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03)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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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박지훈 사성의 집무실.
“이건 아니지.”
박지훈 사성은 내시부 환관 상세(尙洗)와 함께 온 안길을 보며 불만을 바로 터트렸다.
“전하의 어명이십니다.”
환관 상세(尙洗)가 못을 박듯 말했다.
“어명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이제야 성균관을 바로 세울 기회가 왔는데 형조판서의 양자를 음서로 입학시킨다면 성균관은 다시 음서로 학생을 뽑는 비리가 만연해지오.”
성균관 박지훈 사성은 자기만의 주관이 분명한 인물이었고.
그런 주관 때문에 옹고집에 벽창호로 불리는 인물이기도 했다.
“제가 분명 사성께 전하의 어명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두 사람의 대립에 안길은 난처했다.
‘내가 중간에 무슨 꼴이 되는 거야.’
안길은 갑자기 형조판서가 아침에 자기를 부르더니 다짜고짜 앞으로 양자로 삼겠다고 했을 때부터 정신이 없었다.
거기다가 이유도 묻지 말라고 했고 이렇게 성균관까지 오게 됐는데 비리로 졸지에 입학을 요구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거였다.
“어명이라, 어명!”
“그렇소이다.”
“야!”
박지훈 사성이 환관 상세(尙洗)에 소리를 질렀다.
“예?”
박지훈 사성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자 당황한 환관 상세(尙洗)였다.
“내가 환관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전하께서 전하시지 네가 전하냐?”
“무슨 말씀입니까?”
“왜 네가 기세가 등등해서 말이 짧은 거야. 망할.”
환관 상세(尙洗)가 고자세로 나온 것도 사실이라면 사실이었다.
“박 사성의 추태를 그대로 전하께 고하겠나이다.”
환관은 원래 임금 옆에 선 자들이기에 위세를 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조선이 아니라 그 어느 나라에서도 환관이 득세하면 나라가 망하는 법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였고.
또 현재의 명나라가 그랬다.
“호가호위가 제대로군, 나도 전하께 고할 것이니 일단.”
성균관 박지훈 사성이 안길을 노려봤다.
“예?”
노비 출신들은 원래 눈치가 빠른 법이다.
“네가 형조판서의 양자라고 했지?”
“아, 졸지에 그렇게 됐습니다.”
“졸지에?”
“예,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죄송합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린 겁니다.”
“됐고, 너는 일단 성균관 대문 밖에서 대기해.”
박지훈 사성이 안길에 말한 후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세(尙洗).]박지훈 사성이 일어날 때 환관 상세(尙洗)는 상책의 지시가 떠올랐다.
[예, 상책(尙冊).]내시부 상세(尙洗)는 품계로 따지면 정 6품이고.
상책(尙冊)은 종 4품으로 궁중에서 쓰이는 서책 관장을 관장한다. 그리고 상책(尙冊) 위에는 정 4품 상전(尙傳) 2명을 시작으로 상선(尙膳)까지 있는데 내시부 상선은 1명이 아니라 두 명이지만 현재 김처선이 유일한 내시부 상선이었다.
하여튼 내시부에 상책 위로도 상급자가 7명이 더 있으나 임금의 총애를 받는 상책이 상선 김처선 다음으로 내시부의 권력을 쥐고 있었다.
물론 모든 내시부 환관들이 상책 조명호를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상책은 그때 상세의 직을 수행하는 환관에게 임금 융의 내탕고 27번에서 꺼낸 은두꺼비를 슬쩍 건넸다.
[이게 뭡니까?] [은색이 곱지?] [그렇습니다.] [금빛은 얼마나 고울까, 하하하!]하루 만에 많이 달라진 상책이었다.
[감사합니다.]상책은 지난 밤에 일어난 일로 또 임금 융의 충고로 마음만으로는 절대 환관들을 부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예?”
“성균관 대문 밖에서 딱 대기하고 있으라고.”
“예.”“너 따위가 성균관에 입학하면 기강이 다시 무너져.”
