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29)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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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29화
다음날 내의원 어의 집무실.
“주상전하를 뵙니다.”
내가 내의원 어의 집무실로 연락도 없이 들어서자 어의는 놀란 눈빛으로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의의 집무실 전각은 내금위 무장에게 지키게 하여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문밖에는 상선 김처선과 내시부 환관 무사가 지키고 있다.
“앉으라.”
이야기가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
“어디 감히 제가 주상 전하와 함께 자리에 앉겠습니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어의 그대를 고개를 들어서 우러러봐야 하는가?”
고개를 들어서 올려보면 목 아프다.
“아, 아니옵니다.”
바로 어이가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전에 지시한 버드나무 껍질로 진통제나 마취제를 만들라고 한 일은 어찌 진행되고 있나?”
무오사화가 일어났고.
내의원도 바쁠 수밖에 없다.
왜?
사약을 만들어야 할 사람이 바로 내의원 의원들이니까.
‘사약이 좀 그래.’
드라마에서 보면 죄인이 사약을 마시면 피를 토하며 고통스럽게 죽는데 사실 사약은 약발이 잘 받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죄인이 사약을 스무 사발이나 마신 후에 그래도 죽지 않아서 끝내 교사가 된 경우도 있다.
‘스무 사발이나 마시면?’
약발에 죽는 게 아니라 배가 불러서 죽을 거다.
“버드나무 껍질에 진통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증명하였고 주장 전하께서 제게 맡기신 소임 그대로 버드나무 껍질 진액을 졸여서 응축하고 있습니다.”
“그 효능은?”
왜 이걸 묻냐고?
‘사약을 대체해야지.’
실험할 기회가 왔으면 실험해 보면 되는 거다.
“짐승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의원 역시 내 지시대로 착착 움직이고 있는 거다.
‘사대부 중에 사림만 내 말을 안 들어.’
그러니 썰리는 거지.
‘어리석은 놈들이지.’
내가 박애주의자나 도덕적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조선이 강해지면 제일 크게 누릴 사람이 나지만 내 밑에서 나를 돕는 신료들 역시 누리고 가질 것들이 많아진다.
‘내가 황제가 되면?’
왕이 많아지는 거고.
정복한 영토가 많아지면 그 영토의 일부가 어디로 가겠나?
물론!
그런 것까지 생각할 포부가 없는 사대부겠지만 말이다.
“잘하고 있도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어의.”
“예, 주상 전하.”
“사약을 만들고 있겠지?”
내 말에 어의가 찰나의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사옵니다.”
부자나 천남성으로 사약을 만드는 걸로 나는 알고 있다.
“버드나무 껍질 진통액으로 사약을 대체할 것이다.”
약이 독이 되고 독이 약이 되는 법이니까.
“예?”
어의가 놀랐는지 불경하게도 내게 되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나?”
“아, 아니옵니다.”
“버드나무 껍질 진통액의 단계를 10단계로 구분하라.”
“주, 주상 전하.”
사람에게 진통액의 효과를 시험해 보겠다고 하니 저렇게 놀라는 거다.
“죄인을 사사할 때 사람에게 얼마를 먹여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거다. 죄인에게 사약을 내릴 때 의금부 도사와 함께 내의원 의원도 함께 가서 증상을 세세히 기록하게 하라.”
사약은 말 그대로 임금이 내리는 은혜라고 할 수 있다.
죄인의 시체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으니 사약은 대부분 사대부에게 내리고 양인이나 천민은 참수다.
“예, 알겠나이다.”
“그리고, 으음!”
나는 더 말을 하려다가 나도 모르게 잠시 신음을 토해냈다.
“예, 주상 전하.”
“버드나무 껍질 진통액을 졸여서 작은 병에 담아 오라. 마신 자가 바로 몸이 마비되어 죽어도 된다.”
아마도 곧 쓰게 되리라.
* * *
지리산 초입.
“소도 잡고, 돼지도 잡아!”
임금 융의 명령으로 지리산 산적 떼로 위장한 지리산 별기군을 토벌하기 위해 내려온 갑사 2군이 지리산에 도착했고.
지리산 별기군과 만났다.
