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70)
저놈이 여기 왜 나타난 거지?
베이유스와 같은 분위기를 지닌 바이슐은 마물이 좋아할 장소가 절대로 아니다.
그런데 식당에는 갈라스뿐 아니라 처음 본 마물이 한 놈 더 있었다.
저놈들은 왜 따로 앉아 있지?
나는 쓰고 있던 로브를 깊이 푹 쓰고 적당한 자리에 가 앉았다.
당연히 갈라스가 앉은 테이블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갈라스는 물론이고 나머지 마물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저놈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다행이군.
갈라스는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주변 주민들은 아픈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 일대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도를 보며 바이슐에서 기운이 좋은 명당을 찾고 있었다.
왜 저럴까, 생각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마물도 지금 나처럼 성물을 찾고 있다.
나와 달리 성물을 찾아 없애려는 목적으로.
신성력을 줄이고 싶은 거지.
결국, 저놈도 나와 같은 목적으로 이곳에 온 거다.
그런데 어떻게?
마물들도 성물 장소 리스트가 돌아다니나?
그러나 그런 건 아니었다.
갈라스가 대화를 나누던 이들에게 만나서 반갑다며 인사를 하더니 옆 테이블로 가 앉았다. 마물이 앉아 있던 테이블이었다.
“어딘지 알아냈어요?”
“그래. 저놈들 말을 정리해 보면, 대충 이 근처 같아. 일레이 목장, 바이슐 절벽.”
“절벽이요? 거기에 사람이 살아요?”
“그런 아닌데, 여기 사람들은 아프면 거기로 간대. 그러면 기가 막히게 낫는다네?”
“그럼 그 절벽이라는 곳이 성물이 있는 곳 아니에요?”
오! 역시 성물을 찾아온 게 맞았군.
마물에게도 뛰어난 정보원이 있나 보다.
놈들은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럼 그 두 군데만 들렀다가 돌아가면 되겠네요.”
“무슨 소리야? 다 가 봐야지. 쟤들 말을 어떻게 믿어?”
“다들 여기라고 했다면서요?”
“너, 힘들어서 그렇지?”
“네. 여기 진짜 기분 나쁜 곳이에요.”
“나도 그래. 너 알고 있잖아. 내가 여길 얼마나 싫어하는지. 나도 명령만 아니면 여기 절대로 안 왔다.”
갈라스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한 대로 여긴 진짜 기분 나쁜 곳이야. 차라리 애틀리스가 나은 것 같아.”
“거기도 엄청 싫어하셨잖아요?”
“그래. 싫어. 그래도 여기보다는 나아. 애틀리스는 신성력도, 드래곤 기운이 서려 있어서 가기 싫은데 여긴 그냥 싫어.”
“맞아요. 저도 싫어요. 힘도 빠지는 것 같고. 그러니까 여기 두 군데만 가 봐요.”
“안 돼. 인간들 입에서 나온 장소는 다 들러보자. 난 여기 두 번 다시 오기 싫으니까.”
“후우, 네네.”
그렇게 두 마물은 식당을 떠났다.
일레이 목장, 바이슐 절벽?
저놈들이 지명을 입에 올린 게 참으로 다행이군.
덕분에 조금 더 빨리 성물을 찾게 되겠네. 사실 마음이 좀 급하긴 하다.
여기서 성물을 찾으면 곧장 파리에토 공국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내가 들었을 땐 희생자가 10명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얼마나 더 늘었을지 모른다.
-놈들이 나타났다.
나는 카이, 팅거, 벨라에게 식당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줬다.
잠시 후, 우리는 일레이 목장에서 만났다.
[아닌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쇼어 힐러관에선 훈장이 되게 세게 진동했었는데.]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일레이 목장은 아니라고 말했다. 어차피 기운은 느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테페론의 눈물과 벨라의 날개.
-벨라 날개 빛이 달라진 게 없군.
[훈장도 그래. 미동도 하지 않고 있어.]-그래도 모르니까 잠깐만.
나는 품에서 병을 꺼내 한 방울 바닥에 떨어뜨렸다.
만약, 이 근방에 성물이 있다면 분명 반응이 오겠지.
“…….”
기다리기 10분 여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얘들아 가자. 벨라, 네가 앞장 서.
[웅, 알았어.]우리는 바이슐 절벽으로 출발했다.
베이유스가 그 일대에서는 힐링센터로 유명한데 바이슐은 그렇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그저 동네에서 터가 좋은 곳으로 인정받는 그런 느낌?
이해가 안 가는군.
