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7)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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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27화
인수대비의 전각.
“주상께서 대궐 밖에 갑사 부대를 배치하여 대궐을 포위했다고 합니다.”
상궁의 보고에 인수대비는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변했다.
‘역시 시아버님의 증손이다.’
인수대비에게 이제 임금 융은 왕실의 위상을 높이는 존재였다.
“주상께서 그리하실 줄 알았다.”
인수대비에게 상황을 보는 머리가 없었다면 자기 아들인 성종을 보위에 올리지 못했을 거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인수대비는 연회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묻는 거였다.
“주상께서만 웃고 계십니다.”
“그렇겠지, 벌벌 떨고 있겠지.”
“그리고 주상전하의 외숙부인 윤구가 연회장 말석에 앉았다고 합니다.”
“그래, 이제 외가를 챙기실 때도 됐지.”
이해하는 투로 말하는 인수대비지만 이제 자신도 임금 융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그녀였다.
[진성에게 좋은 형이 되고 싶습니다.]인수대비는 이제야 임금 융이 자기에게 한 말이 아부가 아니라 협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 *
대전 연회장.
“왜 그러시오, 대감.”
“이 노신이 주청을 드릴 사항이 있사옵니다.”
“뭡니까?”
나는 유자광에게 물으며 이극돈을 봤는데 이극돈의 표정이 어둡다.
‘조율을 끝냈군.’
조의제문이 공개되면 이극돈도 귀양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아는 역사에 의하면 유자광은 진짜 연산군에게 아부하다가 상황이 불리해지기 시작하자 똑똑하게 중종반정에 합류한다.
‘유자광이 사림과 악연이 깊지.’
유자광은 사림의 거두였던 김종직과 악연이 깊다.
‘김종직은 남이 장군을 탄핵한 유자광을 경멸했지.’
어떤 면에서 보면 조의제문 사건은 자신을 경멸한 김종직에 대한 복수인 거다.
‘유자광 너도 썰어버릴 날이 있을 거다.’
지금 내게 남이장군이 있었다면 준비하는 북벌이 더 쉽지 않았을까?
“한성 부윤은 하루라도 공석으로 둘 수 없는 자리입니다.”
아부부터 먼저 하겠다?
역시 유자광은 처세에 밝다.
“그렇지요.”
“그러니 주상전하께서는 바로 이 자리에서 한성 부윤을 임명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자광이 내게 이런 식으로 주청하자 영의정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 자리에서요?”
“예, 그렇사옵니다. 사리가 분명하고 공명정대한 인물이 이 연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그가 바로 윤구이오니 한성 부윤에 재수하심이 가할 줄 압니다.”
내게 아부만 하려는 건가?
‘그럴 것이라 속단해서는 안 된다.’
따지고 보면 외숙부인 윤구도 외척이다. 나는 홍길동의 목을 치고 그의 형인 홍일동을 파직시킨 후 귀양을 보낼 거다.
표면적으로는 그게 끝이지만 그 행동이 외척을 압박하는 일이라는 것을 조정 신료들은 다 안다.
‘바꾸자, 그런 거군.’
일단 들어줘야겠다.
한성 부윤에 내 외숙부가 임명된다면 내게는 더 큰 힘이 될 테니까.
“일단 알겠소, 영의정께서는 어찌 생각합니까?”
내가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안 되는 거다.
“합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영의정도 외척이기에 바로 유자광의 마음을 간파한 것 같다.
“그렇습니까?”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또 김일손이다.
“대감께서는 뭐든 안 된다고만 하십니다.”
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일손 대감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시오.”
그때 유자광이 나섰다.
‘시작이네.’
나는 또 싸움 구경만 하면 되는 거다.
“김일손 대감의 스승인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이라는 제문이 있소이다.”
어떤 면에서 뜬금없는 유자광이다.
“그래서요? 무슨 말씀을 하려는 겁니까?”
되물었지만.
따지고 보면 김일손의 스승인 김종직도 표리부동한 인물이다.
‘세조 때는 온갖 벼슬을 했지.’
