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21)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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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 2년(1501년) 8월 말, 조선 제국 대전 회의장.
린쌍 왕국에서 보낸 사신과 대월국 옹주부 관원이 공신옹주를 대신해서 조선 제국 대전 회의장에 와서 나를 알현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린쌍 왕국의 첩자가 대월국에 있다.
대월국에서 공신옹주가 보낸 관원이 조선 제국에 왜 왔는지는 이미 아는 거다.
“위대하신 조선 제국 황제 폐하!”
린쌍 왕국에서 보낸 사신이 대전 회의장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쳐서 나를 불렀는데 그의 표정에는 억울함과 간곡함이 담겨 있었다.
“린쌍 왕국도 대월국과 함께 조선 제국의 보호를 받는 보호국입니다. 그러니 동맹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대월국에서 린쌍 왕국의 정벌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은 조선 제국을 기둥으로 하는 동맹 관계를 해치는 일이니 조선 제국 황제 폐하께서 대월국을 엄히 꾸짖어 주십시오.”
“린쌍 왕국의 사신은 진정하게.”
“망극하옵니다. 하오나 대월국은 조선 제국이 이룬 평정의 시대에 의하여 평화로웠는데 대월국이 그 평화의 질서를 깨려고 하니 제가 린쌍 왕국의 전하를 대신하여 이렇게 간곡하게 청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을 내게 고하려는지 일단 알겠네.”
나는 린쌍 왕국 사신에게 말한 후에 공신옹주가 보낸 관원을 봤다.
“왜 대월국은 린쌍 왕국을 정벌하려고 하는가?”
“폐하, 린쌍 왕국은 예전 아유타야 왕국을 도와서 아유타야 왕국이 대월국을 침략했을 때 길을 열어준 죄가 있나이다. 대월국 왕은 그래서 그 일에 대한 징벌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사실 이번 계략은 내가 짜서 대월국 박충선과 공신옹주에게 밀서로 보낸 거다.
“린쌍 왕국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은 배상금을 통해서 갚지 않았나?”
“그런 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과거는 잊고 조선 제국의 그늘에서 평화로워야 하지 않는가?”
“하오나 대월국은 지난날의 국난으로 왕실의 종친들이 도륙되었나이다. 만약 그때 조선 제국이 남방군을 보내주시지 않았다면 아유타야 왕국의 침략군에 의하여 대월국 왕실은 멸족하였을 것입니다.”
“나도 그 일에 관해서는 보고받았다.”
“예, 그렇나이다. 만약 그때 아유타야 왕국의 만행을 조선 제국군이 막아주시지 않았다면 황후 마마의 안전도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폐하께서 아시는 것처럼 그때 대월국 전하의 혈족 모두가 참살되었습니다. 만약 구원군이었던 조선 제국군이 조금이라도 늦게 수도성으로 도착했다면 황후마마의 안녕이 위태로웠을 것이라서 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뿐입니다.”
“만약 그때 나의 오누이인 공신옹주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아유타야 왕국과 린쌍 왕국은 더는 남방 아시아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폐하, 수도성 급습 만행은 린쌍 왕국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나이다. 린쌍 왕국은 아유타야 왕국의 협박으로 그저 군대의 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나이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마음이 그렇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과거를 생각해 보면 남방 아시아의 은원 관계는 모두 아유타야 왕국의 야욕에서 시작됐구나.”
나는 의도적으로 아유타야 왕국의 과거를 소환했다.
“예, 그렇나이다. 그래서 대월국 전하와 왕비께서는 과거를 잊지 않고 린쌍 왕국을 먼저 징벌하여 원한 관계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공신옹주가 보낸 관원이 내게 말했다.
“이번 일은 내가 통촉한다고 해서 처리될 일이 아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월국과 린쌍 왕국 그리고 아유타야 왕국은 조선 제국의 보호받는 보호국이다. 삼국의 분쟁이 남방 아시아의 평화를 깨고 또 조선 제국이 만든 질서를 무너트릴 수도 있도다.”
