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24)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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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싫은가?”
나는 의원 김범을 노려봤다.
“전하, 의원은 사람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하는 자입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니까.
‘나라고 해서 좋아서 하는 줄 아나?’
의학이 발전해야 조선의 백성이 이롭다.
또한 그런 과정에서 조선이 더욱 강해진다.
‘성군 좋지.’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
또 신료들이 칭송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도 한세상 쉽게 즐겁게 살 수 있는 자리가 임금의 자리다.
‘즐기고만 살려면 살 수 있지.’
조선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나 하나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도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사실 개혁은 머리 아파.’
또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트라우마가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조선이 개혁되고 강해지기를 원한다.
그러니 싫은 일도 임금이기에 해야 한다.
‘사악한 실험들이 없었다면?’
의학 발전은 없었다.
아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그냥 시간이 필요하고 더뎠을 거다.
“그건 나도 안다.”
이제는 내가 김범을 설득하거나 협박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자가 어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실험을 사람으로 하겠나이까.”
“그래서 못하겠다는 것이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나도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김범이 지금 내게 하는 말은 나를 비난하는 말처럼 들리고 있는 상태다.
“망, 망극하옵니다.”
두려워서 말까지 더듬는 김범이다.
“김범.”
나는 매섭게 김범을 노려봤다.
“예, 전하.”
“나는 조선의 임금이다.”
이게 중요하다.
내가 조선의 임금이라는 사실이 내게는 짐이고 족쇄다.
‘사실 요즘 제일 부러운 사람이.’
양녕대군이라고 하면 이해할까?
“예?”
다 아는 사실을 왜 지금 말하느냐는 눈빛이다.
“조선의 임금으로 좋은 일만 또 칭송받을 수 있는 일만 해도 나는 성군으로 불릴 것이다. 그대도 알 듯 내가 즉위한 후에 조선 백성 중 굶어서 죽는 백성의 수가 정말 눈에 보이게 줄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성군이지.”
“예.”
“또 국방을 탄탄하게 하여서 북으로는 야인들이 조선을 침범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남부와 중부 해안에 침범하는 왜구의 수도 줄어들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나를 세종대왕 이후의 성군으로 부른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예, 그렇습니다. 전하.”
“내가 그렇다고 여기서 만족해야 할까? 백성들이 마마라고 불리는 병에 걸려서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다. 치료법을 개발하고 예방법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는 하옵니다.”
“그 일을 누가 해야 하겠는가? 그런 일을 하려는 의원이 있다면 누가 지원해야 하겠는가?”
“전하!”
“나밖에 없다. 그대는 조선의 다른 의원과 다르게 깨어 있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다. 과인도 참으로 칭송받을 일만 하고 싶다. 나중에라도 후대에서 누군가 나와 그대가 한 일을 알게 되면 나의 치세의 오점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런 오점을 남기는 일이 싫어서 하지 않는다면 백성은 누가 돌볼 것인가?”
“전, 전하.”
“맞다. 왜구도 사람이다. 하지만 그 왜구들이 칼을 쥐었을 때 과연 나의 백성은 김범 그대의 이웃은 그 무도한 왜구에게 사람이었을까?”
“…….”
내 논리에 아무 말도 못 하는 김범이다.
“과인은 조선 백성을 위하여 사악한 임금이 되고자 한다. 때로는 모질 것이고, 또 때로는 사악할 것이며 또 야차처럼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여기는 임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사관들이 실록에 기록하여도 과인은 참을 것이다. 질병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임금된 자의 임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대가 나를 돕겠는가?”
“전하, 소인이 생각이 짧았나이다.”
“아니다. 의원은 그대처럼 사람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 의원인 그대에게 이번 과업을 맡기는 것이다. 비록 왜구가 사람의 탈을 쓰고 사람이 아닌 짓을 했지만 그들도 사람이니 이번 실험에서 살아난 자는 노예에서 면천시켜줄 것이고 그들도 나의 백성으로 생각하겠노라. 그러니 그대가 나와 함께 실험하겠는가?”
“예, 제가 하겠습니다.”
“이번 일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그대의 인생에 오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수하겠나이다.”
다행히 설득됐다.
‘오점이 될 리가 없지.’
역사는 결과만 기록한다.
만약 의원 김범이 내가 알려준 방법으로 실험하여 천연두를 극복하게 되면 의학의 새로운 아버지로 조선 역사에 기록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의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의사로 기록될 것이다.
“일단 압송된 왜구 출신 노예가 50명이다.”
“예, 알겠나이다.”
사실 소의 고름을 얼마나 인간의 몸에 주입해야 그 사람이 사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것부터 해야겠지.’
내가 아는 사실은 종두법은 소의 고름을 사람의 몸에 주입하여 천연두를 예방했다는 사실뿐이니까.
“나는 그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번 일은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대는 오직 조선 백성을 천연두로부터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실험하라, 그에 따른 모든 오욕은 과인이 짊어지고 갈 것이다.”
“성,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내게 말한 의원 김범이 나의 뜻에 감명받았는지 눈물을 흘렸다.
‘나는 더 모질고 사악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조선이 나와 함께 더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나는 더 사악한 군주가 될 수밖에 없다.
‘편하게 살 수 없는 운명이잖아.’
내게 주어진 운명은 참으로 모진 것 같다.
“신, 김범이 반드시 실험을 통하여 천연두를 극복하겠나이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 * *
다음 날 아침, 대궐 앞 공터.
청상과부를 살해한 김 생원과 김 생원과 공모하여 자기 딸을 명예살인으로 죽인 아비의 처형식이 집행됐다.
“무도한 죄인 김기리는 거열형에 처할 것이다.”
