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69)
“으아아아아!”
홀덴 백작가 가솔들이 자욱한 먼지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그때, 기마대가 백작저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말 위에 타고 있던 기사들이 훌쩍 뛰어내려 일렬로 섰고, 마지막으로 킬리안 황태자가 말에서 뛰어내렸다.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엄호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촤좌좌좌좌.
킬리안 황태자의 명령을 받은 열두 명의 기사들이 간격을 두면서 건물을 에워쌌다.
“이제 놈을 잡으러 들어가 볼까?”
킬리안이 건물 잔해를 해치며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뒤에서 우다다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백작은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하늘에서 폭탄을 투하하던 마커스였다.
“위험하다.”
킬리안이 마커스에게 소리쳤지만, 이미 마커스는 스피카와 호크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홀덴 백작을 업고 나타났다.
“허!”
킬리안은 진심으로 놀랐다.
마커스가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다시 한번 기회를 봐서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군.’
킬리안은 각오를 다졌다.
* * *
홀덴 백작을 잡아들인 카스카 왕국의 국왕은 속전속결로 모든 걸 끝냈다.
죄목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죄는 바로 왕세자를 납치해 반역을 도모했다는 것.
“홀덴가의 재산은 국고로 몰수하고 죄인 홀덴은 반역을 일으킨 죄로 사형에 처한다.”
“크윽!”
홀덴 백작은 자신은 왕세자를 납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주제라는 건 굉장히 무시무시한 거였다.
밉보이면 끝이다. 죄목은 뭐든 붙일 수 있으니. 물론 이번 일은 홀덴 백작이 나쁜 짓을 해서 생긴 일이지만.
홀덴 백작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힘을 길러야 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지금 킬리안 황태자가 국왕에게 저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도 다 제국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일 터.
“허허허, 무슨 말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왕세자를 구해 주신 점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엘라로투스 제국은 우리 왕국의 은인국입니다.”
“감사합니다. 제 자식까지 잊지 않고 구출해 주시다니요. 앞으로 우리 맥레이폴도 엘라로투스 제국에 충성하겠습니다.”
“하하하, 별말씀을요. 이번 공신은 내가 아니라 여기 이 사람입니다.”
킬리안 황태자가 옆에 서 있는 나를 지목했다.
“아닙니다. 황태자 전하의 명에 따랐을 뿐입니다.”
“하하하, 이 사람. 겸손하긴. 들어서 아시겠지만, 두 사람을 구해 내려고 일부러 인질로 잡혀 들어간 것도, 홀덴을 잡아들인 것도 다 이 사람이 한 일입니다.”
“고맙소, 율리시즈 공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왕과 맥레이폴 공작이 내게 고맙다고 하더니.
“앞으로 상업 활동을 할 때,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 하시오.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겠소.”
“우리 맥레이폴 가문은 율리시즈 공자를 은인으로 모실 겁니다.”
두 인질을 구하고 많은 것을 얻었군.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감사합니다. 그런데 두 분, 쾌차하셨습니까?”
“후우, 그다지 좋지 못하다네. 사실 우리 왕세자 다리는 심각한 상태지.”
우려했던 대로였다. 왕세자 다리는 그냥 포션으로 나을 게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괴사 조직을 쳐 내고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는 여기서 이방인. 함부로 입을 열 처지는 아니다.
“왕국에서 실력 있다는 치료사, 힐러들이 애를 쓰고 있는데, 차도가 거의 없다네. 아니 더 나빠지고 있지.”
“송구하옵니다.”
왕의 말에 맥레이폴 공작이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런 말 하지 마시오. 그놈이 나쁜 놈이었던 것을.”
으득, 왕이 양 어금니를 깨무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우리 율리시즈 공자에게 한번 맡겨보심은 어떻습니까?”
킬리안 황태자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율리시즈 공자에게요?”
“여기 치료사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만, 율리시즈 공자가 고안한 새로운 치료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효과가 아주 좋은 포션도 있고요.”
“그렇습니까?”
왕과 공작의 시선이 내게로 쏠리자, 킬리안 황태자가 대답을 대신했다.
“볼프 탑주께 한번 여쭤보시지요.”
“그렇습니다. 제국의 치료탑이 수준이 높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 않습니까? 전하,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맥레이폴 공작도 거들었다. 왕세자가 자신의 영지에서 실종됐다가 저렇게 된 것을 괴로워했었으니, 뭐라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일 거다.
