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70)
-그러니까, 온종일 일하다가 해가 지면 이리로 끌려 들어와 갇혔다고?
[그렇다.]-무슨 일은 했는데?
[음음, 자루 옮겼다. 나무 옮겼다. 돌 옮겼다.]베어독 중에 한 마리가 입에 한가득 먹을 것을 집어넣은 채 대답했다.
그러니까 일꾼이었다는 말이네.
-그리고 요 며칠은 아무것도 못 먹었고?
[그렇다. 안 맞아 좋다. 안 아팠다. 그러나 배고팠다. 괴로웠다.]베어독을 묶었던 쇠사슬은 내가 묶였던 것과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 최근 사람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보니.
후, 아무래도 범인은 홀덴 백작이었겠군.
-얘들아, 잡힌 베어독이 너희들뿐이냐?
[아니다. 많다. 일 함께 했다.] [친구들 많다.]홀덴 백작은 철저하게 베어독을 분리해서 가뒀다. 4마리에서 5마리 정도.
베어독은 나무도 번쩍번쩍 들고 나를 만큼 힘이 세다.
그러니 자기들이 무력으로 감당할 만한 두수만큼 따로 관리한 듯하다.
몸 군데군데 난 상처를 보니 날카로운 쇠붙이로 찍힌 거 같은데, 징이 박힌 쇠망치로 맞아가면서 일을 했을 게 틀림없다.
후, 불쌍한 녀석들.
도망치려고 하면 발목에 묶인 쇠줄이 당겨 뾰족한 징이 살에 박혔을 거고, 일을 조금이라도 멈추면 쇠망치로 두들겨 맞았을 거니까.
-너희들, 일어날 수는 있냐? 아니면 여기에 있을래?
[집 있다.]-집에 가고 싶구나? 그래, 가 보자.
베어독들이 절뚝거리긴 했지만, 동굴에 남아 있는 게 싫은지, 꾸역꾸역 걸어가 자신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구덩이에 빠진 반달이를 발견했던 장소 근처였다.
반달이는 먹이를 구하러 간 엄마를 찾으러 나왔다가 사고가 난 거였군.
-저녁에 또 오마. 그때도 먹이를 가지고 올 테니, 쉬고 있어라.
[드루이드! 고맙다.]베어독의 인사를 받으며 숲을 벗어난 나는 홀덴 상단의 농장에서 일했던 인부들을 찾아 나섰다.
관계자들은 홀덴 백작과 함께 죽임을 당했거나 도망갔지만, 하루하루 벌어 먹고살던 인부들과는 상관없는 일.
정보를 구하는 건 굉장히 쉬웠다.
마을 주민들이 주로 드나드는 선술집에 가서 테이블 위에 금화 한 닢을 올려두고 베어독에 관해 이야기해 주면 주겠다고 하니 너도나도 덤벼들었다.
그중 제일 잘 알 만한 놈을 골라, 앞장세웠다.
“저기가 마지막입니다.”
12개의 굴에서 50마리의 베어독이 갇혀 있었던 것.
나는 즉시 베어독을 풀어 주고 굶주리고 있던 녀석들에게 먹이를 건넸다.
[드루이드! 고맙다.] [은인!] [은인!]베어독의 진심 어린 인사와 함께.
[대륙의 모든 베어독이 당신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황금색 글씨가 녀석들 머리 위로 동동 떠올랐다.
“이런 내용은 또 처음이네.”
판테라 부대들이 어디든 나타나 주는 걸 미루어 보아, 이 녀석들도 내가 부르면 달려와 준다는 뜻이겠지.
나중에 힘쓸 일이 생기면 한번 불러봐야겠다.
녀석들을 살던 곳으로 보낸 후,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온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반달이가 뛰어와 나를 반겼다.
엄마와 함께 있어서 좋다며 반달이가 콩콩콩 뛰었다.
기사들이 그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좋아했고, 뒤로는 시커먼 곰이 절뚝거리며 걸어왔다. 바로 반달이 엄마.
반달이 엄마의 발목 상태는 왕세자와 비슷했다. 즉, 죽은 조직을 다 쳐 내야 했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
세이건이 올 때까지 항생제를 먹이면서 관리하는 중이다.
다음 날, 세이건을 태운 로이칸이 도착했다.
“와, 지금 영지 장난 아닌 거 아시죠? 여기저기 땅 파고 기둥 세우고. 정신 하나도 없어요.”
주벨로 마법사가 공사를 시작한 모양이다. 노면을 달리는 마차이니 공사가 빨리 끝나겠지? 공사 구간이 죄다 율리시즈 가문 소유이니, 땅 문제 때문에 골치 썩을 필요도 없고.
한숨 돌리던 세이건이 정원에 돌아다니고 있는 반달이를 보더니 말했다.
“반달이는 이제 다 나았나 봐요. 잘 돌아다니는데…… 으헉! 저, 저…… 공자님!”