당연히 전투는 없었고 이제는 잔치가 열릴 판이다.
“하하하, 우린 토끼 고기만 먹는데 여기는 소도 잡고 돼지도 잡는구려.”
갑사 2군 부대장이 농담을 건네듯 말했지만 이건 절대 농담이 아니었다. 이제 조선은 토끼 사육 분야에서 세계 최고였고.
왕실과 임금 융의 명령으로 각종 부역에 참여하는 조선 백성들에게 관리들이 토끼 고기를 주면 백성들이 짜증을 낼 정도였다. 그래서 쌀과 함께 토끼 고기는 부식처럼 지급해야 했다.
그리고 토끼털로 만든 장갑과 모자 그리고 외투를 만드는 공장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토끼 고기야 맛있지 않소. 하하하!”
“한양으로 올라가면 그런 소리 못할 겁니다.”
“그렇소?”
“예, 그렇습니다.”
“일단 잔치가 준비되기 전에 왜구들의 수급부터 확인하시오.”
“예, 그래야죠.”
지리산 별기군 수장을 따라서 갑사 2군 부대장이 별기군이 파놓은 깊은 토굴로 갔고.
그곳에는 400두 이상의 왜구 머리가 소금에 절여져 있었다.
“썩은 것들이 꽤 있습니다.”
“그렇소. 이것이 다 지리산 별기군의 전과죠.”
“그렇기는 합니다. 너무 썩은 수급은 버려야 합니다.”
“썩은 것을 버려도 300두는 될 겁니다.”
“그렇겠네요.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예, 그렇지요.”
하여튼 내일이면 갑사 2군과 함께 지리산 별기군 500명이 한양으로 돌아가게 되고.
지리산 별기군 500명은 지리산 초입에 남아서 정식적으로 임금 융의 지방군 역할을 하면서 병력 양성소의 임무도 수행하게 됐다.
“지금은 감개무량합니다만, 어린 세자께서 제게 명하시기를 지리산으로 가 산적이 되라고 하실 때 사실 나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그 심정 나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조선군의 중심이 됐습니다. 하하하!”
이것도 곧 맞는 말이 될 거다.
“부장, 부장!”
그때 지리산 별기군에서 각 거점과 연락을 주고받는 임무를 맡은 연락 군관이 급하게 토굴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전라 지역 정읍에 왜구가 출몰했다고 합니다.”
전북 정읍에 출몰한 왜구에 대한 소식이 이렇게 빨리 이곳으로 도착할 수 있는 것은 전서구 때문이고.
각 지역에 별기군의 거점 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읍에?”
“예, 그렇습니다. 그 수가 상당하여 거점 별기군이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임금 융이 지리산 별기군에 임무를 내릴 때 우선은 승리할 수 있는 전투만 하라고 지시했기에 왜구의 수가 많으면 지리산 별기군 소속 거점 부대는 함부로 나서지 않았고.
이렇게 지리산 별기군 본진에 전서구를 이용해 지원 요청했다.
“갑사 2군 부장.”
“예, 남벌군 별기군 부장님.”
이들의 직급은 같았다. 그리고 직책 이름에서 임금 융이 어떤 포부를 가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소는 다음에 잡고 왜구부터 잡읍시다.”
“여부가 있겠습니다. 이번에 화승총 부대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게 될 겁니다.”
이제 새로운 왜구의 수급이 생길 일이니 이젠 썩은 것을 아니라고 할 필요도 없는 거였다.
* * *
이틀 후, 조선의 대전 회의장.
대전 회의장을 가득 채운 건 훈구파 신하들이고.
사림파 신하들은 거두를 잃고 또 핵심 신료들이 모두 의금부에 하옥된 상태라서 시쳇말로 떨거지만 남은 상태다.
“부관참시라고 했소?”
이틀 동안 유자광을 핵심으로 해서 의금부와 사헌부 신료들이 정신없이 김종직과 관련된 모든 자 중 특히 사림파 신료들의 죄를 찾느라 분주했다.
‘조선은 죄를 짓는 나라가 아니라.’
죄가 만들어지는 나라다.
