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5)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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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15화
두만강 이북에 있는 건주여진 충샨의 근거지.
건주여진 중에서 조선과 거래하는 충샨은 제법 큰 부족이었다. 그리고 조선의 임금을 만났던 녹수는 조선의 임금이 명한 그대로 충샨에게 선물로 보내졌고.
녹수를 보자마자 성질 급한 충샨은 인상을 구겼다.
“조선의 임금이 나를 무시하나?”
녹수의 미모가 출중하지는 않기에 충샨 족장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였다.
“노래와 춤이 일품입니다.”
건주여진과의 무역을 담당하는 아탕개가 충샨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계집이 노래와 춤을 잘해도 못났으면 흥이 나나.”
녹수는 여색을 즐기는 충샨의 눈에 찰 미색이 아니었다.
“예, 그렇기도 하죠.”
“공짜로 주는 거니 받고.”
“예, 감사합니다.”
“이번에 가지고 온 소금과 곡식이면 나의 부족이 올겨울을 풍족히 넘기기에 충분할 것 같군.”
“그러실 겁니다.”
충샨은 녹수를 무시하고 아탕개와 대화를 이어갔다.
“교역품으로 지급할 말은 초원에서 사 왔으니 가는 길에 끌고 가면 될 것이야.”
건주여진 부족과 조선의 임금은 이런 식으로 교역을 진행하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주인이신 주상 전하께서 충샨 족장의 용맹한 전사들로 교역국인 조선을 침범하는 다른 야인들을 토벌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탕개, 지금 교역국이라고 했나?”
이 말의 뜻은 충샨의 부족을 나라 취급한다는 의미였다.
“그렇사옵니다. 저의 주인이신 주상전하께서는 충샨 족장께서 나라를 건국하신다면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하십니다.”
“나라라, 나라,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고마운 일이지, 그대의 주인께 전하라, 두만강 일대에서 조선을 침범하는 야인은 없을 거라고.”
일단 조선의 임금은 이런 식으로 두만강 일대 여진의 침입을 막으며 병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었다.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뭐든 말해라.”
“과거 여진에 끌려간 조선 백성들을 재물로 되찾아 오라고 제게 명하셨습니다.”
“그냥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재물을 내놓겠다는데 안 줄 이유가 없지, 하하하!”
나라를 건국하겠다고 하면 조선에서 돕겠다고 했기에 충샨은 흡족할 수밖에 없었다.
[백성을 구해오면 한양으로 데리고 오지 말고 함경도 일대에 정착지를 만들어라.]이게 조선의 임금이 아탕개한테 내린 명령이었다.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않습니까?] [고향으로 보낸다고 해도 환영받지 못할 거다. 특히 여자들은 더 그럴 거고.] [아!] [성리학이 망하지 않으면 조선이 망할 거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가짜 학문이나 다름없는 성리학을 배운 것들이 환향한 나의 백성을 더럽다고 할 것이니 답답해서 그런다.] [아!]“아탕개.”
“예, 충산 족장님.”
“조선에 엎드린 삶은 어떤가?”
“갑갑하기는 해도 평온합니다.”
“갑갑하다?”
“예, 그렇습니다. 양반만 위세를 떨치는 세상이 조선입니다. 그러니 갑갑합니다.”
“그렇군, 하여튼 내게도 너무 귀한 아탕개, 네가 왔으니 축제다. 알미타.”
충샨이 아탕개에게 말한 후 자기 부하인 알미타를 불렀다.
“예, 족장님.”
“저거 술맛 떨어지니까, 치워라.”
저건 녹수였다.
‘내 신세가 처량하게 됐네.’
녹수는 자신의 팔자만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냥 알미타 네 부하에게나 줘라, 너한테 주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못났다.”
“예.”
하여튼 야인도 예쁜 여자를 밝혔다. 그런 면에서 녹수의 팔자는 기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
인수대비의 전각.
인수대비 전각 상궁이 인수대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주상께서 영의정 대감과 유자광을 불러서 그런 망극한 말씀을 하셨다고?”
“예, 그렇사옵니다. 선왕 전하의 실록을 편찬하시며 덕종 대왕의 실록도 같이 편찬하라고 영의정에게 지시하셨습니다.”
상황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다.