“대월국 왕실의 피눈물을 통촉하여주십시오.”
공신옹주가 보낸 관원의 간곡함에 나는 난감한 표정을 보였다.
“조정 신료들은 들으시오.”
내 말에 조선 제국 조정 신료들이 모두 나를 봤다.
“예, 폐하.”
“남방 아시아 삼국에서 일어난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소? 모두가 알다시피 남방 아시아 삼국은 조선의 보호를 받는 보호국이고 조선 제국 남방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요.”
“폐하, 병조 판서 겸 갑사 군단 총사령관이 말씀 올리겠나이다.”
“말해보시오.”
“삼국에 모두 조선 제국 남방군이 주둔하고 있나이다. 대월국이 과거의 원한을 잊지 않고 린쌍 왕국부터 공격한다면 린쌍 왕국에 주둔하며 린쌍 왕국을 보호하기로 했던 남방군 2군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럴 것이오.”
“또한 대월국이 징벌 전쟁을 시작하면 동맹군인 남방군 1군 역시 대월국을 도울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선 제국 남방군들이 동지를 향하여 총부리를 겨누게 됩니다.”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예, 그렇습니다.”
“영의정 유자광이 아룁니다.”
“말씀해보시오. 영의정.”
“대월국과 린쌍 왕국 그리고 아유타야 왕국이 조선 제국의 보호를 받는 보호국이라고는 하지만 조선 제국은 지금까지 삼국의 내정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인 내정 간섭은 없었다.
‘대월국은.’
박충선과 공신옹주를 통해서 실효적 지배에 돌입한 상태고.
아유타야 왕국은 아유타야 척식 회사를 통해서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린쌍 왕국도 린쌍 척식 회사가 설립된 상태다.
“그렇소.”
“그러니 삼국의 문제는 삼국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그냥 두시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각국의 주권이 각국의 왕에게 있으니까요.”
“영의정의 생각은 그렇다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병조 판서가 폐하께 주청하려는 사항은 대월국이 린쌍 왕국을 징벌하려고 할 때 대월국에 주둔하고 있는 조선 제국 남방군 1군이 대월국 군대를 돕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청한 것입니다.”
“그래야지요.”
“그러니 린쌍 왕국에 주둔하고 있는 조선 제국 남방군 2군 역시 대월국이 공격해 오면 군사행동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남방군끼리 싸울 수는 없습니다.”
영의정 유자광의 말에 린쌍 왕국 사신이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였다.
“조선 제국이 이번 분쟁에 나서면 안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삼국 모두 주권을 가진 독립국이고 국방력과 외교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폐하의 칙령으로 삼국의 분쟁에 개입하게 되면 내정 간섭이 될 것입니다.”
돌려서 말하면 삼국 중 누구라도 외교권과 국방권을 조선 제국에 내놓으면 더 강력하게 보호해 주겠다고 공표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보호국인데.”
“외세에 대한 특히 명나라의 침략을 보호하기 위하여 남방군이 각국에 주둔하고 있나이다. 남방 아시아 자체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영의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의정과 병조 판서의 말이 옳다. 조정 신료들은 모두 들으시오.”
“예, 폐하.”
“조선 제국은 남방 아시아 삼국의 내정에 관여하지 않았소, 그러니 이번 분쟁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오, 그에 따라서 남방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남방군은 그 어떤 군사적 행동도 금지하오. 삼국 간의 분쟁이 끝내 전쟁으로 발전해도 각국에 주둔하고 있는 남방군은 조차 지역을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오.”
“예, 알겠나이다.”
병조 판서가 우렁차게 대답했는데 린쌍 왕국에서 보낸 사신이 나를 바라봤다.
“황제 폐하, 진정 대월국에 주둔하고 있는 남방군 1군이 대월국 군대를 돕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 또한 린쌍 왕국에 주둔하고 있는 남방군 2군도 린쌍 왕국을 돕지 않을 것이다.”
내 말에 린쌍 왕국에서 보낸 사신은 그렇다면 전쟁에 승산이 있다는 눈빛을 보였다.
