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5)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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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앞.
오늘은 조선의 임금 융이 신료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회를 펼치기로 한 날인데 갑사 부대 병력 500명이 대궐을 에워쌌다.
조정 신료들은 훈구파든 사림파든 하나씩 입궐하기 시작했고.
조선 임금의 직속 부대인 갑사들의 위용에 주눅이 든 자도 있고 눈살을 찌푸리는 자도 있었다.
“주상께서 실력행사를 시작하셨군.”
영의정 노사신은 입궐하면서 갑사들을 보고 중얼거렸다.
“대감, 그런데 갑사들이 이상한 무기를 들고 있습니다.”
임금 융이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범과 호를 잡겠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다는 생각만 드는 영의정이었다.
[갑사 부대는 100명이면 족하오.]임금 융은 100명의 갑사 부대라고 했는데 창설된 후에 바로 그 규모가 늘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부대가 500명으로 불어났고.
또 훗날 이태원이라고 불리는 곳에도 또 하나의 갑사 부대가 만들어지더니 한양 인왕산에 서식하는 범과 호의 씨가 말랐다.
물론 임금 융은 호랑이 사냥에 성공하면 그 호랑이의 가죽을 벗겨서 자신의 외척들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많았고.
삼정승을 비롯한 육판서는 귀한 호랑이 가죽을 임금에게 하사받고 좋다고 웃었지만, 이제는 그 호랑이를 잡는 갑사 부대가 자신들을 겁박하는 임금 융의 칼이 됐기에 난처한 상황이었다.
“화승총이라고 불린다고 나는 알고 있소.”
사실 유럽에서도 아직 화승총이 개발되기 전이었는데 조선은 이미 임금 융에 의해서 화승총이 개발되어 병사들의 훈련까지 마친 상태였으니 정말 단기간에 놀라운 발전을 한 셈이었다. 사실 조선이 이럴 수 있는 것은 고려 때부터 화약 무기를 사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화포를 이용해 최무선이 왜구들을 섬멸한 역사가 있기에 조선의 임금 융은 자신이 가진 미래 기억을 바탕으로 고려와 조선의 화포를 축소하여 화승총을 개발해 낸 거였다.
앞으로 조선이 병력의 수만 늘린다면 상대 못 할 존재는 없었다.
“화승총이라고요?”
고려 말기 때도 최무선에 의해서 화약 무기가 만들어졌고.
대포도 존재했었다.
그것을 총통이라고 불렀으니 화승총이 조선인들에게 새롭지는 않았다.
“주상께서 말씀하시기를 총통을 작게 만든 거라고 합니다.”
“창날이 긴 것이 창이 이상합니다.”
“창이 아니고 화승총이랍니다.”
“영의정께서는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훈구파 신료가 영의정에게 물었다.
“저것이 발사되면 뿌연 연기가 만들어져서 안개로 변해서 한 치 앞도 못 보지요.”
갑사가 사용하는 화승총의 화약은 어쩔 수 없이 흑색 화약이었고. 그러니 흑색 화약이 타면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할 수밖에 없었다.
“보셨습니까?”
“그렇소. 이제 조선은 주상의 나라요.”
영의정 노사신은 인상을 찡그렸다.
‘폭군이 되어도 막을 길이 없도다.’
고려처럼 사병이라도 거느릴 수 있다면 방법을 모색해 보겠지만 조선은 사병을 혁파했고.
무보다는 문을 숭상했기에 강군을 양성해 놓은 임금 융을 꺾을 방법은 이제 없었다. 만약 임금 융이 지리산과 금강산에 숨겨 놓은 병력 2,000까지 토벌과 항복이라는 명분으로 갑사 부대에 합류시킨다면 도성 사대문을 걸어 잠그고 칠흑 같은 밤에 사대부의 씨를 말린다고 해도 저항할 방법은 사대부에게 없었다.
‘세조의 증손자이니.’
임금 융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 광폭함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는 영의정이었다.
“하여튼 정말 갑사들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갑사들은 입궐하는 조정 신료들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대전 앞에서 펼쳐지는 연회는 살기가 더 등등할 것이오.”
“예?”
“그 어떤 일도 주상께서 말씀하시면 아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요.”
영의정은 일단 훈구파의 입부터 막아야 화를 면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의정 대감.”