내 손에 있는 베이유스 성물의 치유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렇다면 내가 찾고 있는 성물도 최소 그 정도의 능력은 있을 거로 생각된다.
“흠, 만약 그 정도 능력이 있다면, 다른 지역에도 소문이 났을 거다. 갈라스가 식당에서 그런 장소를 찾을 리가 없지.”
그런 의심을 하면서 바이슐 절벽에 도착했다.
“아, 그럴 수밖에 없겠네.”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유니센에서 유리아를 발견했던 절벽 동굴처럼 바이슐 절벽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때보다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아 보였다.
절벽 자체가 훨씬 더 높으니까.
우리는 즉시 동굴로 날아 들어갔다.
“이야, 여긴 왜 이렇게 깨끗해?”
동굴은 크고 넓었다. 게다가 벽 곳곳에 밝은 빛이 반짝였다.
발광석으로 보였다.
“일부러 꽂았을 리는 없고 자연석인가?”
동굴을 밝히고 있는 발광석의 도움을 받아 안으로 걸어갔다. 방금 누군가가 청소한 것처럼 동굴 내부가 깨끗했다.
이런 것도 성물의 효과인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 할 수도 없겠지만, 은근 말이 되는 것 같았다.
바이슐에 온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도시가 굉장히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이건 베이유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굴 깊다. 얘들아 너희들 어디냐? 끝까지 다 갔냐?
나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간 팅거, 벨라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도 가고 있어.] [웅, 그런데 진짜 예쁜 것 같아. 색이 또 바뀌었어.]벨라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카이에 비하면 흥분한 것도 아니지.
[우와, 진짜 끝내준다.]카이가 연신 ‘우와’를 연발하면서 걸어갔다.
[여기 별장을 만들면 진짜 좋겠다. 높고, 조용하고 아무도 못 들어오고. 거기에 기분도 좋고.]본능적으로 레어가 생각나는 건가? 카이는 유독 동굴에 관심을 보였다.
[마커스, 집에 돌아가면 복도를 이렇게 만들까? 저건 뭐지? 왜 돌이 빛이 나지? 이거보다 훨씬 더 빛나.]카이가 갑자기 품에서 금덩어리를 꺼내 비교했다.
-발광석이라는 거야. 지난번에 본 적 없어?
[몰라. 기억 안 나. 그런데 발광석 마음에 든다. 마커스, 발광석은 어디서 구해?]-여기서 챙겨 가면 되지. 무슨 색이 좋아?
카이에게 좋아하는 발광석 색깔을 물어보다가 시야에 보라색을 발하는 발광석이 보였다.
카이가 눈을 반짝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거 어때?
나는 카이에게 보라색 발광석을 이야기하면서 발광석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랬더니, 갑자기 구구구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도 진동했다. 마치 동굴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
“뭐, 뭐야 이거?”
당황한 나는 아주 짧은 시간 어리둥절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아, 여기 성물이 있는 곳이지. 그렇다면 안심해도 되겠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갑자기 바닥이 푹 꺼졌다.
“으아아아!”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 내가 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추락했다.
끝없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툭,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아프진 않았다.
톡, 이어 내 위로 떨어지는 녀석. 카이였다.
[와, 진짜 떨어져 죽을 뻔했네.]이 녀석도 그냥 추락만 한 건가? 뒤이어 툭툭 들리는 소리. 팅거, 벨라가 공중에서 떨어진 거다.
다행히 둘 다 내 손으로 받았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둔탁한 느낌. 이 녀석들도 날개를 전혀 쓰지 않았구나.
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추락한 것.
그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났던 거다.
“그런데 여긴 어디냐?”
시야에 잡힌 건 크고 넓은 공동.
공동 전체가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보라색 빛이 공동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카이, 이거 네 눈동자 색과 똑같은데?] [웅, 똑같아. 그런데 이 빛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벨라가 두리번거리면서 빛을 항해 걸어갔다. 이 녀석들, 비행을 포기한 건가?
팅거마저 두 다리로 톡톡 걸어갔다.
나도, 카이도 두 녀석을 따라 들어갔고, 우리가 도착한 곳엔 이 빛의 주인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진짜 크다.”
크고 빛나는 돌. 빛은 당연히 보라색이었고.
나도 모르게 다가가 돌을 어루만졌다. 돌은 한 벽면을 다 차지할 만큼 컸다.
[히히히, 좋다.] [좋다, 좋아.] [기분 좋아.]세 녀석도 나와 같이 돌이 딱 붙어 있었다.
돌을 만지기만 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마음도 편안하고 기운도 충전되는 것 같고……!
