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4)
ⓒ 흑곰작가
=======================================
****
악덕 군주 연산! -24화
‘과거 제도만 해도.’
조선 초기에는 양인 아니면 천민이었다.
그래서 양인들은 누구나 과거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양인과 천민으로 구분되지 않고 양반과 양인 그리고 천민으로 구분되는 세상으로 변질했고.
관리가 될 기회도 오로지 사대부들이 독식하게 됐다.
‘그러니. 조선 초기에 펼친.’
신량역천을 진행할 때 천민의 신분만 양인으로 올려줄 것이 아니라 입사권도 줬어야 했다.
조선 초기에는 양인보다 천인이 많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기에 신량역천을 진행한 거다.
나장을 비롯해서 역졸과 봉수군 등, 10개 정도의 직업에 종사하는 자들을 천민에서 양인으로 올려줬는데 입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결국에 신량역천이라는 말은 양인이지만 하는 일은 천한 천민이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조선이 사대부 중심으로 썩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거다.
“주상 전하, 그러시다면 죄가 있는 자의 땅은 빼앗겠다는 말씀이시지 않습니까.”
“하하하, 장인께서는 나를 이제 너무 잘 압니다.”
나는 바로 눈빛을 달리해서 영의정을 봤다.
“알량한 힘으로 백성들의 땅을 함부로 점유한 자, 지방 서리들과 꾸며 문서를 조작하여 백성의 땅을 강탈한 자 역시 용서치 않을 것이오.”
“아!”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고, 백성들은 땅에 붙어서 먹고사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에게 땅을 빼앗은 자는 절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노신이 확인하여 다 돌려놓겠나이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러시겠습니까?”
“예, 그리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이 황무지를 개간한다면 그 개간지의 주인은 그 백성이어야 합니다. 함부로 착복하는 이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영의정에게 말하며 공길에게 임무를 내렸을 때를 떠올렸다.
[억울하게 땅을 빼앗긴 자를 찾아라.] [명을 받듭니다.] [억울하게 또 가련하게 사대부나 중인 장사치에게 아들과 딸을 빼앗긴 자를 찾아라.] [예, 알겠습니다.] [원통하게 어쩔 수 없이 노비가 된 자들을 찾아라.] [예.] [그리 억울하고 서러운 백성을 찾으면 그들의 뒤에 사악한 탐관오리와 사대부가 있다.]‘하나는 이미 잡으러 갔다.’
* * *
며칠 후, 대궐 대전 임금의 침소.
훈군파 유자광이 나를 찾아와 알현했다.
그리고 내일이면 내가 베푸는 연회가 대전 앞마당에서 펼쳐질 것이다.
“대감, 밤에는 나도 좀 쉽시다.”
올해가 무오년이고.
무오년에는 무오사화가 일어나고.
무오사화는 이극돈과 상의해서 조의제문에 세조 대왕을 모욕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을 안 유자광이 바로 진짜 연산군에게 달려와서 고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연산군에겐 뚜껑 열릴 일이지.’
자기 할아버지를 남이 욕하는데 진짜 연산군 성격에 참을 이유가 없는 거다.
‘오늘이 그날이구나.’
나도 내 나름대로 준비한 일이 있는데 내일은 참으로 격정적인 날이 될 것 같다.
“망극하옵니다. 주상전하, 하오나 통촉하시어 노신의 충언을 귀담아들어 주십시오.”
“말씀하세요. 최대한 짧게. 중전이 저를 기다립니다. 하하하!”
“아, 예, 알겠나이다.”
그리고 바로 유자광은 김종직이 썼다는 조의제문을 내가 이해하기 편하게 주석까지 달아주며 설명했다.
“어찌 신하가 감히 임금을 모욕할 수 있나이까. 또한 세조 대왕이 누구입니까? 주상전하의 조부이십니다. 이것은 김종직과 김일손을 떠나서 사림파 전체가 주상전하를 능멸하는 것이옵니다.”
훈구파와 사림파는 항상 대립했다.
그러니 훈구파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거다.
물론 유자광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 이러는 거지만 말이다.
“알았노라. 내일은 연회이나 연회가 아니겠구나.”
내 말에 유자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게 돌아가겠구나.’
정말 내일은 격정적인 날이 되리라.
또한 내일 이후 사림은 조정에서 기를 펴지 못할 거다.
‘김일손의 멱을 딴다.’
감히 신하가 사사건건 임금의 일을 방해했으니 죽여야겠다.
* * *
다음 날 아침, 사림파 김일손의 사가 사랑채.
“대감, 탁영 대감.”
사림파 신료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사랑채 밖에서 그를 불렀고.
의관을 다 입은 김일손이 입궁하기 위해 사랑채를 나왔다.
“무슨 일인데 그리 놀란 눈빛으로 나를 찾는 겁니까?”
“입궁하지 마셔야 합니다.”
“뭐라고요?”
“주상께서 갑사들을 이용해 대궐을 에워쌌습니다.”
