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89)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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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극하옵니다. 폐하!”
작금의 상황은 대월국에는 최대의 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대월국 왕조가 무너지는구나.”
“황제 폐하, 조선에 구원병을 요청하소서.”
“조선에?”
“예, 그렇습니다. 아유타야 왕국의 군대가 수도성 인근까지 진격했다고는 하나 수도성의 성벽이 높습니다.”
수성을 위해서는 성벽만 높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유타야 왕국의 결사대가 대월국 수도성에 있는 식량 창고를 불태운 거였다.
“수도성에서 수정에 돌입하자는 건가?”
대월국의 왕이 신료들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이보시오, 이미 식량 창고가 불탔다는 보고를 받지 않았소.”
“식량 창고가 불탔다고 해도 민가에 식량이 남아있으니 징발하면 되옵니다. 이대로 왕조가 무너질 수는 없나이다.”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소. 아유타야 왕국 군대가 남서쪽에서 진격해 왔고 북에는 명나라 놈들이 언제든 남진할 수 있는데 버티기만 한다고 국난이 해결되겠소.”
“그러니 조선 제국에 구원병을 청하셔야 합니다.”
대월국 신료가 계속 조선 제국에 구원병을 청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조선 제국으로부터 미래를 보장받은 매국노였다.
물론 그 미래는 대월국 왕실에는 암담하겠지만 말이다.
“수도성에 3,000명의 군대 밖에는 없으나 조선 제국 옹주부라는 곳에는 조선 제국에서 보낸 1,000명의 군사가 있나이다. 그들과 함께 수성에 돌입하시고 조선 제국에서 구원병이 올 때까지만 버티시면 됩니다.”
“조선 제국이 과연 구원병을 보내줄까?”
“조선 제국에서 보낸 공신옹주를 황후로 맞이하시면 조선 제국에서는 황후를 지킬 군대를 반드시 보낼 것입니다.”
매국노가 다 이런 존재다.
그럴싸한 명분과 실리로 나서지만 결국에는 나라를 팔아먹게 만드는 그런 존재 말이다.
“그것이 방법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때 밖에 대기하고 있던 무장이 급하게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정찰병의 보고입니다.”
“정찰병?”
대월국 왕은 인상을 구겼다.
“예, 그렇습니다. 아유타야 왕국의 군대가 수도성으로 진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선두에 세운 코끼리의 수만 해도 50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참담한 일이로다.”
대월국의 왕은 이제 멸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폐하.”
“더 참담한 보고가 있나?”
“조선 제국 옹주부에서 공신옹주가 박충선과 함께 황궁에 도착했나이다.”
“공신옹주가 또 박충선이?”
대월국의 왕은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안으로 모시라.”
대월국 왕은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표정이었다.
“예, 알겠나이다.”
그와 함께 가벼운 갑옷을 입은 공신옹주가 박충선과 옹주부 호위 무관의 호위받으며 대월국 대전으로 들어섰다.
“조선 제국의 공신옹주라고 합니다.”
대전 중앙에 당당하게 선 공신옹주가 옥좌에서 일어나 있는 대월국 왕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경의를 표했다.
“어서 오세요. 이렇게 그대를 보니 짐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황공하옵니다. 대월국에 국난이 남서쪽에서 또 북쪽에서 닥쳤다고 하여 이렇게 무례하게 찾아왔습니다.”
공신옹주는 소녀의 모습이지만 다부진 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소.”
“소녀가 폐하를 도울 수 있다면 참으로 영광일 것입니다.”
“조정 신료들이 강성한 조선 제국에 구원병을 청하라고 했소. 공주 도와주시겠소.”
조선 제국에서는 공주와 옹주를 구분하지만, 대월국에서는 왕이 낳은 딸은 모두 공주였다.
“예, 도울 것입니다. 아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미 대월국 황실로 시집을 온 조선 제국의 옹주이니까요. 또한 대월국 공주가 혼인을 통하여 조선 제국 황실의 일원이 됐으니 한 집안이니까요.”