“박 사성 나리, 형조판서 대감의 아드님이십니다.”
“환관은 주둥이를 닥치고 있어.”
화가 머리까지 오른 박지훈 사성이고 환관에게 소리친 후에 바로 집무실을 뛰어나갔다.
‘성질머리가 진짜네.’
환관은 그런 박지훈 사성을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 * *
한성부 부윤의 집무실.
“뭐라고 했나?”
한성 부윤이 판관의 보고에 기겁했다.
“간밤에 공조 좌랑 박흥수의 사가에 방화로 불탔고 공조 좌랑이 습격당해서 암살됐습니다.”
한성 부윤에게 보고하는 판관도 참담한 표정 그 자체였다.
“정말 역모의 세력이 있다는 것이냐?”
얼마 전에 병조 판서 예정자 3명이 한양에서 암살당했었고.
그 일을 아직 한성부는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조전 신료 중 하나가 암살당했기에 한성 부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역모의 세력이 정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판관도 한성 부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치겠군.”
한성 부윤은 임금 융의 외숙부지만 요즘에는 임금 융의 눈 밖에 났다고 조정 신료들은 수군거릴 정도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해결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자꾸 흉악한 사건들이 터지니까.
한성 부윤은 임금 융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망극하옵니다. 전하.]모든 흉악한 사건의 배후에 임금 융이 있지만 이렇게 임금 융은 대전 회의에서 외숙부인 한성 부윤을 압박했었다.
[능력이 없는 조정 신료들은 자리만 지키지 말고 물러나시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파직될 겁이오.]한성 부윤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임금 융의 진짜 목적은 신료들을 제대로 일하게 만들기 위한 압박이었다.
그리고 그 압박감은 조정 신료들이 자신의 부서에서 죽자고 일하게 만들고 있었다.
“부윤 대감, 부윤 대감.”
그때 집무실 밖에서 다른 판관이 들어왔다.
“또 무슨 일인가?”
원래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법이다.
“한양 외곽 밤 골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또 어떤 흉악한 사건이 터졌을까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한성 부윤이었다.
“그 마을에 사는 사대부 집안에 청상과부가 있는데 다른 양반 자제에게 겁탈당해서 자결했다고 합니다.”
“그래?”
“예, 그렇습니다.”
역모의 세력이 저지른 흉악한 사건이 아니기에 한성 부윤은 일단 안도했다.
“다행이다.”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한성 부윤이었다.
“예?”
“열녀가 났군. 열녀가 났어.”
한성 부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됐다, 나는 입궁하여 참담한 사건과 갸륵한 일을 전하께 보고해야겠다.”
한성 부윤은 겁탈당한 후 자결한 청상과부가 공조 좌랑이 암살당한 일을 희석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 * *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전각 안.
“예, 처음에는 갑판에 끼는 물때를 제거할 목적으로 신물을 개발해 보려고 했는데 사람이 쓰기 좋았나이다.”
대형 선박 갑판에 끼는 물때는 사실 비누로 닦아지지 않는다.
‘영국 해군은.’
그래서 차돌을 소지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들고 있는 차돌로 갑판의 마루에 낀 물때를 벗겼다고 나는 알고 있다.
그래야 미끄럽지 않으니까.
“하하하, 옳도다. 그대의 재간으로 조선이 외국에 팔 물품이 많아지니 나도 기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내가 고마울 뿐이다.
“내가 그대를 부른 이유를 이제 말하겠다.”
들어줄 말은 다 들어줬으니 이제는 내가 할 말을 해야 할 때다.
“예, 주상 전하.”
“새로운 땅을 찾는 개척 선단의 배가 대부분 평저선이다.”
이건 나의 실수다.
뭐든 쉽게 생각하고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나의 조바심이 만든 실수 말이다.
“그렇사옵니다. 고려의 맹선을 기본으로 해서 개발한 판옥선입니다.”
“판옥선은 평저선이기에 근해에서 활동하기 좋은 배다, 하지만 새로운 땅을 찾으러 갈 때는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니 명나라에서 함선으로 쓰는 누선을 확인하여 건조하고 개척 선단에 포함할 수 있게 하라.”
