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98)
“너무 조용한데, 죽은 건 아니겠지?”
“설마, 신수라는데, 죽기야 하겠어?”
“그렇긴 하겠지만, 저렇게 조용해서야, 어디 살아 있는 놈이라고 믿겠어? 들어봐봐. 잡소리 하나 들리는 게 있나.”
“원래 이놈들이 조용하대. 걱정하지 마. 그리고 죽었다고 해도 우리가 책임질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 우리야 시키는 대로 운반만 하면 되니까.”
마부석에 앉은 사내들의 대화가 귀에 꽂혔다.
기가 막혔다. 저놈들은 신수라는 걸 알면서도 저 짓을 하고 있단 말이야?
마차가 목장에 다다르자. 숙소로 보이는 건물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총 세 명.
마차가 서자, 마부석에 있는 사내 중 한 놈이 외쳤다.
“오늘은 작은 놈들입니다. 호캣, 일곱 마리입죠.”
호캣이라는 말에 두고 온 케이홀이 바로 떠올랐다.
세상에. 그렇게 작은 녀석들까지?
놈들은 내가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짐마차 문을 열었다.
습! 하마터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저분한 육각장 안에 호캣들이 구겨진 채로 웅크리고 있었다.
허! 저 좁은 철장 안에 일곱 마리가 들어 있는 거야?
너무 화가 나서 눈에서 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건 팅거와 벨라도 마찬가지인지. 근처 나무 위에 앉아 있던 팅거가 사자후를 내뱉었다.
째재짹짹짹짹!
[이 미친놈들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것들이 한번 죽어 볼래?]벨라 역시 어쩔 줄 몰라 하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히잉, 어떡해. 너무 불쌍해!]그런 우리를 눈치챘는지, 마나 감응이 뛰어난 호캣들이 울어댔다.
냐오오오, 캬오오오, 야오오오옹!
[살려뜌세요, 주글거 가타요!]일곱 마리의 호캣들이 절규했다.
“아이코 이놈들이 갑자기 왜 이렇게 난리들이야?”
“저기 저 새 놈들 때문에 그런 거 같아. 저것들이 시끄럽게 울기 시작하니, 저러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을 한 자가 고개를 쳐들고 팅거와 벨라가 앉아있는 나무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것들아, 딴 데 가서 짖든지 울든지 해! 훠이훠이!”
[뭐? 새 놈들? 감히 신조님께 새 놈들이라고 했겠다?]졸지에 시끄러운 산새가 된 팅거는 화를 참지 못한 채 날개를 들며 몸을 부풀렸다.
나는 지금 팅거가 어떤 상태인지 알 것 같다. 마나로 주변을 쓸어버릴 생각인 거다.
-야, 팅거. 참아.
[못 참아. 저런 말을 듣고 참으면 내가 신조가 아니다. 신조의 자존심이 있지!]-아서라, 아서. 저것들 죽이려다 저 불쌍한 애들 다 죽는다. 나도 참고 있잖아. 호캣들이 다칠까 봐.
[맞앙. 팅거. 쟤들은 나중에 죽이면 돼.]팅거가 몸을 부들부들 떠는 가 싶더니, 부풀렸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두고 보자. 이놈들아!]우리 셋이 숨을 고르며 화를 삭이는 사이, 호캣이 갇힌 철장은 근처에 있는 축사로 옮겨졌다.
그런 후, 마차는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갔고, 세 사람은 한동안 축사 열 개 동을 순회했다. 손에 통을 들고 들락거리는 걸 보아하니, 아침먹이를 주러 다니는 거 같다.
그러는 사이에, 건물에서 두 놈이 더 나오더니, 축사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팅거, 따라가 봐.
[알았다.]잠시 후, 세 놈은 일이 끝났는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축사 문도 제대로 잠그지 않는 걸 보아하니, 철장 같은 곳에 가둬 놓은 모양이군.”
나는 제일 가까운 축사로 걸어갔는데, 조금 전부터 들렸던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살려뜌세요] [아포오.]이것들, 베어독처럼 애들을 묶어 놓은 거 아니야? 나는 재빨리 축사로 뛰어갔다.
“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퍼피밀이라고 일명 강아지공장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 있는 개들은 평생을 뜬장에 갇혀 산다.
