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52)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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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참담하고 망극한 일이옵니다.”
영의정 유자광이 제일 먼저 내게 말했다.
“이제 조선과 명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소.”
명과 조선이 적대 관계가 되면서 명과의 교역이 끊겠다. 명나라 황제는 교역을 끊는 것으로 나를 압박하겠다고 작정한 거다.
‘나를 모질게 만드네.’
교역이 끊겨도 상관없다.
‘대만에서는 꽃이 피고 있으니까.’
그것이 명나라의 은을 대만을 통해서 조선으로 가져다줄 테니까.
그리고 명나라를 더 썩게 하리라.
“옳소, 참담한 일이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희안은 충신이니 그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오. 그에 따라서 나는 그를 영의정으로 명할 것이고 시호는 충정군에 봉할 것이오. 그와 함께 그는 조선의 영웅이며 충신이기에 그의 사가 앞에 영웅문을 세울 것이오.”
조선에서 열녀문은 사라진 상태다.
열녀문이 세워진 집이 있으면 이제 백성들은 손가락질한다. 그래서인지 자발적으로 열녀문을 철거하는 가문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조선에서 열녀문은 뽑고 영웅문을 세운다.’
영웅인 자는 성과가 있어야 하고.
업적이 있어야 하니까.
‘물론 앞으로 조선 제국에 충성하고 희생을 강요받겠지.’
어떤 면에서는 신라의 화랑인 관창처럼 아비에게 떠밀려서 전쟁터에서 죽게 될 청년이 많아질 거다.
“황제 폐하, 영웅문이라고 했나이까?”
딱 봐도 영웅문을 세우는 일은 자기 일이라고 생각이 든 예조 판서가 내게 물었다.
“그렇소. 조선 제국과 황실에 헌신하는 충신이 있다면 신분과 직위를 막론하고 영웅이니 그의 업적을 자자손손 기리게 할 것이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신료들이 바로 내 말에 동의했다.
“충정군의 사가에 영웅문을 세우고 그의 장남인 성율을 승정원 승지로 명하노라.”
이럴 때는 나도 참 못된 놈이다.
‘성희안의 아들인 성율은 바다에 밀어서 죽였다.’
그걸 나는 알며서도 이런 지시를 내린 거다.
“황제 폐하, 참으로 망극하옵니다.”
그때 형조 판서가 나섰다.
“참으로 망극하다?”
“예, 그렇사옵니다.”
“무슨 일로 그대가 내게 그런 말을 하는가?”
“충정군의 장남인 성율은 제주로 향하는 귀양길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도주를 시도하다가 시체도 찾지 못했나이다.”
“뭐라고요?”
이럴 때는 참담한 표정을 지으면 된다.
“호송에 문제가 있었나이다. 폐하께서는 임무를 감독하지 못한 신을 벌하소서.”
형조 판서가 보란 듯 엎드렸다.
“으음.”
이럴 때는 신음 한 번부터 터트려줘야 한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고.
“조정 신료들은 들으시오.”
“예, 황제 폐하.”
“충정군의 업적의 티가 될 수 있는 성율의 일은 함구할 것이오. 앞으로 누구도 성율의 죄를 거론하지 마시오.”
함구령을 내렸다.
“또한 충정군 성희안에게는 서자가 있으니 그를 우대할 것이며 영웅문이 세워진 가문의 자손들은 과할 정도로 우대를 받게 될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졸지에 덕을 본 사람은 성희안의 서자인 서 씨일 거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 * *
명나라 황실 황제의 대전 침소.
“뭐라고 했나?”
명나라 황제는 흥분하여 되물었다.
“대월국의 왕이 혼인 동맹을 맺으려면 지참금을 보내라고 합니다.”
신하의 말에 명나라 황제는 명나라의 위세가 땅에 떨어졌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참담하도다.’
참담함을 감출 수 없는 명나라 황제다.
“지참금으로 땅을 달라?”
“예, 그렇사옵니다.”
“대명의 국운이 나의 치세에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작은 위기일 뿐입니다.”
“재상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명나라는 한 점이라도 땅이 줄어들 수 없나이다.”