그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마커스 솔루션에 관한 것들을 알아왔다. 심지어 자료 화면까지 구해 와 왕에게 보여 주는 정성을 보였다.
“허어, 대륙에 이런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는 동안 자네들은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이냐?”
“송구하옵니다. 노력하겠사옵니다.”
“자네들만 믿다가 조만간 대륙에서 제일 뒤처지는 왕국이 될 것이야. 지금 당장 제국의 선진 치료법을 도입하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여기 율리시즈 공자를 우리 왕국의 명예 치료사로 추대한다.”
“명 받들겠습니다.”
왕세자는 환부 상태를 투시 마도구로 살펴보니, 다행히 뼈는 괜찮았다. 썩은 조직만 쳐 내면 될 거 같았다.
나는 즉시 율리시즈 백작에게 연락했다. 이미 여기 상황을 훤히 다 알고 있는 백작에게 다른 말을 할 필요 없었다.
“아버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세이건을 보낼 테니, 준비해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세이건이 로이칸을 타고 다녀오는 동안, 나는 치료 가방에 비치된 세피린 가루와 아껴 놨던 판테라 이빨을 갈아 만든 소염제를 처방했다. 물론 버드나무로 만든 진통제까지.
“여기 이건 진통제라는 건데, 아플 때 드십시오. 통증이 가라앉을 겁니다.”
“율리시즈 공자, 고맙습니다. 공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거기서 갇혀서 죽었을 겁니다.”
“아닙니다. 제가 아니었더라도 전하께서 반드시 찾아내셨을 겁니다.”
“후우, 내가 살면서 그런 무력감을 느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더군요.”
이번 일만 봐도 힘은 키워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 몸은 내가 지켜 내야 한다.
왕세자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표정을 굳히면서 말을 이었다.
“앞으로 더욱더 정진할 것입니다. 내 다리…… 나을 수 있겠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쉬십시오. 저녁에 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왕세자궁을 나와 숙소로 돌아오니, 반달이가 콩콩 뛰어나왔다.
-아이고 반달아. 이제 잘 뛰네.
[녜. 하나도 아나파요.]반달이는 아프지 않다며 내 앞에서 콩콩 두어 번 더 뛰었다.
-다행이네. 그래, 잘 놀고 있었어?
[녜. 쪼기 혀아가 노라조써요.]-그래?
반달이는 우리 일행들 모두가 귀여워하는 터라, 서로 반달이를 차지하려고 갖은 수단을 다 쓰고 있었다. 하물며 킬리안 황태자까지 반달이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오늘은 누가 당첨됐을까? 짧고 통통한 앞발로 가리키는 쪽을 쳐다보니.
-으헉! 팅거 네가 왜 거기에 있냐?
[흥, 나는 반달이랑 놀면 안 되냐?]-그건 아니지만.
안 어울리잖아.
[티거혀아, 조하.] [으헤헤헷. 반달아. 형아도 네가 좋아. 조금 있다가 형아가 또 놀아 줄게.]반달이가 좋다는 말에 팅거가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들어본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한 후, 휙 날아가 버렸다.
“저 표정, 저 목소리…… 공포 급인데? 차라리 떽떽거리는 팅거놈이 낫다.”
나는 몸서리를 치며 반달이의 발가락을 살폈다. 확실히 어려서 그런지, 완벽하게 나았다.
“다행이네.”
그나저나, 반달이 엄마가 찾고 있을 텐데…… 이제 산에 풀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지. 지금까지 돌아다니는 곰이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으니, 혹시 죽었나?
만약 어미가 죽었다면 혼자서 살아가진 못하겠지?
데리고 가서 키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과 그래도 야생동물인데, 숲에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해졌다.
반달이가 콩콩 뛰어서 엎드려 있는 스피카에게 다가가 기댔다.
추룹. 스피카가 반달이가 귀여운지, 혀로 핥아 주었다. 반달이는 좋은지 코오오 소리를 내며 옆에 드러누워 있는 호크를 퉁퉁 쳤다.
쿠헤에에.
호크 역시 반달이가 귀여운지 킬킬거리며 좋아했다.
“음, 저 모습을 보니, 같이 살아도 될 거 같기는 한데.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찾아보자.”
우리가 돌아갈 때까지 어미를 못 찾으면 그때 고민해 봐도 되겠지.
“아, 날씨 끝내주게 좋구나. 이러니 곡식들이 잘 자라지.”
