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20)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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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를 어떻게 뺀다는 건가?”
나는 좌승지에게 물었다.
‘인재가 부족해도.’
옆에 둔 측근들은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보통의 가옥들에 설치되어 있는 아궁이는 난방보다는 취사용입니다.”
“그렇지.”
“그러니 부엌이 아닌 밖에서 밥을 하면 막힌 곳이 아니기에 연기가 발생해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옳다.”
“그에 따라서 규격화된 아궁이를 만들어서 보급하면 됩니다.”
역시 일산화탄소 중독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있다.
‘그냥 확 연탄보일러 보급이 최고인데.’
문제는 기술력이다.
‘관을 깔아야 하고.’
연탄보일러에서 물이 돌 수 있게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못 만들 것은 없다.
‘이제 곧 단조 제독의 사략 함대가 막대한 재물을 조선으로 보낼 테니까.’
이건 사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법이라면 방법일 거다.
“옳다, 도승지.”
“예, 전하.”
“좌승지의 생각은 이런데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임시방편적이나 옳을 듯합니다. 그와 함께 완벽한 해결책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자. 그런데 도승지.”
“예, 전하.”
“백성이 임금을 속이면 임금을 속인 죄이기에 대역죄로 다스린다.”
“예, 그렇사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고 천심을 저버리는 임금은 과연 어떤 죄를 받을까?”
내 말에 도스지 조광이 인상을 찡그렸다.
“전하!”
“석탄을 보급하여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의 뜻이다. 그런 과정에서 실수도 있고 실책도 있다. 그런 실책들이 나의 치세에 누가 된다고 하여 백성을 속인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나중에 백성이 알게 된다면 백성은 과연 나를 따를 것인가?”
“망극하옵니다.”
“밝히라. 과인이 먼저 밝히셔 백성에게 사과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책을 마련하라.”
백성을 속여서는 안 된다.
‘내가!’
왕권만 강화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조선 모두가 합심해야만 조선이 더 강해지고 아시아 최대의 강대국이 된다.
‘그런 후에!’
아시아 최대의 강대국이 된 조선은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리라.
“예, 알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두 승지가 내게 대답했다.
“좌승지.”
“예, 주상 전하.”
“부엌에 있는 아궁이는 이동식으로 만들라고 왕립 대장간에 지시하라.”
“예, 알겠나이다.”
“이동식이면서 분리식으로 개발해야 군사용으로도 쓸 수 있다.”
현재의 군대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면 취사다.
‘물론.’
전투식량이라고 부르기로 한 간편식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래도 대부대는 부대 자체에서 취사해야 한다.
‘솥은 철모로 대신하면 되고.’
반찬은 염장한 젓갈이나 짠지로 대신하면 된다.
[숙의 조 씨가 만든 동아로 만든 짠지가 반찬으로 충분할 것 같다.] [예, 그렇사옵니다.] [뚜껑이 있는 대나무 통에 넣어서 부대에 보급할 수 있게 하라.] [예, 알겠나이다.] [그와 함께 무도 시들시들할 때까지 말려서 소금과 쌀겨를 이용하여 무짠지를 만들어서 전투식량으로 보급할 방법을 찾으라.] [예, 알겠나이다.]나는 숙의 조 씨가 동아 짠지를 중전 신 씨에게 진상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이용해서 전투식량으로 쓸 생각을 하고 지시했다.
그와 함께 단무지도 떠올렸다.
‘아직은 단무지를 만들 수 없지.’
왜?
조선에서 소금보다 몇 배는 더 귀한 것이 설탕이니까.
하지만 대만이 완벽하게 점령된다면 대만에 사탕수수나 사탕무를 재배하게 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서 설탕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대만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금을 통해서 얻어지는 수익보다 수십 배나 많은 수익이 무역을 통해서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 거다.
‘내가 알고 있기로.’
사탕수수의 원산지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다.
