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78)
=테스틸, 도글러, 트벨른, 벨데 산 등 몬스터 출몰 지역으로 제국군이 진군하고 있습니다. 카달파 대장님이 직접 지휘하고 계십니다.
통신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토르넨 공작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몬스터 토벌대장인 카달파가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아, 황제는 아직 자신들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게 틀림없다.
“알았다. 출진 중 명령에 불응하는 자가 나오면 즉시 처단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토르넨 공작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알겠습니다.
토르넨 공작은 늘 기회를 엿봤다.
황제를 제거하고 황좌를 차지하려는 기회를.
그래서 광물 자원이 무궁무진한 알토란같은 이 영토를 내 손에 거머쥐자.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은 이 나라를 대륙 최고의 부강한 나라로 만들 자신이 있다.
그렇게 숨죽이며 기회만 엿보고 있던 도중. 이 미친 황제가 귀족 가문 소유의 사병까지 줄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대놓고 자신을 억압하는 행위였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토르넨 공작이 행동을 개시했다.
제일 첫 행보가 바로 몬스터 소탕을 위한 북부 귀족 연합군을 결성하는 것.
최근 몇 년, 롤린스 제국을 비롯하여 헤렌제, 버넌, 셍티스 등 대륙 북부지역에 몬스터의 습격이 잦아진 것을 핑계 삼아 결성했다.
북부 귀족 연합군은 롤린스 제국을 중심으로 북부 나라들이 몬스터 토벌 작전에 나섰다.
이름하여 몬스터 연합 토벌대.
여기서 토르넨 공작은 남부를 맡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남부였지만, 엘라로투스 제국으로 볼 때는 최북단이다.
남부를 맡았다는 건 남쪽의 몬스터를 소탕하는 것이 목적. 남하하든, 북상하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몬스터를 때려잡기만 하면 된다.
하여 귀족 연합군은 당당하게 북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토르넨 공작이 수정구에 대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황제파들이 눈에 띄면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다 없애라.”
=알겠습니다.
“몬스터들도 적당히 때려잡고!”
=명 받겠습니다.”
몬스터로 천운의 기회를 잡은 것도 좋지만, 그것들이 너무 득실거리는 건 좋지 못하다.
어쨌든 자신의 영토가 될 곳이 아닌가.
“몬스터 소탕 작전이 이렇게 쓸모가 있다니,”
“천운이 아니겠습니까? 바로 각하께서 황좌에 오르라는.”
“천운?”
“예, 바로 각하께서 황제가 되실 운이라는 소립죠.”
“왓핫핫핫.”
수행비서의 아부에 토르넨은 이미 황좌를 차지한 것 같았다.
그동안 대업을 위해서 뿌린 돈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헤렌제 국왕이 제대로 뜯어갔지.’
뜯어간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말 것이다.
“황좌를 차지하는 건 걸음마에 불과하다.”
반드시 대륙을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토르넨이 자축하며 기뻐하는 시각 롤린스 제국군들은 이미 귀족 연합군들이 북상하는 루트 요지에 몬스터 토벌대로 이미 주둔해 활약하는 중이었다.
“쏴!”
쏴쏴쏴쏴쏴쏴.
크어억,
쿠워워워.
카아아아악!
“으아아악!”
“컥컥컥커억!”
데빌울프, 트로링거, 코먼호크, 우르사부, 킹퍼스 로보라 등등 수많은 몬스터가 토벌대와 대치했다.
스걱.
롱소드로 덤벼들던 트로링거 목을 벤 토벌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놈들이 날이 갈수록 세지는군. 작년만 해도 바로 픽픽 쓰러졌던 놈들이.”
“이러다 몬스터웨이브가 제대로 일어나면 손을 쓸 수도 없을까 봐 걱정입니다.”
옆에 서 있던 기사단장이 말을 받았다.
“나도 그게 걱정이네. 그저 화살 한 대면 가뿐하게 쓰러졌던 놈들마저 죽이기가 이렇게 힘이 드니.”
최근 몬스터의 수가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 상황도 버거운데, 몬스터놈들이 힘까지 세졌다. 이렇게 가다가는 몬스터를 감당하기 힘들 때가 올지도 모른다.
“몬스터가 너무 많아졌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
* * *
팅거와 벨라가 보여 주는 영상에 몬스터가 득실거렸다.
“정찰용으로 이만한 것도 없군. 영상도 아주 선명하고.”
나는 주머니를 넣어 콩알만 한 작은 수정구를 만지작거렸다.
주벨로 마법사에게 휴대용 수정구를 주문해 받은 건데 팅거와 벨라에게 목걸이로 채우니,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몬스터가 너무 많은 거 같아. 북쪽이라 그런가? 원래 몬스터 놈들이 추운 곳에 사는 동물인가?”
만약, 여기가 엘라로투스 제국이었다면, 심각한 문제였겠지만, 남의 나라라 신경이 덜 쓰였다.
