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31)
– 로이칸, 황태자 전하가 널 보고 싶으시대.
[멜리크를 만나고 싶었는데, 잘됐군.]그런 이유로 로이칸과 함께 움직였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따라오냐?
[친구 보러 간다.]로이칸 머리 위에 앉아 있던 팅거가 휙 뒤를 돌아보더니
대답했다.
아, 맞다. 멜리크와 얘네들 친구라고 했었지?
황태자 궁으로 가니, 황녀도 함께 있었다는데, 둘은 로이칸을 보자마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야,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데? 잘생겼고.”
“너무 기품 있게 생겼어요. 어머, 세상에 이 귀여운 새들은 또 뭐야?”
“가족입니다.”
“역시, 소문대로 동물들을 아끼는군. 대단해.”
제가 먹여 살려야 하니까, 가족이지요. 얘들이 얼마나
먹어대는지 아십니까?
“아하하, 오라버니, 얘들 정말 사랑받은 티가 나요. 살면서 이렇게 귀엽고 애교쟁이 새들은 처음이에요.색깔도 화려하고 예쁘고.”
애…… 교? 고개를 돌리니, 팅거가 날개로 황녀 손가락을 톡톡 치고 있었다. 마치 악수를 하는 거처럼.
헉! 저놈이 왜 저러지?
“어머! 너 너무 귀엽구나.”
황녀가 팅거 머리를 쓰다듬자, 팅거 녀석이 휙 날아가더니 테이블에 차려진 다과 중에서 하나를 물고와서 황녀 손에 톡 떨어뜨렸다.
“이거 나 먹으라고? 어쩜 상냥하기도 하지. 고마워. 그런데 나만 먹어서 되겠니? 너희들은 뭘 좋아하니?”
그때였다.
[야, 얼른 말 안 하냐? 마카롱이랑 과일 좋아한다고 말해!] [에헤에헤, 난 체리.]후우, 그럼 그렇지. 저놈, 아주 지능범이다.
“황녀 전하, 이놈, 아니 얘들은 마카롱이나 쿠키, 그리고 과일 같은 걸 좋아합니다. 물론 곡식도 먹고요.”
“어머! 입도 고급이야. 마카롱을 먹는다니.”
황녀가 대기하고 있던 시종과 눈을 마주치자 순식간에 두 녀석을 위한 간식이 쟁반 가득 차려졌다.
[으흐흐흐, 바로 이거지.] [에헤헤, 체리도 있어!]두 녀석이 쟁반 위로 달려들어 먹기 시작하자, 황녀가 귀엽다고 꺅꺅거렸다.
후우, 영악한 놈. 나는 녀석들에게 관심을 껐다. 마침 로이칸과 멜리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맙다. 네 덕분에 살았다.] [드루이드가 살렸다.] [그래, 마커스가 대단한 일을 했지. 너도 고맙고 마커스도 고맙고, 둘다 내 생명의 은인이다.] [드루이드, 은인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마커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저런 말을 들으려고 치료해 준 건 아니었지만, 이거 은근 기분이 좋은데?
그때였다. 황금색 글씨가 허공에 떠올랐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퀘스트: 황궁의 동물들을 치료하라.
퀘스트 보상: 마나 20 지급, 치료한 동물 수에 따른 경험치 지급.
허! 어차피 치료할 생각이었는데, 보상까지?
내가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글씨를 읽고 있자, 황태자가 물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나?”
“아!”
황태자가 옆에 있다는 걸 깜빡했네.
“아닙니다.”
“있으면 말해 봐. 혹시 아나? 해결책이 있을지.”
마침 잘됐다. 고민거리를 얘기하니 황태자가 귀띔을 해줬다.
“돌아가기 전에 폐하를 알현할 시간이 올 거야. 그때, 폐하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오시면 기분이 굉장히 좋다는 뜻이야. 그러면 그때, 넌지시 말해 봐.”
“명심하겠습니다.”
황태자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낸 후,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로이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로이홀! 너 아픈 데라도 있어?
수술 후유증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걱정됐다.
[칭구, 데리꼬 왔서요.]– 애들? 아, 아픈 애들? 어디 있는데?
[쪼기요.]황실에서 로이칸을 배려해, 넓은 정원이 딸린 방을 배정해 줬는데, 그 넓은 정원에 동물들로 빼곡했다.
아이고, 아픈 애들이 있으면 데리고 오라는 내 말에 이 녀석이 왜 주저했는지 알겠다.
[얘들아, 드루이드님께 진료받으려면 줄부터 서자. 그래야 빨리 받지.]언제 날아갔는지, 벨라가 동물들에게 가서 줄을 세웠다.
[야! 너! 줄 안 서면 쫓아낸다, 앙?]팅거까지 나서서 동물들을 차례대로 줄을 세웠다.
빨갛고, 파란 새들이 파닥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귀엽긴 하다.