-이거 성물?
반짝이며 발광하는 돌에게 신성력이나 마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안락함. 편안함. 안정감이 생겨났다. 거기에 자신감까지. 용기가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올랐다.
그때, 공동의 빛이 더욱 세게 빛났다. 그중 강한 빛줄기가 내게 쏘아졌다. 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갔고, 그 손에 뭔가가 쏙 들어왔다.
지금까지 보라색이 반짝이는 것과는 달리, 초록색 돌이 내 손에 놓여 있었다.
성물이었다.
“이건 용기를 북돋아 주는 성물인가?”
그 순간 주변 풍경이 달라졌다. 어느새 우리는 밖으로 나와 있었는데, 그 장소는 절벽 아래였다.
놀라운 순간. 그러나 그것도 놀라웠지만, 이번 성물의 특성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뭐지? 용기라니.
전쟁할 때 사기진작의 능력이 있는 건가?
그건 그렇고 저 장소가 바로 식당에서 말한 거긴가?
간이 천막이 보였다.
[마커스, 여기 사람들이 있어.] [여기도 있어.]곳곳에 천막이 쳐 있었으며 그 안엔 사람들이 있었다.
천막뿐 아니라 밖에서 사람들이 보였는데, 마나가 붉게 보이는 거로 봐서 아픈 사람들이 맞았다.
결론은 여기 사람들은 아픈 사람이다.
“그런데 저들과 이 성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거지?”
치유 성물도 아니고 그저 용기를 갖게 만드는 성물인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내 그 생각을 지웠다.
환자들의 붉은 마나가 차차 옅어지는 게 실시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성물은 성물이다.
그냥 근처에 있기만 해도 뭐든 다 낫는 거라는 것.
용기는 덤이었다.
“후, 이제 파리에토 공국으로 가 볼까?”
파리에토 공국의 오베르 영지로 가야 하는데, 오베르 영지는 가 본 적이 없다.
다만, 과거 아크리스 왕국 내전 때 파리에토 공국 국경 근처는 가 봤다.
[마커스, 국경과 오베르 협곡 되게 가까워. 날아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어.]벨라가 거리를 이야기해 줬다. 그렇다면 국경으로 가면 되겠네.
그전에, 상황을 알아보고 가자. 분명 상황이 변했을 거니까.
뭐, 비상 연락이 오지 않은 거로 봐서는 상황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에른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품에서 통신구를 꺼냈다. 그러나 이내 통신구를 다시 품 안에 집어넣었다.
“가만, 마르티 마법사가 블루겐을 추천해 줬는데.”
가? 말아?
에른에게 파리에토 상황을 물어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다.
나는 품에서 다시 통신구를 꺼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저 멀리 갈라스와 마물 한 놈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놈이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거로 봐서 나를 알아차린 모양.
팅거, 벨라는 이미 내 상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고, 카이 역시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워프 준비가 끝난 상황. 이대로 워프해도 상관이 없겠지만 놈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를 의심하고 있는 놈이.
“마물은 단체전보다 개인전이 좋지.”
나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후, 놈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이런, 마커스 율리시즈 아니신가?”
“여긴 무슨 일로 왔지?”
놈도 나도 처음 본 척은 하지 않았다.
“그냥. 여기가 고즈넉하다길래. 놀러 왔지.”
“그래서 마음에 들어?”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아. 당신은?”
“나는 너무 좋지. 딱 마음에 들어.”
“이런 유감이군. 나와 취향이 같을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쉽군. 동류였다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 텐데.”
“설마. 너 같은 친구는 내가 사양이야.”
갈라스와 말도 안 되는 대화를 이어 나가는데, 옆에 있는 놈에게서 스산한 마기가 퍼져 나왔다.
[죽일까?]카이가 으르렁거렸다.
“호오, 역시 대단해. 율리시즈가 돈이 넘쳐난다더니, 한낱 동물에게 온갖 걸 다 치장해 줬군. 성물에 드래곤 스케일, 또 뭐가 있지? 오호라 마정석인가? 또…… 컥!”
갈라스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카이가 참지 못하고 갈라스에게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
우우웅.
옆에 놈이 화가 났는지, 조금씩 퍼져 나오던 마기가 폭발했다.
쾅!
응축마기가 눈앞에서 터져버렸다.
당연히 난 쓰러져야 한다. 그러나.
“돌아가라.”
난 마기를 그대로 돌려보냈다.
* * *
“으아아아!”
마물이 괴성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놈의 몸이 시커멓게 변해 가고 있었다.
“오! 된다!”
마커스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