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8)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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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회의장.
홍길동의 피로 물든 연회는 끝났다.
“영의정.”
“예, 주상전하.”
조정 신료들의 모습이 꽤 많이 보이지 않고.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은 사림파로 의금부에 하옥된 거다.
‘사림의 자리 일부를.’
세조 때부터 내가 키운 성균관 유생으로 채운다.
‘지금까지 대궐 앞에서 시위하며 설친 꼬맹이들은.’
사림파와 가까운 녀석들이고.
지금의 도승지와 우승지가 추천한 꼬맹이들은 죽은 주자학보다 백성을 살리는 실학 연구에 몰두하는 선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비라는 것.
다시 말해서 그들 역시도 죽은 주자학을 바탕으로 실학과 같은 잡학에 관심이 많다는 거지.
“무령군.”
무오사화의 전국은 무령군 유자광이 주도하게 될 거다.
나는 그에게 칼을 줄 거고.
휘두르게 할 것이며 사림의 공적으로 만들 거다. 그런 과정에서 힘을 가진 무령군 유자광은 훈구파의 중심으로 거듭난 영의정을 이겨 먹으려고 할 것이니 새로운 형태의 대립을 통한 붕당이 만들어지리라.
“예, 주상전하.”
유자광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게 대답했다.
“무령군이 내게 주청한 그대로 현재 관직이 없는 윤구를 한성 부윤에 재수할 것이오.”
유자광의 주청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러니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사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반대만 하던 사림파는 의금부에 하옥되어 있다.
‘만약?’
훈구파의 중심이 된 영의정을 내 장인으로 만들지 못했고 육판서의 딸들을 내 후궁으로 삼지 않았다면 과연 훈구파들은 내가 진행하는 개혁을 묵인하거나 찬동했을까?
또!
그들의 창고에 금은보화를 때때로 보내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날이 있었을까?
사실 나는 훈구파와 사림파 중 하나를 선택한 거였다.
처음에는 사림파가 신진사대부이고 개혁의 중심이라고 생각해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자 했다. 그런데 김일손이 사사건건 반상의 도를 따지며 내가 하는 개혁들이 조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주청을 올리고 혈기만 왕성한 성균관 유생들을 앞잡이로 세워서 상소를 계속 올리게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훈구파다.
사실!
썩은 걸로 따지면 사림파보다는 훈구파겠지.
‘만약 김일손이 여기에 있었다면.’
분위기가 아무리 살벌해도 안 된다고 했을 거다.
‘어떤 면에서는 선비지.’
사실 따지고 보면 훈구파가 조선의 구세력이라면 사림파는 신진사대부로, 신세력으로 새로운 바람이었을 거다.
그리고 각종 개혁을 훈구파보다는 더 많이 실행했고.
‘다루기 귀찮은 부분이 많지.’
만약 사림파보다 훈구파들이 다루기 곤란했다면 무오사화와 갑자사화의 내용은 완벽하게 바뀌었을 거다.
‘무오사화는 조의제문이 빌미고.’
갑자사화는 폐비 윤 씨의 죽음에 대한 진짜 연산군의 복수에서 비롯된 거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유자광이 영의정을 보며 웃었다.
‘저 둘의 틈을 만든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고.
조선 후기의 붕당 정치는 따지고 보면 같은 부류에서 갈라져 죽자고 싸운 거니까.
“영의정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지당하신 말씀이기는 하나 국적 홍길동을 참수하며 주상께서 바라셨던 것은 외척의 발호를 막으려는 것이지 않습니까.”
“영상께서는 그렇게 보셨소?”
“아니십니까?”
영의정께서 처음으로 내게 반항하는 건가?
“나는 그 어떤 의도도 숨기지 않고 백성의 고혈을 빨고 호의호식한 도적의 수괴인 홍길동의 목을 친 거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영상께서는 어찌 주상전하의 마음을 곡해하시는 겁니까?”
권력이 적은 사람은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자를 압박하기 마련이다.
“으음.”
영의정 노사신이 유자광을 못마땅한 눈으로 보다가 신음만 흘렸다. 하여튼 나의 외숙부가 이제는 한성 부윤이 됐고.
