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0)
ⓒ 흑곰작가
=======================================
****
악덕 군주 연산! -20화
대마도 포구.
조선에서 임금 융의 왕명을 받은 충선은 부산포에서 대마도로 향하는 배를 타고 일본 본토로 향하고 있었다.
왜인 충선 역시 조선의 임금 융의 지시로 상단을 꾸린 상태였고.
아탕개 상단만큼 거대해진 상대였다.
그리고 그렇게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밀무역을 금지하는 조선에서 유일하게 대놓고 밀무역을 할 수 있기에 세력이 커진 거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일본의 지방 영주들도 잘 알고 있기에 충선과 거래하고자 했다.
왜인 충선이 일본 본토로 향하는 이유는 임금 융이 원한 서양인을 구하기 위함이다. 사실 이때쯤 일본은 중앙 정부의 힘이 약화해서 번의 기능이 강해졌고.
각 번의 수장들은 병력을 모으며 후일을 도모하고 있었다.
“사와도 좋고 잡아와도 무방하고.”
충선은 인상을 찡그릴 뿐이다.
[속여도 된다.] [예?] [조선에 황금이 많다고 왜에 소문을 퍼트려라. 그럼 양인들이 귀가 솔깃할 거다.] [그런 소문이 퍼지면 왜구가 늘어납니다.] [지리산에 왜 별기군을 숨겼을까?]조선 팔도의 많고 많은 산 중에 지리산과 금강산에 임금 융이 세자 때부터 양성한 사병을 숨긴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아!] [돈이 된다면 왜구를 털어도 되지.]조선의 임금 융이 금강산에 사병인 별기군을 화적떼로 숨긴 이유는 야인을 대비하기 위함이고.
지리산에 또 다른 별기군을 산적으로 위장해 놓은 것 역시 남부 지방에 출몰하는 왜구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때 충선은 놀랐었다.
[왜구의 근거지가 대마도이니까.]역사적으로 제1차 대마도 정벌은 고려 창왕 2년에 박위가 이끌었으나 큰 성과가 없었고.
제2차 대마도 정벌은 조선 태조 5년에 있었으나 겁을 주는 것으로 끝냈다.
가장 유명한 제3차 대마도 정벌은 세종 1년에 임금의 지시로 이종무가 이끈 정벌인데 조선의 상대편인 대마도에서는 누카다케 전쟁이라고 하였지만 완전한 점령이 없었다.
만약 그때 이종무 장군이 과감한 결단력으로 대마도를 점령했다면 한반도의 해양 영토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여튼 임금 융이 왜인 충선에게 이런 소리를 해도 되는 이유는 그의 가문이 아탕개처럼 다른 지역 다이묘에 의해 멸족했기 때문이었다.
‘속이는 것이 더 쉽겠지만.’
하여튼 왜인 충선은 일본 본토로 향하고 있었다. 하여튼 조선의 임금 융의 계획은 차곡차곡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아프리카 희망봉도 발견하지 못한 시대이고.
대항해시대가 열리기 직전이라는 거였다.
“젠장, 그나저나 어디서 양인을 찾아, 어디서?”
충선은 사실 갑갑할 수밖에 없었다.
“답답하네.”
* * *
조선 대전.
“시범적으로 이앙법을 사용해서 농사를 짓는 토지에 새로운 농사 기법을 생각해봤소.”
조선은 농업을 최우선으로 한다.
“새로운 농사 기법이라고 하셨습니까?”
이앙법도 사실 새로운 농사 기법일 거다.
“영의정 그렇습니다.”
나는 이앙법을 사용하는 논에 벼를 심은 후에 그 논에 미꾸라지도 키우게 할 생각이다.
‘단백질 보충이 충실해야.’
아이들의 키가 더 자란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나를 위한 용맹한 군사가 된다.
“미꾸라지는 흙탕물에도 잘 산다고 하니 이앙법이 실행되는 논에 미꾸라지를 잡아서 키워보는 것이 어떨까요?”
내 말에 영의정은 놀란 눈빛이다.
“주상 전하, 정말 대단하십니다.”
“가을이면 벼를 추수하고 그 이후에 미꾸라지도 잡으면 일거양득이지 않겠습니까.”
사실 미꾸라지도 좋고.
우렁이도 괜찮다.
‘친환경 농법으로.’
우렁이 농법도 있으니까.
“주상 전하. 그 논에 미꾸라지와 함께 오리도 키워보심이 어떻겠습니까?”
그때 유자광이 내게 말했다.
‘탁월해.’
유자광은 서얼만 아니었으면 정승이 됐을 거다.
“무령군, 오리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오리와 거위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이앙법으로 논에 물이 있으니 그 논에 오리를 키우게 하면 백성들의 소출이 더 증가할 것 같사옵니다.”
“하하하, 정말 옳습니다.”
나는 모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조정 신료들께서는 이번 농사 기법을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게 살피셔야 할 것입니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내 말에 신료들이 나를 바라봤다.
“저수지에도 연을 심을 생각입니다.”
“연이라고 하셨습니까?”
대제학이 내게 물었다.
“그렇소. 연근이 구황 작물이 될 수 있으니 저수지에 물만 가두지 말고 연을 키워서 연근을 확보해 둡시다. 언제 흉년이 들지 모르니까.”
내 말에 신료들 대부분이 내가 성군이 될 수도 있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나는 어떤 면에서 팔색조다.’
오늘의 모습은 백성을 아끼는 성군의 모습이고.
