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91)
=네 말이 맞았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었더구나. 솔직히 말하면 내 눈으로는 뭐가 진짜인지, 분간이 안 가더군.
“뛰어난 실력자가 만들었나 보네요.”
=그래, 슈미트 마법사도, 주벨로 마법사도 그렇게 말하더군.
“그 정도였어요? 두 분이 그렇게 말을 했다면 일반인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겠는데요?”
=그럴 거다. 네 덕에 재빨리 각 상회에 공문을 돌릴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율리시즈 백작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목소리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에는 주벨로 마법사와 슈미트 마법사가 힘을 합해 상표에 마법 로고를 하나 더 덧씌웠다고 하니, 그것까지는 베끼지 못할 것이다.
“계속 바꿔 나가야죠.”
-그래, 그럴 생각이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그날, 내가 도란 자작을 미행해 알아낸 것은 귀족파들이 복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단 내가 파악한 건 최근 출시된 제품 ‘리커버리’ 포션이었다. 리커버리는 회복 포션 시리즈 중 하나로 피로회복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이 제품은 저렴한데 효과도 좋아서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이었다.
예전에 올리프 공작이 우리 포션에 수를 써서 환자가 죽었던 사건을 떠올린 나는 서둘러 율리시즈 백작에게 알렸다.
백작은 즉시 조사에 나서 가짜 포션을 찾아냈다.
다행히 가짜 포션은 효과가 미미할 뿐, 독극물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거 하나는 다행인 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 거 같죠?”
=그래. 그런 거 같다. 만약, 우리를 확실하게 공격하려 했다면 지난번처럼 독극물을 넣었겠지. 사람을 심어 놨으니, 조만간 드러날 거다.
“예. 그래야죠.”
=이번에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밟아 줄 것이다.
나도 백작과 같은 생각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올리프 공작이 연관되어 있을 거다.
그 지긋지긋한 올리프 영감과의 악연도 이제 끝날 것 같다. 빠져나갈 기미가 보인다면 올보그 황제까지 이용해 마지막으로 만들 테다.
아마 올해가 가기 전에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 같다.
* * *
“후, 여길 오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 같군.”
짧은 시간을 파란만장하게 보냈더니, 치료탑이 힐링하는 휴식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건 세이건도 마찬가지인지, 도착하자마자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안락하고 편한 곳이 또 있을까요?”
세상 편한 표정으로 기숙사 창밖을 내다보는 세이건을 보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날 따라다니는 게 얼마나 고생스러웠으면 저런 표정을 지을까 싶다.
그냥 영지에 남아 있었다면, 편하게 지낼 놈인데.
“세이건, 너 그냥 영지로 돌아갈래?”
“영지요?”
“그래. 나 따라 다니면서 너무 고생하는 거 같아서.”
“그건 안 돼요. 절대로요. 제가 없으면 공자님을 누가 챙겨요? 성격도 더러……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저보다 공자님을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래요?”
세이건이 절대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자 팅거가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아투벡을 제집처럼 드나들더니, 쯧쯧. 네놈도 낚였군, 낚였어. 하긴 먹는 거 하나는 마커스 만큼 잘 챙겨 주는 놈은 없지.] [그래, 그건 맞아. 그런데 팅거, 이 아투벡 과자 너무 맛있지 않아?] [그래, 이번 거 맛있더라.] [근데 벌써 바닥이 보이려고 해,] [뭐? 야. 마커스. 너 자꾸 아투벡 가는 거 미룰래? 이과자 떨어지기 전에 사와야 할 거 아니야, 앙?]팅거와 벨라가 폴스 쿠키를 쪼아 먹으면서 쫑알댔다.
스피카와 호크가 고기를 먹으면서 아투벡을 찬양했다.
-안 돼. 지금은 시간이 안 나.
정말로 시간이 나지 않았다.
지금 내 마나는 8천이 훌쩍 넘은 상태였다. 게다가 궁극의 마나치료술도 익힌 상황.