가장 어려울 때 손을 내밀며 도와주는 존재는 그 위기를 극복한 후에도 계속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소. 옳은 말이요.”
“저는 이제 폐하의 여자입니다.”
이미 박충선을 통해서 공신옹주가 대월국 왕에게 시집을 오기로 한 사실은 알려진 상태다. 물론 그때는 후궁이었지만 말이다.
“그렇소. 그대는 나의 황후고 조선 제국은 피로 맺어진 동맹국이오. 그러니 도와주시오.”
드디어 대월국 왕의 입에서 공신옹주를 황후라고 불렀고.
그 말에 박충선은 미소를 머금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대월국 수도성을 지키는 일은 조선 제국의 충신인 박충선 대인과 상론하시면 될 것입니다.”
“고맙소.”
대월국 왕이 안도하듯 말했다.
“조선 제국의 최정예 군대가 대월국에 침략한 아유타야 왕국 놈들로부터 수도성을 지킬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박충선이 나섰다.
“박충선, 그대도 알겠지만, 수도성에는 3,000명의 병력 밖에는 없소.”
“예, 압니다. 조선 제국 옹주부의 병력이 700명이지만 이미 공신옹주 아니 신임 황후 마마의 지시로 제가 조선 제국에 연락선을 보낸 상태입니다.”
“벌써 연락선을 보냈다고 했소?”
대월국 왕이 되물었고.
대월국 조정 신료들은 희망을 품은 눈빛으로 박충선을 바라봤다.
“예, 그렇습니다. 폐하. 그리고 며칠 전에 조선 제국으로부터 참담한 통보를 받았나이다.”
“참담한 통보? 혹여 구원병을 보내지 않겠다는 통보요?”
황제가 되물었을 때 대월국 조정 신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오?”
“저도 몰랐으나 조선 제국 황제 폐하의 칙령으로 이주는 이미 조선 제국의 영토였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했나?”
대월국 왕은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으로 박충선에 되물었다.
“조선 제국이 이주를 복속시켰는데 그대는 왜 선대 황제께서 이주를 친정하시려고 할 때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건가?”
대월국 왕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중요한 사실도 아니게 됐습니다. 그 일에 숨겨져 있는 명나라의 음모만이 남은 것입니다.”
“명나라의 음모?”
“예, 그렇습니다. 조선 제국은 이주를 대만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이미 명나라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명나라의 왕은 명나라와 대월국이 혼인 동맹을 맺을 때 지참금으로 대만이 된 이주라는 섬을 대월국 선대 황제께 줬습니다. 다시 말씀을 드린다면 모든 것은 사악한 계략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으음!”
“선대 황제께서 조선 제국에서 이주가 아닌 대만으로 부르기로 한 섬에 상륙하여 정벌을 시작하셨다면 조선 제국과 대월국은 적이 됐을 겁니다.”
“명나라의 왕이 그것을 노렸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대월국의 주력 군대가 대만 정복을 위해서 떠날 때를 기다려서 남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월국이 위기에 빠진 사실을 확인하고 승냥이가 썩은 고기를 노리듯 아유타야 왕국의 수괴가 침략해 왔습니다. 대월국의 국난은 모두 명나라에서 계획한 것입니다.”
“옳도다.”
“제가 만약 조선 제국 황제 폐하께서 대만에 군대를 보내시어 정복하셨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선대 황제께 고했을 겁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지만, 위기에 빠진 상대라면 손바닥으로도 해가 가려지는 법이다.
“그대는 정말 몰랐나?”
“예, 그렇습니다. 제가 확인한 것으로는 조선 제국 대전 신료들도 몰랐다고 합니다. 제가 황제께 드린 말씀을 폐하께서는 확인해 보실 방법은 많을 것입니다.”