“주상의 사냥이 시작됐소.”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길은 두 갈래요. 주상의 사냥개가 되든지 아니면 주상이 쫓는 사냥감이 되든지.”
훈구파의 거목인 영의정 노사신은 오늘의 무력 행사가 사림파를 향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무리해서라도 진성대군을 옥좌에 올렸어야 했어.’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은 법이다.
“하여튼 아무도 나서지 마시오, 입을 잘못 열면 멸문뿐이오.”
영의정이 이렇게 말하니 훈구파 신료들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 * *
대궐 대전 앞 공터.
수라간 상궁들과 환관들이 정신없이 연회 준비를 위해서 음식을 차리고 있고.
대궐의 대전 앞에는 무장한 내금위가 붉은 복장으로 칼을 차고 대기하고 있었다.
“주상전하께서 신료들에게 베푸는 첫 연회이니 부족한 것 없이, 빠트림 없이 챙겨야 할 것이다.”
대전 상궁이 나인들을 지시했고.
상선도 대전 당상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임금 융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할 것인데.’
상선 김처선은 그저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한 번이 어려운 것이고.
한 번 하고 나면 그다음은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대궐 대전 안.
“내금위장.”
나는 곤룡포를 입고 거만한 자세로 앉았다.
“예, 주상 전하.”
무인이라서 그런지 대답이 묵직하다.
“갑사 부장.”
“예, 주군.”
내금위장은 대궐을 수호하는 부대의 수장이고.
갑사 1군 부장은 내 친위군 사령관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주상이라고 부르지 않고 주군이라고 부른다.
“신료들이 입궐할 때 어떠하던가?”
“겁을 잔뜩 먹은 것이 승냥이에게 쫓기는 토끼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내금위장이 말했고.
내금위장은 바로 실수한 것을 알아차렸다.
“주상 전하, 어리석은 제가 죽을죄와 다름없는 실언을 했나이다.”
실언이기는 하지.
조선의 임금을 승냥이로 표현했으니까.
“승냥이?”
승냥이를 이리인 줄 아는 사람도 있고.
늑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 아니옵니다. 어리석은 제가 무엄하고 불경스럽게 주상전하를 모욕했나이다. 죽여주십시오.”
갑사 부장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안 거다.
“됐다, 증조부께서 사가에 계실 때 유명한 관상쟁이에게 관상을 봤는데 이리 상이라고 했다고 하더라.”
나의 증조부는 세조 대왕!
어린 임금인 단종에게 옥좌를 찬탈하여 왕이 된 분이다.
그리고 어린 조카를 죽인 존재다.
‘잔인한 피가.’
내게도 흐를 거다.
어쩌면 진짜 연산군의 광기를 세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일 수도 있다.
“예?”
“그 관상쟁이가 말하길 김종서는 범의 상이었고.”
내 말에 두 장수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사실 이것도 영화 관상에서 본 거지.’
자꾸 현대인일 때 영화에서 본 것들이 떠올라서 말하는 거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해지는 거다. 승냥이면 어떻고 범이면 어때, 나는 이제 사냥을 시작할 거다. 하하하!”
오늘을 기다렸다.
그리고 많은 준비를 했고.
물론 궁궐 밖을 에워싸고 있는 갑사 부대를 이용해서 사림을 도륙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갑사 부대가 몰이꾼이라면.’
사림을 잡을 사냥개는 훈구파 대신들이다.
‘당파로 서로 물고 뜯어라.’
그러면 나는 사화로 답할 테니까.
“예.”
“명을 따릅니다.”
두 무장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대전으로 가자, 나를 기다리느라 덜덜 떨고 있을 거다. 하하하!”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부로 머리 아픈 경연도 폐지할 거다.’
도움이 안 되는 죽은 성리학 공부는 이제 끝이다.
‘훈구파로 사림을 잡고.’
남은 사림으로 다시 훈구파를 잡고.
그런 식의 사화로 사대부의 근간을 흔들고 그들의 빈자리를 오직 능력 있는 자로 채운다. 이것이 내가 사화를 조장하는 가장 큰 이유다.
“나는 오늘 연회가 무척이나 즐거울 것 같다. 하하하!”
나도 준비한 것이 많지만.
유자광도 준비했을 거니까.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