잘 자랄 뿐 아니라 맛있기도 했다. 어제 딸기를 먹었는데, 율리시즈 영지에서 먹었던 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맛이 훌륭했다.
“마침 시간이 나니 시장이라도 한번 가 볼까? 여긴 어떤 것들이 있나?”
그때였다. 맑은 하늘에 파란 새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벨라였다.
[마커스!]벨라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평소 느긋한 벨라가 저렇게 놀란 표정으로 날아오는 걸 봐서는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
-왜? 무슨 일인데?
[저기 동굴에 베어독이 잔뜩 있어.]-베어독?
혹시 반달이 엄마도 거기에?
[그런데, 못 나오고 있어. 커다란 문이 달려 있어.]-뭐?
[뭐 해? 빨리 가 보자.]언제 왔는지, 팅거가 재촉했다.
마침 기사 한 명이 눈에 들어오길래. 반달이를 안아 넘겼다.
“반달이를 좀 봐주세요.”
“정말입니까? 제가 반달이와 놀아도 됩니까?”
입꼬리가 올라가는 기사를 뒤로하고 달려 나갔다.
-스피카, 호크 가자!
[네.] [네. 주인님.]팅거와 벨라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 쿵쿵 소리가 났다.
“뭐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쿠우우! 배 고프다. 배고프다.] [아프다, 아프다.] [쿠우…… 히임…… 없다.]철그럭 소리가 나는 거로 미루어보아 내가 인질로 잡혔을 때, 묶였던 쇠사슬이 떠올랐다.
하여간에 나쁜 놈들이 하는 생각은 왜 하나같이 다 똑같냐?
[여기야!]벨라를 따라 뛰어가 봤더니 철문이 달린 동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에 곰들을 가둬놨군.”
설마, 여기도 웅담을 먹나? 지금까지 포션 재료로 웅담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나라마다 선호하는 재료가 다 다르니.
“이잇, 미친놈들.”
나는 두다다 달려가서 철문에 그대로 주먹을 꽂았다.
꽝!
철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동굴 안이 훤히 보였다.
“허!”
집채만 한 곰 다섯 마리가 쇠줄에 묶여 있었다.
쿠오오오!
쿠와!
얼굴이 퀭한 곰들이 낯선 사람의 등장으로 울부짖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어……?]다행히 녀석들은 내가 누군지 알아봤다.
-그래. 잘 봤다. 나는 너희를 구해 주러 왔다. 그러니 놀라지 마라.
나는 곧장 곰들을 풀어줬다. 역시 짐작대로 징이 박힌 굵은 쇠줄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몸을 훑었다. 혹시라도 어딘가에 담즙 채취용 호스라도 꽂혀 있을까 봐.
“후, 다행히 외상은 발목밖에 없군.”
그렇다면 왜 이 녀석들을 잡아 가뒀지? 생각은 일단 접었다. 이 녀석들 상태가 그런 걸 논할 상황이 아니었다.
-너희들 도대체 얼마나 굶은 거냐?
[모른다! 안 온다!]-누가?
[배고프다.]일단 뭐라도 먹인 후, 물어보자.
-얘들아 여길 지켜라. 후딱 가서 먹을 걸 좀 가지고 올게.
숲을 벗어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주십시오.”
자루에 잔뜩 먹을 것을 싣고 다시 동굴로 돌아왔다.
-일단 이거라도 먹어라.
[고기! 고기!] [고기다!]거기에 한 곰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내게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드루이드! 살렸다! 은인! 고맙다!]다른 곰들은 먹는다고 정신없는데, 얘는 먹지도 않고 왜 이렇게 격하게 고마워하지?
눈을 껌뻑이며 곰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말해 줬어. 반달이 엄마야.]팅거가 옆에서 말을 받았다.
-아! 반달이 엄마야? 잘됐네.
그때였다. 황금색 글씨가 허공에 나타났다.
[베어독이 당신을 은인으로 생각합니다] [베어독이 당신을 따릅니다] [베어독은 훌륭한 일꾼, 당신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치료한 야수의 특성을 이어받습니다] [복종시킨 야수의 특성을 흡수합니다]*실버울프의 위험감지 능력을 계승합니다.
*그리핀의 폭발적인 힘을 계승합니다.
*코먼호크의 단단한 피부를 흡수합니다.
*트로링거의 악력을 흡수합니다.
*코호드의 전투력을 계승합니다.
*판테라의 통솔력을 계승합니다.
*베어독의 통솔력을 계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