임금이 영의정에게 지시하고 상궁이 바로 당사자나 다름이 없는 인수대비에게 보고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이건 조선의 임금 융이 상궁에게 지시한 거다.
상궁은 인수대비에게 고하며 임금 융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참으로 주상의 마음이 갸륵하다. 참으로 갸륵하다.”
인수대비는 임금 융을 다시 봤는데 이 모든 것은 임금의 조작인 거다.
머리 팍팍 돌아가는 현대인의 영혼이 깃든 임금 융이 치매 걸리기 직전인 인수대비를 구워삶지 못한다면 천하를 제패하겠다는 꿈은 어불성설인 거다.
“예,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소인이 걱정되는 것은?”
“걱정?”
“사림이 어찌 나올지가 어리석은 쇤네도 걱정이옵고 대비마마께서 마음 아파하실 것이 염려되옵니다.”
“사림이 주상의 뜻을 거스른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지.”
표독할 때는 또 누구보다 표독한 인수대비다.
* * *
왕립 직속 대장간.
“다 좋은데 격발이 문제야.”
왕립 직속 대장간 책임자는 조선의 임금이 요구한 그대로 화승총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조선 임금이 자신에게 따로 준 임무를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 힘으로는 절대 격발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무엇인가 당겨주는 힘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주상 전하께서 내게 내리신 부품의 설계도를 보면 얇은 쇠줄을 꼬불꼬불 꽈서 탄력을 만들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가진 기술로는 어림도 없어.”
대장간 책임 대장장이가 인상을 찡그렸다.
“안 된다고 생각할 때 불가능이 만들어지는 거야.”
그때 왕립 직속 대장간으로 조선의 임금이 들어왔다.
“주상전하를 뵙니다.”
관복을 입은 핵심 대장장이들이 조선의 임금을 보고 모두 엎드렸다.
* * *
김일손의 사가 사랑채.
김일손은 사림의 거두로 거듭난 상태였고.
조선의 임금이 영의정과 유자광을 만난 후 자기가 세운 왕립 직속 대장간을 방문했을 때 사림파들을 모았다.
“주상께서 벌리는 일이 너무 해괴하고 반상의 도를 거슬리는 것 같습니다.”
사림 선비 중 하나가 김일손에게 말했다.
“나도 그리 생각합니다.”
“천한 대장장이에게 관복을 내리고 벼슬을 내리어 왕국 옆에 두시니 어디 반상의 도가 바로 서겠습니까.”
조선의 훈구파들은 조선의 임금인 융이 하고자 하는 일을 그냥 지켜볼 뿐이지만 사림파는 계속 반대만 하고 명분이 없다고 딴소리만 했기에 조선의 임금인 융에 찍힌 거였다.
“직장의 벼슬부터 참봉의 벼슬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천한 것들에게 벼슬을 주고 양반으로 만들면 어디 성리학이 바로 서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소.”
“이번에 성균관 유생들을 동원하여 상소를 올릴 것입니다.”
사림파들은 괜히 성균관 유생까지 사지로 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도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때 아무 말도 없던 젊은 선비가 심각한 얼굴로 변했다.
“말씀하시게.”
김일손은 젊은 선비에게 하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선비의 도리라고 이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작금의 임금은 세조의 증손자입니다.”
세조 대왕이 거론되자 모두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서요?”
“내금위가 500명이 넘고 갑사 부대의 병력만 1,000명이 넘습니다. 주상을 자꾸 자극하시면 증조부처럼 변할 수도 있습니다.”
“무력이 두려워 임금에게 직언하지 않으면 그게 선비인가.”
조심해야 한다는 젊은 선비의 말은 바로 다른 사림의 선비들에게 무시됐다.
“충신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임금께 직언해야 하고, 성리학을 배운 선비는 반상의 도가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상을 두려워한다면 주상께서는 더 많은 기행을 일삼으실 겁니다.”
김일손도 아직 조선 임금인 융의 매운맛을 보지 못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거였다.
“내일 입궐하면 일제히 주상께 주청을 드려서 화포 도감을 폐지하고 천한 것들에게 내린 벼슬을 거두라고 주청을 드릴 것이오.”
김일손이 드디어 선을 넘었고.
이럴 거라는 것을 조선의 임금인 융이 짐작했기에 사화를 준비한 거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