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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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전.
‘역사적으로.’
연산군은 성종 붕어 5일 후에 조선의 10대 임금으로 즉위했다.
‘그 5일의 시간은 아마도.’
인수대비가 고민했던 시간이었으리라.
자기 며느리인 폐비 윤 씨에게 지은 죄가 클 테니까.
그리고 그 아들이 조선의 임금이 되기 전이니까.
만약 내가 조선의 임금으로 즉위한 후에 폐비 윤 씨 사건을 거론하여 보복한다면 제일 먼저 화를 입을 자들은 인수대비의 문중인 한 씨 문중이니 고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왕실의 정통성이냐, 자기 친정 가문의 안전이냐를 고심할까?’
만약 내가 서자 출신 장자라면?
진성이 태어나면서 바로 세자의 자리에서 폐위됐을 거다.
‘하지만.’
나는 가장 완벽한 명분인 정통성을 가진 적장자다.
그것이 조선에서 가진 최고의 즉위 명분이고 힘이다. 거기다가 나는 이미 장성한 상태다.
인수대비의 대안이라면 진성대군인데 어리다.
“주상 전하.”
이번에 동궁전 장 교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직이다. 나는 아직 임금이 아니다.”
즉위 전이다.
내가 진짜 연산군의 몸으로 들어왔기에 이것이 조선의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나비 효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앞으로 내가 아는 조선의 역사와 다르게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빈소를 지키셔야 합니다.”
적장자인 세자가 빈소를 비운 상태다. 조정 신료들은 불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위 중이다.”
내가 빈소를 비웠다는 사실을 인수대비도 보고 받았을 거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쪽 사람인 상궁이 내 지시받고 보고했다고 해야 할 거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수가 틀어지면 막가보겠다는 통보다.
“예?”
장 교위가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할머니께서 결정할 시간을 드린 후에 할마마마를 뵈어야지.”
왕이 되지 못한 적장자 대군은 죽는다.
아니면 양녕대군처럼 미친 듯 인생을 즐기거나.
‘인수대비의 마음에 진성이 있다면?’
나를 죽이려 할 거다.
명분이고 적장자고 뭐고 다 뒤로 하고 자기가 폐비 윤 씨에게 했던 짓만 생각한다면 그럴 거다.
나를 죽이겠다고 결정한다면 친정인 한씨 가문 사람들을 대궐 안으로 부를 거다.
‘할마마마께서는 어리석은 분이 아니시겠죠.’
나는 인수대비를 떠올렸다.
“몇이냐?”
내 물음에 눈빛이 확 달라지는 장 교위다.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끝냈다.
“급히 상경한 자들이 200입니다.”
진짜 연산이 즉위할 때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내가 왜 이렇게 긴장하냐고?
나비 효과라는 것이 있지.
나의 존재 그 자체가 나비 효과니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세자일 때부터 왕실 종친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해괴한 짓을 많이도 했었다.
“그중에 20을 진성의 사가로 보내라.”
모두가 적장자라는 명분을 버린다면 나는 폭군이 되는 거야.
“세, 세자 저하.”
장 교위가 놀랐다.
“한 씨 문중에도 50명을 보내라.”
“세자, 전하.”
“오늘이 피를 봐야 하는 밤이라면 뜨거워질 거다.”
“하오나!”
장 교위는 내가 당연히 즉위할 것인데 왜 이렇게 긴장하냐는 눈빛이다.
“할마마마의 선택으로 내가 졸하면 장 교위도 그대로 죽는다.”
장 교위는 나의 최측근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두가 안다.
내 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장 교위다.
‘세조의 마음이 나처럼 이랬을까?’
조카인 단종을 폐위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세조는 자신의 자리가 아닌 것을 가지려 했고.
나는 나의 것을 지키려고 움직일 수도 있다는 거다.
“조선에서 역적의 가족으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처절한지는 알 것이다.”
“명을 따르겠나이다.”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장 교위.”
“예, 주상 전하.”
“그대는 나와 조선을 바꿀 준비가 됐는가?”
조선은 이래로는 안 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장 교위도 눈빛이 확 달라졌다.
“오늘 밤만 과인에게 길도다.”
* * *
성종 승하 하루 후, 인수대비의 전각.
내가 알기로 또 역사적으로 성종이 승하한 후 5일이 지난 후에 연산이 즉위했다.
그러니 그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왕실의 큰 어른인 인수대비는 고민이 많았을 거다.
