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80)
“세이건, 왕진이다. 준비해라.”
“왕진이라고요? 오늘 도착하셨잖아요.”
“그래.”
“그런데 또 어딜…….”
“카발라 제국.”
“네엑?”
세이건의 눈이 커다래졌다.
“빨리 짐이나 싸.”
“네…….”
세이건이 짐을 싸는 걸 보더니, 지금까지 창가에 퍼질러 누워있던 팅거가 벌떡 일어나 날아왔다.
[이번에는 어딜 가냐?]-카발라 제국.
[카발라? 오우, 카발라? 내가 아는 그 카발라?]팅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네가 아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발라 제국은 맞다.
[휴, 이놈의 몸은 어째 쉴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거냐!]저놈은 가고 싶다는 거야? 아니면 피곤하다는 거야?
-푹 쉬어. 고생했잖아.
[흠흠, 그건 그렇지. 고생 많이…… 너 혹시 너만 가려고?]-응, 여기 치료사님들과 함께 갈 거니까. 굳이 너희들이 갈 필요가 없…….
[크허헝! 안 돼요. 저도 주인님 따라갈 거예요. 데려가 주세요, 네?] [꾸워허! 주인, 내가 지킨다!]팅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난데없이 스피카와 호크가 따라가겠다고 떼를 썼다. 심지어 얌전한 케이홀까지.
[냐오! 듀인님은 야캐서 내가 보오하꼬야!]케이홀아, 네가 나를 보호하다니. 내가 너를 보호해야 할 거 같은데?
-마차 타고 갈 거야. 너희들은 여기서 쉬고 있어. 후딱 갔다 올게.
[크허허헝!] [꾸워!]-고기 먹고 있어.
나는 짐을 싸는 세이건에게 말했다.
“세이건, 내가 다녀올 동안 얘들 고기 좀 많이 사 줘라. 그리고 팅거와 벨라 과자도 사…… 어? 짐이 왜 이렇게 많아? 금방 갔다 올 건데.”
문 앞에 짐 가방이 세 개나 됐다. 옆에 자루까지 포함하면 다섯 개.
“후, 많긴 뭐가 많아요? 얘들이 금세 먹어치울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공자님과 제 짐은 이거 하나예요.”
“너도 가게?”
“그럼요. 당연히 따라가야죠.”
“나 여기 치료사님들과 함께 갈 건데?”
“그럼 저희는 정찰도 할 겸 로이칸을 타고 따라갈게요.”
“금방 올 거라니까.”
그러나 결과는.
“공자님! 그럼 먼저 출발하세요. 우리는 아투벡에 들렀다 갈게요.”
[마커스 넌 잘 속으니까, 내가 지켜봐야 해.] [그건 맞아. 마커스는 너무 약해. 아직 마나도 부족하고. 궁지에 빠지면 우리가 구해줘야 해.] [주인님이 위험에 빠지면 안 돼. 호위해야 해.] [주인! 지킨다!]“……마음대로 해라.”
* * *
마차에 가속 마법진을 덕지덕지 붙였다고 해도 카발라 제국까지 가는 데만 보름이 걸리는 대장정.
가는 길에 슈미트 교수는 환자들의 상태를 설명해 줬다,
“환자들은 카발라 제국의 기사단들이라더군요. 몬스터 토벌에서 다쳤다는데, 치료해도 환부가 나을 듯 말 듯 진전이 없답니다.”
“몬스터와 교전했다면 환자들이 교상이나 창상이 대부분일 건데, 가는 동안 괴사가 진행돼 예후가 별로 좋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항생제라도 먹으면 또 모를까.
“신성력 치료를 받고 있으니, 기대해 봐야지요.”
신성력과 마나치료술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다. 신성력도 치유가 목적이니까.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마기.
신성력은 마기를 없애는 데 목적이 있다.
결론은 신성력은 신체 치료도 하지만 마기를 없앤다.
팅거와 벨라가 마기를 내뿜는 데빌테일에게 당한 상처에 신성력을 불어넣어 주면서 해 준 말이었다.
신조라고 했던 말이 허언은 아니었는지, 금색 찬란한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쿡쿡 쑤시던 팔과 발목의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대체 어떤 몬스터에게 공격받았길래, 신성력도 소용없다는 겁니까?”
펠런 치료사가 물었다.
흠, 도대체 어떤 놈이지? 신성력도 소용이 없다니. 나는 이제는 깨끗하게 나은 팔뚝을 바라보며 슈미트 교수에게 시선을 모았다.
“데빌슬롯이라고 들었네.”
오! 다른 놈들이네?
잘하면 마나를 충전할 기회가 생기겠는데?
돌발 퀘스트를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건 그렇고 보름을 또 어떻게 마차 안에서 지내냐? 이럴 땐 비행기가 절실하군.
그랬다면 교수님들은 물론이고 하늘 위에서 날아가는 저 녀석들을 다 태우고 슝 하고 날아갈 텐데.
이런 세계엔 드래곤도 있지 않을까?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마차 안에서 카발라 제국에 전반적인 것에 관해서도 설명 들었다.
