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94)
* * *
밀퍼드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여기서 처음으로 유리아 봉인을 혼자서 풀었는데.”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앞서 날아가던 팅거가 말했다.
[여기서 마커스가 처음 신과를 발견했지?] [맞아. 유리아도 찾았고.] [포도 신과 먹고 가면 안 돼?]벨라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난 유리아가 있던 장소에 가 보고 싶어.] [나도. 나도 가 보고 싶어.] [마커스, 거기 잠시만 갔다가 가면 안 돼?]그렇게 말을 하는 녀석들을 보니,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다.
하긴,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래, 그러자.
한시가 급하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저런 녀석들에게 다그칠 순 없었다.
마지막 성물이 있는 장소인 유피아에 도착하면 쉴 새 없이 움직일 테니까.
[호수가 있다고 했었지?]-그래.
그때, 나는 품에서 내 이름이 새겨진 유리아를 꺼냈다. 바로 여기, 밀퍼드에서 봉인을 푼 유리아였다.
후우웅.
유리아는 빛을 발하며 날아갔다.
그 뒤를 팅거와 벨라가 뒤따랐다.
잠시 후, 유리아가 내려앉은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팅거와 벨라가 동물들과 우르르 모여 있었다.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드루니다!] [드루이드여, 오랜만입니다.]동물, 신수 할 거 없이 반갑다고 인사를 해 왔다.
-다들 잘 지내고 있었지?
[네.] [녜. 헤헤]인사하는 녀석들 뒤로 여러 무리가 다가왔다.
투두둑.
신과가 바닥에 쌓였다.
[에헤에헤, 드루니 머거요.] [먹어라.]지난번에도 이렇게 대접을 해 주더니.
[와, 맛있겠다. 잘 먹을게.] [응응, 마니 머거.]팅거, 벨라, 카이가 신과를 먹으며 즐거워할 때, 나는 녀석들에게 물었다.
-아픈 데 없지?
그저 인사말이었을 뿐. 당연히 없을 거다. 다른 곳도 아니고 신성력이 풍부한 이곳에 아픈 녀석들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업서요. 그런데 이써요.]누가 이런 말을 하나 봤더니, 일라일라처럼 생긴 실버폿이었다.
귀여운 녀석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외모가 귀여울 만큼 말도 귀엽게 한다. 내가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
-누가 아프냐?
[며칠 전에 한 마리를 물어왔다. 그놈이 아프다.]점잖은 퓨드로이드가 대답했다.
퓨드로이드의 활동영역은 굉장히 넓다. 이 녀석들은 밀퍼드뿐만 아니라 주변을 다 돌아다닌다.
[주근 줄 아라써요. 그론데 살아써요. 못거러요.]나는 벨라를 쳐다봤다. 고개를 처박고 신과를 열심히 쪼아먹던 벨라가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곧바로 통역을 시작했다.
[퓨드로이드가 멀리 갔다가 말 한 마리를 물어왔대. 쟤랑 똑같이 생겼다는 걸 보니, 유니콘인가? 어쨌든 걔가 많이 아프대.]-가자.
나는 퓨드로이드 녀석을 앞세웠다.
퓨드로이드 녀석이 가면서 말했다.
[녀석이 걸을 수만 있으면 바위섬에 데려다주려고 했다.]-바위섬?
-너희들, 여기 있으면 안 아픈 거 아니야?
[우리는 안 아프다. 그런데 말은 그 섬에 가야 한다.]-그래, 일단 가 보자.
[그런데 그때 그리핀은 어디 있지?]-집에. 그런데 왜?
로이칸이 보고 싶은 건가?
[그렇군. 그럼 내 등에 타라. 멀다.]-괜찮아. 네가 달리면 내가 뒤따라갈게.
앞서 걸어가던 퓨드로이드가 나를 돌아봤다.
-걱정하지 말고 달려.
[그럼 간다.]휙, 휙, 휙.
퓨드로이드는 내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그렇다고 내가 못 쫓아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달리길 20여 분. 퓨드로이드가 나를 동굴로 이끌었다.
유니콘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고개도 뒤로 젖혀 있었고.
경련 아니면 통증일 터.
나는 재빨리 녀석을 살폈다.
뒷다리에 검은 반점이 보였다. 목덜미에도 반점이 보였다. 마치 갈고리로 찍힌 것 같은 반점이.
유니콘은 내가 가까이에 가자,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바라봤다. 겁에 질린 눈빛으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마기중독이군.”
마기중독에 걸렸던 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
차라리 죽고 싶었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서 마기해독을 시전했다.
검은 반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뒤따라 온 카이 앞발에서도 신성력과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유니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습니다.]-네가 잘 참은 거지. 얼마나 아팠던 거냐? 아니, 그 전에 너 왜 이렇게 된 거냐? 네 친구들은?
[이틀 됐어요.]바로 발견된 모양이군.