‘대만에서 자생할 수 있지.’
그렇다면 찾아내는 것이 문제고.
대량으로 재배하는 것이 문제일 거다.
만약 대만에 사탕수수나 사탕무가 없다면 단조 제독의 사략 함대가 명나라 남부 해안을 다 털어먹은 후에 동남아시아로 향하게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남아시아로 향해서 사략 함대를 운영하면서 사탕수수와 사탕무를 찾게 될 것이다.
“예, 알겠나이다.”
좌승지가 바로 대답했다.
* * *
명나라 대전 회의장.
“황제 폐하.”
명나라 재상이 살짝 변한 표정으로 홍치제를 불렀다.
“말씀하시오.”
“어제 파발을 통하여 산둥반도 삼산포 수군 도독부에서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삼산포 수군 도독이 삼산포 일대에서 노략질을 일삼던 해적들을 소탕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요?”
모처럼 표정이 밝아진 홍치제다.
“대승이라고 하옵니다. 단지 안타까운 사실은 삼산포 수군 도독부 도독이 해전 중에 전사하였고 삼산포 수군 도독부의 피해 역시 상당하다고 합니다.”
단조 제독에게 시쳇말로 탈탈 털린 산둥반도 해안을 관리하던 수군 도독부는 거짓 보고를 올렸다.
물론 수군 도독부 도독은 단조 제독의 포로가 되어서 대만으로 끌려갔지만 그 사실을 도독부의 잔당들을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명나라 출신 해적단이 괴멸됐다는 사실이고.
이것을 자신들이 올린 전과라고 보고했다는 거다.
“모처럼 승전보를 들으니 짐이 기쁩니다. 하하하!”
홍치제가 총명한 황제라고 해도 거짓된 보고를 간파하기는 어려웠다.
“예, 그렇사옵니다. 삼산포 수군 도독부가 대승으로 해적들을 소탕하기는 했으나 피해도 심각하기에 조선왕이 요청한 군사와 군선 지원은 어려운 일입니다. 삼산포 수군 도독부를 재건해야 하니까요.”
명나라 재상의 말에 홍치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오.”
“그러니 조선왕이 황제 폐하께 간청한 그대로 일정량의 군비와 군량미만 지원하여 왜구의 근거지인 대마도를 치게 하신다면 해안지역의 치안이 안정될 것입니다.”
“옳소.”
명나라 황제는 재상에게 말한 후에 칙사를 봤다.
“조선의 왕이 군량미를 요청했다고 했지?”
“예, 그렇사옵니다. 황제 폐하.”
“칙사가 생각하기에 얼마의 군량미를 하사하면 되겠는가?”
“조선왕이 제게 말하기를 대마도를 완전하게 정벌하고 다시는 왜구의 근거지가 될 수 없게 하려면 정벌로 끝내지 않고 점령하여 황제 폐하의 통치 아래에 두어야 한다고 했나이다.”
“정벌로 끝내지 않는다?”
“예, 그렇사옵니다. 그에 따라서 점령을 위한 군량미까지 필요하다고 했고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뇌물을 받아먹으면 받아먹은 이상으로 대가를 내야 하는 법이다.
“옳은 말인 것 같도다.”
“예, 그렇사옵니다. 그에 따라서 군량미 200만 석은 족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0만 석이라고 했나?”
“예, 그렇사옵니다.”
칙사가 대답했고.
명나라 재상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찰나에 지어 보였지만 황제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의 군량이 있어야 다시는 왜구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을 것입니다. 길게 생각하신다면 많은 양의 군량미도 아닌 듯합니다.”
“수보의 생각은 어떤가?”
“폐하, 군량미 200만 석은 많습니다.”
“짐도 그리 생각하노라.”
“하오나 조선왕이 간곡하게 요청했고 줄여서 보낸다면 황제 폐하와 대명제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오?”
