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11)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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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해안가.
슈우우웅-!
바다에서 신호용 화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육지 쪽으로 날아왔다.
“조장, 신호용 화살입니다.”
단조 제독의 함대가 보이는 해안 육지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는 해적단 근거지 근처에 대기하고 있는 별동대에 명령을 전달할 연락 병사들이었다.
“됐다, 달리자.”
조장이 먼저 말에 올랐다.
“이랴!”
그와 동시에 4명의 조원이 말에 올라서 박차를 가했다.
“이랴, 이랴!”
히이잉!
이제 해전이 시작됐고.
해적단 근거지 근처에 숨어 있는 별동대가 빈집털이를 시작하게 됐다.
* * *
조선의 대전 앞.
국문이 열렸고.
국문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조정 신료들이 모두 대전 앞에 모였는데 조정 신료들은 모두 얼마 전에 있었던 팽형 사건을 떠올리는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고.
대전 앞 공터에 온갖 고문이 가능한 기구들이 놓여 있는 상태에서 김 생원이라는 자가 형틀에 묶여 있다.
‘절색이네.’
그런데 내 눈에는 이번 사건을 수사했을 것으로 판단이 되는 다모만 보였다. 그리고 그 다모의 옆에는 기찰군관이 심각한 얼굴로 형틀에 묶여 있는 김 생원이라는 자와 조정 신료들을 바라보고 있다.
“형조판서.”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형조판서를 불렀다.
“예, 전하.”
“국문은 내가 직접 진행하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뭐 이런 것까지 성은이 망극할 필요가 있을까?
“이번 일을 최초로 조사한 자가 누구냐?”
내 말에 굳어진 표정의 기찰군관이 조심히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좌변 포도청 기찰군관 이서진이라고 하옵니다.”
“여인이 관련된 사건이니 함께 조사한 다모도 있겠지?”
“예, 그렇사옵니다.”
“누구냐?”
나는 다모가 참 마음에 든다.
‘절색이야.’
다모는 대부분 관노다.
‘한 마디로.’
내가 손을 뻗기만 하면 바로 취할 수 있는 계집이라는 거다.
물론 조선의 임금이 관노를 취한다고 하면 또 신료들이 체통이 없다고 난리를 치겠지만 말이다.
“소녀입니다.”
내 눈에 꽉 차는 다모가 기찰군관 옆으로 한 발 나서서 섰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가 지원이라고 합니다.”
“성이 있군?”
천민과 양인은 보통 성이 없다.
그런데 성이 있다는 사실은 저 다모가 관노가 되기 전에 사대부의 가문의 여식이었다는 의미다.
“그렇사옵니다.”
기찰군관이 나와 신료들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아비가 누구냐?”
나도 모르게 궁금해졌다.
“그것이, 그것이 그러니까.”
“어서 고하지 못할까?”
형조판서가 기찰군관에게 질책하듯 소리쳤다.
“송구하옵니다. 하가 지원의 아비는 사사되었고 그의 할아비가 계유정난의 역적인 하석입니다.”
괜히 다모 하나에 관심을 가졌다가 계유정난까지 거론되었고.
신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석?’
모르겠네.
증조부께서 계유정난을 일으키시면서 희생시킨 신료들이 너무 많으니 나는 주요 인물만 알고 있을 뿐이다.
“전하, 국문을 진행하소서.”
눈치 빠른 도승지 조광이 내게 말했다.
‘하필 계유정난의 역적이야.’
물론 증조부가 계유정난에 성공했으니 다모의 조부가 역적이 된 거고.
실패했다면 아마도 나는 없었을 거다.
‘신료 중에 노산군을 떠올리는 것들이 있겠지.’
어쩌면 이번 일로 노산군의 복위가 거론될지도 모른다.
노산군이 복위되면 조금이라도 나의 정통성을 갉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하자. 사건에 관해서 제일 잘 알고 있을 다모가 내게 고하라.”
이번 국문을 통해서 조선 팔도에 쓸모도 없이 세워진 열녀문들을 모두 뽑아버릴 생각이다.
‘재가 금지법도 없앨 생각이고.’
