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49)
투시 마도구를 가리키며 주벨로에게 물었다.
“주벨로 마법사님, 이거 운반할 수 있나요? 이동해도 성능에 문제가 없겠죠?”
“그렇긴 한데, 왜 그러십니까?”
“전하의 반려동물이 아프다고 하네요. 왕진을 요청하셨는데, 가지고 가서 진료할 때 사용해볼까 해서요.”
토비어스 왕에게 이 장비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선보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아, 그러시면 이걸 가지고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주벨로가 어디론가 가더니, 노트북 크기만 한 장비를 가지고 나타났다.
“성능 연구를 하느라 작은 거, 큰 거 몇 대를 만들었습니다. 이건 작긴 하지만, 성능은 큰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포터블까지 만드셨군요.”
진정, 주벨로라는 이 사람은 천재구나.
“포, 뭐라고요?”
“휴대용 투시 마도구라고요.”
“휴대용 그거 괜찮네요. 그럼 이건 그 이름으로 할게요.”
옆에서 서류를 들고 있던 샤렌이 신이 난 표정으로 펜을 들었다. 저 서류는 투시 마도구의 특허와 상표 등록에 관한 문서다.
“투시 마도구 명칭을 마벨렌이라고 합시다.”
“마벨렌이요?”
“예, 우리 셋 이름 중에 하나씩 따서 만들어 봤습니다.”
“어머!”
“허헛참.”
두 사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출발할까요?”
“그럽시다.”
혹시 모를 고장을 대비해 주벨로와 샤렌과 함께 로스터로 향했다.
마차에서 주벨로가 토비어스 왕이 키운다는 퓨셀에 관해 이야기해 줬다.
“그러니까, 퓨셀이 신수라고요?”
“예, 퓨드로이드라는 신수인데, 장난이 굉장히 심합니다. 기본적인 성격은 호캣과 비슷한데, 좀 많이 크죠. 애교도 많고요.”
퓨마……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차에 함께 탄 일라일라가 말했다. 물론 내게만 들렸겠지만.
[퓨드로이 아포요? 진짜루요?]-퓨드로이드를 알아?
[녜. 드루니. 퓨드로이 요고 머그면 안아포요. 나처롬.]일라일라가 샤렌에게 받은 조약돌 같은 마정석을 가리켰다.
-그래?
[녜, 요고만 머그면 되는데, 왜그로치?]하긴 다 죽어 가던 이 녀석도 마정석을 먹더니 벌떡 일어났었지?
왕궁이라면 이정도 마정석은 차고 넘칠 텐데…….
뭐, 가 보면 알겠지.
로스터는 다시 봐도 멋진 도시였다. 해가 질 무렵에 도착한 우리는 가로등이 훤한 도로를 따라 입궁했다.
“이렇게 빨리 와 줘서 고맙군.”
“아닙니다. 존귀하신 전하의 반려 신수인 퓨셀이 아프다는데, 당연히 빨리 움직여야죠.”
“후우, 우리 퓨셀이가 왜 아픈지 모르겠소. 그 좋아하는 마정석을 색색으로 들이밀어도 다 마다하니.”
토비어스 왕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증상이 어떠한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잘 먹고 잘 놀던 애가 이틀 전부터 갑자기 토를 하지 않겠나? 어젯밤엔 10번도 넘게 한 거 같으이.”
“아무것도 못 먹었겠네요.”
“그렇지. 지금은 힘이 하나도 없는지, 제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소.”
그때였다. 갑자기 알현실로 누군가가 알현실로 들어오더니, 고개를 푹 숙인 채, 토비어스 왕에게 속삭였다.
“뭣이? 퓨셀이가 피를 토해?”
토비어스 왕의 목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지금 같은 경우는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이물 삼킴일 확률이 높다.
그로 인해 장폐색이 생기기라도 했다면, 수술밖에 답이 없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니어야만 한다. 마커스 솔루션이 뭔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수술 이야기를 꺼낸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세상일이 다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었다.
토비어스 왕을 따라 들어간 퓨셀이의 방은 굉장히 넓었다.
주벨로가 말한 대로 방에는 갖가지 장난감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에 커다란 침대에 은색의 퓨마, 아니 퓨셀이가 드러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세 사람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포션과 좁쌀 크기의 알록달록한 마정석들이 담긴 유리그릇을 들고 인상을 쓰고 있는 걸 보니, 치료사 같았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토비어스 왕에게 뭔가를 가지고 왔다.
퓨셀이의 토사물 같았는데, 그걸 보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물을 삼켰군.
내가 토사물에 시선을 고정하는 걸 본 토비어스 왕이 물었다.