이렇게 되면 신대륙 개척을 위한 항해의 시작이 늦어진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땅을 찾는 개척 선단의 출항이 늦어질 것입니다.”
“맞다, 과인이 실수한 것 같다. 험한 바다에서는 평저선은 위험하다. 단 한 명의 조선 백성도 조선 임금의 실수로 잃고 싶지 않다.”
임금이 자기 잘못을 이렇게 바로 인정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장승포 조선소 책임자는 나를 우러러봤다.
‘100% 완벽을 추구할 수는 없겠지.’
첨저선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면 신대륙 개척 함대를 출항시킬 생각이다.
‘대망을 위해서는 희생도 따르는 법이다.’
감상적인 생각은 숙의 조 씨의 전각에서 두고 왔다.
“늦더라도 천천히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 최소한의 피해를 감수하고자 하는 과인의 마음을 그대가 이해했으면 한다. 물론 너무 오래 지체해서는 안 된다. 다 갖추고 출항할 수 없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도다.”
내 말에 조선소 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리 알고 돌아가서 누선 건조에 박차를 가하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예, 알겠나이다, 주상 전하.”
“그리고 개발했다는 세안제를 진상품으로 올리라. 그리고 그 이름을 비누라고 하라.”
“예, 알겠나이다.”
조선도 이제 비누를 쓰게 됐다.
‘위생과 청결에 많은 도움이 되지.’
해양 대국 조선으로 발전하면서 위생 대국 조선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천연두도 극복하고.’
또 조선 백성이 종두법으로 천연두를 극복하게 되면?
나는 당연히 명나라와 북녘에 천연두를 퍼트릴 생각이다.
‘유럽의 흑사병이.’
명나라를 휩쓸어준다면 최고인 거지.
그렇게 조선보다 인구가 10배는 많은 한족의 수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면 한족을 소수민족으로 전락시키는 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니까.
‘좌찬성이 나의 계략을 명나라 황제에게 말하겠지.’
만약 명나라 황제가 나의 계략에 걸려든다면?
1~2년 후에는 명나라는 참혹한 기근에 시달리게 될 거다.
【저 새는 해로운 새다.】
나는 모택동의 손가락질이 떠올랐다.
그리고 모택동의 손가락을 명나라 마지막 성군이라고 불리는 홍치제가 하게 되면 홍치제는 명나라 성군으로 기록되지 않을 거다.
“전하, 대마도 도주가 보낸 사신이 대전에 당도했다고 하옵니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환관이 연락받았는지 내게 바로 보고했다.
“알았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조정 회의도 엄청나겠구나. 하하하!’
[전하, 귀양 간 죄인의 여죄를 찾으니 끝도 없이 많사옵니다.]대사헌 권오복이 며칠 전에 나를 독대하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사헌은 끈질긴 면이 있소이다?]끈질기다고 결론 내지 않고 물음표로 되물었었다.
[어린 여종을 강제로 범한 죄부터 함부로 매질하여 죽게 만든 죄라면 사사하심이 옳은 듯합니다.] [어린 여종에게는 어미도 아비도 없는 것이오?]그때 나는 대사헌이 내 올가미 결렸다고 직감했었다.
그때의 나는 계속 되묻기만 했었다.
[전하께서 직접 나서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오리까?] [하하하, 이런 말을 하면 임금으로 체통이 없다고 하시겠지만 나는 너무 설쳤소이다. 그러니 대사헌이 내게 주청하면 될 겁니다.] [제가 또 걸려든 거겠지요.] [배운 사대부가 걸렸다고 하면 되겠소, 하하하!] [황공하옵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마지못해서 대답하는 대사헌 권오복이다.
‘권오복도 오래 살겠다.’
타협이라는 것을 몸으로 익혔으니까.
하여튼 긴급하게 소집한 대전 회의는 논의할 것이 참 많을 것 같다.
‘오늘 유순정이 두 번 죽겠구나.’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