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35)
로이칸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벨라가 말했다.
-어디?
[빨갛고 초록색이 마구 섞인 나무 보여? 저게 바로 세피린 나무야.]-저거? 잎이 바늘처럼 삐죽삐죽 나 있는 나무?
[응. 어? 그런데 판테라들이 조금 전보다 더 많아진 거 같은데?]판테라들이 모여 있다고? 서식진가? 그런 생각을 하며 밑을 내려다보는데, 판테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열 마리 정도 되는 거 같은데? 그런데 저놈들, 뭐 하는 거지?
세 마리는 누워 있었고, 나머지 놈들이 그놈들을 둥글게 에워싸고 있었다.
“공자님! 저기 저놈들, 판테라 같은데요?”
세이건도 봤는지, 손으로 판테라들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맞아.”
“휘유우, 저렇게 많은 놈을 다 잡아요?”
“그래. 그런데 저렇게 한꺼번에 우르르 모여 있는 놈들을 건드리는 건 좀 그런데. 한 마리씩 뚝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좋아?”
할 수 없지. 일단 적당한 곳에 내려서 한 마리씩 유인해 보든지 해야겠다.
-로이칸, 적당한 곳에서 내려 줘.
[알았다.]로이칸이 착지할 만한 곳을 찾는 동안 애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놈들에게 절대로 물리면 안 된다. 물리면 그냥 뼈까지 다 씹어 먹힐 거다. 아주 잔인한 놈들이야. 사람이고 동물이고 그냥 보기만 하면 그냥 작살을 낸다더라.
[웅, 고로케 나픈 애는 아녜여.]케이홀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가?
[머글거를 조아해서 고래요. 고냥 배부르때까지 모고요.] [그게 그거지. 배가 찰 때까지 먹는다는 게 동물들을 잡아먹는다는 말이잖아. 그럼,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사냥하는 놈들이 어디 있냐?]팅거가 케이홀에게 톡 쏘아붙였다. 역시 팅거 놈은 공평한 놈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까칠한 놈.
[웅, 걔들은 다 머거요. 칭구들이 먹는 거 다 머거요.]-무슨 소리야?
케이홀이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벨라에게 물었다.
[웅, 판테라들은 동물도 먹지만, 열매도 많이 먹어. 곡식도 먹고. 그냥 배를 채울 수 있으면 뭐든지 먹어. 케이홀이 그걸 말하는 거야. 만약에 먹을 게 산에 많으면 내려가지도 않을걸?]-그건 다른 몬스터들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거야 그렇지만, 판테라들은 꼭 동물만 먹는 게 아니니까.]-그러니까, 저놈들은 배가 고프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이거지?
[모, 고로쵸!]그렇다면 마을까지 내려온 놈은 굉장히 배가 고픈 놈인가 보군. 배가 고파서 눈에 뵈는 게 없었나?
아 몰라. 일단 잡고 보자.
로이칸이 우리를 놈들과 조금 떨어진 장소에 내려 주자 녀석들에게 말했다.
-마음껏 놀아 봐. 단, 다치지 마라.
다슈타 산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으니, 여기서도 별문제 없을 거다. 스피카만 해도 웬만한 기사 10명보다 낫다는 코호드니까.
역시 놈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꽤에에엑! 키헤헤헤헤! 끄으윽! 꾸엑꾸엑! 끄아악! 크르르르!
별별 소리와 함께 판테라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 한 놈을 두들겨 패는 중인데.
퍽!
키엑!
퍽퍽퍽!?
크억, 크억, 키에엑.
오! 체력 수치가 올라가더니, 괜찮네.
판테라 놈이 픽픽 잘도 쓰러졌다. 그리고 다음 놈. 내게 등을 보이는 저놈이 다음 목표다.
“그런데 저놈은 너무 큰데?”
그러지 않아도 거인 같은 놈들인데, 저놈은 다른 놈 보다 한 배 반은 더 큰 거 같다. 대장인가? 마치 로이칸처럼.
음, 뒤에서 한대 후려갈겨 쓰러뜨리고 보자.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놈에게 다가갔다.
[나, 대장, 책임진다. 모두 도망가라!] [대장, 무리. 함께 무찌르자!] [명령이다! 도망가!]찰나의 순간에 판테라들의 대화가 들렸다.
대장이 있고, 부하 놈들은 대장을 따르고. 딱 조직사회 그 자체였다.
지능형 몬스터라…….
흐음, 더 좋지.
대장만 죽으면 나머지는 그냥 오합지졸이지.
몇 발자국만 더 가면 놈을 잡을 수 있는데, 갑자기 놈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갔다.
[쿠와아아아! 덤벼라, 이놈들아. 이쪽이다!]도망가는 판테라를 공격하는 스피카, 세이건을 향해 쿵쿵 소리를 내며 대장이 울부짖으며 달려갔다.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한 행동이다.
자식, 제법 머리가 굴러가는데?
역시, 놈의 생각은 적중했다. 세이건들이 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놈!