조선의 인구를 늘릴 수 있는 여자가 밤에 독수공방한다면 그게 조선에 손해이니까.
‘여자도 사람이다.’
또 조선의 백성이고.
그러니 임금인 나와 조선을 위해서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
“다모는 전하께 소상히 아뢰어라.”
형조판서가 다모를 추궁하듯 말했다.
“예, 대감.”
다모가 지그시 입술을 깨문 후에 대답하며 나를 봤다.
“16살의 청상과부가 다른 양반에게 겁탈당하여 자결한 일을 제가 살폈는데 시체의 콧속에 한지의 끄나풀이 나왔습니다.”
“그래?”
“예, 그렇사옵니다.”
“잠깐, 왜 이 국문 장에 극악무도한 그 강간범은 없나?”
내 말에 조정 신료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내금위장.”
“예, 전하.”
“당장 끌고 와라.”
“예, 알겠나이다.”
내금위장이 대답했고.
내금위 군사들이 뛰었다.
“다모는 계속하라.”
“예, 알겠나이다.”
다모가 대답하고 기찰군관의 눈치를 살폈다.
‘쟤는 왜 기찰군관을 봐?’
서로 그렇고 그런 사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물론 내가 취하겠다고 하면 취하는 일은 문제가 없다.
왜?
조선 팔도에 있는 모든 관노는 내 재산이니까.
“쇤네의 추측으로는 16살인 청상과부가 수치심을 느끼고 자결한 것이 아니라 살해를 당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때 형틀에 묵인 김 생원이라는 자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아니라고 했나?”
“예, 아니옵니다. 절대 아니옵니다. 강제로 살해당했다면 제 며느리의 몸에 반항한 흔적으로 멍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는데 저 다모 년이 확인했듯 제 며느리의 몸에는 멍 자국이 하나도 없습니다.”
“멍 자국이 하나도 없다?”
“그렇습니다. 제 며느리가 두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자신의 정절을 지키기 위해서 자결한 것입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십시오.”
절규하듯 소리치는 김 생원이다.
‘두 가문?’
시가와 친정?
열녀문의 혜택을 보는 집안은 친가만이 아닌 거다.
‘친정 부모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네.’
나는 상책에 친정 부모도 국문에 참석하라고 했었다.
“좋다. 일단 통촉은 해주마. 그런데 내가 갑자기 의문스러운 것이 하나 생겼다. 다모.”
“예, 전하.”
“정말 청상과부의 몸에 반항한 흔적일 수 있는 멍 자국이 하나도 없었나?”
“예, 그렇습니다. 전하.”
“정말 없었나?”
“예.”
내가 자꾸 여러 번이나 반복해서 묻자 조정 신료들은 나를 빤히 보고 있고.
또 일부는 인상을 구기고 있다.
‘너희들도 감을 잡은 거지?’
특히 이조판서와 공조판서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는 것을 직감한 눈빛이다.
“이조판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
“내가 생각할 때 지조를 목숨처럼 여기는 아녀자라면 겁탈당할 때 죽기로 작정하고 반항해야 하지 않소?”
“그, 그것이 그러니까, 흉기로 위협했다면 두려움으로 반항을 못 했을 수도 있나이다.”
이조판서 저 인간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럴 수도 있겠구려, 그런데 자결할 용기가 있는 청상과부가 칼로 위협하면 그 칼에 달려들어야 하는 거 아니오?”
“전하, 그때의 상황을 본 자가 아무도 없기에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 없나이다.”
“그것도 옳은 말이오.”
이미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청상과부가 다른 양반에게 겁탈당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으리라.
“전하, 극악무도한 자를 끌고 왔나이다.”
내금위 무사가 정말 만신창이가 된 젊은 남자를 개처럼 질질 끌고 와서 내 앞에 세웠다.
“저 금수보다 못한 자를 형틀에 묶어라.”
내금위장이 바로 명령을 내렸고.
내금위 병사들이 젊은 남자를 형틀에 묶으려고 할 때 만신창이가 된 젊은 남자가 갑자기 형틀에 묶여 있는 김 생원에게 야차처럼 달려들어서 그의 귀를 물어뜯었다.
