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71)
“카우덴에서 광산이 무너졌다.”
볼프 탑주의 이 한 마디로 강당이 술렁였다.
“맙소사.”
“세상에. 어쩌다 그런 일이.”
“몇 명이나 매몰됐지? 부상자가 많나?”
“우릴 소집한 걸 보면 많지 않을까?”
강당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볼프 탑주의 비장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 카우덴 일대는 상황이 좋지 못하다. 갱도가 무너지면서 산사태까지 일어난 모양이다. 갱도에 갇힌 광부들은 물론, 인근 주민까지 피해가 심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치료탑은 구조대를 결성해 내일 카우덴으로 출발할 생각이다. 생각이 있는 제군들은 신청해 주길 바란다. 이상.”
강당에 모인 이들이 앞으로 나가 지원신청서를 작성했고, 나 또한 그들과 섞여 신청서에 이름을 적었지만, 내일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옆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볼프 탑주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탑주님, 저는 준비가 끝나는 대로 로이칸을 타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오, 그래 주겠나?”
“예.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 가서 뭐라도 하고 싶습니다.”
“자네라면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될 걸세. 그럼 먼저 가게나.”
짐을 싸러 기숙사로 돌아오니, 세이건이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공자님, 광산이 무너졌다는데, 그게 사실이에요?”
“그래. 카우덴 에 있는 광산이 붕괴했다.”
“카우덴이요? 거기 철광석 광산이 있는 곳이 아니에요?”
“그래? 세이건. 포션과 비상 물품을 좀 챙겨라. 바로 출발해야겠다.”
“알겠습니다.”
“난 얘들을 데리고 먼저 출발할 테니, 넌 내일 구조대와 함께 와. 올 때, 나머지 비상 물품들을 다 가지고 오고.”
“예.”
세이건에게 지시를 내린 후, 곧장 율리시즈 백작에게 연락했다.
“아버지, 카우덴에서 광산이 무너졌답니다.”
=정말이냐?
“예, 심각한 모양입니다. 여기 치료사들이 대거 투입될 예정입니다.”
=구호물자를 보내겠다.
“감사합니다.”
* * *
하루를 꼬박 날아서 카우덴에 도착한 나는 할 말을 잊었다.
현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여기저기 신음하며 땅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 그들 옆에 앉아서 울부짖는 사람들. 하늘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환자들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는 고함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재빨리 로이칸 등에서 뛰어내려 베이스캠프로 보이는 천막으로 뛰어 들어갔다.
“앨버부르크 치료탑에서 왔습니다. 마커스 율리시즙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우덴 광산 책임자 돌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습니까? 아, 혹시 그 캡틴 그리핀을 타고…….”
책임자가 나를 알아본 덕에 이야기가 부드럽게 진행됐다.
“예, 구조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직 구조대가 도착하지 못해서요. 남아 있는 광부들과 영지 병사들이 눈에 띄는 부상자들을 옮기는 수준입니다. 갱도에 갇힌 광부들은 아직 손도 못 댔습니다.”
“아…….”
한시가 급한 상황에 아직 구조팀도 도착하지 못했다니.
“안에 갇힌 광부들은 몇 명으로 추정됩니까?”
“아직 파악이 안 됐습니다만, 아마 서른에서 오십 명은 갇혀 있는 거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는 소리겠네.
“이곳 치료사들은 몇 명이나 됩니까?”
“다섯 분입니다. 광산 전담 치료사님이 두 분, 그리고 우리 영지에 계신 세 분입니다.
부족하지만 내가 올 때까지 버틸 순 있을 거다.
바로 갱도 쪽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소란스러워지더니 사람들이 들것을 들고 내 쪽으로 왔다.
“유, 율리시즈 공자님이 맞으시죠?” 이 환자 좀 봐 주십시오, 피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뭣이?”
들것에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서 나는 피지?
나는 환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허벅지.”
찢긴 바지 틈으로 짓이겨진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가 찍어 내린 것 같았다.
“회복 포션 먼저 먹이십시오.”
소리를 친 후, 곧장 환자에게 다가갔다.
지혈해야 해.
마나를 손끝에 모아서 지점을 노리라는 볼프 탑주의 말을 떠올리며 마나를 손끝으로 모았다.
아직, 아직이다.
마음이 급했지만, 내가 모을 수 있는 최대로 마나를 손끝으로 끌어 올렸다.
