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00)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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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뭐래도 다 내놓을 것입니다. 제가 지방에 가지고 있는 모든 옥토를 전하께 바치겠나이다. 그 땅을 일구는 노비들까지 모두 전하께 바치겠나이다.”
형조판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는 부족하오.”
뽑아낼 수 있을 때 더 뽑아내야 하는 거다.
“그러시다면 저의 목을 내놓겠나이다.”
형조판서는 이 지경이 됐기에 자기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는 죽고 자기 딸은 폐서인이 되고.
그런 과정에서 나의 심금을 울려서 문중만은 살리겠다는 생각이 형조판서의 계획인 것 같다.
“그건 됐소. 그대께서 나의 개혁에 선봉장이 되겠다고 하시는데 내가 왜 형조판서를 사사하겠소?”
찰나지만 형조판서가 안도하는 눈빛을 보였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지.’
살아야 뭐든 할 수 있는 거다.
“공신 첩지도 반납하시오.”
공신의 첩지는 그냥 두루마리에 불과하지만 그게 가지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예, 알겠나이다.”
형조판서는 이제 거래가 슬슬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장인, 나는 기억력이 참 좋소.”
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형조판서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켰다.
“전하, 죄인은 무릎을 꿇고 있겠나이다.”
자기가 죄인이라는 걸 아는 형조판서다.
‘변절자가 더 충성하지.’
버선발로 사가에서 대궐까지 뛰어온 형조판서고.
그 순간, 순간을 기억할 거다.
또 내 앞에서 바닥에 머리를 찍으며 애원한 그다.
‘좋은 아버지인 건 확실해.’
또 내가 진행하는 개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니 형조판서를 살려는 드려야겠다.
“됐소. 귀인 안 씨가 아버지를 잘 둔 것 같소.”
이렇게 운명은 찰나에 바뀌는 거다.
만약 오늘이 아닌 내일에 형조판서가 내게 달려왔다면 또 아무 말도 없이 꾹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아비인 형조판서도 사사됐을 것이고 무녀를 써서 중전을 비방하려는 계획을 세운 귀인 안 씨는 내 화가 풀리지 않았기에 사사가 아닌 교사가 됐을 거다.
물론 형조판서의 집안도 풍비박산이 났을 거고.
그때 상책이 급하게 뛰어오다가 저격수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천천히 걸어왔다.
“주상 전하의 부르심을 받고 달려왔나이다.”
표정을 보니 모든 일을 짐작하는 것 같다.
‘이게 다, 상책 네가 일의 처리를 허술하게 했기 때문이야.’
상책에 탐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오늘 같은 돌발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 돌발상황의 처리도 간결했으리라.
“걸어오고 있는데?”
내가 농을 했지만, 상책은 아는 거다.
형조판서의 몰골이 엉망진창이고.
목이 없는 환관 무사가 죽어 있으니까.
“망극하나이다.”
상책은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상책, 꿇으라.”
내 앞에 선 상책에 소리쳤다.
쿵!
그래서 상책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와 동시에 호위 총관이 항상 그랬듯 상책의 뒤에 서더니 검을 뽑았다.
‘호위 총관의 행동은.’
완벽하게 훈련된 행동이다.
공포심을 주기 위함이기도 하고 참하려고 할 때 바로 행동할 수 있다.
스르릉!
칼집을 떠난 검이 울었고.
상책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상책, 너는 알고도 왜 바로 내게 보고하지 않았나?”
내 말에 형조판서가 상책을 보며 놀랐다.
그리고 상책에 한없이 고마운 눈빛을 보였다.
‘아마 앞으로.’
형조판서는 상책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거다.
“전하, 불충한 저를 죽여주십시오.”
항상 조선은 이렇다.
임금이 질책하면 그냥 죽여달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답답함에 말한 자를 정말로 죽여버리고 싶다.
“상책, 그대가 알 듯 내게 죽여달라고 하면 나는 죽인다는 것을 알지 않나?”
이건 상책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형조판서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망극하옵니다.”
“개나 소나 다 말하는 망극은 됐고, 왜 고하지 않은 이유를 말하라.”
