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01)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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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공조 정랑 박흥수의 사가 밖.
돌발상황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법이다.
오늘 밤이 임금 융에 그런 날일 거다.
갑사 부대 상사 출신인 돌쇠는 살주계를 조직했고.
자신의 필생의 소원인 원수 갚기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주, 고래기름을 준비했소.”
살주계 계주인 상사 출신 돌쇠는 방화를 시작으로 아버지의 원수인 공조 정랑 박흥수를 죽일 생각이었다.
“여기부터 시작한다.”
살주계 계주 돌쇠의 복수는 시작됐고.
임금 융의 새로운 음모도 이와 함께 시작될 것이다. 물론 살주계의 활동 계시가 언제인지 임금 융은 자세하게는 모르고 있었다.
“예.”
“던져라.”
그와 동시에 노비 출신인 살주계 계원들이 일제히 들고 있던 호리병을 공조 정랑 박흥수의 사가 안으로 던졌고.
그 호리병 안에는 불씨만 튀어도 불이 붙는 고래기름이 담겨 있었다.
쨍그랑, 쨍그랑!
사방에서 호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반항하는 자들은 노비라도 살려두지 말자.”
살주계는 그 자체로 파괴자이리라.
“예, 알겠습니다. 계주.”
부하가 대답하며 복면을 썼고.
살주계 계주 상사 출신 계주도 복면을 쓴 후에 종이에 불을 붙여서 사개 안으로 던졌다.
화화화, 화화화!
순식간에 고래기름이 불이 붙었고.
공조 정랑 박흥수의 집안은 혼란에 빠졌다.
‘내가 오늘 아버지의 복수부터 한다!’
불이 붙은 공조 정랑 박흥수의 사가 안으로 살주계 계주 돌쇠가 뛰어들었고.
살주계 계원들도 뛰어들었다.
* * *
귀인 안 씨의 전각 침소.
“아버지, 몰골이 왜 그러십니까?”
잠에서 깬 귀인 안 씨는 자기를 노려보며 눈에는 또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형조판서를 보고 기겁했었다.
“이게 다 마마님 덕분이지요.”
형조판서의 발은 버선과 상처로 난 피가 들러붙어서 떼어내기도 쉽지 않은 상태였다.
“예?”
되물으면서도 덜컥 겁이 나는 귀인 안 씨였다.
“마마께서 전하의 후궁이 아니었다면 이 아비가 회초리를 들었을 겁니다.”
아닐 거다.
아마도 형조판서는 자기 딸을 보자마자 귀싸대기를 날렸을 거다.
‘네 어리석은 행동으로.’
가문 자체가 멸문될 뻔했으니까.
그래서 화를 꾹꾹 참고 있는 형조판서였다.
형조판서는 임금 융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
자신이 또 문중이 조금이라도 임금 융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면 임금 융은 오늘의 일을 빌미로 가문을 멸문시킬 테니까.
‘전하께서 가시는 길에 신발이 되어야겠지.’
형조판서는 자신이 또 안 씨 문중이 임금 융의 올가미에 확실히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
계속 되묻기만 하는 귀인 안 씨였다.
“어서 내놓으세요.”
“아버지, 무, 무엇을 내놓으라는 겁니까?”
“어서 무녀가 마마께 준 것을 이 아비에게 내놓으세요.”
밖에서 들을지 모르기에 형조판서는 나직이 말했지만 자기 딸인 귀인 안 씨를 죽일 듯 노려봤다.
“아, 아버지.”
떨면서도 귀인 안 씨는 유모 출신 상궁에게 눈을 흘겼다.
“가문의 은인에게 눈은 왜 흘깁니까?”
형조판서가 왕실의 법도를 깜빡 잊고 손을 들었다고 내려놨다.
“휴우.”
길게 한숨을 내쉬는 형조판서였다.
“아버지, 그게.”
“유모가 없었다면 마마께서는 날이 밝자마자 폐서, 아닙니다. 아니에요. 어서 내놓으세요.”
“아버지, 그게 흑흑흑!”
여자가 불리하면 눈물부터 흘린다는 데 귀인 안 씨가 그랬다.
