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3)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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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23화
지리산 별기군 산채.
지리산 별기군의 산채는 요란하고 부산했다. 대궐에서 날린 전서구에 의해서 별기군의 중앙군이라고 할 수 있는 갑사 부대가 곧 지리산 산적으로 위장한 별기군을 토벌하러 파병된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일부 병력은 지휘관의 지시로 토벌대에 투항해서 한양으로 상경할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소금에 절여 놓은 왜구의 목의 합이 400두입니다.”
지리산 별기군이 창설된 후에 산에 숨어서 훈련만 계속한 것이 아니고.
훈련이 끝난 정예 병력은 전서구 체계에 의해서 빠르게 연락할 수 있었기에 왜구들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급파되어 왜구들을 썰어버렸다.
그리고 왜구들에게 지리산 별기군은 누구보다 잔인했다.
그렇게 박힌 참혹한 왜구의 시체를 보고 다른 왜구들이 노략질하러 오지 못하게 만든 거였다.
“잘 챙겨야 할 것이다, 왜구들의 수급이 우리의 목을 대신할 것이니까.”
지리산 별기군 부장의 말에 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부장, 썩은 왜구의 목이 상당합니다.”
지리산과 금강산의 별기군은 조선의 임금 융이 세자일 때부터 은밀하게 조직한 무장 단체이기에 왜구의 목이 썩은 것들도 상당했다.
“주상께서 상관없다고 하셨다.”
근래 남부 지방에 왜구가 출몰하면 바로 지리산에 은거한 별기군이 출동해서 왜구를 썰어버렸고.
그래서인지 조선의 지방군과 지리산 별기군들의 마찰은 거의 없었다.
하여튼 생포된 왜구들은 혀를 자른 후에 임금 융의 명령을 받은 박충선이 토지를 사서 운영하는 집단 농장의 노예로 죽을 때까지 일해야 했다.
“하지만 사대부들이 속지 않을 겁니다.”
“주상께서 가라사대 군권이 강성하면 손바닥으로 해는 당연히 가려지신다 했다.”
놀랍게도 공자나 맹자의 뒤에 붙이는 가라사대라는 단어를 주상이라는 칭호 뒤에 붙였으니 이들에게 조선의 임금 융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아!”
“다행스러운 일은 며칠 전에 출몰한 왜구의 목을 꽤 베어 수급을 확보했으니 별 탈 없을 것이다.”
이렇게 조선의 임금 융은 지리산 별기군을 갑사 부대에 합류시킬 모든 준비를 끝냈다.
* * *
사림파의 거두 김일손의 사가 사랑채.
“뭐라?”
김일손이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상께서 대궐 밖에서 시전을 철폐하라고 주청을 올리고 있는 성균관 유생들 앞에서 경로잔치를 벌렸습니다.”
임금 융의 지시는 바로 승정원과 내시부에 의해서 진행됐고.
대궐 앞에서 시위하는 성균관 유생들 앞에서 경로잔치를 펼치며 모든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물론 어떤 이는 조선이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임금이 성균관 유생들을 내칠 수 없으니 풍자로 성균관 유생들을 희롱했다고 말했었다.
“주상께서 날이 갈수록 도깨비장난만 늘어놓으시는구나.”
“경로잔치로 성균관 유생의 기세가 많이 꺾였습니다.”
한마디로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성균관 유생들에게 현타가 온 거였다.
“대감.”
그때 가만히 있던 관료 하나가 김일손을 불렀다.
“또 무슨 일이오?”
“주상과 계속 반목만 하실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뭐라고요?”
“주상께서 때때로 황망한 일을 펼치시기는 하지만 조선이 지금보다 풍요로웠던 때는 없습니다. 또한 백성들이 풍족한 삶을 누리고 살았던 적도 없고요.”“그래서요? 반상의 도가 무너지고 유학의 근본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선비 된 자의 도리로 그냥 지켜보자는 겁니까? 아니면 훈구파들처럼 동조하자는 겁니까?”
김일손이 자기에게 말했던 관료를 꾸짖듯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지 않습니까.”
“주상이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게 바로 잡아드려야 그것이 선비의 도리이고 신하의 도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김일손을 비롯한 사림파는 자신이 정해 놓은 옳은 길을 가는 존재일 거다.
이런 부류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절대 꺾지 않는 사람들이라서 반대파와 항상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
“나는 조선의 신료 이전에 선비이고 또 올바른 뜻을 세운 학자입니다. 아시겠소.”
김일손이 사림파를 단속하듯 말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림파 내부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눠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일까?’
김일손에게 임금 융과 더는 반목하지 말자고 말한 선비 김광선은 답답하기만 했다.
김광선은 자기 집 마름이 자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예, 그렇습니다. 영감마님.] [왜?] [저잣거리만 나가도 물산이 풍부하고 여염집마다 배곯는 자가 없고 먹을 것이 남아도니 임금께서 내리시는 부역이 힘들어도 자기 새끼 부른 배를 보면 모두가 살맛이 난다고 합니다.] [이런 세상이 태평성대겠지.]선비 김광선은 자신만의 신념이 흔들리고 있었다.