-너 어디에서 다쳤냐?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그냥 계속 달렸어요.]유니콘이 사는 지역에 갑자기 마물들이 튀어나와 그들 몸에 착 달라붙었다. 너무 아프고 무서웠던 유니콘들은 마물을 피해 힘껏 달려 도망쳤다.
내 앞에 있던 이 녀석도 죽기 살기로 달렸다. 그러다 마물 놈이 들러붙었다.
다행히 퓨드로이드에게 발견돼 이곳 밀퍼드로 오게 되자, 마물은 몸에서 떨어져 사라졌다.
그다음 이렇게 된 거다.
-마물?
[네. 땅에서 솟아났어요.]땅에서 솟았다고 하니, 생각나는 마물은 세 놈.
파이테스, 루페도스, 그리고 레드애쉬.
그러나 그런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
중요한 건 하급 마물이 사냥을 시작했다는 거다.
아무리 유니콘이 빨리 달린다고 해도 이 근방이란 소리. 신성력이 강한 지역도 상관없다는 건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신성력이 강한 지역도 이런데, 그렇지 않은 곳은 어떻게 되는 거지?”
마음이 급해졌다.
뒤따라온 팅거, 벨라도 나와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일단 바위섬으로 가자.
바위섬이 신경이 쓰였다. 퓨드로이드 녀석이 한 말도 있고, 벨라가 유피아가 이 근처라고 말했으니까.
뭐가 됐든 성물을 먼저 찾는 게 우선이다.
[나를 따라라.]내 속도를 아는 퓨드로이드는 이번엔 힘껏 달렸다. 우리는 순식간에 바위섬에 도착했다.
“이거 이 녀석이 아니었다면 찾기 힘들었겠는데?”
파란돌은 그래도 호수가 파래서 알 수 있었지, 바위섬은 그냥 섬이었다.
“바위섬이라고 해서 바위만 반질거리는 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섬이잖아?”
적당히 풀도 있고, 나무도 있고, 동산도 있는 그런 섬.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동물들이 호수에 뛰어들어 바위섬으로 갔다는 것. 그것도 다들 어딘가 아파 보이는 동물들이.
“보통은 저렇게 다리를 절면 절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지 않을 텐데. 이상하긴 하군.”
더 이상한 점은 바위섬으로 간 동물들이 하나같이 뽀송뽀송하다는 거다. 분명 물로 뛰어든 녀석들이.
그때, 카이가 휙, 호수에 몸을 던졌다. 카이가 바위섬으로 떠밀려갔다.
[히힛, 재밌다. 얘들아 물을 타고 와!] [물을 타?]* * *
마커스가 바위섬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애틀리스 궁에 있는 올보그 황제가 통신실로 들어갔다.
통신실로 들어온 올보그 황제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모든 게 정상화가 되었다는군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정상화가 되었다니?
카발라 제국의 황제가 되물었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 영상 통신구로 오베르 협곡 참상에 대해 대화 중이었다.
8인의 대표로 구성된 대륙 회의가 한창이었던 것. 그러던 중 아크리스 왕국에서 올보그 황제에게 긴급 통신이 걸려 왔다.
그들을 모이게 한 긴급 상황이 해제되었다는 정보였다.
“이거 뭐라도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마기폭풍이 소멸했다고 말했다면 믿었을지도 모릅니다. 마기가 약해지면 당연히 소멸할 거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복구가 되었다니, 그건 또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
“거짓 보고 일리는 없고, 아, 혹시 율리시즈 대장은 어디에 있는지 압니까?”
“맥카시에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율리시즈 대장이 복구했다고 생각하는군요.”
“예전 롤린스 제국 산불도 끄지 않았습니까?”
“우리 제국의 불도 꺼 줬죠.”
그들 대화를 들으면서 카이 존재를 알고 있는 올보그 황제와 몇몇은 확신했다.
‘그분과 손을 잡고 마신의 불길을 잡아 주신 거로군.’
참으로 다행이다.
“다행히 시간을 번 것 같군요.”
올보그 황제의 말에 나머지 일곱 명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기폭풍까지 일어난 이상 마신이 봉인을 완전히 풀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요충지에 신성력을 강화하고 병력을 배치해야겠군요.
레온 주교가 언급한 병력이란 마법사와 신성기사로 이루어진 이른바 연합군을 뜻한다.
지로드 교수가 이끄는 마법전투사, 그리고 레온 주교가 맡은 피닉스 기사단이 연합군이 주축이다.
=이번 주면 치료포션은 물론이고 예방포션까지 완성된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좀 미루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율리시즈 백작이 칼레이에게 보고받은 사실을 전했다.
“벌써 완성했습니까.”
=예, 대량 작업에 들어갔으니까, 며칠만 더 참아 주시면 될 거로 생각합니다. 그때가 되면 아들이 가져다드릴 겁니다.