볼프 탑주가 환자들에게 시전하면서 보여 주는 치료술은 곧바로 연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었다. 더 나아가 이론으로 배우는 내용도 내 것으로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낮에는 치료소에서 볼프 탑주를 따라다니며 실전을 배우고, 밤에는 치료탑 도서관에서 빌려 온 서적을 탐구했다.
도서관에는 ‘마나치료술의 이해’, ‘마나치료술의 실전’, ‘상급 마나치료술’ 등 지금까지 치료소에서 볼 수 없었던 정보를 서술해 놓은 책들이 많았다.
심지어 ‘드루이드의 마나치료술’이라는 책도 있었다.
혹시 또 언제 무슨 일로 불려갈지 모르는 나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머리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책은 ‘드루이드의 마나치료술 2권’이었다.
[뭐 하는데 그렇게 바쁜데?]내가 바쁘다는 말에 팅거가 나를 쳐다봤다.
-공부해.
[웃기고 있네, 책장이나 넘기고 그런 말이나 해라.]팅거 말이 맞긴 했다. 1시간째 같은 페이지였다.
마나 혼탁에 대해 쓰여 있는 내용이었는데. 혼탁해진 마나로 마나치료술을 행하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 독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한마디로 마나를 약물로 생각한다면 치료약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독극물을 주입한다는 것이다.
이걸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롤린스 황제와 황자가 떠올랐다.
나는 그들을 단순히 비타민 D 결핍증으로 단정 짓고 말았다. 증상이 그랬으니까.
그런데 만약에 그게 아니라 누군가의 계략이었다면? 그런 생각이 든 거다.
아, 물론 비타민 D 결핍증이 없지는 않았을 거다. 그것을 누군가가 악화시켰을 수도 있겠다 싶은 거다. 그렇다면 황족이 죽으면 좋은 사람은 누굴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1시간이 지나도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야, 그런데 마나가 혼탁해진다는 게 무슨 말이냐?
[혼탁?]-응, 이 책에 그런 말이 나왔는데?
나는 책에 쓰인 내용을 읽었다.
[말 그대로야. 마나가 더럽혀진 거지.]팅거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 그러니까 마나가 왜 더러워지냐고? 옷이나 신발처럼 형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쳇, 바보 녀석.]그것도 모르냐는 듯 팅거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날개를 퍼덕거렸다. 짜증 난다는 뜻이다. 하여간에 이 방에서 성질이 제일 더러운 놈이다.
이럴 땐 상냥한 벨라에게 물어봐야지.
나는 벨라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의외로 대답은 내 뒤에서 들려왔다.
[웅, 구게 마니 아푸면 마나가 빨간새기 돼요. 구런 건 안 돼요. 아포오.]음, 아무래도 이런 뜻 같은데? 나는 케이홀에게 되물었다.
-몸이 아픈 치료사가 마나치료술을 행하면 치료받는 사람의 마나가 탁해진다는 소리야?
[녜.]나는 케이홀의 말을 되새겼다. 그때, 상냥한 벨라가 말을 이었다.
[마기에 노출돼도 마나가 탁해져.] [마자요. 구건 마나가 빨간 거보다 헐씬 안 조아여. 나빠요.]케이홀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여기서 마기라는 말이 나오다니, 나는 눈을 끄게 뜨며 되물었다.
-마기? 마기는 그 데빌몬스터놈들이 내뿜는 거 아니었어? 그 마기가 왜 나와?
[알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그때 걔들이 비실비실했지.]딴청을 피우던 팅거가 퉁명한 말투로 끼어들었다.
-아, 그랬지. 그랬어.
팅거의 말에 메피스 황자의 동궁에 살던 비쩍 말랐던 동물들이 떠올랐다.
-그럼 팅거 네가 오염됐다고 말했던 것이 혹시 마나가 오염됐다는 뜻이었어?