앞에서 꼬리를 말고 있는 너구리에게 물었다.
-넌 어디가 아프냐?
너구리는 말고 있던 꼬리를 보여 줬다.
– 여기가 찢어졌네. 따끔할 건데, 참을 수 있지?
바늘로 한 땀만 꿰매 주면 된다. 이런 건 마취도 필요없다. 나는 재빨리 봉합하고 마나를 불어넣어 줬다. 그러자 너구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 어떠냐? 안 아프지?
너구리는 꼬리를 탁탁 바닥을 쳤다. 아프지 않다는 뜻.
-앞으로 잘 보고 다녀. 다음.
이번에는 붉은 여우다. 녀석은 얼굴에 흉터가 심했다.
싸우다 발톱을 긁힌 거 같은데,
-누구냐? 누가 얘를 공격했나?
여우가 고개를 홱 돌려서 뒤쪽을 쳐다봤다. 보아하니 정원 구석에 있는 늑대 놈이다.
– 너 이리 와라.
늑대가 쭈뼛거렸다. 네놈이 그래 봤자지.
-얼른 안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로이칸과 노닥거리던 멜리크가 동시에 놈을 노려봤다.
[우우우!]늑대가 뛰어왔다. 이 녀석도 목덜미에 흉터가 깊다. 두 녀석이 싸우다 다친 모양이다.
놈들을 보니, 때깔이 좋다. 굶주린 거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냥 싸웠다는 건데.
-야, 너희들 쓸데없이 싸우고 다닐래?
-잘들 한다. 한 번만 더 그런 쓸데없는 거로 싸우면 죽는다!
나는 좋아진 시력으로 정원에 있는 녀석들을 훑었다.
여기 녀석들 반 이상은 서로 싸워서 생긴 상처를 치료하러 온 거다.
고개를 들어 정원에 모인 동물들에게 외쳤다.
-잘 들어라. 굶어 죽게 생겼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는 너희들끼리 싸우는 건 안 된다. 만약에 그런 놈이 있다면 내가 죽일 거다.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소통! 이거 진짜 좋다니까.
나는 그날부터 저녁에는 동물들을 치료했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아픈 동물들을 보다가 결정을 내렸다.
누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레가시에게 연락했다.
=아이고, 이게 누굽니까? 율리시즈 삼공자님 아니십니까?
“황도에 자리 좀 알아봐라.”
=무슨 자리요?
“동물병원, 아니 동물 치료소를 세울 예정이다. 황궁 숲과 가까우면서 넓은 저택 정도면 좋겠다. 캡틴 그리핀이
편히 쉴 수 있는 넓은 곳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황궁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사실 로이홀은 수술하고 삼일 만에 뛰어다녔지만, 저 녀석들 치료하느라 며칠 더 시간을 보내게 된 것.
-기다려라. 다음에 다시 올게.
[드루니, 은인!] [드루니, 은인!] [드루니, 은인!]녀석들이 떼창을 했다. 그러자.
[여러 종의 동물들이 동시에 당신에게 고마워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스킬 목록이 개방되었습니다]*식물의 성질을 파악합니다.
황금색 글씨를 보니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이게 뭐지?
보자마자 식물의 특성을 나열해 주는 거면 좋겠는데. 여긴 처음 보는 식물이 너무 많아.
그렇게 생각하던 중, 황제의 호출이 있었다.
알현실로 가니, 황제가 로이홀의 완치에 대단히 기뻐하며 치료비를 후하게 쳐 줬다. 치료비로 우선 1억 골드를, 앨버부르크 치료탑에 마커스 솔루션 프로젝트 지원 명목으로 50억 골드를 투척해 줬다.
“감사합니다.”
“허허, 앞으로 우리 제국의 무한한 발전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세.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으면 해도 좋다.”
바로 이거였군. 나는 황태자의 말을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
“마커스 솔루션이 남용될까 걱정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 치료법이 효과가 확실한 건 맞습니다만,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치료법입니다.”
“호오! 그러니까, 무고한 희생이 따를 거 같다는 거로군.”
“그러하옵니다.”
“흠, 그러면 이렇게 하겠다. 법무 대신을 비롯하여 관계부서들을 들라 하라.”
황제는 곧바로 명령했다.
“마커스 솔루션을 행하려는 자는 반드시 앨버부르크 치료탑에서 과정을 이수하고 통과하는 치료사에 한해서 허한다.”
와! 앉은 자리에서 법을 그냥 만들어 선포하다니.
황제라는 자리가 대단하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기분 좋게 치료탑으로 돌아오니 입구에 커다랗게 현수막이 걸린 걸 볼 수 있었다.
학생, 교수할 거 없이 우리를 반겼다.
“허허, 고생했습니다. 두 사람 덕분에 우리 치료탑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볼프 탑주는 굉장히 기뻐했다.
“이게 다 마커스 덕분입니다.”