“예,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짐은 조선왕의 요청한 그대로 조선왕에게 군량미 200만 석을 보내는 일을 윤허하노라. 그 군량미를 징발하는 일을 칙사가 담당하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칙사가 자기가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졌기에 미소를 머금었다.
[대인.]칙사는 명나라 재상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를 떠올렸다.
[정말 조선왕이 군량미 100만 석을 요구했다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몇 년이나 가뭄과 홍수로 대명 제국에도 흉년이오.] [압니다. 하지만 조선이 대마도를 정벌하여 왜구의 준동이 사라진다면 황제 폐하의 백성이 안정을 찾게 될 것이고 세수의 확보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이미 칙사는 황제를 만나기 전에 재상과 논의했었다.
분명 그때는 조선의 임금 융이 명나라에 군량미 100만 석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지금 대전 회의에서는 200만 석을 말한 거였다.
‘백만 석만 조선에 보내고, 으흐흐!’
명나라 백성들에게 징발한 나머지 100만 석은 칙사와 재상이 착복할 생각이었다.
역시 망하는 나라는 도둑이 많은 거다.
“황제 폐하.”
그때 호부 상서가 앞으로 나섰다.
“왜 그러는가?”
“폐하, 대국에서도 몇 년째 가뭄과 홍수로 기근이 심각하옵니다.”
명나라 조정에도 탐욕스러운 바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짐도 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에 군량미 200만 석을 보내게 되면 백성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것입니다.”
“남부와 중부 해안에 출몰하는 왜구를 소탕하지 않으면 짐의 백성의 삶이 더 피폐할 것이다.”
명나라 황제는 지금 왜구를 박멸할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
“백성들에게 군량미를 징발하게 되면 불만이 커질 것이고 대국 곳곳에서 민란이 발생할 수도 있나이다.”
병부 상서도 나섰다.
‘조선만 붕당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군.’
가만히 서 있는 성희안이 명나라도 붕당에 의해서 분열되어 있다는 생가이 들었다.
“민란이라고 했나?”
명나라 황제가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사옵니다.”
“으음.”
명나라 황제가 신음을 터트렸다.
“황제 폐하의 백성이 굶주리고 있는 상태에서 조선 왕이 대마도를 정벌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군량미 200만 석을 보낸다면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니 통촉하여 주십시오.”
호부 상서와 병부 상서가 나서자 재상과 칙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남부와 중부 해안에 출몰하는 왜구들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마도를 정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백성을 아끼시어 군량미 징발을 주저하신다면 왜구들이 해안으로 침범하여 노략질을 일삼을 것입니다. 결국에는 백성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칙사가 다시 말했고.
양쪽의 대립이 팽팽했다.
“모두의 말이 옳다.”
명나라 황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황제 폐하.”
그때 조선의 임금 융이 명나라에 보낸 성희안이 나섰다.
“조선왕이 보낸 사신은 짐에게 청할 것이 있나?”
황제가 말했고.
명나라 조정 신료들이 모두 조선의 사신인 성희안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들의 눈빛은 네 따위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그런 눈빛이었다.
“대명 제국에 든 기근과 흉년을 대비할 방법이 있습니다.”
“대비할 방법이 있다?”
“예, 그렇사옵니다. 저의 임금이 황제 폐하를 알현하게 되면 간곡히 청하여 말씀 올리라는 일이 있었나이다.”
“그게 무엇인가?”
“가뭄과 홍수로 흉년이 드는 일도 문제이지만 황제 폐하의 백성이 열심히 일하여 들판에서 곡식을 키워도 그 곡식 대부분이 익기 전에 새들이 쪼아 먹어서 소출이 적을 것입니다.”
성희안의 말에 명나라 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지.”
“조선에서도 나쁜 새가 쪼아먹는 곡식의 양을 계산해 보니 그것만 해도 3할이 훌쩍 넘나이다.”
“조선왕이 그런 조사를 했다는 건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