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14)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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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조선의 대전 전각 안.
대전 앞에는 형틀에 묶인 상태로 김 생원과 이장문이 앉아 있었고.
의금부 나졸들이 그들이 지키고 있었다.
물론 내의원에서는 억울하게 살해당한 청상과부의 부검이 마무리됐고.
백정이 칼을 잡고 김범이라는 의원이 확인했다.
하여튼 대전 안에는 이른 아침이지만 조정 신료들이 모두 대기하고 있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퇴궐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밤을 새웠다.
“이제 이번 일의 여파가 어디까지 튈 것 같습니까?”
이조판서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영의정 유자광과 형조판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전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귀결되지 않겠소.”
영의정 유자광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영의정 대감, 그게 말이라고 합니까?”
“이렇게 된 것을 누굴 탓해야 하겠소?”
영의정 유자광의 말에 이조판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만약에 의원이 말한 그대로 허파에 물이 가득하다면 살인이고 그렇게 되면 전하께서는 아마도 조선팔도에 있는 모든 열녀문을 다 뽑아버리라고 하실 겁니다.”
“전하께서 그리 어명을 내리신다면 그렇게 해야죠.”
괄괄한 말투를 가진 병조판서가 이조판서를 보며 말했다.
“병조판서의 집안에는 열녀문이 없겠지만 여기 신료들 가문에는 열녀문이 대부분 있소.”
이조판서의 말에 병조판서가 피식 웃었다.
“왜 웃는가? 전하께서 총애하시어 하찮은 백정이 조정 신료가 됐어도 귀함과 천함이 있는데 함부로 웃는가?”
“압니다. 반상의 법도가 아직 지엄하다는 것을.”
“그것을 안다면 조심하시오.”“제가 하고 싶은 말은 조정 신료 중에서도 김 생원 같은 자를 조상으로 두신 분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뭐라고 했는가!”
이조판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하시오, 병조판서.”
형조판서가 병조판서에게 자중하라는 투로 말했다.
“예, 형조판서 대감, 자중하겠습니다.”
병조판서가 형조판서에게만은 공손했다.
“조정의 기강이 어떻게 서려고 이런 판국이 됐는지, 쯧쯧!”
이조판서가 영의정 유자광을 한 번 노려본 후에 또 병조판서를 노려봤다가 인상을 구겼다.
“주상 전하 납시오.”
그때 환관의 목소리가 들렸고.
금방이라도 멱살을 잡고 싸울 것 같던 신료들이 인상을 구기며 임금 융이 대전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허리를 숙였다.
“간밤에는 과인만 편히 쉬어서 미안하게 됐소.”
임금 융은 이죽거렸다.
* * *
내가 대전에 들어와 옥좌에 앉았고.
조정 신료 대부분은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퇴근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자기들이 겁이 나서 퇴근하지 못한 거지.
“주상 전하, 의원 김가 범과 백정 아무개가 대전에 도착했나이다.”
상책이 내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인도 결과가 참으로 궁금하다.”
내가 지금 나를 나라고 부르지 않고.
과인이라고 낮추는 이유는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고.
이 모든 일이 나의 부덕에서 왔다고 밑밥을 깔기 위함이다.
나는 부검을 하겠다고 말한 의원 김범을 조용히 또 은밀하게 따로 불렀다.
[예, 전하, 김가 범이라고 하옵니다.] [그대는 왜 부검을 자청했는가? 아마도 부검 후에는 자네를 사람 백정이라고 신료들이 또 백성들이 손가락질할 것이다.] [압니다.] [그래도 자청한 이유가 있겠지?] [지엄하신 전하의 어명이고 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며 약으로만은 사람을 살릴 수 없다고 절실히 느꼈기에 제가 자청했나이다.] [그랬나?] [예, 그렇사옵니다. 의원 중에 토끼나 염소 그리고 돼지의 배를 갈라보지 않은 의원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가?] [예, 그렇사옵니다. 사람의 몸속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책으로만 사람의 몸을 본다면 어찌 병을 고칠 수 있겠나이까.] [옳은 말인 것 같기도 하자.] [또한 신체 발부는 수지 부모라는 말로 조선 백성들은 사대부나 양민 그리고 천민까지 자기 몸에 칼로 상처를 내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옵니다.] [그건 그렇지.]사약이 그렇다.