그러니 의금부가 나서고 사헌부가 움직이며 죄를 만들면 국문을 통해서, 또 고문을 가하며 죄를 자백받는다.
“예, 대역죄를 지은 김종직을 부관참시하여 본을 보이셔야 합니다.”
유자광 신났네.
“대감, 죽은 자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소?”
내가 열성적으로 사림파를 조질 필요는 없는 거다.
‘사냥개를 풀었으니.’
그 사냥개가 반항 한 번 못할 상황에 놓인 먹잇감들을 물어뜯게 만들면 된다.
“주상 전하, 온정을 베푸시면 아니 되옵니다.”
유자광이 말했고.
대전에 모인 신료들은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단 알겠소, 영의정께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주상 전하, 김종직의 죄를 묻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바로잡을 수 없나이다.”
이게 정답이기는 하다.
‘무오사화가 끝날쯤에.’
갑사 2군 부장이 지리산 별기군을 데리고 한양으로 올라오게 되어 있다. 원래대로라면 조정 신료들은 투항한 자라고 해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청할 것이고 상소도 빗발치게 올라오겠지만 무오사화로 내가 공포 정치를 펼치게 될 것이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주상 전하, 죽은 자라고 해도 죄지은 역적입니다. 그러니 김종직을 부관참시하여 본을 보이셔야 합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통촉 나왔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훈구파들이 일제히 김종직을 부관참시하라고 소리쳤다.
죽은 자를 부관참시하면 그자의 문중은 쑥대밭이 된다.
“김종직을 부관참시하소서!”
훈구파 신료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좋소. 경들의 뜻이 그렇다면 또 경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나는 경들의 뜻을 따르겠소.”
이러면 훗날의 역사는, 또 실록은 훈구파들이 김종직을 부관참시하라고 주청했고 임금이 어쩔 수 없이 승인했다고 기록할 것이다.
하여튼 이제 김종직의 가문은 망했다.
왜?
조선은 연좌제가 적용되니까.
물론 김종직과 관련된 김종직 일파도 후폭풍을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김종직이 부관참시가 되면 김종직의 가문의 재산은 몰수가 되고.
문중 일파 중 많은 이들이 유배형을 당하게 될 것이며 김종직의 직계 후손들은 남자는 죽고 여자는 관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게 금전적 이익이라며 이익이겠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역적은 죽어서 백성에게 갈취하고 착복했던 땅을 토해내는 거니까.
‘거기다가.’
역적이 공신이었다면?
공신전도 몰수다.
하여튼 조선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가 만들어지는 나라이니까.
‘무오사화로 조정을 쇄신한다.’
일단 훈구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척하는 거지.
나의 조선에는 비누도 없지만.
사대부도 사라져야 조선이 살고 백성이 산다.
‘김일손이 남았군.’
진짜 숙청해야 할 자는 김일손이고 살아 있는 사림파다.
[나는 소나무로 죽겠소.]이 순간 의금부 옥사에서 김일손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영의정, 김일손은 어찌 처결해야 할까요?”
이미 의금부와 사헌부는 김일손의 죄를 100가지도 더 찾아냈고 또 만들어냈다.
“김일손이 저지른 죄가 크긴 합니다. 하지만 그의 공도 무시할 수 없으니 귀양을 보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상전하.”
역시 영의정은 온건파다.
“그래요?”
나는 되물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관이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보란 듯 행동하는 거다.
“아니 되옵니다. 역적 김일손을 그대로 살려두고 어찌 세조 대왕과 주상 전하를 모욕한 역적의 뿌리를 뽑을 수 있겠습니까.”
유자광이 나섰다.
“역적의 뿌리를 뽑자?”
“예, 그렇사옵니다. 이번 일을 본으로 하여 그 누구도 임금과 왕실을 모독하는 일이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요?”
“역적의 수괴인 김일손을 능지처참하시고 잔당인 권경유, 권오복, 허반 등을 사사하시는 것이 가한 줄 압니다.”
김일손은 지금도 의금부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을 거다.
“무령군 대감, 지금 능지처참이라고 했소?”
나는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내 모든 행동과 말은 사관들에 의해서 사초에 기록될 것이다.
* * *
끝