내일의 모습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려는 왕권 강화에 힘을 쓰는 임금의 모습을 보일 테니까.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처음으로 조정 신료들이 나를 진심으로 칭송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하하, 저수지마다 연꽃이 만발하면 조선이 극락정토처럼 보일 거요.”
내 말에 신료들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왜 저러냐고?’
불교 용어인 극락정토를 내가 대전 회의에서 말했으니까.
그렇다면 왜 그랬냐고?
‘신하들이 나를 종잡을 수 없게 하려는 거지.’
누구도 나를 가늠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 * *
인수대비의 전각.
“주상께서 저수지에 연꽃을 피우시겠다고 신료들에게 말씀하셨다고?”
전달자에 따라서 임금 융이 하는 말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연꽃을 피우시고 연근을 통해서 백성들을 위해서 흉년을 대비하시고 연꽃으로 극락정토를 펼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상궁의 말에 인수대비는 흡족한 표정으로 변했다.
“호호호, 주상께서 부처이시다. 백성을 이리도 생각하는 성군이다.”
인수대비는 임금 융이 성군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주상이시니 참으시는 거지.’
폐비 윤 씨의 일을 아직 거론하지 않기에 인수대비는 안심하고 있었다. 하여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수대비는 이미 눈과 귀가 가려진 상태라는 거였다.
상궁을 통해서 임금 융이 인수대비에게 들려주는,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었으니까.
* * *
조선 대전.
오늘은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지리산 일대에 산적들의 횡포가 극심하다고 하니 나는 임금으로 어린 백성들을 가엽게 여겨 갑사 부대 2군을 출병하여 지리산 일대에 은거한 산적을 토벌할 것이다.”
어린 백성?
어리석은 백성이라는 뜻이지.
왜 조선의 임금들은 백성을 어리석다고만 생각했을까?
그게 아니라 조선의 백성이 계몽되지 않고 계속 어리석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야 지배하고 통치하는 데 수월할 테니까.
이건 임금만의 생각은 아닐 거다.
지배층인 사대부도 마찬가지일 거다.
“주상 전하, 토벌이라 하셨습니까?”
그리고 대전 회의에 참석했던 조정 신료들은 임금의 옥좌 아래에 갑사 부대 2군 부장이 검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었다.
“그렇소. 아니 될 이유는 없지 않소.”
어린 백성을 내가 보살피겠다고 했기에 누구도 반대할 수는 없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바로 유자광이 나섰다. 요즘 유자광은 내게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자광이 자기 문중을 다 뒤져서 미색이 출중한 여자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이것이 공길이 가지고 온 첫 번째 첩보다.
[그렇더냐?] [예, 유자광의 사택 마름이 지방에서 처자들을 찾는답니다.] [찾아?] [산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둔갑시키겠다는 거지?] [예, 어느 집 처자일지는 모르겠지만 미색만 출중하다면 팔자를 고치지 않겠습니까.]팔자를 고친다?
유자광이 미색을 가진 소녀를 찾아낸다면 내게 진상할 것 같다. 아마도 조카딸이라고 하겠지.
그런 후에 외척 노릇을 하려고 할 것 같다.
‘숙종처럼 환국 정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분명한 것은 유자광이 그리한다면 모르는 척 일단 속아주고.
나중에 유자광을 숙청해야 할 때 빌미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여튼 공길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영의정을 봤다.
“주상 전하,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옵니다.”
영의정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갑자기 500명의 내 친위대가 사대문을 벗어나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조선의 임금인 내가 신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갑사 부대를 창설한 이유는 백성들이 호환에 고통받기에 그것을 구제하기 위함이었으나 남부 지역에 산적이 출몰하니 산적부터 토벌할 것이오.”
물론 갑사 부대 1군 200명이 국적을 잡으러 충청도로 떠난 상태다.
사실 갑사 부대는 아예 없는 부대를 새롭게 창설한 것은 아니고.
오위에서 의흥위에 속해 있던 갑사를 더 강화한 거다.
“그러니 누구도 반대하지 마시오.”
사실 조정 신료들은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갑사 부대를 창설할 때 들어간 모든 비용은 나의 내탕고에서 쓰였으니까.
“또한 탐관오리에 의해서 궁핍한 백성이 산적이 된 경우가 있다면 그 역시 안타까운 일이고 산적도 나의 백성이니 그들을 가엽게 여겨 반항하지 않고 토벌대에 투항한다면 죄를 묻지 않을 것이오.”
먼저 선수를 쳤다.
“주상전하, 죄가 있는 도적들에게 어찌 죄를 묻지 않으시겠다고 하십니까?”
사림의 거두 김일손이 나섰다.
“그렇습니까?”
“죄가 있는데 벌하지 않으면 조선의 근간이 무너집니다.”
“죄가 있다면 반드시 벌하라?”
“예, 그렇사옵니다. 어린 백성을 주상께서 아끼시어 산적을 토벌하시는 것은 신하의 도리로 반대할 수 없으나 화적이나 도적이 된 자는 반드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옵니다.”
“대감의 말씀도 옳소.”
내가 자기의 말에 동의하듯 말하자 김일손은 웬일이냐는 눈빛을 찰나의 순간 보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하라는 대감의 말씀을 나는 깊이 새기겠소.”
나는 김일손을 매섭게 노려봤다.
“생포된 자가 있다면 내가 친히 국문을 통해서 죄의 유무를 가릴 것이오, 됐소?”
“예, 그렇사옵니다.”
“오늘 대전 회의는 이것으로 끝냅시다.”
나는 바로 옥좌에서 일어나 대전을 나와 버렸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