대륙에서 세 번째로 광활한 영지를 가진 나라 카발라 제국.
카발라 권력 구도는 이러했다.
.
.
.
카발라 제국은 세 개의 권력 집단이 견제와 화합을 도모하며 제국의 번영을 이루었다.
그리고 우리가 치료해야 할 환자들의 정보를 들으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우리는 카발라에 도착했다.
“카발라 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국경에 서 있는 경비병의 환영 인사를 받고 들어서자 확 트인 넓은 도로가 나타났다.
마차는 넓은 도로를 달려 황도에 도착했다.
황도 크루아는 대단한 위용을 자랑했다. 뾰족하게 솟은 첨탑, 사방으로 쭉쭉 뻗어 있는 도로, 도로에 깔린 돌은 섬세한 문양을 그려 놓은 듯 일정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도롯가에 서 있는 건물들은 하나같이 반질반질한 석조건물이었다.
“와! 확실히 신성제국이라 할 만하군요.”
웅장하고 세련된 건 애틀리스가 한 수 위로 보이지만, 크루아는 예술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도시였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에드린 치료소를 책임지고 있는 레온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교수들과 레온 주교와 적당한 인사말이 오간 후, 슈미트 교수가 물었다.
“환자들은 어딨습니까?”
“지금 봐도 보셔도 되겠습니까? 장시간 마차를 타고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괜찮습니다.”
“그럼.”
흰색과 금색이 섞인 사제복을 입고 있는 레온 주교는 우리를 안내했다. 뒤따라서 같은 복장을 한 무리가 우리를 뒤따랐다.
가다 보니, 고통스럽게 신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치료사들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까지.
응급 환자들이 후송됐나 보네. 빨리 가서 도와줘야지.
아파서 소리치는 환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걸어가면서 소리를 점점 더 켜졌고 곧이어 앨버부르크 치료탑에 있는 치료소와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여깁니다. 이리로 오시죠.”
레온 주교를 뒤따라가다 보니 귓가에 들려오던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여깁니다.”
문을 열자, 열 명쯤 되는 환자가 침상에 드러누워 있었다.
“크윽!”
“으으……!”
“사제님, 이 환자에게 신성력을 조금 더 내려 주십시오. 너무 괴로운 것 같습니다.”
“알겠소.”
“치료사님, 이 환자에게 진통 포션을!”
“아, 알겠네.”
환자들의 신음과 치료사들의 외침. 병상은 앨버부르크 치료소의 응급실처럼 긴박했다.
그 가운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너무 깨끗하네요.”
그랬다. 환자들의 상태가 너무나 멀끔하다는 것. 물론 식은땀을 흘리고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환부 상태가 너무나 정상으로 보였다.
마치 내가 데빌테일에 당했던 팔과 발목처럼 피 한방을 묻어 있지 않고 붓기조차 없었다.
“보내 드린 마법 서신을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 환자들 상태가 이렇습니다. 신성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진행을 억제하고 있을 뿐,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하네. 팅거와 벨라가 신성력을 불어넣어 주니, 통증이 바로 사라지던데.
빨리 마벨렌으로 확인을 해 봐야겠군.
“일단 검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환자 앞에 미리 대기시켜 놓은 투시 마도구를 작동시켰다.
“허억!”
“흐업!”
“아이고 이런!”
화면 앞에 모인 사람들은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투시 마도구를 처음 본 이곳 에드린 치료소 사람들은 놀라서. 우리는 환부의 심각성 때문에.
환자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누가 일부러 바늘을 찔러 넣은 것처럼 환부 곳곳에 뾰족한 가시가 가득했다.
짧은 적막이 흐른 후, 레온 주교가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율리시즈 치료사가 설명해 드릴 겁니다.”
나는 바라보는 슈미트 교수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 이 바늘 같은 이물질을 제거해야 합니다. 마나치료술 아니 신성력으로는 이물을 제거하지 못하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부를 봉합하면 됩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고, 환자들의 수술이 곧바로 준비됐다.
다행인 건 환자들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수술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에 왈가왈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후우, 한 사람 몸에서 나온 가시가 120개라니. 이거 너무 심한데?”
“여기 이 환자는 182개 나왔습니다.”
환자 한 명 수술을 끝낼 때마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1이 올랐습니다]..“오오! 대단하군요. 율리시즈 치료사의 뛰어난 명성을 전해 듣기는 했습니다만, 이렇게 손이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노아 신이 강림한 것 같군요.”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기적적인 술법! 정말 대단하군요.”
사람들의 감탄 아래에 나는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보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군.
수술시 봉합 속도가 2배 빠른 보상. 환부 절개 시 즉각적인 지혈로 과다 출혈을 예방. 그리고 무엇보다 아픈 부위가 붉게 보이는 것.
이것으로 나는 아주 손쉽게 환자들을 수술해 나갔다.
왕진팀은 물론이고 이곳 사람들의 감탄을 뒤로하며 그간 수술하느라 바빠서 물어보지 못한 것을 질문했다.