‘진성은 너무 어리고.’
진성을 즉위시키면 자신이 수렴청정해야 하지만 인수대비는 자기 시아버지인 세조가 단종에게 한 짓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인수대비는 세자 융의 모친인 폐비 윤 씨에게 자신이 했던 모든 악행이 떠올랐다.
‘세자 융을 사사하지 않고는 어렵다.’
이미 훗날 연산군이 될 수도 있는 성종의 적장자인 융은 장성한 상태였다.
연산군의 이름은 융이다.
하여튼 세자 융은 폐비 윤 씨의 소생이고.
과거 고부갈등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고 그래서 폐비 윤 씨가 끝내 폐서인이 된 후에 사약까지 받게 되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 바로 인수대비였다.
그러니 세자 융이 달가울 수가 없었다.
“아!”
답을 찾을 수 없기에 인수대비는 탄성을 터트렸고.
급히 부른 한 씨 문중 수장인 인수대비의 조카가 인수대비의 표정을 살핀 후 결심한 눈빛을 보였다.
“대비마마, 폐비 윤 씨 문제로 훗날에 무슨 사달이 일어날지 모르옵니다.”
상복을 입은 인수대비 앞에는 외조카가 엎드려 있었다.
“으음!”
인수대비는 대답 없이 신음을 토해낼 뿐이었다.
“명을 내리시면 제가 거병하겠나이다.”
힘의 논리로 접어들면 명분이나 정통성은 문제가 아니었다.
조선에서 태종이 그랬고.
세조가 그랬으니까.
“거병?”
한 씨 문중이 조선의 병력을 어느 정도 장악했다는 의미일 거다. 사실 대궐을 지키는 내금위의 인원이 200명이 넘지 않으니 마음만 먹고 계획만 잘 수립해서 실행한다면 반정이나 역모도 어렵지는 않았다.
단지 그 성공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냐는 것이 관건이라면 관건이다.
“세자의 생모가 어찌 사사되었는지 세자께서 아신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사실 조정 신료들 대부분은 이 밤에 잠들 수가 없었다.
폐비 윤 씨가 폐위된 일에 관련 있는 자와 또 폐비 윤 씨가 사사된 일에 관련이 있는 자는 세자가 즉위하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되니까.
“거병이라···.”
이미 대세는 기울었으나 불안한 인수대비와 그녀의 친정 가문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제가 진성대군을 옥좌에 올리겠나이다.”
한 씨 문중 수장이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 할 말을 꺼냈다.
“대세는 기울었네.”
이미 융의 나이 18세였다.
조정 대신들은 모두 인수대비의 윤허만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세자를 지지하는 세력도 꽤 있다는 사실을 인수대비는 잘 알고 있었다.
“대비마마, 주상전하 납시었나이다.”
궁녀들은 이미 융을 임금이라 불렀고.
인수대비와 그의 외조카는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인수대비의 명이 떨어지기도 전에 문이 조심히 열렸다.
그리고 곧 임금이 될 융이 들어왔다.
‘나인들이 벌써 융을 주상이라 부르는군.’
이것만 봐도 대세는 기울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인수대비였다.
‘세자는 내 시아버님의 씨다.’
융이 조선의 임금이 되지 못하고 대군으로 살아남는다면 어린 나이에 옥좌에 올린 진성도 단종처럼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런 일을 눈으로 직접 본 인수대비는 연산군이 될 융을 사사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 * *
인수대비의 전각.
“세자는 내게 뭐라고 했는가?”
인수대비가 나를 노려보며 되물었다.
“할마마마와 어마마마께 불효하지 않고 형제의 우애가 깨지지 않게 하소서.”
할마마마는 인수대비고.
어마마마는 진성대군의 생모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종반정을 주도한 3인방이 거병한 후에 진성대군의 모후에게 달려가 진성대군을 보위에 올리는 것을 허락받았었다.
“반드시 그리할 것입니다.”
또 한 번 강조!
나는 인수대비에게 정중히 말한 후 외척인 인수대비의 조카를 노려봤다.
내가 이렇게 죽일 듯 노려보고 있기에 인수대비의 조카는 고개만 푹 숙이고 숨 졸이고 있다.
‘이 시점에 인수대비를 찾아?’
내가 조선의 임금이 될 사람인데?
내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기에 이런 걸 거다.