“그래요?”
“예, 이상한 무기로 무장한 놈들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그렇군요.”
“그러니 병을 핑계로 입궁하지 마셔야 합니다.”
“주상이 연회를 베푼다고 했는데 입궁하지 않으면 그것도 빌미를 주는 겁니다.”
“하지만 대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과거를 생각해보십시오. 세조께서 정적을 척살할 때 어떻게 하셨는지 잘 알지 않습니까.”
“하, 그래도 입궁해야지, 기세에 눌리면 그게 어디 사대부겠는가. 나는 굽힘 없이 소나무처럼 여태껏 살았소.”
만류를 뿌리치고 김일손은 입궁했고.
그를 따라서 사림파 모두가 숨죽이며 대궐로 입궁했다.
* * *
이극돈의 사택.
“대감께서 주상께 직접 아뢰었단 말입니까?”
유자광에게 묻는 이극돈이었다.
“그렇소이다.”
“그리되면 저의 치부도 드러나는 겁니다.”
“대감,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상께서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 기회에 김일손을 잡아야 사림을 괴멸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극돈은 괜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입궐합시다. 오늘 연회가 흥겨울 것 같습니다. 하하하!”
* * *
두만강 이북 건주여진 충샨의 거점.
“아탕개가 데리고 간 300명의 조선 놈들이 두만강 이남에 마을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예, 그렇습니다. 두만강이 조선과 여진의 국경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형식적입니다. 조선 놈들이 마을을 만드는 곳 역시 건주여진의 땅입니다.”
부하의 말에 충샨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조선 놈들은 잡초처럼 질깁니다. 잡초가 한 번 뿌리를 내리면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염소처럼 뿌리까지 뜯고 또 뜯어야 합니다.”
“알미타, 지금 당장 공격하자는 거냐?”
“저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탐대실이라고 알아?”
“예?”
“조선의 왕이 나 충샨의 건국을 돕는다고 했다. 건주여진도 다 통합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역 상대를 공격하는 짓은 멍청한 짓이다.”
“하지만 족장, 조선 놈들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 땅이 조선입니다.”
알미타는 조선 백성의 근성과 생명력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다. 아직은 아니야. 우린 위대한 금나라의 후손이지.”
“예, 그렇습니다.”
충샨의 6대 자손이 누르하치였다.
“두만강 이북에 할거한 건주여진 부족들부터 통합해야 한다. 건주여진이 하나로 뭉쳐지면 명나라가 아니라 조선의 왕이 아탕개를 통해서 내게 전한 말처럼 나는 나라를 세우고 수도를 한양으로 할 것이다. 하하하!”
분명한 것은 이 시대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는 시대인 거다. 그런데 충샨의 이런 야망은 어떤 면에서 조선의 임금 융이 부추긴 것일 수도 있었다.
“믿는 내게 당하면 더 아픈 법이지,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참, 조선의 임금이 보낸 그 계집은 어때?”
“살결이 부드럽고 춤과 노래를 잘 부르니 괜찮습니다.”
“알미타, 네가 취한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못났던데.”
“염소를 어디 얼굴 보고 잡습니까, 하하하!”
녹수는 충샨의 측근인 여진 전사 알미타의 노리개로 전락해 있었다.
“내 천막으로도 보내 봐라.”
녹수의 인생이 구질구질해지고 있었다.
“노래나 들어보게. 하하하!”
어디 야만족인 여진의 족장이 계집을 보고 노래만 듣겠는가.
그리고 영특하고 간사한 녹수가 이걸 기회로 만들 수 있으니 나비 효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으리라.
* * *
내의원 전각.
“중국 고서를 내가 살피니 버드나무의 껍질이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내의원 어의가 내의원 소속 의원들에게 말했다.
“그건 다 아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버드나무 껍질이 통증을 없애는 것에 탁월하다면 그 껍질에 있는 약효를 응축하면 어떻겠소?”
“응축이라고 하셨습니까?”
“다리고 또 다려서 시험해 보면 되지 않겠소.”
“아!”
누군가는 옳다는 듯 감탄사를 터트렸다.
“시험이라고 하시는데 누구에게 시험해 본답니까?”
의원 중 하나가 어의에게 물었다.
“죽을죄를 지은 자들은 많지 않소.”
어의의 말에 의원들은 기겁했다.
[버드나무 껍질이 통증 완화에 탁월하니 마취제로 쓸 수 있지 않겠소?]어의는 임금 융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임금 융이 말한 기회는 그냥 생체실험이었다.
[아!] [물론 짐승들에게 먼저 시험해 보고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후에 진행하면 될 겁니다. 진행해 보시오.] [예, 알겠나이다.]“하오나 사람에게 그런 실험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의원 하나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렇소, 그러니 우선 가축이나 짐승들에게 실험해 보는 것으로 합시다. 주상 전하께서 어떻게든 마취약을 만들어내라고 성화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제야 의원들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조선은 이렇게 임금 융의 지시대로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