뜬장이란 철창 바닥이 철조망처럼 구멍이 뚫린 장을 말하는 건데, 배설물 관리를 편하게 만든 철장이다.
거기에 갇힌 동물들은 발이 빠지지 않도록 발가락을 오리발처럼 쫙 핀 채 서 있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드러누워 있거나.
그런 뜬장이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아주 비위생적인 뜬장이.
아오!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럽고, 좁고, 환기도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환경을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나는 재빨리 내부를 훑었다. 모두 24마리.
많이도 잡아 왔네.
나를 본 호캣들은 힘이 없는지, 고개만 겨우 들고 작은 목소리로 구해 달라고 호소할 뿐이었다.
-잠시만 기다려라.
녀석들이 갇힌 철장에는 탁구공만 한 시커먼 돌이 박혀 있었다.
열쇠 하나 없는 허술한 철장인데도, 신수인 호캣들이 탈출하지 못했던 이유가 이거 때문으로 보였다.
“콘스턴에서 봤던 거와 비슷해 보이는데?”
비에른이 마정석을 숨기는 데 썼던 마법실드 박스에 박혀 있던 마법실드석. 바로 그거였다.
“아무래도 비에른 대공과도 관계가 있었던 것 같군.”
이미 죽어 버린 사람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볼 수도 없고, 살아남은 세력들을 추적해 봐야겠다.
비에른에 관한 생각은 거기까지.
나는 서둘러 철장을 열었다.
마법실드? 그런 건 내게 통하지 않지. 마법이 안 되면 힘으로 부수어 버리면 되니까.
철장 밖으로 나온 24마리의 호캣들을 상당히 지쳐 보였다. 아파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먹이가 신통치 않았다. 아니 아주 나빴다.
철창 구석에 찌그러지고 아주 지저분한 통이 놓여 있었는데, 그 속에는 먹다 버린 찌꺼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저걸 어떻게 먹으라고!”
만약, 케이홀이 저런 걸 봤다면 뒷목 잡고 쓰러졌을 거다.
호캣이 입이 짧다는 걸 알기나 하는 놈들일까?
당장 이 불쌍한 호캣들에게 뭐라도 주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주머니에 육포 쪼가리 하나도 없었다.
줄 게 딱히 없던 나는 고민에 빠졌지만, 이내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맞다. 이게 있었지.”
손을 올려 목에서 목걸이를 뺐다.
혹시 애들이 힘들거나 아플 때 비상약으로 쓰려고 마정석 펜던트를 만들어 걸고 다녔던 목걸이였다.
뿌드득.
손에 힘을 주고 마정석을 부순 후, 호캣들에게 나누어 줬다.
-우선 이거라도 먹고 힘내. 나중에 맛있는 거 많이 줄게.
지금 나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녀석들은 겁이 많은지, 눈만 굴렸지,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찮아. 먹어도 돼.
나는 아예 무릎을 굽히고 있던 자세를 바꿔 철퍼덕 바닥에 앉았다. 사실 앉기에는 너무나 지저분했지만, 이렇게라도 하면 경계심이 좀 누그러질 것 같아서였다.
예전 김민혁이었을 때도 입원한 동물들이 겁에 질려 나를 경계하면 그냥 입원실 옆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기다려 줬었다.
내가 해로운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파악할 시간을 주는 거다.
그렇게 있다 보면 어느새 동물들은 마음을 풀고 나를 편하게 대했다.
그게 호캣들에게도 통했는지, 그나마 용감한 녀석이 꼬리를 잔뜩 내린 채 조심조심 다가왔다.
[요고 머거도 대요?]-그럼. 다 너희들 거야.
[요고 먹구 코 잠들면 또 자바갈꼬예요?]-잠들다니? 너희들 마정석 먹으면 힘이 솟는 거 아니었어?
[구랬눈데…….] [나눈 머글꺼야. 배고파 듁을꼬같아.]먼저 내 앞으로 온 호캣이 침을 뚝뚝 흘리며 내 손바닥에 있는 마정석 조각을 보며 고민하는 사이에, 다른 녀석이 슬금슬금 기어오더니, 한 조각을 낼름 삼켜 버렸다.
[앙대! 머그면 또 자펴가!] [마자. 잠들면 오똑해?]뒤에서 관망하던 호캣들이 걱정의 말을 던졌다.