[흥, 이제 알았냐?]뭔가 퍼즐이 좀 맞춰지는 거 같았다. 그런데.
“아, 진짜. 왜 이렇게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냐?”
“그러니까 공자님, 너무 머리를 감싸고 공부할 생각하지 마시라니까요. 원래 하시던 대로 그냥 편하게 사세요. 뭐 그렇게 고민하고 그러세요. 공자님, 답지 않게.”
“그렇지? 고민할 필요 없겠지?”
나는 세이건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그럼요. 그러니까 머리 식힐 겸, 아투벡이라도 가요, 네? 제가 시종 클럽에 가서 들은 소식인데요, 최근에 유행하는 고기말이 빵이 있다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대요. 아, 그리고 아주 얇게 썬 고기를 끓는 물에 살짝 익혀서 채소와 함께 먹는 음식이 그렇게 맛있대요. 뭐라고 했더라?”
“샤브샤브네.”
“샤…… 뭐요?”
“그런 거 있어. 그거 다 먹은 국물에 밥이나 면을 삶아 먹는 거.”
“아 맞다. 그런 거라고 들은 거 같아요. 그런데, 공자님은 그걸 어떻게 아세요? 드셔보셨어요?”
응, 여기서 말고.
“아니, 나도 들었어.”
“그래요? 어떤 맛일까요?”
“먹어보고 싶구나?”
“아, 그건 아니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먹고 싶은 거네.
“그래, 가자 가.”
“정말요?”
세이건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으이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못 먹고 죽은 귀신 붙었나?
나는 말을 덧붙였다.
“언제 또 긴급호출이 올지 모르니, 이참에 가서 비상식량도 사자.”
“어휴, 공자님이 그렇게 고생했는데, 또 부르겠어요? 겨울이 되면 모를까. 겨울이 되려면 좀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괜찮겠죠. 그나저나 공자님, 다음 달에는 영지로 돌아가야겠네요?”
“영지?”
“예, 이글나이트 쇼가 열리잖아요.”
“아, 맞다. 그랬지. 이번엔 볼 만하겠네. 노면마차 개통식까지 있으니까.”
원래는 이글나이트 쇼가 이달에 열려야 하는데, 노면마차 오픈과 맞추다 보니, 한 달 늦춰졌다.
세이건이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무 기대돼요. 노면마차, 그거 못 본 사람들이 많겠죠?”
“그럴걸? 대부분 못 봤겠지.”
“헤헤헤, 저도 콘스턴 왕국의 수도 로스터에서 노면마차를 처음 봤을 때는 놀라서 까무러칠 뻔했는데 여기 사람들도 그렇겠죠?”
“그렇겠지.”
최소한 일주일 전에 영지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삼 주. 그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가자.
내일부터 더욱 타이트하게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세이건에게 말했다.
“세이건. 내일부터는 한 시간 더 일찍 아침 수련을 시작하자.”
“네에?”
* * *
그렇게 마커스가 앨버부르크에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때, 빌리드 공국의 지도자, 모헨 대공이 원로원의 원로들에게 문책을 당하고 있었다.
빌리드 공국은 엘라로투스 제국의 한참 위에 있는 작은 공국으로, 빌리드 공국보다 제피크 마탑의 도시로 더 알려진 곳이다.
“최근들어 데빌몬스터들의 성과가 저조한 것 같더군.”
쇠를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회의실의 침묵을 깼다.
“면목 없습니다.”
“이유는?”
“데빌몬스터와 대적할 자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런 놈들은 있지 않았나? 카발라 제국의 신성기사들도 있고, 교단놈들도 있고.”
“그렇지, 그런데 그놈들이 약이라도 먹었다는 말인가? 왜 갑자기 이렇냐 말이지?”
다른 원로가 테이블 위에 놓은 보고서를 가리켰다. 최근 1년간 마기 흡기 수치를 기록해 놓은 보고서였다.
“죄, 죄송합니다.”
“알아봐.”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