하지만 형조판서에게는 씨도 먹힐 수가 없었다.
“어서요.”
마지못해 귀인 안 씨가 무녀가 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놨고.
형조판서는 그 인형을 갈기갈기 찢어서 짚으로 만들어버렸다.
“마마님, 다시는 아무 짓도 하지 마시고 조용히, 정말 조용히 숨만 쉬고 사세요.”
“아버지, 아아앙!”
귀인 안 씨는 형조판서의 막내딸이라서 철없이 울음을 터트렸다.
“이 아비가 하기에 따라서 전하께서 귀인 마마를 총애하실 것이니 그냥 얼굴에 분칠만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마마께서는 곱디곱지 않습니까.”
철없는 딸을 둔 아버지는 원래 고달픈 법이고.
그 딸이 시집을 가면 사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다.
그리고 형조판서가 딱 그런 신세가 됐다.
“알겠습니까.”
형조판서가 다짐받듯 물었다.
“……예.”
귀인 안 씨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아이고! 두야, 아이고 머리야.”
이제야 안도감이 들기에 형조판서는 자기도 모르게 넋두리하듯 중얼거렸다.
“이보시게.”
“예, 대감마님.”
“마마님이 또 무슨 일을 꾸미실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오늘처럼 바로 내게 고하셔야 하네.”
“예, 알겠습니다.”
* * *
깊은 밤, 유구국 왕실 회의장.
“왜인도 아니고 조선인도 아닌 박충선이 이끄는 무역 상단의 규모가 엄청납니다. 저하.”
유구국 신하가 유구국 왕에게 말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박충선이 이끄는 상단은 유구국에는 양날의 검이었다.
왜?
이미 유구국의 상권의 5할 이상을 박충선 상단이 장악했고.
시간이 갈수록 그 비율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구국의 다른 상단과 박충선의 상단은 가격 경쟁부터 다를 수밖에 없었고.
박충선의 상단은 빠르게 유구국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풍문으로는 왜국 지방의 작은 영지의 영주였다고 합니다.”
“박충선이?”
“예, 그렇습니다.”
“상술이 뛰어난 박충선을 조선의 임금이 잘 거둔 거군.”
“그렇기도 합니다.”
“그대가 내게 말하고 싶은 것이 뭔가?”
“박충선이 가지고 있는 배만 해도 엄청날 것입니다.”
“그러니까.”
“박충선에 공주를 주고 전하의 사위로 삼으시면 박충선은 전하께 충성할 것입니다.”
“내가 짐작하기로 조선의 임금은 박충선이라는 상단주가 힘들고 배고플 때 거뒀으니 박충선의 충성심이 남다를 것이다.”
“그렇기도 하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상단의 주인이 됐다. 그런 그가 작은 유구국 공주가 마음에 들까,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할 때 분란이 생기고 위태로워진다.”
“그렇습니다, 전하.”
유구국의 병권을 장악하고 있는 장군이 나섰다.
“그렇다?”
“예, 그렇습니다. 상단에 소속되어 있는 무사만으로도 유구국의 군대를 대적할 규모입니다.”
“그 정도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박충선은 반드시 전하께서 경계해야 할 외부인입니다.”
“알겠노라.”
유구국 왕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 *
자금성 명나라 황제의 침소.
현재 명나라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쇠퇴하고 있었고 명나라의 마지막 성군이라고 불리게 될 홍치제는 깊은 새벽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 곧 조선에 갔던 사신이 육로를 통해서 귀환할 것입니다.”
명나라 조정의 최고 수장인 수보가 앉아 있는 홍치제에 말했다.
“사신이 육로를 통해서 많은 것을 보고 올 것이다.”
그래도 홍치제는 성군이었다.
그런데 조선에 임금 융이 개혁을 펼치고 있으니 명나라의 홍치제의 미래는 밝을 수가 없으리라.
그러고 어쩌면 명나라 마지막 황제가 숭정제가 아닌 홍치제가 될지도 몰랐다.
“예, 그렇사옵니다. 사신이 조선에 간 첫 번째 목적은 조선을 통해서 왜의 대마도를 근거로 하는 왜구를 소탕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건주여진과 해서여진의 동태를 살피는 것입니다.”