그리고 저 두 사람의 대안은 진성대군인데 할머니인 인수대비께서 나를 죽이지 못한 상태에서 진성을 조선의 10대 임금으로 즉위시키면 진성대군은 제2의 단종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눈치다.
‘그렇게 되면?’
오늘 밤 대궐 안과 도성 안은 피로 물들 거고.
어린 이복동생인 진성대군은 죄도 없이 또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복형의 칼에 죽게 될 것이니 새어머니는 피눈물을 흘리게 될 거다.
“주상.”
인수대비의 입에서 주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됐군.’
나의 한마디로 인수대비는 대세를 꺾을 수 없다고 직감한 거다.
“할마마마께서도 소손을 이제 주상이라 부리시니 대세는 저에게 있나이다.”
내 말에 얼굴을 구기는 인수대비였다.
자신이 했던 모든 과거가 지금 주마등처럼 지나갈 거고.
그 주마등에서 폐비 윤 씨와의 일들이 떠오를 거다.
“수신제가하니 치국평천하라고 했나이다.”
“뭐라고 했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되묻는 인수대비다.
“소손이 비록 아직 할마마마께서 흡족하실 정도로 수신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집안을 단속하여 화목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군주의 덕목을 잊지 않는다면 천하를 어찌 도모하지 못하겠습니까.”
천하를 도모한다?
이 말을 통해서 조선을 강하게 만들겠다고 인수대비에게 공표한 거다.
“주상, 천하를 도모한다고 하였소?”
인수대비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천하의 의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또 위험한 단어일 수밖에 없다.
“그렇사옵니다. 또한 지금 왜 진성의 이름이 나오는지 잘 압니다.”
내 말에 인수대비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궐의 벽에는 귀와 눈이 있지.’
그 귀와 눈을 누가 장악했느냐에 따라서 구중궁궐의 힘의 행방이 달라지는 건데.
나는 이미 내시부에 충성 맹세를 받은 상태다.
그러니 한 씨 문중 수장이 인수대비를 찾아와서 어떤 말을 했는지 알고 있다.
“주, 주상.”
내 증조부는 세조다.
계유정난의 장본인.
어린 조카인 단종을 폐하고 임금이 된 폭군!
그리고 어린 조카를 죽인 잔인한 임금.
그런 존재의 피가 이 몸에 흐르고 있다.
‘권력 앞에는 동생이라고 다를까?’
인수대비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또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이다.
“잊을 겁니다.”“으음!”
“제 생모의 죽음을 제게 제일 먼저 고하는 자의 목을 벨 것이며 할마마마의 덕행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내 말에 외척은 기겁한 표정으로 벌벌 떨었다.
“다, 다 안다고 했소?”
인수대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원자 때부터 폐비 윤 씨에 관한 그 어떤 일도 성종의 어명으로 함구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어린 나는 월산대군 부인에게 키워졌다가 세자로 책봉됐다.
‘생각해보면 개새끼지.’
진짜 연산군은 키워준 백모를 자살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니까.
‘고운 백모님의 미소는 예뻤지만.’
은혜는 은혜로 갚아야 하는 법이다.
“아오나 이제는 모르옵니다. 계속 모를 것이고, 앞으로 잊을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인 성종에게도 또 어머니인 윤 씨에게도 인간적 정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말했잖아.
나의 영혼은 현대인의 영혼이라고.
“주상 이 할미에게 약조해주시겠소?”
인수대비가 간곡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말로는 못 할 말이 없는 거다.
그리고 그런 말을 믿어야 하는 인수대비는 대안이 없는 거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소손, 왕권을 더욱 강화하고자 합니다.”
지금도 왕권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강하다.
‘더 강화해야지.’
내가 하려는 일을 막힘없이 진행하려면 말이다.
나는 조선의 임금이 되면 천하를 도모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 준비는 세자일 때부터 진행했었다.
‘그리고.’
조선은 임금의 나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양반인 사대부의 나라로 변한 지 오래다.
훈구파가 권력을 쥐고 있고.
사림파가 사사건건 왕이 하는 일에 딴지를 건다.
이런 조선이니 어떻게 조선이 임금의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부터 바꾸지 않으면?’
조선은 천천히 썩어 없어진다.
사실 조선이 없어지는 것은 상관없다.
내가 죽어 조선이 있고 없음이 무엇이 그리 중요하겠는가.
다만 고토를 영원히 잃을 것이고.
또 미래에는 내가 아는 그대로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며.
남북이 분단되어 한민족이 힘을 잃게 될 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