“가만, 저놈들이 먹이가 없다고 남하하면 큰일 날 텐데.”
몬스터에게 국경 개념 같은 건 없으니까 어디든 먹이를 찾아 이동할 거다.
그건 그렇고 병사들의 위력이 대단했다.
“저들이 바로 헤렌제 왕국의 마법 전투부대겠지?”
불화살은 기본이고, 돌, 바위 할 거 없이 모조리 날아다녔다. 마치 내가 지로드 교수에게 당했던 수업 때처럼.
몬스터들이 속절없이 쓰려졌고, 길만 뚫리면 부대원들은 그대로 내달렸다.
살아남은 몬스터도 많은데,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전진만 할 뿐.
“확실하군.”
품에서 통신구를 꺼냈다.
=율리시즈 공자, 말씀하십시오.
올보그 황제 측근의 목소리가 들렸다.
“롤린스 제국의 귀족 연합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헤렌제 왕국 기사들과 함께요. 몬스터를 잡기는 하지만, 토벌이라는 느낌보다 방해물을 해치운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역시, 놈들이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군.
올보그 황제였다.
“폐하.”
=오 율리시즈 공자, 그래,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금 놈들은…….”
나는 수정구로 봤던 상황을 올보그 황제에게 설명했다.
=뱀 대가리가 단단히 작정했군요. 수고했습니다. 그대로 얀톤에게 보고해 주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통신구를 끊으면서 나는 씨익 웃었다.
“흠, 올보그 황제 말투가 싹 바뀐 걸 보니 주변국에서 나를 데려가려고 애를 쓴다는 걸 들었나 보네. 앞으로 편하겠군.”
만약 조금이라도 수가 틀려 다른 왕국으로 가 버리면 국가적 손실일 테니까. 역시 능력이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
나는 팅거, 벨라를 소환한 후, 로이칸을 타고 그대로 얀톤 황제에게 날아가 수정구를 재생했다.
그냥 말로만 보고해도 되겠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 건 또 다르지.
영상을 본 얀톤 황제가 명령했다.
“귀족 연합의 죄목은 반역이다. 출전한 제국군들에게 알려라. 귀족 연합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이라. 무 대신, 재무 대신, 국토부 대신에게 알린다. 놈들의 재산과 영지를 모조리 몰수하라. 가솔들도 모조리 잡아 죽여라. 특히 주모자들은 참수해서 목을 성 밖에 내걸도록!”
“분부 받들겠습니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 얀톤 황제는 적절한 때를 기다렸던 것.
“놈들은 이제 독 안에 든 쥐입니다. 이게 다 율리시즈 공자께서 귀족 놈들의 출정 날짜를 알려 준 덕분이지요.”
“다 폐하의 뛰어난 통찰력 덕분입니다.”
“허허허, 역시 듣던 대로 겸손하군요.”
얀톤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니, 옆에서 신하가 두루마리를 가지고 와서 펼쳤다.
“지도에 표시된 곳이 황실 자치구이자, 지하자원이 많이 묻힌 곳입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보그 황제는 얀톤 황제에게 자금을 대주면서 철광석 광산을 두 개 넘겨받았다. 철이 부족한 엘라로투스 제국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거기에 마력차폐석까지. 아주 극소량을 넘겨받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올보그 황제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롤린스 제국의 최강 비밀무기를 알아낸 것만으로도 엄청난데, 그 무기의 재료까지 받게 됐으니.
앞으로 롤린스 제국이 기습할 걱정은 던 셈.
그런 상황에서 나까지 기회를 잡게 됐다.
얀톤 황제는 내 예상대로 움직여줬다.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증거 운운했던 것.
나는 미리 입수한 정보를 떠올리며 손가락으로 한 곳을 찍었다.
“흐음, 거긴 몬스터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입니다. 다른 곳을 골라보시지요.”
“괜찮습니다. 이곳으로 하겠습니다.”
대답하는 나를 얀톤 황제가 양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쳐다봤다.
“흠, 골칫거리 땅덩이긴 하지만, 넓은 곳이니 광산 한두 개는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베랑토는 마커스 율리시즈 소유입니다.”
“감사합니다.”
베랑토 영지는 판테라들의 서식지이자, 세피린 나무가 빼곡한 곳이다.
최근 항생제가 수요가 증가해 세피린 나뭇잎이 부족하던 터였다.
앞으로 항생제 원료 수급에 차질이 없겠군.
나는 로이칸을 타고 내 구역이 된 베랑토로 날아갔다. 중간에 시장에 들러 로이칸이 운반할 수 있는 만큼 먹을 것을 사서.
[인간, 반갑다.]탄에서 미리 연락해 놓길 잘했네. 나는 판테라들 앞에 자루를 내려놓으면서 대답했다.
-반갑다. 이거 선물이다.
[고맙다.]쿠훠훠훠훠!
먹을 것을 앞에 둔 녀석들은 기쁜 듯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음 먹을 걸 챙겨오길 잘했군.