원래 사신들의 임무가 타국의 정탐이니 당연한 일일 거다.
“그렇소.”
또한 조선으로 간 사신이 황제에게 받은 진짜 임무는 요동 총관부의 동태를 살피는 거였다.
[요동은 태생이 사납다.]홍치제가 조선으로 갈 사신에게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실!
한족 황제에게 요동 출신들은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요동에서 선발한 군사들을 온전하게 믿을 수도 없었다.
홍치제가 말했듯 요동에서 태어난 자 중 상당수가 고구려와 고려의 유민 출신이니까.
그리고 또 하나 산둥반도에 근거지를 뒀던 신라방으로 불리는 상단들은 명나라엔 계륵과 다름이 없었고.
그에 따라서 철저한 차별 정책과 억압 정책을 명나라가 펼쳤기에 산둥반도의 상권을 장악했던 신라방 소속 사람들은 산둥반도를 버리고 명나라 남부로 또 동남아시아로 떠났는데 그들을 화교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도 존재했다.
명나라는 요동이 지금 그대로만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고.
조선이 또 지금처럼 명나라에 사대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명나라 말기의 최고 명장인 원숭환이 산해관 밖에 있는 영원성에서 20만이나 되는 후금 누르하치의 군대를 완벽하게 막았기에 명나라가 좀 더 유지될 수 있었다. 물론 그 일은 지금보다 126년 후에 일어날 일이고.
조선이 급변하고 있으니 어쩌면 훗날에 일어날 영원성 전투는 명나라 후기의 최고 명장인 원숭환과 누르하치의 대결이 아니라 그보다 빨리 명나라 군대와 조선 군대의 전쟁으로 바뀔 수도 있으리라.
홍치제는 명나라의 국운이 쇠약해지고 있다고 판단했고.
명나라의 국력이 약해지면 사나운 야인들이 강성해지니 계륵이나 다름이 없는 요동 총관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명나라 황제는 지방군이 군벌화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짐은 이번에 조선에 갔던 사신이 귀환하면 요동에 파견한 부대를 교체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겠소.”
“예, 알겠사옵니다. 황제 폐하.”
명나라 조정의 최고 관리도 지방군이 군벌화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었다.
* * *
공조 정랑 박흥수의 사랑채.
“무슨 일이냐?”
사랑채에 있던 박흥수가 갑자기 번진 불을 보고 놀라서 사랑채에서 뛰어나왔다.
“불이 났습니다. 불이요.”
박흥수의 사가 마름이 사랑채로 뛰어와서 공조 정랑 박흥수에게 고했다.
“불? 어서 불을 꺼라, 어서!”
공조 정랑 박흥수가 기겁해서 소리를 질렀는데 그때 복면을 쓴 살주계 계주와 계원들이 박흥수를 찾아서 사랑채로 난입했다.
“웬 놈이냐?”
박흥수의 사가 마름이 괴한의 앞을 막아섰고.
상사 출신 돌쇠가 바로 뽑아 든 검으로 마름의 목을 베었다.
서걱!
“컥!”
분명 노비라도 자신들을 막는 자는 벤다고 규칙을 정했기에 바로 실행에 옮기는 살주계였다.
“너는 누구냐?”
박흥수가 당황하여 뒷걸음질을 치며 소리쳤다.
“나, 돌쇠요.”
상사 출신 살주계 계주는 복면을 내리고 자기를 밝혔다.
“돌쇠? 돌쇠가 누군데?”
공조 정랑 박흥수는 돌쇠를 몰랐고.
그게 더 화가 나는 돌쇠였다.
“내 아비를 멍석에 말아서 죽여놓고서는 내 이름도 모르는구나.”
돌쇠는 분노가 사로잡혔고.
바로 공조 정랑 박흥수를 향해 덤벼들어서 그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수욱!
“컥···. 컥······.”
“나 돌쇠요. 염라대왕에게 가거든 왜 죽임을 당했는지 묻거라.”
이렇게 살주계의 첫 주인 살인은 성공했고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 밤일 것이다.
이것은 임금 융의 또 하나의 개혁의 빌미가 되리라.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