다른 질문과 질책을 하고 싶지만, 형조판서를 살리기로 했으니 참고 있다.
“전하께서는 전하의 개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형조판서를 죽이시기에 너무 아까우셨을 것이고 또 제가 숙의 조 씨의 오라비이기에 바로 고변할 수 없었나이다.”
상책은 나를 생각한 거다.
물론 예상했던 거다.
“첫 번째 이유는 나를 위함이고 두 번째 이유는 오해를 사기 싫었다?”
그래.
상책은 명예욕이 크다.
‘충신이 되고 싶은 상책이지.’
그게 처음에는 좋았지만.
이제 그것이 상책이 내시부를 장악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환관은 탐욕스럽지.’
어쩔 수 없으리라.
채우지 못할 욕망이 존재하는 자들이니 그 욕망을 대신할 무엇인가를 갈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런 자들에게는 재물을 줘야 한다.
하지만 상책은 그런 부분에서 약하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상책.”
“예, 전하.”
“일어나라.”
내 말에 상책이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상책의 뒤에 있던 호위 총관이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상책, 다시 마음대로 판단하면 내가 숙의 조 씨를 많이 아껴도 너의 목을 벨 것이다.”
이건 경고다.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형조판서.”
나는 상책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형조판서를 불렀다.
“예, 주상 전하.”
“상책이 안 씨 문중의 은인이요. 상책이 죽으면 제사상을 올려야 할 정도로 귀인입니다.”
이건 농담이다.
그런데 형조판서는 내 말을 진담처럼 듣는 눈빛이다.
‘은혜 갚은 까치도 아니고.’
이 조선에서 은혜 갚은 사대부가 나올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피로 물든 형조판서의 버선을 봤다.
“장인, 신을 신으시오.”
나는 바로 내가 신던 신을 형조판서에게 벗어줬고.
그 모습에 형조판서가 기겁했다.
“전, 전하, 어찌 전하께서 신으시던···.”
임금이 자신에게 신을 벗어줬다.
형조판서는 이것도 오래 기억할 것이다.
“피가 철철 납니다. 뛰어오시는 동안 얼마나 괴로우셨겠소. 오늘 느낀 그 괴로움을 절대 잊지 마시오.”
형조판서는 큰 교훈을 얻었을 거다.
“제가 전하의 신을 신으면 전하께서는.”
나는 이네 맨발이다.
“나는 됐소.”
“하오나.”
형조판서가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세자일 때 즐겨하던 것이 있소.”
“예?”
“하여튼 귀인 안 씨는 아비를 잘 뒀소. 호위 총관.”
“예, 전하.”
“그 무녀가 누군지 저기 엎드려 있는 상궁에게 확인하여 조용히 처리하라.”
몇을 죽여서 오늘의 일을 지워야 한다.
“예, 전하.”
말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될 일이다.
“형조판서.”
“예, 전하.”
“신으시오. 어명이오.”
어명이라고 말하며 형조판서를 보며 웃었다.
“황공하옵니다.”
어명이라는 말에 형조판서는 그제야 내가 준 신을 신었다.
“이 신을 신고 이제는 나를 위해서 또 조선을 위해서 걸으시오. 알겠소이까?”
권세를 가진 자들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충성심이 올라가니까.
‘백성을 위한 공명정대한 세상?’
그런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나 또한 그저 백성을 위하는 임금이라고 모두를 속이고 있을 뿐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형조판서가 내게 말했다.
“저기 저 상궁은 내 여자를 살린 귀한 귀인이니 형조판서께서도 은혜를 갚으셔야 할 것이오.”
한 여인의 판단이 세도가인 형조판서의 문중을 구한 거다.
“명심하겠나이다.”
“거기 상궁!”
나는 여전히 엎드려 있는 귀인 안 씨의 유모를 불렀다.
“전하, 귀인 안 씨를 살려주십시오.”
귀인 안 씨가 살아야 자기가 사는 줄 아는 현명한 여자다.
“안 죽일 거니까, 이리로 오라.”
내 말에 상궁이 급히 일어나서 내게로 뛰어왔다가 바로 엎드렸다.