=대단합니다. 기록에서만 보던 전설의 포션을 구현해 내다니.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찹니다.
=나도 그걸 마시고 움직이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기사들 사기를 생각해도 백번 맞는 말입니다. 그렇긴 하나, 지금 추이를 보건대 마신은 당장이라도 마기폭풍을 일으킬 게 틀림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전력을 배치함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클리몬트 대주교가 주장했다.
“전 올보그 폐하의 생각을 지지하고 싶어요. 마기중독을 예방한다는 기적과 같은 포션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굳이 기사들을 사지에 내몰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 몇 달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나도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 않습니까?”
“달라졌다니요?”
“우리에겐 기운돌이라는 게 있지요. 그리고 유리아, 그것들이 있는데, 만약 그사이에 마물들의 공격이 시작되면 어떡합니까? 하다못해 주민들을 피할 시간을 벌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주교의 주장도 맞습니다. 이번 일도 대비를 했었다면 조금은 피해를 줄였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신성기사들이 마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감지를 하니까, 대주교 말대로 주민들에게 경고는 해 줄 수 있겠지요.”
서로 팽배하게 주장하는 가운데, 카발라 제국의 황제와 클리몬트 대주교, 레온 주교가 휴식을 자처했다. 그들에게 긴급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
“카발라 제국에 일이 생겼나 봅니다.”
그렇게 말하는 올보그 황제마저 잠시 후, 자리를 비웠다.
* * *
카발라 제국의 어느 도시.
꿀렁.
갑자기 지면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섰다. 그런데 아무런 일이 없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잘못 느꼈다고 생각한 거다.
그러나 다시 한번 꿀렁. 지면이 꿈틀거리자, 그제야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커억!”
“크아악!”
비명은 점점 더 커졌다. 사람들은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땅은 더욱 울렸고, 이윽고 땅이 갈라지면서 시커먼 마물이 튀어 올랐다.
“으아아아!”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면 도망쳤지만, 소용없었다. 순식간에 도시가 마비되고 혼란에 빠졌다.
콘스턴 왕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악!”
“사, 살려 줘.”
사람들의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그러나 이내 새로운 비명으로 바뀌었다.
이어 플린트 공국에도,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신이 제니아로 가면서 중간중간 마물을 불러들인 결과였다.
마신의 명령으로 땅속에서 흩어져 있던 마기가 순식간에 응집되었고, 마물로 부활했다.
대부분이 파이테스.
마물이 가장 쉽게 부릴 수 있고, 흔한 마물이 파이테스였던 것.
크고 작은 파이테스가 대륙 곳곳에 생겨났다.
파이테스가 가장 잘하는 일은 생명체의 몸에 들러붙어서 살을 갉아 먹는 일이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붙어서 살을 갉아먹다가 죽으면 마기를 흡수하는 일이다.
파이테스는 마기를 흡수해서 덩치를 키운다. 그렇게 마기를 흡수하면서 파이테스는 데스케이드로 이동한다.
파이테스의 1차 목표는 데스케이드의 온천호수에 가는 것.
그 다음 목표는 고위 마물의 방패가 되어 그들과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대륙 곳곳에서 파이테스가 일어났다. 그러는 사이, 마커스는 바위섬에서 성물을 찾아다녔다.
* * *
“이거 호수가 신기해서 당장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좀처럼 눈에 띄는 게 없었다.
바위섬이라고 해서 나는 작은 섬으로 생각했다. 더군다나 호수 중앙에 있는 섬이 아닌가.
당연히 작을 거로 생각했는데.
섬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컸다.
피란돌을 손에 넣은 곳처럼 따뜻하고 기분이 좋은 공간은 맞았다.
그리고 곳곳에 동물들이 드러누워서 요양했다. 죄다 어딘가 아픈 동물들이었다.
아픈 녀석들의 붉은 기운이 도는 마나가 점점 노랗게, 푸르게 변해 가는 것도 보였다.
퓨드로이드가 말했듯이 치유의 바위섬이긴 했다.
그런데, 내가 찾는 건 도대체 어디에 있냐고!
섬을 벌써 두 번을 돌고 세 번째 돌다가 그만 주저앉았다. 짜증이 나서 그런 건 아니고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 앉았을 뿐.
“후, 도대체 뭘 찾으라는 건지.”
천년이끼 꽃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난처했다. 그때는 그래도 이끼라는 걸 알고 찾았지, 지금은…….
“밀퍼드에서도 유리아를 찾을 때 좀 황당하긴 했었지. 빛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더니 바위 아래에…… 아, 바위 아래!”
이래서 바위섬이라고 했나?
나는 조금 전 지나왔던 바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바위는 밀퍼드에서 봤던 그 바위와 똑같이 생겼다.
“그렇게 생긴 바위 아래에 유리아가 있었지. 그랬었어.”
잠시 후, 나는 밀퍼드에 있는 바위와 똑같이 생긴 바위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