단종의 보위를 찬탈할 때 사육신도 있었고.
생육신도 분명 있었다.
세조의 부당함을 사육신은 목숨으로 강변했고.
성삼문(成三問).
하위지(河緯地).
이개(李塏).
유성원(柳誠源).
박팽년(朴彭年).
김문기(金文起).
또 생육신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는 것으로 저항했다.
매월당 김시습을 필두로
성담수!
원호!
이맹전!
조려!
남효온!
이들이 생육신이다.
충신은 이런 사람들일 거다.
‘그런데.’
김종직은 세조 때 누릴 권력을 다 누린 후에 양심에 찔렸는지 조의제문으로 세조를 비난했다.
가짜 선비!
남의 허물만 보는 사대부들의 표본인 거다.
“주상 전하,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을 보면 항우가 초회왕을 죽이고 왕이 된 일을 잘못된 일이라고 꾸짖으며 세조 대왕께서 거병하신 일을 조롱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뭐라고요?”
이제는 화를 낼 타이밍이다.
“세조 대왕을 누가 감히 조롱한단 말이오?”
내 눈에 불덩이가 느껴질 정도로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젠 누구 하나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다.
‘세조 대왕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에 나를 부정하는 일이니.
그 자체가 임금에 대한 불경이고 그 불경은 반역이 되는 거다.
그렇기에 무오사화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진짜 연산군의 광기도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주상전하, 성종 대왕의 실록 편찬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실록에 세조 대왕에 관한 부정적인 내용이 다수 있사옵니다.”
“대감, 나는 실록도 그렇지만 사초도 볼 수가 없소.”
모든 임금은 사초를 보기를 원한다.
세종대왕도 그랬지.
하지만 볼 수가 없다.
“그렇사옵니다. 그것을 이용하여 사림의 대표인 김일손이 사사로이 개인적 견해를 기록했나이다. 실록에 기록된 조의제문의 내용도 그렇고 세조께서 신임한 승려 학조가 간사한 술법으로 혹세무민한다고 기록한 것도 그렇사옵니다.”
간사한 술법을 부리며 혹세무민하는 승려 학조를 세조가 아꼈다고 비난하는 거다.
“또한 세조 대왕의 총신인 권람이 노산군의 후궁인 숙의 권 씨의 노비와 전답을 취한 일 등 강력하게 비난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그건 비판할 수 있는 거 아니오?”
나는 이렇게 행동할 거다.
아주 객관적인 모습을 보일 생각이다.
“하오나 세조 대왕께서 거병하신 일을 왕위찬탈이라 비난한 문구가 있습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
하지만 누구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말이다.
“뭐라고 했소, 종묘사직을 바로 세우는 일을 비난했다고 했는가?”
“예, 그렇사옵니다.”
“세조 대왕을 비난하고 부정하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니 그것은 반역이다.”
반역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영의정은 지그시 눈을 감았고.
김일손은 외통수에 걸렸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김일손을 따르는 사림파 신료들은 사화가 일어날 것을 짐작한 듯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러니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영의정.”
“예, 주상 전하.”
“영의정께서는 어찌 생각합니까? 영의정도 나와 생각이 같지 않소?”
이 말을 하려고 대궐 앞을 갑사 부대로 포위한 거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세조 대왕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것은 주상전하를 비난하고 부정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바로 연회를 파하고 국문을 열 것이니 영의정과 유자광 대감이 나를 대신해서 국문을 주관하시오. 죄가 있는 자들은 모두 색출하여 그 죄를 엄히 물을 것이오.”
영의정은 온건파다.
그리고 유자광은 김일손과 그의 스승인 김종직에게 원한이 있다.
‘오늘부터 사림파가 죽어나는 무오사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갑사 부장과 내금위장을 봤다.
“갑사 부장.”
“예, 주상 전하.”
“내금위장.”
“예, 명하십시오.”
“누구도 대궐 밖으로 나가게 하지 말라. 죄 있는 자는 대궐 안으로 잡아들이라. 어디 감히 세조 대왕을 모독한단 말인가. 나는 조선의 임금으로 그게 누구라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을 거다.