형을 집행하는 금부도사가 소리쳤고.
이 처형식에는 많은 백성이 몰려와 있다.
“모든 조선 백성은 들어라.”
금부도사가 임금 융의 어명이 든 두루마리를 조심히 펼치며 소리쳤다.
“주상 전하의 지엄하신 어명으로 과부들의 재가를 막는 재가 금지법을 철폐할 것이고 앞으로 과부가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 자결하여도 열녀문을 조정에서 내리는 일이 절대 없음을 이 자리를 통해서 공표하노라.”
금부도사의 말에 처형식에 모인 백성들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재가한 과부들이 낳은 자식들도 과거에 응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금부도사의 외침에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또 어떤 백성은 인상을 찡그렸다.
“과부 팔자가 노가 났군.”
“조선이 이래서야 되는 거야?”
불만이 있는 자들은 구시렁거렸고.
또 일부의 백성들은 표정이 밝아졌다.
“이렇게 되면 이제 보쌈은 없어지는 거네.”
“그렇죠.”
“전하께서 옳은 일만 하시네.”
“그렇기는 합니다.”
백성들이 수군거릴 때 금부도사가 백성들을 봤다.
“모두 조용히 하라, 주상 전하의 어명 발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와 함께 금부도사가 만들어 놓은 단상을 봤고.
그 단상 위는 아주 긴 천을 이용하여 가려져 있었다.
“앞으로 과부들을 압박하여 자결을 강요하는 자가 있거나 몰래 살해하여 열녀문을 받으려는 못된 자가 있다면 새롭게 만든 처형 도구를 이용하여 극형으로 다스릴 것이다. 집행관은 천을 치우라.”
금부도사의 명령에 단상 위에 있는 검을 두건을 쓴 존재가 밧줄을 끊었고.
검은 천이 아래로 흘러내렸는데 단상 위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단두대였다.
드디어 조선에서도 단두대가 만들어진 거다.
“저 흉한 것이 뭐데?”
백성들은 단두대에 설치된 예리하고 거대한 칼날을 보며 겁을 집어먹었다.
“밧줄에 거대한 칼날이 걸려 있네.”
“저 밧줄을 끊으면 칼날이 떨어져서 목을 치겠네.”
“오~”
“이제 망나니들이 행패를 부리는 꼴을 안 볼 수가 있겠네.”
사실 참형을 당하는 죄수들은 망나니들에게 뇌물을 줘서 빨리 목을 치게 만들어야 했다.
죄수의 가족들이 망나니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으면 한 번에 목을 쳐서 죽일 수 있는 죄수도 몇 시간을 두고 비켜서 치고 살짝 쳐서 극악의 고통으로 몰아넣으니까.
“그건 또 그러네.”
“저 거대한 칼날이 떨어지면 죄수는 죽어도 자기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겠네.”
“전하께서는 참으로 성군이시다니까, 대역죄인의 고통까지 생각하시어 저런 기구를 만드시니 참으로 성군이시다.”
단두대를 만든 임금 융을 놀랍게도 백성들이 칭송했다.
“그런데 저 단상 옆에 있는 쇠로 만든 우리는 뭘까요?”
백성 중 하나가 단두대 옆에 설치된 철제 감옥을 보고 옆 사람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지.”
그런데 그 철제 감옥 안에는 자기 딸을 명예살인으로 죽게 만든 청상과부의 아비가 짐승처럼 가둬져 있었다.
“청상과부를 살해한 죄인 김기리에 대한 거열형을 집행한다.”
금부도사의 외침과 함께 이미 네 마리의 소에 묶여 있는 죄인 김기리의 거열형이 빠르게 집행됐다.
음모오오!
“으아악!”
우지직!
죄인 김기리의 거친 비명과 함께 김기리는 사지가 찢어져서 죽었고.
그 모습을 본 청상과부의 아비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기 딸을 탐욕에 휩싸여서 살해한 금수보다 못한 아비는 전하의 어명에 의해서 모든 백성이 보고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르지 못하게 본을 보이고자 능지처참에 처하고 살을 베어내는 횟수를 5,000포 이상 집행될 것이다.”
금부도사의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정말 조선에서는 말로만 있는 능지처참이 임금 융의 치세 때 집행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검은 탈을 뒤집어쓴 망나니들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나와서 철제 우리에 갇혀 있는 청상과부의 아비를 단상으로 끌고 가서 형틀에 묶였다.
“망나니들은 들어라.”
“예, 도사 나리.”
“만약 5,000포 이상을 뜨지 못하고 죄인이 죽게 되면 네놈들도 엄히 다스릴 것이다.”
이렇게 임금 융은 모질 때는 참으로 모진 조선의 왕이었다.
“예, 나리.”
“의원들도 들으시오.”
“예, 금부도사 나리.”
“집행관인 망나니들이 오늘 죄인의 몸에 1포를 뜨고 나면 바로 치료하고 죽지 않게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금부도사의 말에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백성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백성들은 들어라.”
금부도사가 두려움에 벌벌 떠는 백성들을 보며 소리쳤다.
“두려움에 떠는 자는 죄를 지은 자이고 앞으로 죄를 지을 자이다. 전하께서는 선량한 백성들에게는 항상 자애로운 임금이실 것을 약속하였다.”
금부도사의 말에 백성들이 또 그 말은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집행하라.”
금부도사가 말했고.
예리한 칼을 든 망나니 출신 집행관이 탐욕에 사로잡혀 자기 딸을 명예살인으로 죽인 아비의 살점을 베어냈다.
서걱!
“으아악!”
거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또 한 번의 임금 융의 공포 정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