사약(賜藥)의 사자는 죽을 사자가 아니라 내릴 사자다.
그리고 사실 사약을 마시고 죽는 죄인은 거의 없다.
죄인의 목을 베거나 교사하지 않고 죽이는 임금의 은혜인 거다.
세균의 존재를 짐작하는 의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하께서 제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실 것 같으나 사람이 병에 걸리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것들 때문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아주 작은 것들?]
[예, 그렇사옵니다.]
[예를 들어 봐라.]
[음식을 그냥 그대로 두면 곰팡이가 생깁니다.]
[그렇지. 그런데?]
[그 곰팡이들이 음식을 상하게 만들고 상한 음식을 먹는 사람은 탈이 나는 것 같습니다.]
세균에 관해서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던 김범이었다.
‘김범, 네가 얻어걸렸구나. 하하하!’
어떤 면에서는 김범이 내게 대박인 거다.
[일단 알겠다. 내가 그대를 이렇게 따로 은밀히 부른 이유는 부검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내게 이로워야 한다는 거다.] [예?] [어린 청상과부는 원통하게 살해를 당했을 거다. 시체가 썩어가고 있을 것이고 폐부가 말라서 비틀어졌을 수도 있다.] [확인해 보겠나이다.] [그 폐부 안에 물이 가득해야 내가 과부들의 재가를 막는 법을 깨버릴 수 있다.] [예?] [자네는 조선이 과부들에게 자결을 강요하는 나라라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기에 김범이 세균의 존재를 짐작해도 사내라서 이건 생각도 못 했을 거다.
[소인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나이다.] [그렇지. 알 거 없다. 앞으로 네가 하고 싶은 모든 연구를 나의 지원받아서 하려면 그 청상과부의 폐부에 물이 차 있어야 한다.] [제가 거짓을 말하라는 겁니까?] [대의를 위함이다. 해줄 수 있겠느냐?]내 물음에 김범은 잠시 고민했었다.
[제가 그리 말하면 죄가 없는 자가 만들어질 수도 있나이다.] [안 된다는 거군.] [의원은 사람을 살리는 자이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자가 아니옵니다.] [알았다.]쉽게 가려고 했는데 김범이라는 의원 역시 벽창호다.
‘저런 고집이 세상을 바꾸지.’
하여튼 김범이라는 인재 하나를 얻었다.
“어서 들어오라고 하라.”
“예, 전하. 의원 김가 범과 백정 아무개를 들라 하라.”
상책이 소리쳤고.
대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범과 백정 아무개가 들어왔다.
‘백정 아무개라.’
이름이 없는 조선의 백성이 백정 아무개만일까.
‘모두에게 성과 이름이 필요하다.’
나의 개혁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 개혁이다.
* * *
대전 밖 공터.
이장문이 묶인 상태로 형틀에 함께 묶여 있는 김 생원을 노려봤고.
김 생원의 일가들 역시 그 뒤에 오라에 묶인 상태로 의금부 나졸들의 감시 속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 이 망할 놈아, 이런다고 달라질 것이 있냐?”
“금수보다 못한 놈.”
이장문이 김 생원에게 소리쳤다.
“금수보다 못한 것은 연놈이지, 내 아들이 죽은 후에 두 연놈이 눈이 맞았다는 사실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김 생원이 이장문을 매섭게 노려봤다.
“지옥에 가라.”
이장문이 김 생원을 노려봤다.
* * *
대전 안.
“의원 김가 범은 부검 내용을 전하께 고하라.”
도승지가 김범에게 말했다.
“예, 알겠나이다.”
나도 긴장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질 테니까.’
증거를 찾지 못하면 다모인 하가 지원을 찢어 죽여야 할 거다. 그리고 조정 신료들은 처음으로 내가 한 실수를 놓치지 않고 나를 몰아붙이게 될 거다.