‘이제 화내도 돼.’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무력을 가졌으니까.
[갑사 2군이 지리산에 도착했다고 하옵니다.]오늘 아침에 도승지가 내게 올린 보고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당분간 폭력 강압 정치가 펼쳐질 것이고.
이걸 기회로 많은 개혁을 진행할 생각이다.
‘일단 일반 백성들에게도 과거를 볼 기회를 준다.’
공포 정치를 펼치면 조정에서는 사림이 거의 사라질 것이고 훈구파는 찍소리도 못할 것이니 이참에 많은 것을 진행해야겠다.
‘경국대전에도 기록되어 있다.’
일반 백성에게도 과거 제도의 기회가 있다고.
그런데 사대부 놈들이 법을 막은 거다.
* * *
한양 사대문 밖에 있는 기와집 안.
귀양을 갔던 폐비 윤 씨의 어머니는 인수대비의 용서로 한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임금 융이 내린 기와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기 외할머니가 한양으로 돌아온 후에도 임금 융은 단 한 번도 외할머니를 찾지 않았는데 그게 서운할 수밖에 없는 장흥 부부인이었다.
“주상전하께서 어의에게 지시하여 탕약을 부부인 마마께 보냈습니다.”
상궁이 조심히 장흥 부부인께 한약첩을 내밀었다.
“주상께서는 이 늙은 외할미를 보러 오시지도 않는군.”
자기 딸인 폐비 윤 씨가 사사된 후로 한이 맺힌 장흥 부부인이었고.
자기의 외손주인 세자가 즉위하면 폐비 윤 씨의 억울한 죽음도, 또 거의 망해버린 외가를 위한 복수도 해 줄 거라고 확신했는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곧 오실 것입니다.”
“나는 아직도 눈에 선하네.”
“예?”
“주상께 전하시게, 모후께서 사약을 마신 후에 피를 토하고 피눈물을 흘리시며 고통 속에서 죽어가셨다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자식을 잃은 여자가 한을 품으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이만 돌아가게.”
“예, 부부인 마님.”
상궁이 절하고 방에서 나갔고.
장흥 부부인은 한참 후에 무명천을 꺼낸 뒤 가지고 있던 은장도로 자기 손가락을 베어 붉은 피를 적셨다.
“이 무명천을 보고도 주상께서 덤덤하시면 그게 사람이 아니지.”
드라마에서 나온 폐비 윤 씨의 피로 젖은 무명천이 이렇게 만들어진 거였다.
갑자사화의 불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거다.
그리고 갑자사화가 결국 일어나게 되면 임금 융의 칼끝은 훈구파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무오사화로 사림파를 끝장내고 갑자사화로 훈구파까지 조정에서 몰아낸다면 임금 융의 혁신 개혁을 막을 사대부는 존재할 수가 없으리라.
* * *
인수대비의 전각.
“주상께서 홍길동의 목을 쳤다?”
인수대비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예, 그렇사옵니다. 홍길동이 서얼이기는 하나 선대왕의 후궁인 숙의 홍 씨의 오라비입니다.”
상궁의 말에 인수대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숙의 홍 씨의 오라비인 한성 부윤 홍일동 대감도 의금부에 하옥됐다고 합니다.”
“외척의 발호를 절대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시군.”
인수대비는 미소를 보였다.
[대비마마.] [예, 주상.] [조선에서는 오로지 왕실만이 존귀할 것입니다.]인수대비는 임금 융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왕실만이 오로지 존귀할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현재의 조선은 분명 양천제였으니 사대부에 의해서 사대부와 양인 그리고 천민으로 구분됐다. 조선의 임금 융은 그것을 바로 잡을 생각으로 양인 안에 사대부를 넣을 생각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였다.
[주상께서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잘 알겠으니 내 친정에 연락하여 경거망동하지 않게 단속할 것이오.] [감사합니다.]‘주상께서는 오로지 임금만 존귀하기를 바라는군.’
인수대비는 임금 융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