“그렇다면 혼인 동맹이 이루어질 수 없겠군.”
“하오나 반드시 혼인 동맹은 진행되어야 합니다.”
“대월국의 수괴가 짐에게 무엄하게도 땅을 요구했소. 그런데 어찌 혼인 동맹을 맺을 수 있겠소?”
“대명제국은 지금까지 대월국을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나이다.”
“그래서요?”
“대월국을 인정하시면 됩니다. 그와 함께 이주를 대월국의 왕에게 내리소서.”
“이주를?”
“예, 그렇사옵니다.”
명나라 재상의 생각은 대월국을 통해서 그 어떤 세력에 의해서 점령당한 이주를 공격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대월국의 왕에게 이주를 내리시면 대월국은 이주를 공격할 것입니다. 확인된 첩보에 의하면 이주를 장악한 세력은 조선이라고 합니다.”
이 엄청난 일을 명나라 재상은 언제 황제에게 고할지 고민했었다. 그리고 지금이 딱 적기라고 생각해서 마치 폭탄선언을 하듯 말하는 거였다.
쾅!
“또 조선?”
명나라 황제는 자기 앞에 놓인 탁자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예, 참으로 참담하고 망극한 일입니다.”
“그렇소,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오랑캐 조선이 강성해지고 있다는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이 노신이 추측하건대 항주를 점거한 왜구와 손을 잡은 것도 조선일 듯합니다.”
“재상, 무도한 조선을 이리 그냥 두어도 되겠소?”
“이제는 조선을 그냥 둘 수가 없을 듯합니다.”
“그렇소. 조선을 쳐야겠소.”
명나라 황제는 결심한 듯 말했다.
“짐이 친정을 감행하여 무도한 오랑캐 조선을 멸망시킬 것이오.”
단단히 화가 난 명나라 황제였다.
어떤 면에서 명나라 황제에게 조선의 행보는 배신 그 자체였다.
그것도 치명적인 배신 말이다.
끝까지 믿었던 조선이 이렇게 뒤통수를 치니 아팠다.
“황제 폐하, 친정을 준비하시되 바로 친정에 돌입하실 수는 없나이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대월국과 혼인 동맹을 맺으시고 요동에서 파병한 군대와 전국에서 차출한 군대가 항주의 왜구를 박멸한 후에 철저하게 준비하시어 조선을 멸해야 하옵니다.”
명나라 재상의 말이 옳기에 명나라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짐은 다시 한번 참을 것이오. 그와 함께 지금부터는 조선 정벌을 위하여 준비에 돌입할 것이오. 일단 해서여진을 회유하시오.”
“예, 알겠나이다.”
역시 명나라의 첫 번째 준비는 이이제이였다.
정말 한족들은 이이제이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또한 건주 여진의 부족장에게도 칙사를 보내어 회유하여 짐의 칼이 되게 하라.”
“예, 알겠나이다.”
“대명제국 전체에 동원령을 선포할 것이다. 올해 추수를 끝내고 대명제국이 풍성해지면 그때 조선을 멸하기 위해서 짐이 친정할 것이고 씨를 뿌리기 전까지 조선을 완전하게 멸망하게 하리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조선이 멸하게 되어도 반드시 수괴 융은 생포하여야 한다.”
단단히 분노한 명나라 황제였다.
“예, 폐하.”
“놈을 금수로 만들어 희롱할 것이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속담이 있지만 명나라가 계속 이렇게 참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쟁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고.
명나라가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조선 제국은 더 강성해질 것이며 황제 융의 칙령을 받은 상책이 북원으로 떠난 상태였다.
* * *
평정 1년(서기 1500년) 9월 중순, 조선의 대전 회의장.
“황제 폐하, 조선 팔도에서 조선은행이 발행한 은화가 너무 많이 풀리어 곡물의 가격과 생필품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여 백성들의 고충이 참으로 심각한 수준에 놓였나이다.”
나는 이조판서의 말에 그를 봤다.
예상했던 그대로 나와 황실이 주체가 되어서 조선의 노비들을 대부분 유상 몰수하면서 풀린 은화로 인해서 인플레이션 상황이 닥쳤다.