박충선의 말에 대월국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 일이 참인지 거짓의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
“예, 그렇습니다. 반드시 신임 황후 마마를 호위하는 조선 제국군이 대월국을 수호할 것입니다.”
박충선이 당당하게 말했다.
“고맙네, 조선 제국군을 대월국 군대에 편입하라.”
“망극하옵니다.”
“망극하다?”
“예, 그렇습니다. 조선 제국군은 조선 제국의 지휘관이 지시하는 지휘만 따릅니다. 이것은 저도 어떻게 바꿀 수 없는 황제 폐하의 칙령이고 조선 제국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은 대월국 황후 마마입니다.”
박충선의 말에 대월국의 왕과 신료들이 가벼운 갑옷을 입은 공신옹주를 봤다.
“제가 조선 제국군을 이끌고 대월국의 수도성을 지킬 것입니다.”
대월국 왕과 박충선이 말할 때 가만히 있던 공신옹주가 대월국 왕을 보며 말했다.
“하···!”
대월국 왕의 입에서는 탄성 비슷한 것이 터졌지만 지금 대월국은 다른 대안이 없었다.
“황제 폐하.”
“왜 그러시오, 공, 아니 황후.”
대월국 왕은 이제 공신옹주를 황후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월국 왕에게 남은 아내는 공신옹주 밖에는 없었다.
“조선 제국의 식민지인 대만 총독부에서 1만의 대병을 보낼 것입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대월국과 대만 섬은 멀지 않습니다. 또한 조선 제국의 군선은 그 어떤 나라에서 운영하는 군선보다 크고 빠릅니다.”
대월국 왕은 항구에 정박해 놓은 3척의 범선을 이미 본 상태였다.
“아오.”
“제가 대월국의 황후로 대월국을 지킬 것인데 이제 제가 어디에 앉아야 합니까?”
공신옹주가 대월국 왕에게 도도한 눈빛으로 물었다.
“으음, 의자를 내 옆에 놓아라. 그리고 황후께서는 내 옆에 앉으시오.”
대월국 왕의 말에 공신옹주가 당당하게 대월국 왕이 앉아 있는 단상 위로 걸어갔고.
그와 동시에 공신옹주를 호위하며 이곳으로 왔던 옹주부 호위 총관 무장 둘이 단상 앞에 대월국 왕과 공신옹주를 호위하듯 섰다.
‘대신들은 눈살을 찌푸릴 틈도 없지.’
박충선 역시 대월국 재상을 마주 보며 섰다.
“폐하의 칙령으로 제가 이 자리에 앉겠어요.”
“그렇게 하시오.”
대월국 왕은 어쩔 수 없이 공신옹주의 말에 동의했다.
“조선 제국군 300명은 대궐을 수비하라.”
공신옹주가 바로 지시했다.
“그와 함께 신식 소총과 대포로 무장한 나머지 병력은 수도성의 성벽을 사수하기 위해서 출정하라.”
당당하게 말하는 공신옹주였는데 그녀는 이제 공식적으로 대월국의 황후라는 사실을 선포한 거였다.
“예, 알겠사옵니다.”
박충선이 크게 대답했고.
대월국 조정 신료들은 당황한 눈빛이었으나 대안이 없기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 * *
대만 총독부 항구 앞.
100척의 군선이 대만 총독부 군대를 태우고 대월국으로 출항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우현 대만 총독이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선 제국군 1만이다.”
우현 대만 총독이 부관을 보며 말했다.
“예, 대월국을 안정시키고 남방 아시아를 평정할 선발대입니다.”
조선 제국 황제 융은 대월국을 필두로 해서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하나로 묶어서 남방 아시아라고 부르기로 했다.
“신식 소총으로 무장한 소총병이 8,000명이고 나머지 2,000명은 화력 부대입니다.”
부관의 말에 우현 대만 총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폐하의 거대한 웅지는 끝없으시다.”
우현 대만 총독은 황제 융의 용안을 떠올리는 순간 심장이 마구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