“그렇죠, 그러고 보니, 댄 치료사가 굉장한 일을 한 거 같군요, 율리시즈 학생처럼 훌륭한 이를 추천해주다니. 그나저나 율리시즈 학생, 이번에도 개발품을 치료사들에게 넘겼더군.”
“그래야 정확한 처방이 이루어지니까요.”
“역시 생각이 깊은 학생이야. 치료사들이 자신들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네.”
볼프 탑주가 나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로이홀 가루와 마커스 가루를 이번에도 시중에 내놓지 않고 처방 품목으로 묶어 버렸다.
올리프 상단을 배불리 해 줄 생각은 절대로 없으니까.
내가 교수들에게 환영받는 동안, 세이건은 아투벡에 가서 율리시즈 상단의 근황을 듣고 왔다.
“세이건, 포션 상점 분위기는 어때?”
“심장 포션은 저무는 해가 됐습니다. 율리시즈 알약으로 대부분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출시된 마커스 가루도 굉장히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흠, 조만간 신장에 관한 포션도 막을 내리겠군.”
“싸고 효과가 좋은 게 나왔는데, 당연하죠.”
“올리프 영감, 그동안 너무 해 먹었어.”
폭리도 그런 폭리가 없었다. 원가의 수십, 심하면 백배 이상을 받아 처먹었으니.
그때였다. 통신구가 반짝였다.
“네, 아버지.”
= 신문에 난 기사 사실이냐?
빨리도 연락하시네.
“네, 그렇게 됐습니다.”
=잘했다. 그건 그렇고 네가 숀 연구원에게 지시한 분유. 성공했다.
“벌써요?”
=네 말대로 축산 농가에게 지속적인 수입원이 될 거 같더군, 북부 지역 거는 챙겨놨으니, 세이건을 보내라.
“포장에 율리시즈 배급품이라고 썼나요?”
=그래. 크게 썼다. 거기에 우리 문장까지 크게 박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 부탁드려요.”
겨울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해야 한다.
* * *
분유는 빠르게 식생활에 스며들었다. 율리시즈 상단의 신제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사람들의 기호식품 상위권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전해질에 이어 분유까지.
겨울 최고의 상품을 판매하는 율리시즈 상점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게다가 북부 영지민들에게 배달된 ‘율리시즈 배급품’으로 인지도 또한 굉장했다.
이제는 북부 영지민들의 모든 소비를 율리시즈 상점에서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리프 공작의 더더욱 마커스에 대한 적의를 내보였고, 부하들을 닦달했다. 당장, 마커스를 죽이라는 주인의 성화에 괴로워하던 차에 드디어 기회를 포착했다.
“드니체에 간다고?”
고든 암살 길드 수장, 마크가 부하의 보고를 받고 되물었다.
“예, 드니체, 노엘을 지나 코블렌까지 간답니다.”
“흠, 치료탑과 마탑이라. 아무래도 혼자 갈 거 같지는 않군.”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한 길드답게, 마크는 상황 판단에 뛰어나다.
“마차로 갈 확률이 높을 거다. 놈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리핀을 타고 가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그리고 마크의 짐작대로 마커스는 마차로 이동했다.
* * *
치료탑 두 군데와 마탑 한 군데, 출장 의뢰를 받고 치료탑 교수진이 5명이 움직였다. 거기에 조교와 치료사들까지, 총 10명의 인원이 움직이니 당연히 마차로
이동했다. 나 혼자 로이칸을 타고 갈 수도 없고.
그래서 나는 지금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마침 궁금했던 게 눈에 들어와 맞은편에 앉은 슈미트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님, 이거 배우는 거 어려워요?”
마차에 그려진 마법진을 가리켰다.
“마력만 있으면 배우면 될 걸세. 아마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
“그래요?”
“궁금하면 코블렌 마탑에 가서 한번 테스트를 해 보게.”
“테스트요?”
“마나를 마법으로 바꿀 수 있으면 마법을 배울 수도 있으니까.”
어? 그러면 배울 수 있겠네.
“교수님, 이 마법진이 마법 스크롤과 많이 달라요?”
이런 가속 마법진은 내게 무용지물이다. 로이칸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욕심나는 건 바로 투시스크롤이다. 이것만 있으면 검사 장비의 부재를 해결할 수
있다.
“글쎄,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아는 마법사는 두 가지를 다 만들던데.”
“정말입니까?”
나는 기쁜 나머지 마차 속이라는 것도 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쿵 소리와 함께 머리가 마차 지붕에 부딪혔다.
“앗!”
“괜찮나?”
그때였다. 갑자기 마차기 쿵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에이 씨. 내가 일어나 그런 거 아니야?
“마차가 돌부리에 걸렸습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마부가 소리쳤다.
“제가 돕겠습니다. 힘이라면 이 마커스가 아닙니까?”
그까짓 돌이든 바위는 단숨에 던져버릴 수 있는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마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음?
쉐에에에엑!
뭔가가 내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