팟! 나는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라 놈의 뒤통수를 있는 힘껏 발로 갈겼다.
뻐억!?
놈의 거대한 몸이 앞으로 기울더니.
쿠웅!?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놈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뻑!
커억!
놈이 비명을 지르면서 울부짖었다.
[분하다! 인간들, 우릴 공격한다! 항상!]대단한 놈이네. 이 주먹을 맞고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니. 맷집이 좋은 거냐? 아니면 근성이 대단한 거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네놈들이 마을로 내려와서 사람들과 동물들을 먼저 공격한 주제에 핑계는!
[쿠워어어!]놈이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봤다. 달걀만 한 큰 눈알에 붉게 핏발이 선 눈은 가히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다.
노여움과 두려움이 혼재된 눈빛을 한 놈이 으르렁거렸다.
[우리 판테라, 공격. 싫어한다!]-거짓말 할래? 네놈들이 마을 목장에 있는 동물들을 죄다 잡아먹었다던데?
[크워어어! 인간들! 우리 먹이 다 가져갔다! 우리 판테라! 굶는다! 배고프다!]-먹이를 가져가다니?
그때였다. 세이건들이 달려왔다.
세이건은 당장이라도 검으로 놈의 목을 찍어 내리기라도 할 듯 흉포한 모습으로 외쳤다.
“공자님! 비키세요!”
세이건 뿐만이 아니었다.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달려오는 스피카와 호크는 안광이 번득였다.
크워어어어!
위기의식을 느낀 판테라 놈이 일어나려고 버둥거렸다.
“어딜!”
퍽!
나는 놈에게 주먹을 한 대 더 갈긴 뒤 세이건에게 말했다.
“잠깐! 기다려 봐.”
이놈을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거 같았다. 이놈을 죽이면 또 다른 놈이 마을을 덮칠 거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거다.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니까 네 말은 사람들이 산속까지 들어와 온갖 과일, 곡식, 거기에 동물들까지, 너희들 먹이를 죄다 가져갔다는 말이지?
[그렇다. 인간들, 나쁘다.]분명, 패 죽일 생각이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판테라 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인가를 공격하면 쓰나.
[우리 배고프다! 힘들다! 쿠와와!]이놈이 말을 하다말고 또 나를 노려봤다.
-확! 눈 안 깔래? 한 번만 더 그따위로 날 노려보면 네놈의 눈알을 확 파 버린다!
[인간들 나쁘다! 우리 판테라 아프다!]저거 분명 사람들 때문에 자기들이 다쳤다고 소리치는 거 같은데?
나 참, 어이가 없군.
-야, 입이 달렸으면 똑바로 말해라. 네놈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면 했지. 어떻게 네놈들이 공격받냐? 공격한 놈이 아프긴!
[모른다! 인간들 산에 왔다. 친구들, 여기 아프다. 많다!]판테라가 발목을 가리켰는데, 상흔이 깊게 파여 있었다.
이건 날카로운 칼이나, 올무…… 아, 올무에 걸렸었구나.
마을 주민들이 사슴이나 작은 짐승을 잡기 위해 산에 올무를 설치해 놨던 것.
-그렇다면 네가 부하들을 퇴각시킬 때, 엎고 가던 판테라들은 다친 애들이냐?
[맞다. 여기 아프다!]-야, 판테라! 한 가지 약속하자.
[뭐를?]-내가 네놈들을 고쳐 주면 다시는 마을을 덮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 우리, 배고프면 화난다! 약속! 어렵다!]-그럼 배가 고프지 않으면?
[약속, 지킨다.]-좋았어! 일어나!
나는 판테라를 발로 툭툭 쳤다.
[크워어어?]판테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얘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런 표정이었다.
-앞장서. 네 동료들을 고치러 가자. 그 대신.
놈을 노려보면서 협박했다.
-쟤들 보이지?
스피카, 호크, 로이칸, 검을 든 세이건까지 판테라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만약에 허튼 생각을 한다면 네놈들을 다 죽여 씨를 말려 버릴 거다!
[자, 잠깐! 친구들 설득해야 한다. 친구들, 인간 싫어한다!]녀석은 동료들을 모으러 갔고, 나는 세이건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뭐라고요? 공자님, 미치셨어요? 저놈은 가축이 아니라 몬스터라고요. 우리가 죽여야 할!”
“얘들도 몬스터인데?”
나는 호크와 로이칸을 가리켰다.
“얘들은 착하지만, 저놈들은 포악하다고요! 언제 사람을 공격할지 모른다고요!”
“시끄러워. 세이건 너 쟤들이 오면 살기를 감춰. 쟤들이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다니까, 알았어?”
“그걸 어떻게 믿어요?”
“일단 한번 지켜봐. 만약에 놈들이 공격해 오면 그때 쓸어버려도 되니까.”
“후우, 내가 이러다 속 터져 죽고 말지. 그래, 뭘 하면 돼요?”
세이건이 투덜거리며 주저앉았다.