“예, 알겠나이다.”
“혹여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대월국이든 린쌍 왕국이든 외세를 끌어드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명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한다면 그 자체가 조선 제국과 적이 되겠다고 공표하는 것으로 알고 내가 응징할 것이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월국도 또 린쌍 왕국도 조선 제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 신무기들을 수입하려고 총력을 다할 것이다.
‘이번 기회로 구식 무기 창고를 다 비우자.’
여전히 무기 창고 안에는 구식 무기들이 가득하니까.
“아시아의 태양이시며 기둥이신 조선 제국 황제 폐하께 린쌍 왕국 전하가 보낸 사신인 제가 독대를 청하옵니다.”
린쌍 왕국 사신이 결심한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한치의 틀림도 없지.’
이제부터는 남방 아시아 삼국은 무기 증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나와 독대?”
“예, 그렇습니다. 조선 제국 대전 회의장에는 대월국과 친분을 유지하는 신료들이 많고 또 대월국에서 보낸 사신이 저기 있으니 린쌍 왕국 전하게 제게 보낸 서신을 폐하께 전하기 곤란하옵니다.”
이 말을 통해서 이미 린쌍 왕국은 조선 제국에 무기를 수입할 생각까지 하고 온 거였다.
“듣고 보니 그렇소. 허락한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린쌍 왕국에서 보낸 사신이 허리를 내게 숙였다.
* * *
명나라 대전 회의장.
“북원의 야만 전사들이 대명 제국 서북부 지역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명나라 대신 한 명이 다급한 표정으로 명나라 황제에게 고했다.
“으음!”
황제는 신음만 터트렸다.
“북원의 만행이 하늘에 닿고 있나이다. 또한 자금성 북부 지역까지 침범하여 약탈하고 있기에 혹여 자금성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개혁 대신, 이번 일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소?”
사실 명나라는 현재 수도인 북경이 조선 제국과 너무 가깝기에 천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원이 준동하여 약탈을 일삼고 있기에 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었다.
“논의되었던 천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끝내 천도?”
“예, 그렇습니다. 사실 북경은 조선 제국과 너무 가까이 있나이다.”
“그렇기도 합니다.”
“또한 북원의 군대는 기동력을 갖추고 있기에 혹여라도 이 시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면 남진할 수도 있고 북원이 침략해 오면 그것을 보고 조선 제국이 기회라고 생각하여 산해관을 넘을 수도 있나이다.”
평화 협정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나라 황제는 잘 알고 있었다.
“옳은 말이요, 그렇다면 어디로 천도해야 할까?”
명나라는 북경과 함께 남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남경이 어떻겠습니까?”
그때 대신 한 명이 명나라 황제에게 말했다.
“남경?”
“예, 그렇습니다.”
“남경은 어렵습니다.”
개혁 대신이 황제에게 말했다.
“왜?”
“남경 바로 아래가 저장성이고 조선 제국보다야 기세가 약하지만, 조선의 번국(藩國)이라고 할 수 있는 항주 총독부가 있습니다.”
“천도 문제가 논의될 때마다 마땅하게 천도할 지역이 없으니 참담할 뿐이도다. 이런 상태인데 언제 대명 제국을 짐이 재건하겠는가.”
“망극하옵니다. 폐하!”
“폐하, 대명 제국이 재건되기 위해서는 물산이 풍부하고 물류가 집결되는 지역이어야 합니다.”
“그렇소.”
“과거에 광주로 불린 충칭으로 천도하심이 옳을 듯합니다.”
충칭이라는 이름의 뜻은 경사가 두 번 겹쳤다는 의미다.
“충칭으로?”
“예, 그렇습니다. 중원의 물류가 대부분 충칭으로 모이니 충칭으로 천도하여 재건에 돌입하셔야 합니다.”
개혁 대신의 말에 명나라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짐이 고심해 보겠소.”
그래도 결론은 내지 못한 명나라였다.
‘천도가 어디 쉽겠는가.’
명나라 황제는 천도에도 막대한 자금이 쓰이기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 거였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