한성 부윤의 핵심 임무는 도성인 한양의 치안을 관리하는 것이니 이것으로 내가 완벽하게 한양의 모든 군권을 장악하게 된 거다.
* * *
그날 밤 대전 임금의 침소.
-으아아악!
-나는 모르는 일이요-!
대궐은 온통 국문을 통해서 고문받는 사림파의 비명만이 들린다. 오늘은 궁인들까지 숨죽여야 하는 밤인 거다.
“상선.”
“예, 주상전하.”
“조선은 이런 자백 방법부터 바꿔야 할 것 같소.”
고문하면 없는 죄도 자기 죄라고 하는 법이다.
“주상 전하께서 바꾸지 않으시는데 누가 바꾸겠나이까.”
옳은 말만 하는 상선 처선이다.
‘허리가 많이 굽었네.’
조정 신료라면 임금이 직접 궤장을 내렸을 거다.
“그렇기도 하군.”
내가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그게 바로 조선의 현실인 거다.
“어찌 비천한 제게 존대하십니까?”
“상선이야말로 충신입니다. 항상 제게 옳은 말만 하시지 않습니까?”
“주상 전하, 그렇다면 김일손 대감은 충신이지 않습니까?”
상선 김처선이 살짝 선을 넘었다.
“충신이지. 충신이기는 한데 나의 조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네.”
물론 김일손이라고 해도 그가 나를 위해서 일한다면 나는 살려줄 거다.
“하여튼 당장은 나도 바꿀 수가 없구려.”
나는 상선 김처선에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림의 뿌리를 다 뽑으면 안 되지.’
조정에서 훈구파가 독주하게 그냥 둘 수는 없으니까.
* * *
의금부 망나니들의 숙소.
“다들 칼 잘 갈아 놔!”
조선시대에 사람의 목을 치는 망나니들은 사형수 중에서 뽑았고.
이렇게 사화가 발생하면 망나니들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좀 챙길 수 있겠군요, 흐흐흐!”
조선이 얼마나 뇌물로 시작해서 뇌물로 끝나는 나라인지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망나니의 칼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사형수의 가족이 사형수를 빨리 죽여달라고 망나니에게 뇌물을 주면 망나니들은 단칼에 사형수의 목을 베지만 가난하거나 뇌물을 주지 않으면 바로 벨 수 있는 일도 몇 시간 동안 썰고 또 써는 경우가 많았다.
“적당히 해, 그러다가 동티가 나, 사화야, 사화!”
망나니의 우두머리가 타이르듯 말했다.
“챙길 때 챙겨야죠, 우리가 어디 사람입니까? 사람 써는 사람 백정이지.”
소 잡는 백정도 사람 취급 못 받는 조선이니 사람의 목을 치는 망나니는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사화가 일어났고.
죽을 사람은 많았다.
* * *
새벽, 의금부 옥사.
나는 김일손을 보기 위해 옥사로 왔다.
“문을 열라.”
호위 마중이 의금부 옥졸에게 명령을 내렸고.
바로 옥사의 문이 열렸는데 옥사 안에는 김일손이 모진 고문에 의해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모두 자리를 물리라.”
내 명령에 모두가 자리를 떠났고.
나는 겨우 나를 올려보고 있는 김일손을 내려봤다.
“탁영 대감.”
“……”
내 부름에 김일손이 말없이 고개를 들었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이리 가시겠소?”
“주상, 이곳까지 오신 이유가 뭡니까?”
여기로 이유 없이 온 건 아니다.
김일손이 저리된 모습을 즐기려고 온 것은 더욱 아니다.
“탁영 대감도 이제야 느꼈을 거요.”
“예?”
자기한테 내가 또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려고 이러느냐는 눈빛이다.
“조선은 죄를 짓는 나라가 아니라 죄가 만들어지는 나라라는 것을.”
내 말에 김일손은 인상을 구겼다.
‘사실.’
김일손도 또 사림파도 이런 짓은 많이 했었다.
“그러니 탁영 대감께서는 어찌 되실 것 같소?”
반역으로 몰리고 임금에게 불경을 저질렀거나 그렇다는 누명을 쓴 자 중에 무사방면 된 인간을 나는 못 봤고.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없었다.
‘붕당을 만들고.’