“전하.”
“그래, 부검 결과는 어떤가?”
“죽은 청상과부의 배를 조심히 갈라서 폐부부터 확인했나이다.”
폐부만 확인할 거면 밤을 새울 필요는 없었다.
[부검도 중요하지만, 천천히 확인하라.] [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대를 통하여 조선의 백성이 이로운 날들이었으면 좋겠다.]“결과는 뭔가?”
“죽은 청상과부의 폐부에 물이 가득 차 있었나이다.”
“그렇단 말이지?”
“예, 그렇사옵니다. 산 사람의 폐부에 물이 가득 찰 수 있는 경우는 없고 물에 빠져 죽은 익사자들만 폐부에 물이 찹니다. 그에 따라서 청상과부는 살아 있을 때 다량의 물이 폐부로 들어가 익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자결이 아니라 살인이구나!”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정 신료들은 또 한 번 공황에 빠진 표정이다.
“국문을 다시 열겠다. 신료들은 모두 대전 밖으로 과인을 따라 나오라.”
* * *
대전 밖 공터.
“청상과부의 폐부에 물이 꽉 찼다고 한다. 이런대도 너는 자결이라고 우길 것인가?”
매서운 눈빛으로 형틀에 묶인 김 생원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자결입니다. 자결이옵니다.”
김 생원은 발악하듯 말했다.
“모든 일이 이렇게 밝혀졌는데 발뺌하다니 너도 참으로 어리석다. 내금위장.”
“예, 전하.”
“김 생원의 아들을 앞으로 끌고 나와라.”
내 말에 김 생원이 기겁했다.
“예, 전하.”
그렇게 의금부 나졸에 의해서 김 생원의 아들이 앞으로 끌려 나왔다.
그와 함께 호위 총관 하나가 김 생원의 아들 뒤에 섰다.
“무고당한 이장문은 청상과부를 겁탈하지 않았고 그 증거로 몸에 상처가 없다. 그런데 자결이 아닌 타살인데도 상처가 없다는 것은 이불로 사지를 누른 후에 물에 적신 한지로 청상과부를 죽인 것이니 공모자가 있을 것이다.”
내 말에 김 생원이 기겁했다.
“금부도사, 공모자는 찾았나?”
나는 미리 금부도사에게 공모자를 찾으라고 했었다.
“예, 찾았나이다.”
“공모자가 누구인가? 내가 공모자들이 자백하면 참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예, 그 말을 전해 들은 김 생원의 집안 노비 둘이 자백했나이다.”
김 생원이 팔을 잡았다고 치면.
나머지 두 명의 노비가 두 다리를 잡았을 거다.
그렇다면 다른 팔은 김 생원의 아들이 잡았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누가 한지를 붙였지?’
이게 또 중요하다.
‘누굴까?’
설마?
나는 매섭게 청상과부의 생부를 노려봤다.
“그와 함께 김 생원 저놈의 아들이 아비와 함께 팔을 잡았다고 합니다.”
이제 모든 것이 밝혀진 거다.
“네 이노오놈!”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전, 전하, 죽여 주십시오.”
김 생원인 김기리가 이제야 죽여달라고 소리쳤다.
“옳다. 너는 내가 죽일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다.
누구에게?
김 생원에게?
아니다.
“내금위장.”
“예, 전하.”
“금수보다 못한 아비와 공모하여 가여운 형수를 죽인 저놈을 참하라.”
“존명!”
그 순간 김기리의 아들 뒤에 서 있던 호위 총관이 빠르게 또 절도 있는 모습으로 검을 뽑고 소리친 후에 바로 목을 벴다.
서걱!
툭!
김기리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안 돼-!”
김기리가 이 모든 짓을 꾸민 이유는 모두 자기 아들의 입신양명을 위함일 것이다.
부모란 그런 존재이다.
그런데?
금수보다 못한 야차 같은 놈이 또 있다.
‘참담한 조선이도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