“우리 퓨셀이가 왜 그런지 알겠소?”
“짐작은 갑니다만 검사를 한 후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검사라니?”
검사라는 말에 토비어스 왕은 물론이고 치료사들의 눈동자가 내게로 쏠렸다.
“수정구에서 보고드린 것을 써 볼까 합니다.”
“그렇지. 내가 우리 퓨셀이 걱정으로 잠시 잊고 있었소. 그런데 그걸로 무엇을 할 생각이오?”
“잘못 먹은 게 있지는 않을까,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함께 온 주벨로가 투시 마도구를 가방에서 꺼내 내게 건네줬다.
“투시 마도구, 마벨렌입니다.”
마벨렌을 작동시킨 후, 주벨로의 배로 가지고 갔다. 장기들로 꽉 찬 내부 장기가 보였다.
“헉!”
“이, 이게 무엇이오?”
“히이익!”
치료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토비어스 왕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차마 놀란 티는 못 내고 침음성만 흘렸다.
“으음.”
나는 아주 짧게 내부 장기 구조를 설명한 후, 마벨렌으로 퓨셀의 문제가 되는 장기부위를 비췄다.
“이런…….”
짐작대로 퓨셀의 병명은 이물에 의한 장폐색이다.
“안 좋소?”
잔뜩 찌푸린 내 얼굴을 본 토비어스 왕 또한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대로 두면 위급할 수도 있지만 처치하면 괜찮아질 거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당장 처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토비어스 왕이 반말했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밖으로 나온 나는 로이칸을 불렀다.
-로이칸, 어디 있어?
[네 머리 위에.]고개를 드니, 로이칸이 커다란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케이홀은?
[요기 이써요.]-내려와 봐.
나는 케이홀을 데리고 퓨셀의 방으로 들어갔다.
“호캣입니다. 퓨드로이드와 유사한 신숩니다.”
“안다.”
“잠시만 여기를 봐 주십시오.”
케이홀을 퓨셀과 같은 자세로 눕힌 후, 마벨렌을 갖다 댔다.
“정상인 경우는 이래야 합니다만.”
퓨셀과 케이홀을 번갈아 가면서 마벨렌을 비추면서 퓨셀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우리 퓨셀이가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어, 장이라는 게 막혔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거기까지는 알겠네. 지금까지 좋다는 모든 것을 다 써 봤지만, 소용이 없었네. 고칠 방법이 있는가?”
* * *
치료탑 소속 그리핀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슈미트 교수는 어이가 없었다.
간밤에 마커스로부터 연락이 와서는 수술 준비를 하고 콘스턴 왕국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샤렌이 콘스턴 왕국에 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까지 가게 될 줄이야.”
그렇게 급하게 파견된 슈미트 교수는 마벨렌이라는 투시 마도구를 보고 놀랄 틈도 없이 수술에 들어갔다.
“허어!”
퓨드로이드의 배를 가른 마커스의 손놀림은 거침이 없었다. 종전까지 봐 왔던 실력도 엄청났지만, 지금의 마커스는 신의 손이라고 해도 무방한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마벨렌으로 환부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된 마커스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 것이었다.
“흐읍!”
“후우우…….”
“쓰읍…… 어떻게 이런 일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한 치료사들의 눈빛은 시시각각 변했다.
놀람, 경악, 그리고 걱정. 그리고 수술이 진행됨에 따라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점점 사라지며 자리 잡은 경외감.
‘이것이 요즘 엘라로투스 제국을 강타하는 신치료법이라는 건가!’
치료사들이 현란한 마커스의 수술 실력을 보랴, 처음 보는 내부 장기를 보랴 정신을 못 차리는 가운데, 낭랑한 목소리가 치료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끝났습니다.”
허억! 벌써?
정신을 차리니, 퓨셀의 배는 하얀 실로 몇 땀 꿰매 있었을 뿐, 수술하기 전과 똑같았다. 그러자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과연 눈을 뜰 것인가?
만약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왕은 자신들을 가만히 놔두진 않을 거다.
함께 참관한 왕 또한 긴장했다.
그냥 놔둔다면 퓨셀이 죽을 거라는 말에 마지못해 허락은 했지만, 과정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두 주먹을 꽉 쥔 채 서 있는 토비어스 왕의 팔에는 혈관이 툭툭 불거져 있었다.
그러나 그 조마조마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슈미트 교수와 마커스의 회복마나 치료술로 퓨셀은 5분이 지나자 정신을 차렸고, 30분이 지나자, 평소처럼 벌떡 일어나 돌아다녔다.