뒤에 서 있던 반달이 엄마를 본 세이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베어독의 사정을 들은 세이건이 화를 냈다.
“뭐 그런 놈들이 다 있어요? 그런 놈들은 싹 다 잡아다 죽여…… 아, 죽었구나. 아무튼, 엄청 고생했네요. 쟤들 성격이 판테라 반이라도 닮았더라면 저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사람들이 판테라들에게 잡혀 죽었겠지. 그런데 너 쟤들 알아?”
“네, 베어독이잖아요. 베어독은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순한 종이래요. 힘은 엄청 세지만. 아마 저 녀석들이 식탐이 강해서 잡혔을 거예요.”
“식탐? 그건 판테라도 강하잖아.”
동물들은 원래 다 그런 거 아닌가? 굶는 날이 많으니, 먹을 수 있을 때 왕창 먹어야지.
“그렇긴 하네요. 하하하. 그건 그렇고 공자님. 이건 백작님께서 특별히 따로 챙겨 주신 거예요.”
뭐가 봤더니, 율리시즈 상단의 편의를 봐준 여기 국왕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즉시 국왕에게 갔다.
“허허허, 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국왕은 율리시즈 백작으로부터 받은 커다란 마정석이 든 함을 끌어안고 기뻐했다.
“이제 치료 도구가 도착했으니, 왕세자 전하의 치료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오, 그래. 부탁함세.”
카스카 왕국의 국왕은 왕세자의 케이스를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왕국민들에게 신기술을 알린다는 명목이었는데, 실상은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기를 꺼리는 기존 치료사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대륙에 널리 행하고 있는 혁신 기술을 왕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치료사들에게 요구하도록 하는 거. 이게 국왕의 의도였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참관실까지 만들었으니.
기자와 치료사들이 앞다퉈 신청했다고 들었는데, 수술 준비를 하면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참관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제국을 강타한 신치료법을 볼 수 있게 되었다니. 마커스 솔루션 기사를 읽고 얼마나 흥분했던지.”
“그렇지. 언제 이 치료법이 도입되나 궁금했었다네.”
“자네 들었어? 오늘 이 치료법을 선보일 분이 글쎄, 이걸 고안한 마커스 율리시즈 치료사래.”
“들었지.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와 있는 거 아니겠나? 너무 기대되네.”
이렇게 내 수술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고작 20살도 안 된 자의 치료법을 볼 필요가 있겠나? 국왕 전하께서 너무 제국, 제국 하시는 거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하지만 어쩌겠나? 쫓겨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
“차라리 잘됐네. 어차피 왕세자 전하 환부는 가망 없지 않나? 핑계가 생겼으니 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보고서에 마커스 솔루션의 무모한 시도가 실패의 원인이었다. 이렇게 작성하면 되겠군.”
저런 놈들이 수술이 성공해 왕세자 다리가 멀쩡해지면 다 자기 덕이라고 할 테지.
수술은 간단했다. 괴사 조직을 쳐 내고 근육끼리 봉합하면 끝. 배액관을 꽂을 필요 없이 즉시 마나 치료술을 처치했고, 환부는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참관실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허어!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저런 대단한 기법을 내가 여태 모르고 있었다니. 지금 당장 앨버부르크 치료탑에 연수를 신청하러 가야겠어.”
“혁명이야. 내일 자 일 면 기사는 저거다.”
사람들이 열광했고 국왕은 더욱더 기뻐했다. 왕세자가 누워 있는 침소까지 직접 와서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하하하, 정말 고맙소. 율리시즈 공자 덕분에 우리 왕세자가 나을 수 있었소.”
“아닙니다. 전하께서 허락해 주신 덕입니다.”
“율리시즈 공자, 정말 고맙습니다. 이대로 다리를 잃는 게 아닐지, 걱정 많았습니다.”
왕세자까지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율리시즈 공자는 앞으로 우리 왕국을 방문할 때, 특별 검문은 없을 것이요.”
콘스턴 왕국, 아크리스 왕국에 이어 카스카 왕국까지 프리패스권을 얻게 됐다.
“아바마마. 저도 율리시즈 공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목숨을 두 번이나 살려 준 은인 아닙니까?”
“그렇지. 널 두 번이나 살렸지. 그래 넌 뭘 주고 싶으냐?”
“호엔 저택이 어떨까 합니다.”
“흠, 그거 좋구나. 왕도에 묵을 곳이 있어야 율리시즈 공자가 편히 다닐 수 있겠군. 좋다. 네가 율리시즈 공자에게 호엔을 준다면 나는 목장을 하나 주지. 여봐라. 지도를 가지고 와라.”
두 부자가 땅 자랑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려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종이 지도를 가지고 나타났다.
“흠, 어디 보자. 괜찮은 곳이…… 여기가 좋겠군. 저택과 멀지도 않고, 어떻소. 공자?”
됐다고 튕길까 하다가 국왕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베어독들을 구출했던 장소였다.
홀덴 백작으로부터 몰수한 땅이군.