기회가 되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 정적을 쳐내는 것이 조선의 정치사였다.
붕당은 조선 중기 이후 특정한 지역적, 학문적,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는 사대부들이 모여 구성한 정치 집단이다.
“으음!”
“조의제문을 찾아낸 훈구파 유자광이 내게 탁영 대감을 어찌 처벌하라고 할 것 같소?”
아마 김일손이 나의 사냥개여서 영의정을 비롯한 유자광 그리고 훈구파들을 쳐낼 기회를 잡았다면 능지처참이나 거열형으로 다스리라고 주청했을 거다.
“사냥개는 주인의 말을 따르지 않습니까?”
유자광이 개란다.
‘맞는 말이지.’
사냥이 끝난 개는 가마솥에 삶아지는 법이다.
물론 역사에 의하면 진짜 연산군은 폐위당하고 유자광은 중종반정의 공신이 되지만 말이다.
“그렇겠지.”
“신께 하실 말씀을 하시고 가십시오.”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거다.
“탁영 대감, 나는 조선을 개혁하고자 합니다. 나와 뜻을 같이할 생각은 없는 거요?”
“유자광이라는 사냥개가 있는데 저도 필요합니까?”
“나의 조선에는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내 말에 김일손이 나를 노려봤다.
“조선은 임금의 나라가 아닙니다. 조선이 나무라면 임금은 꽃이고 조선을 세운 사대부가 조선의 뿌리입니다. 그러니 조선은 절대 주상만의 나라가 아닙니다.”
“옳은 말이오.”
내가 자기 말에 동의하자 눈빛이 변하는 김일손이다.
“조선은 나만의 나라가 아닐 거요. 또한 사대부들을 위한 나라여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고, 조선은 오로지 백성의 나라가 되어야 하는 거다.”
“주상,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놀란 거다.
“탁영, 나와 그런 조선을 만들어 보지 않겠나?”
어떤 면에서 나는 김일손에게 변절을 요구하는 거다.
“주상께서는 지금 나보고 주상의 사냥개가 되라는 겁니까?”
“어떤 이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그게 유자광이다.
“나를 따른다면 능지처참이나 거열형이 아닌 유배로 마무리될 것이고 너의 문중은 온전히 보존될 것이다. 그대는 유배지에서 송곳니를 갈고 몇 년 후에 조정으로 돌아오면 된다.”
내 말에 김일손이 내 얼굴이 뚫어지도록 노려봤다.
“선비인 자로 스승을 욕할 수 없고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사대부인 자로 품었던 뜻을 꺾을 수 없으니 나는 소나무로 죽겠소.”
내가 상선 김처선에게 해준 말을 김처선은 김일손에게 전한 모양이다.
“너의 뜻이 너의 문중을 멸문으로 몰고 갈 것이다. 삼족이 처단될 것이며 아녀자들은 공노비가 되어 사냥을 끝낸 사냥개들에게 던져질 것이다.”
“으음!”
“너는 뜻을 지키고 죽겠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그 험한 세월을 어찌 감당할까?”
마지막 설득이며 회유다.
“탁영, 그러니 나를 따르라. 나는 때때로 그대가 간언할 때 충신의 풍모를 느꼈노라.”
“싫소. 주상, 포은의 마음이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오.”
“뭐라고?”
“포은도 흔들렸을 것이오.”
흔들렸지만.
사대부로 변절자는 되기 싫다는 소리다.
“그러니 흔들리다가 이제는 그만 내게 꺾이라.”
나의 조정에 온건한 영의정이 있고.
목숨을 걸고 간언할 수 있는 김일손이 있다면 그리고 내 의지가 강직하다면 조선은 더 빨리 강대국이 될 수 있으리라.
“선비로 또 사대부로 죽겠소.”
조정에서 사림을 말살해서는 안 된다.
“뜻이 그렇다면 죽어야겠지. 탁영.”
“주상, 내게 더 하실 말씀이 있소?”
“살릴 자 둘만 말하라.”
내 말에 이해되지 않는 눈빛을 보이는 김일손이다.
‘사림을 완전하게 말살해서는 안 된다.’
훈구파를 견제해야 하니까.
사실 이것이 여기로 온 진짜 목적이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