[판테라들이 온다, 와.]판테라 나무 위에 앉아있던 팅거가 소리쳤다. 쿵쿵거리며 지면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놈들이 오고 있긴 한 가 보다.
잠시 후, 판테라들이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맨 앞에서 판테라 대장이 서 있었다.
[왔다.]-그래, 일단 한번 보자.
[쿠워어어!]판테라 대장이 소리쳤고, 판테라들이 일사불란하게 줄을 섰다.
확실히 지능이 높군, 대장의 통솔력도 뛰어나고.
이거 어쩌면 코호드처럼 판테라 부대를 만들 수도 있겠는데?
* * *
“이건 왜 이렇게 깊이 박혀 있는 거야? 세이건, 단검으로 여길 좀 벌려 봐.”
“넵.”
생각보다 제법 많은 판테라들의 앞, 뒷다리 발목에 올무로 인한 상처가 많았다. 심지어 올무가 살을 파고 박힌 경우도 제법 많았다.
아니면 쇳조각이 박혀 있거나. 세이건과 나는 부지런히 놈들의 몸에 박힌 쇳조각을 뽑아냈다.
[크어어!]-엄살 피지 마.
보통 이런 경우면 세균감염으로 패혈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텐데. 게다가 녀석의 환부는 깨끗했다.
방금 창상을 입은 거처럼 붉은 속살이 너덜너덜 보이기는 했지만, 짓무른 경우는 없었다. 당연히 피고름도 보이지 않았고.
“진짜 신기하네요. 칼로 조금만 베도 곪기 일쑨데.”
“그렇지.”
괴사를 막는다는 놈들의 이빨 덕분인지, 아니면 세피린 잎을 먹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깨끗했다.
판테라를 치료하는 사이에 황금색 글씨가 계속 떠올랐다.
[판테라를 치료해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판테라를 치료해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판테라를 치료해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판테라를 치료해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그렇게 계속 흩날리던 황금색 글씨가 잠잠해지더니, 대장이 입을 열었다.
[인간, 고맙다.]내게 인사를 한 후, 동료들에게 크게 외쳤다.
[여기 인간, 우리 은인이다!] [은인!] [은인!]다른 놈들이 걸걸한 저음으로 복창했다. 대장이 내 앞으로 다가와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간, 은인이다. 은혜 갚겠다!]-너희들이 아플 때 먹는 저거나 따 줘.
나는 세피린 나무를 가리켰다.
이제 놈들의 이빨은 못 얻을 거 같으니, 저거라도 가지고 가야지. 그리고.
-저기 저 나뭇잎도 좀 뜯어 와라.
세피린 나무 옆에 있는 나무가 바로 아스피린의 원료가 되는 버드나무였다.
알던 버드나무와 다르게 생겨서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잖아. 아니 다른 나무인가? 나무껍질이 아니라 잎에 효능이 있다고 하니까. 아무튼, 이 기능, 참 좋단 말이야.
나는 버드나무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이 나무는 먹을 수 있습니다] [이 나무의 잎은 진통 소염작용이 있습니다]바로 드루이드 특성 중 식물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발동된 것.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진통제! 이 얼마나 대단한 발견인가!
진통 포션이 있긴 하지만, 너무 비싸서 보통 사람들은 먹을 엄두도 못했던 상황. 앞으로 더는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되지 않으리라!
그리고…… 내 통장 잔고는 더욱더 불어날 테지.
웅장해진 마음으로 판테라들로부터 세피린 나뭇잎과 버드나무 잎을 건네받았다.
-앞으로도 부탁한다.
[알겠다! 은인! 판테라, 은혜. 갚는다! 영원히!]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금색 글씨가 떠올랐다.
[판테라가 당신을 은인으로 생각합니다] [판테라가 당신을 따릅니다]*판테라의 통솔력을 계승합니다
야수의 특성을 주르륵 읽어 내려가던 나는 마지막에 나타난 새로운 문구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통솔력? 탄이 판타라를 다스리는 거처럼 통솔 능력을 계승한다는 거야, 아니면 내가 판테라를 통솔할 수 있다는 거야?
국경수비대와 코호드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몬스터를 퇴치하는 장면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뭐가 됐든 이거…… 괜찮은 보상 같은데?
-대장.
[탄. 탄이다.]-그래, 탄. 약속해라. 내가 너희들의 먹거리를 해결해 주겠다. 그러니까 앞으로 마을로 내려오지 마라.
[약속한다.]* * *
여관으로 내려온 나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이들이 여관에 모인 건 슈미트 교수를 비롯한 치료사들이 그들의 동물들을 치료해 준 덕분이다. 게다가 율리시즈 상단이 보내준 보급품. 이게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공자님, 그렇다면 앞으로 판테라 놈들이 공격해 오지 않는다는 겁니까?”
“조금 전에 말했던 몇 가지만 지켜 주면요.”
“하, 하겠습니다.”
“배불리 먹여 주기만 하면, 판테라가 여러분을 보호해 줄 수도 있습니다.”
“서, 설마.”
그 설마가 현실로 실현된 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