음, 잘됐다. 이왕 베어독이 내 일꾼이 되었으니, 편히 쉴 공간은 있는 게 좋겠지.
“감사합니다. 소중히 잘 관리하겠습니다.”
“하하하, 내 아들을 살려 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오. 혹 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시게.”
카스카 왕국에서 땅과 집을 하사받고 제국으로 향했다. 그냥 로이칸을 타고 치료탑으로 날아가도 됐지만, 킬리안 황태자를 노렸던 놈들을 생각해 끝까지 함께 황도로 왔다.
황제 역시 카스카 국왕처럼 나를 반겼다.
“하하하, 그래. 카스카 왕국에서 아주 대단한 활약을 했다고?”
“황태자 전하의 날카로운 작전이 빛을 발했을 뿐입니다.”
아부하는 것도 처음 한두 번이 힘들지. 이제는 이런 낯 뜨거운 말들이 술술 잘만 나온다.
“다 자네 덕분이라는 걸 왜 모르겠나? 말이라도 고맙네. 나라의 부름에 학업도 뒤로 한 채 동분서주하는 자네에게 늘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다네. 언제든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하게.”
그렇게 말한 황제가 손을 들자, 시종이 뭔가를 들고 다가왔다.
“앞으로 제국 어디서든 치료행위를 해도 되네.”
지금까지는 특별 케이스나 치료사를 대동했을 때만이라는 제약이 있었는데, 그게 완전히 해방되었다는 거.
치료탑에 가서 배우고 싶은 것만 배우면 되겠군.
“감사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치료탑으로 돌아갔다.
* * *
“공자님. 언제 시간 나세요?”
“왜?”
“쟤들 먹을 것도 슬슬 떨어져 가기도 하고, 시종 클럽에서 회자되는 요즘 인기 있는 식당이 있거든요. 거기 고기찜 요리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길래요.”
“갈려면 너 혼자 갔다 와. 바쁘다.”
“에이 제가 그렇게 염치없는 놈은 아닙니다요. 어떻게 공부하는 공자님을 두고 혼자 가겠습니까?”
“갔다 와. 네 말대로 요즘 저놈들 표정이 좋지 않으니까.”
지금도 팅거 놈이 아침을 먹으면서 툴툴거리고 있다.
[아, 오늘도 똑같아. 쿠키, 체리, 그리고 쌀알. 도대체 며칠 동안 같은 것만 먹고 있는 거야?] [맛있는데?] [변화가 필요해. 변화가. 최소한 망고나 망고 쿠키나 망고 말랭이 정도는 있어야지.] [헤헤, 망고 먹고 싶다.]두 녀석이 쌍으로 망고 타령을 하고 있다. 하여간에 비싼 놈들.
“갔다 와. 가서 망고를 자루 째 사 와라. 저놈들 배 터지게 먹이게.”
“알겠습니다.”
치료사 자격은 부여받았지만, 배워야 하는 건 차고 넘쳤다. 오늘도 볼프 탑주께 마나 치료술을 이어서 배워야 한다.
“이게 될 듯 말 듯 하면서 안 된단 말이야.”
요 며칠 집중해서 배우고 있는 건 바로 지혈. 디컴이 힐을 쓴 것과 비슷하게 순간 지혈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내가 지금 최대한 지혈할 수 있는 시간은 30초.
“수술 중에는 30초도 생사를 가르는 엄청난 시간이지만, 지혈 도구 없이 멀리 이동을 할 수는 없지.”
내가 원하는 건 지혈 효과를 최소 30분 이상 유지하는 거였다.
“마나를 손끝에 모아서 지점을 노리게. 순간 강한 마나를 뿜어내야 하네. 그렇다고 너무 강하면 주변을 다 태우게 되니까 그건 안 되네.”
레이저 소락기처럼 마나를 움직이라는 뜻 같은데…….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다가오더니, 볼프 탑주에게 나직이 말했다.
“탑주님, 잠시 오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알았네.”
볼프 탑주가 나가면서 내게 말했다.
“자네, 손가락에 실처럼 가는 마나를 뿜어내도록 연습하고 있게나.”
“알겠습니다.”
탑주가 나가고 한 10분쯤 연습했을까. 갑자기 싸이렌이 울렸다.
왜애애애애앵.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지금 당장 치료사와 학생들은 강당으로 모여 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알린다. 치료 중이 아닌 치료사, 학생들은 지금 당장 강당으로 오도록!]타닥탁탁탁탁.
몬스터 웨이브로 훈련된 학생들이라 벌써 복도를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뛰어가면서 다들 궁금한지 한마디씩 했는데.
“뭐지? 무슨 일이지?”
“몬스터 웨이브일까?”
“설마, 이 더운 날에 무슨 몬스터? 말도 안 돼.”
“그럼 전쟁?”
“전쟁? 그럼 큰일인데? 빨리 가 보자.”
갑자기 무슨 일이지? 나 또한 학생들과 함께 강당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