“정말 그렇단 말이요?”
이럴 때는 일단 모르쇠가 최선이다.
“예, 그렇사옵니다.”
이조판서가 내게 대답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지금 조선이 인플레이션에 허덕인다는 사실과 나의 칙령으로 조선 최초로 국립 은행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국립 은행은 황실의 소유고 모든 돈은 황실에서 보증한다. 거기다가 조선은행은 조폐국의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짐의 실책이오.”
처음에는 몰랐다고 하고 그 이후에 이렇게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황제인 나의 탓이라고 자책하면 조정 신료들의 대답은 딱 하나다.
“망극하옵니다. 황제 폐하.”
“황제 폐하를 보필하지 못한 신료들의 죄도 크옵니다.”
이제 조선에서 비가 많이 와도 황제인 나의 탓이고.
비가 적게 와도 황제인 나의 탓인 거다.
“아니요, 내가 노비들을 너무 많이 양민으로 전환하면서 일어난 물가 상승이오.”
조선 백성의 3할이나 되는 노비들이 대부분 사노비에서 황실 노비로 전환됐고.
또 양민이 된 노비들은 대부분 대만으로 대마도로 이주가 진행되고 있다.
“황제 폐하, 그보다 더 큰 문제가 함경도와 평안도 일대에서 발생했나이다.”
형조 판서가 내게 고했다.
“더 큰 문제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백성들이 연명할 곡물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하늘 같은 황제 폐하께서 당연히 조선은행의 창고를 열어서 구휼미를 풀어서 해결하시면 되는 일이오나 함경도 북부와 평안도 북부지역에 발생한 병충해로 인해서 그 지역의 올해 농사는 흉년일 듯합니다.”
조선이 공업화에 착수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산업의 핵심은 농업이다.
‘올해 먹을 곡식은 준비가 되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명나라가 올해부터 제대로 흉년이 발생할 것이고.
내년이 되면 ‘해로운 새’ 작전으로 1700년대에 발생할 소빙하기보다 더한 기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3년 치의 식량을 대월국과 현대 태국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유타야 왕국과도 교역을 시작했다는 거다.
이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하겠지.] [예, 그렇사옵니다. 대월국의 왕이 명나라 왕에게 지참금으로 땅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땅?] [예,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무엄하게도 폐하께도 지참금을 요구했나이다.] [명나라에 땅을 요구했다면 내게 무엇을 요구했나?] [구식 화승총의 판매 가격을 금화 10냥으로 낮춰달라고 제게 말했나이다.] [그리하라.]이왕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는 구식 화승총이다.
[예, 알겠나이다.] [그리하면서 대월국 왕에게 전해서 5,000정 이상을 사라고 하라.]단가가 낮아지면 판매를 늘려야 한다.
[대월국의 왕에게 그리 제안하면 탐욕에 차 있고 명나라와 조선이 자기에게 목을 매고 있다고 생각한 놈이기에 야망이 커진 상태이니 수락할 것이다.] [알겠나이다.] [박충선.] [예, 폐하.] [아유타야 왕국과 더 친밀히 교역해야 할 것이다.] [알겠나이다.] [짐은 앞으로 남만 지역을 동남아시아로 명명할 것이다. 그에 따라서 동남아시아 지역에 자리 잡은 군소왕국과 교역할 것이며 왕국을 세우지 못했지만, 부족민의 수가 큰 부족이 있다면 지원할 것이다.] [예?] [지원할 부족을 찾아라.]박충선에게 명령을 내릴 때 나는 카렌족을 떠올렸다.
‘미얀마의 카렌족.’
내가 그 누구라도 지원하면 내가 앞으로 동남아시아라고 부르게 될 지역은 전란에 휩싸이게 되리라.
‘공신옹주가 대월국으로 가야 하는데.’
하여튼 안타까울 뿐이다.
‘그건 그렇고 흉년이 든 지역이 조선의 북부지역이다.’
내가 짐작하건대 내가 명나라에 던진 ‘해로운 새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증거일 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