우우우웅!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감각이 손으로 밀려왔다. 손가락이 뜨거워졌다. 감각으로는 손가락이 10배는 커진 거 같은 느낌이다.
이때다!
나는 그 순간 마나를 환부에 쏟아부었다.
쏴아아아!
손가락에서 터져 나온 빛이 환부에 닿는 즉시 반응이 시작됐다.
스스스스.
꿀럭꿀럭 솟던 피가 어느새 피가 멎었다.
“오오오! 역시 율리시즈 치료사이십니다.”
“오오! 이건 상급 마나 치료법…….”
그때였다. 허공에 황금색 글씨가 떠올랐다. 이제는 익숙한 경험치가 올랐다는 글씨와 함께.
[마력 운용법을 터득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스킬 목록이 개방되었습니다]*식물의 성질을 파악합니다.
*마나치료 효과가 2배 증가됩니다.
마침 아주 좋은 능력을 받았군.
나는 치료사들의 감탄을 뒤로한 채 밖으로 뛰어나갔다.
“뒤를 부탁합니다.”
갱도 안에 이런 환자가 차고 넘칠 거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자.
갱도로 달려가자, 출입금지라는 팻말 하나와 노란색 줄만 처져 있었을 뿐, 제재하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런 것에 신경 쓸 손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스피카, 호크 들어가자.
[꾸웩꾸웩. 돌덩이! 가루! 시작한다!]호크가 벌써 콧김을 내뿜으며 실룩이고 있었다.
-그래. 그런데 그러다 사람이 다치면 안 된다. 조심해서…… 잠시만. 벨라.
[웅, 마커스.]-너 저기 갱도 안에 사람들이 어디에 파묻혀 있는지 알겠어?
[웅, 사람들 마나가 느껴지긴 해.] [나도!]팅거까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왔다.
[냥! 마나 가뭉, 내가 채고! 데려가듀뗴여!]케이홀까지 꼬리를 바짝 세우며 갱도 입구로 다가왔다.
-좋다. 다들 들어가자.
* * *
마커스가 떠난 다음 날 아침, 앨버부르크 근처 도시에서 구할 수 있는 가속 마차가 치료탑으로 속속 도착했고, 지원자들은 마차를 타고 카우덴으로 출발했다.
세이건 또한 그들과 함께 마차에 몸을 실었다.
가속 스크롤을 있는 대로 때려 박은 가속 마차는 말이 쉬기 위해 멈추는 것 외에는 쉬지 않고 달려 삼일 반 만에 카우덴 광산에 도착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현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마커스가 지었던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산사태가 일어나 갱도가 무너졌는지, 갱도가 무너져 산사태가 일어났는지 뭐가 먼저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마을이 부서졌다.
허술하게 지어진 가옥들이 갱도가 무너지면서 지반이 흔들리는 여파에 지탱하기 힘들었던 것.
부서진 집들 사이로 보이는 뽑히고 부러진 나무, 흙더미. 그리고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시커먼 물줄기들.
폭탄이 터졌다고 해도 믿기는 광경에 볼프 탑주는 탄식했다.
“전장이 따로 없구나.”
그동안 제국군이 파견돼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마차는 드래곤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천막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공터에 멈춰 섰다.
탁, 마차에서 내린 볼프 탑주가 천막으로 들어갔다.
“치료탑에서 왔소.”
“볼프 탑주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볼프 탑주가 이곳 책임자에게 상황을 설명 듣는 동안 세이건은 갱도로 뛰어갔다.
“공자님은 분명 저리로 들어가셨을 거야.”
마커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세이건은 거침없이 갱도 입구로 달려갔다.
“음?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데?”
뛰어가면서 문득문득 들리는 힘찬 목소리들. 간간이 들려오는 웃음소리.
절망적인 상황인데 이상하게 희망의 기운이 느껴졌다.
“뭐지?”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나, 구조대로 보이는 병사들 모두가 이상하게 표정들이 밝았다.
이유는 갱도 입구에 가서 알 수 있었다.
“사람 올라온다. 줄을 당겨라.”
“알겠습니다.”
“여기로 들것을.”
“예, 가겠습니다.”
“병사들은 여기로 와서 돌을 날라라.”
“예.”