“아아악!”
김 생원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퍽, 퍽!
김 생원에 달라붙어 있던 젊은 남자는 내금위 병사들의 몽둥이질을 당했다.
“으윽, 으윽!”
그리고 끝내 바닥에 쓰러졌고.
쓰러진 젊은 남자를 내금위 병사들이 형틀에 묶었다.
“고얀 놈!”
내금위장이 금부 나졸에게 신호하니 금부 나졸이 벌겋게 달군 인도로 젊은 남자의 가슴을 지졌다.
지지직! 지지직!
“으아악, 주상 전하, 억울한 저의 정인의 한을 풀어주소서-!”
달군 인두로 몸을 지졌기에 젊은 남자는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질렀다가 절규하듯 내게 소리를 질렀다.
“으아악!”
저 젊은 남자는 얼마나 아플까?
가슴이!
“잠깐!”
내가 멈추라고 지시하자 금부 나졸에 고문을 멈춘 후에 뒤로 물러났다.
“죄인, 정인의 한을 풀어달라고 했나?”
“으윽···. 전하, 저는 백번 죽어도 억울한 것이 없사옵니다. 하오나 제 정인의 억울함을 풀어주소서.”
“네 정인이 누군데?”
“사람도 아닌 김 생원과 그의 아들에게 살해된 장가 희은이 저의 정인이옵니다.”
자결했다는 청상과부의 이름이 장희은이었다.
‘처가 부모가 고개도 못 들고 있네.’
이럴 줄 알았다.
“네놈이 벌을 받지 않으려고 망발을 일삼은 것이냐?”
“아니옵니다. 제 정인의 억울함을 풀어주신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겠나이다.”
“너는 이 국문이 끝남과 동시에 내가 정말 능지처참으로 다스릴 것이다.”
내가 능지처참을 말할 때 조정 신료들이 기겁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의원들을 보고 정말 내가 죄인을 능지처참할 거라고 확신하는 눈빛을 보였다.
‘조선은 거열형만 했지.’
이번에 능지처참을 보게 될 거라고 신료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제 정인의 억울함을 풀어주신다면 저는 살이 갈가리 찢어져도 기쁘옵니다. 제가 제 정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용기 없는 제가 죽어야 하옵니다.”
“네가 용기가 없다?”
“예, 그랬나이다. 정인과 함께 야반도주를 감행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제 정인이 극악무도한 놈에게 살해된 것입니다.”
“닥쳐라, 사대부의 도리를 저버린 천하에 죽일 놈아!”
귀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김 생원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모두 조용히 하라.”
내가 말했다.
“모두 조용히 하라!”
도승지가 소리쳤고.
그제야 대궐 앞 공터는 조용해졌다.
“다모.”
“예, 전하.”
“자결했다고 추측되는 청상과부의 몸에 멍든 자국이 하나도 없다고 했는가?”
“예,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죄인에 의해서 겁탈당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추측할 수 있지 않나?”
내 물음에 다모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쇤네는 그것이, 그러니까.”
“전하께서 물으셨다, 어서 대답하지 못할까?”
형조판서가 소리를 질렀다.
“겁탈당한 아녀자가 겁탈당할 때 죽을힘을 다해서 반항하게 되면 온몸에 상처가 생깁니다. 하지만 청상과부의 모든 몸에는 상처가 없었나이다.”
“모든 몸?”
내 물음에 다모의 얼굴이 부끄러운 듯 빨개졌다.
“예?”
“다모, 너는 모든 몸이라고 했다. 그 ‘모든’이라는 단어가 말하는 것이 무엇이냐?”“그것이, 그러니까.”
“다모!”
처음으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전, 전하.”
“너의 대답에 따라서 또 나의 판단에 따라서 김 생원 일가가 능지처참당할 수 있고 저 죄인의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다. 내게 자세하게 말하라.”
내 말에 다모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겁탈당하는 아녀자는 음부에 심한 상처가 생기는 경우가 많사옵니다.”
다모가 말했고.
또 한 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