“혹여 아들이 있나?”
나도 모르게 궁금해졌다.
“예, 있사옵니다.”
“어머니가 이렇게 총명하니 아들도 총명하겠지.”
“아, 아니옵니다.”
“어미를 보며 안다. 상책.”
“예, 전하.”
“성균관으로 보내서 박성균을 보좌하게 하라.”
박성균은 이제부터 증기기관을 연구하기로 했다.
[이게 바람개비라는 거다.]논어의 한 페이지를 찢어서 박성균이 보는 앞에서 바람개비를 접어서 보여줬다.
그리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바람개비를 돌렸다.
박성균에게 연구과제를 준 거다.
“예, 알겠나이다.”
선택 한 번으로 인생이 확 달라지는 거다.
“상책.”
“예, 전하, 업히소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책은 아는 거다.
‘내가 13살에 처음으로 상책에 업혔지.’
그리고 꽤 많이 업혀서 다녔다.
‘상책이 형 같아서 좋았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졌다.
“가자.”
나는 상책에 업혀서 대전 전각 마당을 나섰다.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치울 시간을 줘야지.’
형조판서는 바로 귀인 안 씨의 전각으로 달려갈 거다.
* * *
대전 임금 융의 서재 전각 앞.
상책의 등에 업혀서 자리를 떠난 임금 융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도 형조판서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유모 출신 상궁을 봤다.
호위 총관은 유모 출신 상궁에게 무녀에 관해서 물었고.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항을 소상하게 말해야 했다.
“모든 일은 함구하셔야 하오.”
호위 총관이 유모 출신 상궁을 노려봤다.
“내 검은 인심이 없소.”
“알겠습니다.”
그렇게 호위 총관도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호위 총관을 보던 형조판서가 유모 출신 상궁을 바라봤다.
“내 아들의 이름을 안길이라고 할 것이야.”
“예?”
“자네가 양자로 입적해 달라고 하지 않았는가. 자네 아들은 이제 내 아들이네.”
“감사합니다. 대감마님···. 아!”
순간 유모 출신 상궁은 대궐 후문에서 자기에게 헛소리하던 무녀의 말이 떠올라서 탄성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졌다.
“왜 그러나?”
“아, 아니옵니다.”
“자네가 나를 살렸고 귀인 마마를 살렸고 우리 문중을 살렸네.”
“저는 그저 무서워서 대감께 달려간 겁니다.”
“하여튼 고맙네.”
형조판서는 그렇게 말한 후에 눈빛이 확 달라졌다.
“이보시게.”
“예, 대감마님.”
“앞장을 서게.”
“예?”
“일을 수습해야 하지 않겠나.”
형조판서는 귀인 안 씨의 전각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챙겨서 나올 것이 있었다.
“가세, 마마의 전각으로 지금 가야 해.”
임금 융이 자신에게 시간을 줬다는 것을 형조판서는 직감했다.
* * *
“상책.”
상책에 업힌 상태로 숙의 조 씨의 전각으로 가고 있다.
“예, 주상 전하.”
“바보냐?”
“예?
”“네가 임금을 그리도 생각했다면 죽은 자를 네 손으로 죽이고 다 처리하고 함구했어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거였다.
“망극하옵니다.”
“됐고, 이제 내가 한 말의 뜻을 알겠나?”
질책이 끝났다면 교훈을 줘야겠지.
“제가 내시부를 관리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이번 일로 잘 알게 됐나이다.”
“27번 내탕고 창고의 열쇠를 너에게 줄 것이니 오늘 같은 일이 없도록 하라.”
상책이 내시부를 완벽하게 장악해야 내가 하는 일이 수월해진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상책, 이제는 내가 무겁지?”
“제게 베푸신 성은이기에 새털처럼 가볍사옵니다.”
상책의 말에 나는 바로 힘을 줬고.
“이래도 가벼워?”
상책이 휘청거렸다가 다시 중심을 잡았다.
“하하하, 하하하!”
나는 호탕하게 웃었다.
“형이 좋다. 형이라서 좋았다. 하하하!”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