* * *
“이야, 이거 정말……!”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진 거 같은데? 내 마나치료법이 좋아졌다는 거야, 아니면 신수라는 이놈이 원래 회복이 빠른 거야?
알 수는 없지만, 퓨셀은 눈에 띄게 빠르게 회복했다. 봉합 자국도 벌써 사라지고.
아무튼, 녀석이 살아서 다행이다.
그때였다. 오랜만에 허공에 황금색 글씨가 떠올랐다.
[퓨드로이드를 치료해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토리누 대륙 최초의 장문합 수술을 성공했습니다] [보상: 수술 시 봉합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위대한 업적을 쌓아 마나가 50 축적되었습니다]오! 50이나? 그동안 쌓아온 마나에 50이 더해져 벌써 152가 되었다. 게다가.
[퓨드로이드가 당신을 은인으로 생각합니다] [퓨드로이드가 당신을 좋아합니다] [신수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스킬 목록이 추가되었습니다]*호캣의 마나 흡수 능력을 계승합니다.
*퓨드로이드의 특성, 은신술을 계승합니다.
“오!”
은신술! 써먹을 곳이 많겠는데?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부여받게 된 나는 황금색 글씨를 보며 히죽 웃고 있었는데.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스킬 목록이 개방되었습니다]*출혈점을 소작합니다.
[마커스 솔루션 적용 시, 조직을 절개할 때, 즉각적인 지혈로 과다한 출혈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와!
퓨셀이를 수술할 때, 절개와 동시에 지혈이 되는 기능. 예전에는 당연하게 사용하던 수술 장비가 절실했다. 출혈 부위의 혈관을 하나하나 묶어서 지혈하거나, 슈미트 교수가 마나를 불어넣어 지혈했다. 그런 이유로 수술시간이 예전에 비하면 두 배 넘게 걸렸다.
그런데 지혈 능력이 주어지다니.
후, 이제 마음 놓고 실력 발휘할 수 있겠군.
홀가분한 마음으로 빛나는 글씨를 바라보고 있으니, 옆에서 토비어스 왕이 흐뭇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뛰어다니는 퓨셀이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니, 고맙소.”
토비어스 왕은 치료사들에게 명령했다.
“경들은 들어라. 하루라도 빨리 마커스 솔루션을 습득하도록 하라.”
조만간 콘스턴 왕국의 치료사들이 대거 앨버부르크 치료탑으로 몰려가겠네.
* * *
퓨셀의 수술 성공을 직접 두 눈으로 지켜본 토비어스 왕은 신치료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동시에 새로운 포션과 기구까지. 토비어스 왕의 이런 결정으로 율리시즈 상단은 콘스턴 왕국과 교역이 더욱 빨라질 예정이다.
한편, 마커스의 충고로 비에른을 주시한 토비어스 왕은 정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음, 율리시즈 공자 말이 맞았군. 여봐라, 마밸리에서 활동하는 상단들의 전수조사를 착수하라. 특히 아룬, 인베스, 레이그 상단은 더욱더 철저하게 조사하라. 물품 하나하나 모두 살펴라. 설계도면과 다른 부품이 하나라도 나오면 바로 압수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명령을 내린 다음 날부터 이 세 상단의 활동이 중단됐다. 비에른 연구소는 날벼락을 맞았다.
“뭐? 마정석 공급이 끊겼다고?”
“예, 지금 마밸리 연구소 전체가 전수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쾅! 비에른은 책상을 내려치며 화를 냈다.
“방법, 방법을 생각해 봐. 다른 방법은 없나?”
마정석을 조금만 더 모으면 되는데, 하필 이때, 그런 일이 터지다니. 마음이 급해진 비에른은 당장, 올리프 공작에게 연락을 취했다.
=음, 실세가 그렇게 나온다면 당분간은 몸을 사리는 게 좋겠습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없지는 않겠지만, 힘들 겁니다.
“뭡니까?”
=율리시즈 공자가 아직 콘스턴 왕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밸리에 있습니다.”
=율리시즈 백작이 막내아들을 굉장히 귀여워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그를 납치해 협상에 이용하면 어떻겠습니까?
“지난번에도 실패했잖습니까?”
=그러니 다른 방법을 생각하셔야지요. 수리산 마정석, 탐이 나지 않습니까?
올리프 공작이 비에른을 부추겼다.
=죽이는 것도 아니고 납치하는 건데, 방법이 있을 겁니다.
“마법 기사들을 쓰면 될 거 같기도 한데.”
=율리시즈 삼공자는 힘만 셉니다. 마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일 거니, 그들을 앞세우면 성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