들어.] [쓰러질 것 같아.] [나도.]세 녀석이 나뭇가지에 엎어져서 앓는 소리를 냈다.
엄살이라는 걸 알고 있다. 유리아와 치유 성물의 힘이 깃들어 있는 녀석들이 이 정도로 쓰러질 리가 없으니까.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뜻이다.
[슈리엔이 근처에 있는데…….] [정말?]벨라의 말에 카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으응. 날아서 세 시간이면 갈 것 같아.] [나도. 망고 신과를 하나 먹으면 벌떡 일어날 것 같아.] [난 포도. 포도 신과가 먹고 싶은데.]-그래, 가자 가.
마르티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나는 그 자리에서 녀석들과 함께 슈리엔 본부로 워프했다.
* * *
다시 찾은 녹음관은 평화로웠다.
언제든지 방문하라는 말이 사실인 듯, 슈리엔 회원들이 나를 아주 기꺼이 맞아 주었다.
카이, 벨라, 팅거는 쏜살같이 정원으로 사라졌고, 나는 루스 회장과 함께 접객실로 갔다.
“여긴 겨울이 느껴지지 않네요.”
“축복이죠. 대륙정세와 상관없이 여기는 늘 평화로운 곳이니까요.”
롤린스 제국에 이런 곳이 있다니, 유리아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니까.
나는 테이블에 차려진 포도 신과를 먹으면서 녹음관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베이유스에서 오신 겁니까?”
어떻게 알았지? 나는 루스 회장을 잠시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시는군요.”
“쇼어힐러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았습니다. 베이유스에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엔 힐러들이 부족하다면서요.”
“그랬을 겁니다.”
나는 베이유스와 휘덴의 상황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독이 가능한 마법사들이니, 도움이 됐을 거다.
“오늘 오후에 마법사들이 도착하면 출발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장께서 이렇게 편안한 표정을 짓고 오신 걸 보니, 갈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실 겁니다. 환자가 있긴 하지만, 베이유스의 힐러들이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회장님, 여기나 베이유스 같은 곳이 북부 대륙에 또 있나요?”
“음, 마나가 풍부한 곳을 말하는 거로군요. 베이유스는 그렇지 않지만요.”
루스 회장도 베이유스를 평범하게 보고 있군.
그때였다. 접객실 문이 열리면서 마르티가 들어왔다.
“마르티 마법사 여기 와서 앉아요. 율리시즈 대장이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불렀어요.”
“오래간만이에요, 율리시즈 대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는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은 후, 대화를 시작했다.
“마물에 대해 알고 싶다고요?”
“예.”
마르티는 내게 데스케이드의 호수온천에 관해 이야기를 해줬던 이로, 마물과 마신 연구에 일가견이 있다.
“어떤 게 궁금하세요?”
“북부 대륙에서 마물들이 싫어하는 마을이 혹시 있는지요?”
“신성력이 강한 곳이 있는지 그게 궁금하시군요.”
마물 연구가여서 그런지, 내가 말하는 게 뭔지 바로 알아들었다.
“바이슐일 거예요. 그런데 바이슐이 신성력이 강하다거나, 마나가 풍부한지는 모르겠어요.”
“가 봤나요?”
“네, 저도 처음엔 도대체 어떤 기운이 서려 있길래 마물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런 말을 하나, 궁금했거든요. 마친 그리 먼 곳에 있는 장소도 아니고.”
“가까운 곳에 있나 봅니다.”
“데스케이드에서 마차로 삼 일 거리에 있어요. 가깝죠. 아, 혹시 기운이 강한 장소를 찾으시는 거라면 바이슐보다 블루겐을 추천해요. 거기가 오히려 우리 슈리엔 본부와 느낌이 비슷할 거예요.”
두 군데 다 가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혹시 마물의 능력에 대해 아는 거 있나요? 아주 특수한 능력 같은 거요.”
“음, 마신이 마기 조각으로 자신의 능력을 부하에게 전수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리고요?”
“알고 계시는 내용인가 봐요. 그럼 순간 이동을 하는 마물 이야기는요? 우리가 워프 스크롤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는데, 그냥 순식간에 다른 장소에 가 버린대요.”
그렇게 한동안 마르티는 내가 아는 마물의 능력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모르는 내용이 등장했다.
“마물이 기억을 흡수한다고요?”
“네. 죽은 마물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대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만약 제가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면, 내 지식을 내 동생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거죠.”
“마르티 마법사가 하는 연구가 바로 그겁니다. 마물의 그러한 전이 능력을 마법으로 구현해 내는 게 연구목적이랍니다.”
루스 회장의 말을 들으니, 왜 마르티가 눈을 반짝이며 설명했는지 알겠다.
“연구하다 보니, 이런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건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건데요.”
그렇게 운을 띄우면서 시작한 마르티의 이야기는 내 관심을 확 끌어당겼다.
“그러니까, 마물이 상대 마물의 능력을 흡수한다고요?”
“네, 살아 있을 때가 아니고, 갓 죽은 마물의 능력을 흡수하는 거죠.”
“간단하게 말하자면, 원래는 순간 이동 능력이 없던 마물이었는데, 그런 능력을 지는 마물이 눈앞에서 죽는다, 그 마물의 기운을 흡수하면 곧바로 순간 이동 능력을 쓰게 된다는 말이군요.”
“네.”
능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는 방법이겠군. 그런데 내 생각엔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물은 몇 안 될 것 같다.
그래야 최고 마물들의 지위와 능력이 유지되지. 그렇지 않다면 서로 죽이고 죽이는 결과가 초래될 거다.
한 번에 능력을 역전 시킬 절호의 기회일 테니까.
나는 마르타와의 대화에서 마물은 마기를 흡수하는 것 외에도 능력까지 흡수해 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녹음관에 방문한 이유가 해결되었다.
당장 바이슐로 가려다가 애들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 같아서 나는 루스 회장 말대로 녹음관에서 하루 묵고 그다음 날, 바이슐로 출발했다.
* * *
바이슐은 가 본 적이 없는 곳으로 워프를 할 수 없었다.
“가면서 데스케이드에 가 보자.”
슈리엔 본부에서 바이슐에 가려면 데스케이드를 지나간다. 가는 길에 들렀다 가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먼저 데스케이드에 도착했다.
지난번에 왔을 땐, 카알리 왕의 로브 신세를 톡톡히 졌지만, 이제는 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완벽하게 기운을 숨기는 능력이 늘 발동되고 있으니까.
나는 데스케이드를 돌아다니며 주변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집중했다.
“그런데 딱히 건질 정보가 없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마물들 대화 속에 그놈들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가만 저 남자는 에반 스카너잖아?”
카너가 마차를 타고 지나갔다.
-카이, 방금 마차 안에 탄 놈 봤냐?
[응, 마물 말하는 거잖아? 지난번 신수 경매장에서 있던 놈.]-그래, 그놈. 그런데 강해 보이지?
[응, 마기가 엄청나던데? 휘덴에서 봤던 놈들보단 약했지만.]그놈이 여기에 왜 있는 거지? 그놈, 여기 지부와 관계가 있는 놈인가?
일단 저놈을 쫓아가 보자. 아무래도 저놈을 따라가면 뭔가 정보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나는 곧장 에반을 태운 마차를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