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0)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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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제안 대군의 사가 사랑채.
“잘 할 수 있겠느냐?”
제안 대군은 어리석은 인물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살아남기 위한 처세일 거다.
예종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예종이 붕어할 때 너무 어렸기에 훗날 성종이 될 질산군에게 보위를 넘겨줘야 했으니 어리석은 척하고 살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웠을 거다.
“여부가 있겠어요, 호호호!”
미색이 출중하지는 않으나 교태가 흐르는 녹수가 제안 대군을 보며 대답했다.
“주상이 어미의 정을 받지 못하고 살았으니 젖먹이 다루듯 하면 제 치마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겁니다.”
“주상께서 너를 총애하면 그 총애가 나의 총애로 이어지겠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사옵니다.”
장녹수가 제안 대군을 보며 웃었다.
‘어미의 정을 못 받은 사내를 어찌 다루는지 나는 알지, 호호호!’
* * *
대전 침소.
“외할머니께서 한양으로 오신다고?”
인수대비에게 아부를 떨었더니 외할머니를 알아서 유배에서 풀어줬다. 그러니 이제 곧 외숙부인 윤구도 방면될 것 같다.
‘외숙부를 이용해야지.’
또 나중에 외할머니의 한을 이용해서 갑자사화를 일으켜야지.
‘무오사화로 사림을 썰어버리고.’
갑자사화로 훈구파를 정리하면?
조정의 요직을 사대부만 차지하지 않고 일반 백성들도 과거 제도를 통해서 등용될 수 있으리라.
“주상 전하, 이참에 모후를 추증하셔야 합니다.”
도승지가 내게 말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어머니께서 살아 돌아오시겠나.”
“예?”
사실 정이 없다.
아버지인 성종에게도 정이 없고.
얼굴도 못 본 어머니인 폐비 윤 씨에게는 더 정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지.’
나의 몸은 조선의 임금인 융이지만.
내 영혼은 현대인이니까.
‘그래도 외가를 돌보기는 해야지.’
물론 내가 하면 안 된다.
인수대비가 알아서 해줄 수 있게 만들어야지.
“도승지.”
“예, 주상 전하.”
“아직 나는 힘이 없다.”
조선의 임금이 힘이 없다고 하면 못 믿을 말이지만.
작금의 조선은 망할 놈의 양반들이 장악한 상태로 왕의 나라가 아니라 사대부의 나라로 전락했다.
그리고 조선은 앞으로 몇백 년 동안 모질게 썩고 또 모질게 버틴다.
‘임진왜란 때 망했어야 해.’
그래야 한민족의 미래라도 빛났을 거다.
“주상 전하···.”
도승지가 울상이 됐다.
“괜찮아, 지금은 힘이 없어도 힘은 준비하는 자가 가지는 거다.”
나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내게 친위대 1만 명만 있다면.’
조선에서 못할 것이 없고.
만주도 차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왜?
나의 1만 친위대는 칼이나 휘두르는 구식 군대가 아니라 신식 병기로 무장한 강한 군대일 테니까.
그런 군대를 보유하기 위해서 나는 부국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거다.
“내일이 제안 대군이 청한 연회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제안 대군이 진짜 연산군을 폭군으로 만든 장본인 중 하나일 거다.
왜?
진짜 연산군에게 장녹수를 붙여줬으니까.
“예,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 하하하!”
“예?”
“보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누구냐고?
장녹수!
내가 드디어 연산군으로 진짜 연산군을 젖먹이처럼 다루는 녹수를 보게 된 거다.
‘못났다고 했다.’
역사서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녹수도 진짜고 왕의 남자에 나오는 공길이라는 광대도 실존 인물이다.’
그 둘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질 거다.
* * *
한양 사대문 밖에 있는 기와집.
“이곳에 머물게 되실 겁니다.”
유배에서 풀린 장흥부부인은 아직 복권까지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대문 밖이구나.’
장흥부부인은 자신의 신세가 아직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유배에서 풀렸고 자기의 외손자가 조선의 임금이 됐으니 자기 딸인 폐비 윤 씨의 한이 곧 풀릴 수 있으라 확신했다.
하지만 임금 융은 모두에게 정이 없었다.
* * *
임사홍의 사가 사랑채.
임사홍은 신수근과 함께 폐비 윤 씨의 사사 사건에 대해서 연산군에게 알려 갑자사화의 빌미를 제공한 인물이다.
또한 사림파와 크게 갈등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채홍사로 지방을 다녔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후인들에게 천하의 간신으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임사홍은 처음 연산군의 지시받고 채홍사가 되기를 사양했으나 끝내 연산군이 두려워서 채홍사가 됐다.
“주상께서 여색을 즐기신다?”
“주상의 밤과 낮이 다르다고 합니다.”
임금 융은 이미 개혁 군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그런 개혁들이 급진적인 부분이 많기에 사림파와 대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아직은 유교의 근본을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았기에 사림파도 또 훈구파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
“낮에는 정무를 보시느라 바쁘시고 밤에는 후궁을 가까이하시어 날이 밝는 줄도 모른답니다.”