* * *
한양 시전 저잣거리.
한양에는 임금 융의 엄명으로 다섯 곳의 시전이 만들어졌는데 사실 시전이 임금의 명령으로 만들어질 때부터 임금 융과 사림파의 사이는 갈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비들이 도망쳐서 함경도 무산으로 간다네.”
사내 하나가 마치 주변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고.
“도망 노비들이?”
옆에 있던 남자는 도망 노비라는 단어를 강조하듯 되물었다.
“그렇다네.”
“거긴 왜?”
“금강산 언저리까지 노비들이 도망쳐 오면 금강산 화적떼들이 지켜주니 추노꾼들이 얼씬도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소문을 퍼트리는 존재는 임금 융의 밀명을 받은 사당패일 거다.
그리고 사당패의 임무는 탐관오리를 찾는 염탐이고 이런 소문을 퍼트리는 거였다.
* * *
조선의 남부 해안가로 접근하는 왜구 선단.
왜는 지금 전국시대를 맞이했고.
중앙권력이 지방에 미치지 못했기에 지방 다이묘들은 각자도생을 위해서 군사를 모으고 세력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이런 전란의 시대에는 도적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왜의 백성은 참담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왜구의 수가 급증했는데 그렇게 늘어난 왜구들은 해적 선단을 꾸려 조선의 남해로 노략질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다.
“장군, 저기 해안에 장대에 박힌 시체들이 즐비합니다.”
왜구 하나가 왜구의 우두머리에게 소리쳤다.
“뭐라고?”
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확인한 왜구의 우두머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목이 없는 자의 복장을 보니 왜인입니다.”
“노략질에 실패한 왜구군.”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목 없는 시체들의 참혹한 모습에 일부 왜구들이 두려움을 느꼈다.
“배를 돌려라, 여긴 안 되겠다.”
“그러면 어디로 갑니까?”
“류큐 왕국으로 가자. 소문에 조선이 해안 방어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니 저 시체들을 보니 이제야 진짜인지 알겠다.”
왜구들은 오합지졸이기에 목이 없는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상륙할 수는 없었다.
* * *
대궐 대전 임금 침소 전각.
“장인.”
무슨 일만 있으면 나는 장인 중 한 명인 영의정을 부른다.
“예, 주상전하.”
“왜 사림이 나한테 이렇게 매번 걸고넘어지는 걸까요?”
무오사화를 일으키기 싫었는데 사림파들이 계속 내가 하는 일에 딴지를 걸고 시비를 튼다.
‘조선은 양반 사회로 만들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양반 말고는 모두 쓸모가 없어지고.
조선은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가 된다.
‘거기다가.’
한 번 기득권이 되면 그 기득권자의 권리를 몰수하기 힘들고.
임진왜란 때 조선이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건국됐다면 한반도의 역사도 달라졌을 거다.
“한양에 다섯 곳을 비롯하여 지방마다 시전을 허락하셨기 때문이옵니다. 주상전하께서도 알고 계시듯 조선은 농업을 제일 중하게 여기지 않습니까, 상업의 길이 열렸으니 백성들은 장사치로 변할 것이고 그것을 사림파 신료들이 우려하는 것이옵니다.”
“농사꾼이던 백성들이 장사치가 된다?”
어느 나라든 이 시점에서는 농업이 국가 근간이긴 하다.
“예, 그렇사옵니다.”
“농사꾼이 일굴 땅이 없고 대지주와 양반의 소작농인 경우가 많기에 농사를 포기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합니까?”
알량한 힘이라도 가진 자들은 백성의 것을 빼앗는다.
‘고려 때도 권문세가가 백성의 땅을 빼앗았지.’
그래서 고려가 썩은 거다.
백성들에게 고려는 지킬 필요가 없는 나라가 됐고.
그러니 왕 씨가 왕이든 이 씨가 왕이든 상관없는 거다.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상전하께서 길을 열어주신 것은 확실합니다.”
길을 열어줬다?
맞는 말이다.
한양에 다섯 개의 시전이 잘 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 시전을 관리하고 세금을 받는 일은 갑사 부대와 내시부가 맡고 있다.
“농사를 지을 땅이 백성들에게 있다면 누가 농사를 포기하겠소.”
내 말에 영의정 노사신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장인 왜 갑자기 표정이 그러시오?”
“주상 전하, 사대부의 땅을 몰수하는 일만은 절대 안 됩니다.”
내가 하도 파격적인 일을 많이 했기에 영의정은 지레 겁을 먹었다.
“장인, 내가 도적입니까? 주인이 있는 땅을 겁박하여 함부로 강탈하게.”
명분 없이 빼앗으면 전국의 사대부들이 들고일어날 거다.
‘그렇게 되면?’
수도 없이 죽여야 한다.
물론 지금은 다 죽일 힘도 군사도 부족하다.
‘사대부들이 괘씸하지만.’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존재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또!
유교가 통치 이념으로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유교 자체가 모든 학문을 잡아먹는 꼴이 된 조선이기에 유교의 힘을 약화하고 사대부가 가진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