아무래도 밀렵꾼들이 호캣을 잡을 때, 수면제 같은 것을 마정석에 바른 모양이다.
[갠차나. 이미 자펴눈데, 모!] [아! 고로치!]그 말이 불씨가 된 듯, 호캣들이 너도나도 다가와 손바닥에 놓은 조각들을 뇸뇸 먹었다.
기특하게도 서로 많이 먹겠다고 싸우지도 않으며 줄을 서서 한 조각씩 입에 물었다. 그러고 나면 또 줄을 서고. 조금 전에 잡혀 온 호캣들도 마찬가지였다. 차별은 없었다.
[고맙씀니다!] [냐오오, 살려조써 고맙씀니다.] [듁을뽄 헀소오. 감사함니다.] [살려듀세떠 고맙슴니다!]이렇게 착한 신수들을!
꾀죄죄한 몰골로 환하게 웃으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호캣을 보며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밀렵꾼 놈들을 끝까지 추적해 우두머리까지 뿌리를 뽑고야 말 것이다.
그때, 황금색 글씨가 허공에 주르륵 떠올랐다.
[호캣이 당신을 구원자로 생각합니다] [퓨드로이드가 당신을 따릅니다] [신수가 당신을 좋아하게 됩니다] [스킬 목록이 추가되었습니다]*호캣의 마나 흡수 능력이 업그레이드됐습니다.
필요할 때 호캣의 마나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 은인에 이어 구원자? 거기에 호캣의 마나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지도 못한 보상에 놀랐던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호캣들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들어왔던 사람들, 자주 드나드냐?
지저분한 꼴을 보아하니, 절대로 그럴 거 같진 않지만, 일단은 물어봤다.
[아니요오, 바메 와요.]역시. 그렇다면 시간은 여유가 있는 편이군.
나는 다른 곳도 둘러보고 오겠다며 호캣들에게 조용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물론 반드시 구해 주겠다는 약속도 했고.
다른 축사에 갇힌 신수들도 호캣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고통을 받고 있었다. 제일 많이 갇힌 신수들은 호캣, 유니콘, 그리고 반신반몬인 실버폿이었다.
나는 내 몸에 지니고 있던 마정석을 죄다 떼 내 신수들에게 먹였다.
이럴 때, 율리시즈 가의 삼남이라는 게 다행이다 싶었다.
자잘했지만, 단추나 옷에 달린 장신구들, 하다못해 허리띠에도 하급이지만 마정석이 박혀 있었으니까.
“후, 얼추 상황을 파악했으니, 돌아가서 계획을 세워 볼까?”
여기 잡힌 신수들은 호캣이 35마리, 실버폿은 50마리, 유니콘은 3마리. 그리고 퓨드로이드가 5마리, 총 93마리였다.
당장이라도 여기 있는 신수들을 탈출시키고 싶었지만, 갑자기 이렇게 많은 신수를 내가 지금 당장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산에 풀 수도 없다.
만약, 100마리에 가까운 신수들이 뛰어다닌다면 놈들이 눈치를 못 챌 수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여기 애들을 풀어 준다면, 다른 곳에 있는 신수들은 더욱더 고통을 받을 것이다.
두 번 다시 탈주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가 심할 테니까. 아니면 겁을 줘서 도망 자체를 못 가게 하거나.
다행히 신수들은 친구들도 함께 구조해 달라며 참고 기다리겠단다.
착한 녀석들을 뒤로하고 로이칸이 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팅거가 벨라와 함께 날아오고 있었다.
[야! 큰일 났어!]팅거가 호들갑을 떨며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커다란 동굴이었다. 그리고 동굴 입구는 눈에 딱 봐도 아주 두껍고 튼튼한 광물로 닫혀 있었다.
베어독이 갇혀 있던 동굴이 떠올랐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문에는 축구공만 한 마법실드석이 다섯 개나 박혀 있었고.
조금 전에 봤던 신수들과 격이 달라보였다.
“이거 분위기가 영 안 좋은데?”
아니나 다를까 문틈 사이로 신음이 들려왔다.
[히이잉, 아포, 아포오!]이렇게 크고 엄청난 장치를 해 둔 곳에 고작 아기 목소리가 난다고?
나는 눈동자가 굴리며 팅거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