지금 임사홍에게 말하는 자는 수염이 없었다.
“알겠다. 하하하!”
임사홍은 많은 의미가 담긴 눈빛으로 웃었다.
분명 연산군일기에서 임사홍은 채홍사의 임무를 거부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연산군일기가 잘못된 듯 임금 융에 미인을 바치려고 준비하려는 듯 보였다.
* * *
대궐 뒷문.
대궐의 뒷문은 환관과 나인 그리고 잡부들이 드나드는 문이다.
임사홍을 만났던 환관이 대궐 뒷문으로 들어왔는데 그의 앞에는 내시부 무사와 상책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상책?
대궐의 서책을 관리하는 환관으로 상선 다음으로 높은 자리였고.
또 환관들의 규율을 담당하는 내시부 감찰관이기도 했다.
“어디를 다녀오는 것이냐?”
상책의 목소리에 살기가 담김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가에 계신 어머니가 아프시기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저놈의 주둥이부터 찢어라.”
상책이 말했고.
내시부 환관 무사가 바로 임사홍을 만난 환관의 두 팔을 양쪽에서 잡더니 다른 한 명이 정말 환관의 입을 찢어버렸다.
“으아악!”
환관들은 빈말이 없다.
그래서 규율이 엄하고 결속이 강하다.
“대궐 안에서 주상전하께서 행하시는 일을 대궐 밖으로 흘리는 놈은 환관이 아니다.”
상책이 말한 후 돌아섰고.
입이 찢어진 환관은 내시부 환관 무사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 * *
제안 대군의 사가 연회장.
숙부인 제안 대군이 청하여 그의 사가로 왔고.
제안 대군은 당연히 연회를 준비해 놨다.
‘사람은 호기심이 문제지.’
역사에 의하면 연산은 제안 대군이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했다가 망할 년인 녹수를 만나게 되고.
미색이 그리 높진 않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동안인 장녹수의 빼어난 노래와 춤에 연산군이 푹 빠졌단다.
그리고 장녹수는 어머니의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연산군을 젖먹이 다루듯 하면서 총애받고 그때부터 패악을 저질렀단다.
‘사실.’
장녹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호기심 때문에 여기로 왔다.
“주상전하, 오늘은 정사를 잊으시고 춤과 가무를 즐기시면 됩니다.”
내 옆에 앉은 제안 대군이 아부하듯 내게 말했다.
“말씀처럼 그리해볼까 합니다.”
“저 아이가 어떠신지요?”
지금 연회장 중앙에 서서 노래와 춤을 추고 있는 여자가 장녹수일 거다.
“미색이 출중하지는 않으나 춤과 노래는 천하일품이군요.”
“옆에 두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옆에 두라고요?”
나는 제안 대군에게 되물으면서도 관심 있는 눈빛을 보였다.
‘녹수는 예쁘지도 않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연산군은 장녹수를 끔찍하게 아꼈다.
‘어머니의 정이 그리운 연산이었겠지.’
아마도 장녹수는 그런 연산군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용했을 거다.
연산과 둘이 있을 때 젖먹이 놀이하면서 즐겼을 것이고.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연산은 그런 놀이로 어머니에 대한 정을 채웠을 거다.
‘젖먹이처럼 젖을 빨며 논다? 하!’
그런데 어쩌지?
시쳇말로 빨 젖은 궁궐에도 많다.
내가 너무 천박하게 생각한 건가?
사실이 그렇다는 거다.
후궁만 해도 정승과 판서의 딸로 9명이나 된다.
거기다가 중전도 있고.
다른 후궁도 꽤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장녹수는 내 취향이 아니다.
장녹수가 진짜 연산군의 취향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예, 성사를 돌보실 때 얼마나 힘이 드시겠나이까. 옆에 두고 춤과 노래를 즐기시면 피로가 풀리실 것입니다.”
제안 대군이 나한테 독을 푸는 꼴이다.
“하하하, 그러면 그럴까요?”
장녹수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여기로 왔다. 그렇다고 해서 저 망할 것을 옆에 둘 생각은 없다.
“재주가 많은 아이이니 주상께 즐거움과 위로를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모든 행동에는 의도가 있는 법이다.
‘나의 신임을 받으려고?’
그것도 아니면 빼앗긴 자리를 되찾으려면 내가 성군이 되면 안 되니 녹수를 내게 보낸 것일 수도 있으리라.
“제게 주시는 겁니까?”
기쁜 표정으로 제안 대군에게 물었다.
“예, 주상 전하.”
“저 아이의 이름이 뭡니까?”
나는 한껏 교태를 부리며 내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녹수를 보며 제안 대군에게 다시 물었다.
“장가 녹수라 합니다.”
역시 내 앞에서 교태를 부리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는 여자가 천하의 망할 것인 장녹수였다.
“숙부께서 제게 저 아이를 주신다고 하시니 제가 받았습니다.”
“예, 감사하옵니다.”
“그러면 저 아이는 이제 제 것입니다. 하하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