“그런데 그 가시, 어떻게 된 겁니까?”
데빌슬롯이라는 놈들에게 공격받았다고 했었지? 그런데 바늘 같은 가시를 박아놓은 걸 보니, 그놈들은 분명 무기를 사용할 줄 아는 지능형 몬스터가 틀림없다.
“후우, 가시 말입니까? 그거 사실은 놈들의 발톱입니다.”
“네에? 발톱이라니요?”
“데빌슬롯놈들의 발톱은 갈고리처럼 생겼습니다. 앞다리에 이렇게 생긴 갈고리처럼 생긴 발톱이 나 있는데…… 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방으로 가시지요.”
레온 주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뒤따라 온 사제가 수정구를 들고 와 재생했다.
“허어…….”
“흠.”
“…….”
수정구에 등장한 데빌슬롯은 롤린스 제국의 베랑토의 데빌테일 만큼 섬뜩하게 생겼다.
데빌슬롯은 얼굴만 까맣고 온몸이 누런 털로 뒤덮여 있었다. 몸통은 짧고 네 다리는 길었는데,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었다.
앞발톱은 두 개였는데, 레온 주교가 말했던 것처럼 갈고리처럼 길고 뾰족했다.
“저 발톱에 찍히면 뭐든 찢어지겠는데요?”
“후, 맞습니다. 저 발톱은 갑옷도 소용없습니다. 그냥 뚫어버리니까요.”
우리는 레온 주교의 말을 들으면서 수정구 영상을 봤다.
“잠깐! 30초 전으로 돌린 후, 재생속도를 늦춰 주시겠습니까?”
“예?”
아, 말이 잘못 나왔구나.
“데빌슬롯이 기사에게 발톱으로 찍은 후, 기사가 비명을 지르면서 바로 쓰러지는데요? 발톱에 무슨 독이라도 발렸습니까?”
아무리 갈고리발톱이라도 지금 상황은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레온 주교의 말에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저놈들 발톱이 폭발한 겁니다.”
그러니까, 갈고리발톱이 사람 몸에 박힌 후, 수십 수백 개로 쪼개졌다고?
레온 주교가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데빌 슬롯의 발톱은 살에 박히자마자 ‘뻑’하는 소리와 함께 발톱이 바늘처럼 가늘게 쪼개지며 깊이 박혀 버린다.
그 순간 공격을 받은 기사들은 죽을 듯이 괴성을 지르며 속절없이 쓰려져 버렸다. 쓰러진 기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공격을 받지 않는 기사들조차 공포에 떨었다.
“우리도 그게 궁금합니다. 그놈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능력이 없었습니다.”
주교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교단은 이것이 마기가 강해져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기요?
“예. 마기가 점점 더 강해지면 몬스터들이 더욱더 날뛸 텐데, 걱정입니다.”
혹시 호크 놈이나 탄 같은 판테라들도 마기를 흡수하면 괴물이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큰일인데.
나는 주변의 몬스터들이 걱정돼 레온 주교에게 질문했다.
“마기가 강해지면 몬스터는 데빌몬스터가 되는 겁니까?”
“그건 내가 대답해 주겠습니다.”
마침 방으로 들어오던 대주교가 말을 얹었다.
“그건 아닙니다. 마기를 흡수하는 놈들은 따로 있습니다. 그놈들은 애초에 마신의 졸개들입니다.”
옆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대주교가 레온 주교의 말을 받았다.
“마신의 힘이 세질수록 데빌몬스터들의 힘 또한 세집니다. 지금은 그래도 신성력 공격이 그럭저럭 먹혀들고 있는데, 이보다 더 세진다면…… 그때는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심각하군요.”
“혹시 요사이 동물들의 떼죽음을 많이 당하지 않았습니까? 전염병으로 죽고, 굶어 죽고, 서로 공격하다 죽고. 교단은 그것과 데빌몬스터가 강해진 것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주교가 작금의 상황을 설명해 줬다.
최근 대륙에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는 건 마기가 강해져서 그렇다. 마기가 강해질수록 몬스터들이 더욱 창궐할 것이다. 당연히 죽는 개체 수도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기는 더욱더 강해진다. 당연히 데빌몬스터가 들끓게 될 것이다.
“우리 교단은 조만간 대륙 연합에 협조를 구할 생각입니다. 우리 목적은 첫째로 마기를 줄이는 데 힘을 쓸 것입니다. 즉,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 몬스터까지. 헛된 죽음을 막아 그놈들이 마기를 흡수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그놈들, 데빌몬스터를 토벌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마신을 찾아내 반드시 죽일 것입니다.”
대주교의 말을 들던 나는 갑자기 이 세계로 떨어지기 전 동료들과 즐거웠던 회식 자리가 떠올렸다.
가만 내가 그때, 들었던 환청이…….
[아파…….] [아파, 괴로워, 살려줘, 살고 싶어…….] [아파서 죽어가는 ……물들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도움을 주시겠습니까?]혹시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