-그리고 들었겠지만, 아픈 녀석들이 있으면 나와라.
지난번 인투스 마을에서처럼 나는 판테라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여기 판테라들도 탄 동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대부분 발목, 그러니까 뒷발목 상처가 대부분이었다. 분명 사람들이 동물들 포획하기 위해 놓은 덫에 의한 상처일 것이다.
[판테라를 치료해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판테라를 치료해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판테라를 치료해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계속 글씨가 떠올랐지만, 그것을 일일이 볼 시간도 없이 나는 판테라들 치료를 이어 나갔다.
그만큼 치료가 필요한 판테라 수가 많았다.
“후, 왜 이렇게 많냐?”
아픈 판테라가 많은 거야, 아니면 그냥 수가 많은 거야? 마지막 치료가 끝나 고개를 드니, 음식을 넣어 온 자루마다 세페린 나뭇잎이 가득했다.
“역시 지능형 몬스터는 이래서 편하다니까.”
나는 판테라들에게 크게 외쳤다.
-앞으로 이곳은 내 땅이다. 내가 허락한 사람만 이 땅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편히 살도록!
쿠와와와!
쿵쿵쿵!
판테라들이 뒷발로 지면을 쿵쿵 울리며 기뻐했다.
[인간, 은인이다.] [은인!] [은인!]나를 바라보며 기뻐하는 판테라들을 바라보니, 뿌듯했다.
누가 지금 내게 ‘네 등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자들이 있나?’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스피카, 호크, 로이칸, 케이홀, 여기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 판테라. 아, 세이건도 날 배신하지 않겠지? 그리고…… 저 녀석들.
팅거와 벨라가 판테라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능력자들이 아주 많다. 볼프 탑주부터 일루전 마법으로 나를 돌아버리게 했던 마법 전투사, 그리고 지로드 교수까지.
그러나 단언컨대 내가 가진 ‘동물들과 의사소통’ 능력이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
“엘라로투스로 돌아가기 전에 둘러볼까? 레가시가 알려 줬던 광산이 어딨는지 확인도 해 볼겸.”
나는 로이칸을 타고 베랑토를 둘러봤다.
“이야, 굉장히 넓은데? 어? 저긴 뭐지?”
베랑토 영지 대부분이 세피린 나무로 뒤덮여 있어서 위에서 보면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저 멀리 시커먼 색이 일렁였다.
“뭐지?”
혹시 비옥한 흑토? 그러면 이 척박한 땅에 희망이 보일 텐데.
나는 아주 미약한 희망을 품고 검은 땅으로 날아갔다.
“윽!”
근처에 가자마자 악취가 지독했다.
“후! 이럴 땐 오히려 독이군.”
고도로 발달한 오감으로 인해 내 코와 눈은 썩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냥 갈까?”
아니지. 그래도 이게 뭔지는 알아야지 나중에 탐사대를 보낼 때 코멘트라도 해 주지.
나는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꽉 부여잡고 로이칸에게 말했다.
-로이칸, 적당한 곳에 나를 내려 줘라. 아, 저 나무 위가 좋겠군.
[알았다.]나무에 착지한 로이칸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라. 아니면 주변을 둘러보던지.
[크흐음. 알았다. 아니 네 위에 선회하고 있겠다.] [오올! 역시 로이칸. 이래서 그리핀이 멋있다니까. 야! 마커스 후딱 확인하고 가자. 여기 마기가 너무 짙어서 기분이 더럽다.] [웅! 내 마나가 오염되겠어. 마커스 얼른 갔다 와!]유난스럽네. 마기라니. 신조들이라 그런지 이런 으스스한 분위기가 싫은가 보군. 하긴 나도 기분이 나쁘긴 하다.
“으 너무 질척거려.”
나는 신발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지면을 걸어갔다.
“가만, 이거 혹시 석유 같은 거 아니야? 이 악취는 사체가 썩은 유기물이고. 그러면 완전 대박인데.”
갑자기 힘이 난다, 누가 그랬지? 돈다발을 들고 있으면 뜨거운 물에 발을 담가도 뜨거운 줄 모른다고.
혹시 에너지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악취가 옅어지는 거 같았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아, 이거 좀 채취해 가자.”
가서 마밸리에 있는 마커스 연구소로 보내자. 마법사들이라면 이게 뭔지 성분이라도 밝혀내겠지.
나는 이 끈적거리는 것을 담아갈 뭔가를 찾아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이 끈적한 액체가 묻은 돌이라도 저 나뭇잎에 싸서 가자.”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나무에 넓적한 이파리가 붙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따기 위해 걸어갔다.
저벅, 찰박, 철벅, 처얼벅, 처어어…….
“어어어?”
질퍽거리는 지면이 푹 꺼지더니 몸이 땅으로 빨려 들어갔다. 누군가가 내 몸을 끌어당기는 느낌이다.
“우와왓! 로이카아안!”
팅거, 벨라야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