사람이 구조되면 즉시 달려가 들것으로 실어 날랐고, 줄지어 서 있는 병사들은 갱도에서 올라오는 돌과 흙을 퍼다 날랐다.
누구 한 사람 노는 사람 없이 손발이 딱딱 잘 맞았다.
그때, 갱도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먼지가 소복이 쌓인 잿빛 머리카락, 얼굴은 검댕이가 묻어 시커맸지만, 그것도 한 폭의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사람.
바로 마커스였다.
“공자니임!”
* * *
누가 나를 부르나 했더니, 세이건이었다. 자식, 시간은 끝내주게 잘 맞춰서 온다니까.
세이건이 나와 내 뒤를 따라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스피카와 호크, 케이홀을 보더니 짧게 탄식했다.
“아니 다들 왜 이래요?”
“일 좀 시켰더니, 배고파 죽겠다고 난리다. 빨리 좀 뭐라도 먹여라. 그래야 다시 들어가지.”
“먹을 거야 마차에 있습니다요. 그런데 또 들어가신다고요? 공자님, 좀 쉬세요. 얘들만 힘들겠어요? 공자님도 마찬가지일 거 아니에요? 분명 아무것도 안 드시고 일만 하셨을 거예요.”
세이건과 마차로 걸어가면서 대답했다.
“안 돼. 아직 구해야 할 사람들이 많아.”
“에이, 저기에 일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구조대원들이 차고 넘친다고요. 좀 쉬세요.”
나는 주변을 한번 둘러본 후, 대답했다.
“얘들이 일을 제일 잘해.”
그건 사실이었다.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고 투입된 마법사들도 못 찾은 매몰된 광부들을 팅거와 벨라. 그리고 케이홀의 활약으로 쉽게 찾아냈다.
그리고 곡괭이질의 명수라는 인근 광산에서 온 광부들 10명이 힘을 합쳐도 호크만 못 했다.
세이건이 마차에서 자루를 꺼내 펼치자 언제 힘이 없었냐는 듯 스피카와 호크가 눈을 번쩍이며 고깃덩어리에 덤벼들었다.
케이홀은 그나마 좀 나았는데, 아무래도 갱도에서 콩만 한 마정석 하나를 먹은 게 효과가 있었던 거 같다.
“세이건, 일단 물부터 좀 줘 봐라. 목말라 죽겠다.”
“예, 예, 공자님 많이 드십시오.”
세이건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먹을 것을 챙겨주더니, 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런데 공자님, 저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저거? 저게 토목 마법술이라는데, 내가 한 손으로 들어도 번쩍 들 바위 하나 가지고 끙끙대는데 속 터져 죽을 거 같다. 저래서 언제 이 많은 잔해를 치우냐?”
“그거야 공자님이 힘이 너무 강하니까 그런 거죠.”
“아무튼, 시간이 흐르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해.”
“그런데 새들은요?”
“아 맞다. 걔들 먹을 것 좀 챙겨줘라. 아직 갱도 안에 있다.”
그때였다. 갑자기 안에서 팅거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커스! 빨리. 여기 사람 있어.]-사람?
[응, 두 사람, 아니 세 사람 같은데?]-알았다, 스피카, 호크, 들어가자.
[……네.] [읍읍읍. 끄윽. 출동!]망고가 든 주머니를 받아들고 갱도 안으로 들어가자, 팅거가 입구까지 나와 있었다.
-여기 망고.
[지금 망고 먹을 시간이 어딨어? 저 사람들 마나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데. 빨리 구해야지.]평소와 너무나 다른 팅거 모습에 아주 잠깐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여기 와서 지금까지 한 번도 툴툴거린 적이 없었던 거 같네.
알고 보면 굉장히 정이 깊은 녀석이라니까.
팅거와 벨라가 말한 곳에 도착하니, 아주 미약하지만 앓는 소리가 들렸다.
-호크! 여길 조심해서 파 봐.
[충! 판다!]호크가 조심히 막혀 있는 돌덩이를 파내고 있을 때, 갱도 깊숙이 들어갔다 나온 벨라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도 사람이 있고, 저 아래에도 있는 거 같아.]분명, 호크가 일을 굉장히 빨리 잘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굴착 작업을 할 장비들만 있었더라면 구조 작업이 빨라질 텐데.”
아니면 호크 같은 코먼호크 녀석들을 조금 더 길들여…… 아! 그 녀석들이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